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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에티오피아 내전의 양상과 국제적 대응의 필요성

에티오피아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교수 2021/06/28

에티오피아 정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2020년 8월 29일 예정되어 있던 총선거를 2021년으로 연기하였다. 코로나19로 선거가 연기되었을 때 가장 크게 반발한 집단은 티그라이(Tigray)족이었다. 티그라이는 1991년 사회주의 독재정권 타도를 이끈 종족으로 게릴라전으로 정권을 잡은 이후 에티오피아 정치를 주도해 온 민족 집단이다. 아비 아머드(Abiy Ahmed) 총리는 30년 가까이 의회를 독점해온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 Ethiopian People’s Revolutionary Democratic Front)을 해산시키고 에티오피아 번영당(EPP, Ethiopia Prosperity Party)을 창설했는데, 이 과정에서 연합정당 EPRDF의 핵심 정당이었던 티그라이 인민해방전선(TPLF, Tigray People’s Liberation Front)은 EPP에서 제외하였다. 이에 불만을 품고 있던 티그라이족은 연방정부의 선거연기와 이에 따른 아비 정권의 집권연장에 반대하며 9월 9일 독립적으로 티그라이 지방의회선거를 치렀다. 수도 아디스 아바바(Addis Ababa)의 중앙정부는 티그라이 지역의 독자적 선거를 위헌이라고 규정하였고, 반대로 티그라이 지방의회는 재임기간을 연장한 아비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2020년 11월, 결국 연방정부와 티그라이 지방의 갈등은 무력충돌로 번졌다. 연방정부군이 티그라이의 수도를 점령하고 분쟁이 끝났음을 선언했으나 TPLF는 공격을 계속했고, 이는 내전으로 번져 지금까지 2,000명 가량이 숨지고 100~200만 명 가량의 난민이 발생했다. 

인권 문제를 악화시키는 전시 성폭력과 식량 위기
무엇보다 전쟁의 고통을 심화하는 요소 중 하나는 전쟁 기간 중에 일어나는 성폭력이다.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성폭력이 발생하고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에티오피아에서도 전쟁 발발 후 불과 1~2개월만에 성폭력 범죄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했다. 전시 성폭력은 전쟁의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티그라이의 5개 지역(메켈레, 아디그랏, 우크로, 샤이어, 악숨) 의료시설에 접수된 성폭력 신고만 830건 정도이며 신고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1만 건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4분의 1은 집단 강간이며, 대부분 군인에 의해 자행되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해 식량원조와 구호의 손길이 줄어들면서 매우 심각한 식량불안정을 겪고 있다. 5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는 티그라이 지역은 강수량이 평소보다 적었고 메뚜기떼의 습격을 받았던 데다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었는데 전쟁으로 인해 그 고통은 더해졌다. 에티오피아 정부군, 암하라(Amhara) 지방군, 에리트레아군 연합은 식량 생산 및 저장 시스템을 파괴해 의도적으로 굶주림을 유발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곡물 저장고와 상점을 파괴하고 식료품점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고 농경지에 불을 지르고 시장이 열리지 못하게 막고 식량을 약탈하는 일을 일삼고 있다. 

에리트레아군의 개입과 지역 내 질서
에티오피아 정부와 에리트레아 정부는 인권·구호 단체, 외교관, 민간인들의 일관된 증언에도 불구하고 에리트레아군의 티그라이 분쟁 개입을 부인해 왔었다. 그러나 악숨과 덴골라트 지역에서 에리트레아군에 의한 집단 강간과 학살 소식이 반복적으로 전해오자 아비 정부는 지난 3월 에리트레아군의 개입을 인정하고, 곧 철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크 로우코크(Mark Lowcock)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장은 에리트레아군이 저지른 잔학 행위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며 철수를 촉구했고, 지난 4월 마침내 에리트레아 정부도 티그라이 분쟁 개입을 인정하며 TPLF 타도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자축했다. 

에리트레아와 TPLF 사이에는 1999~2000년 국경 전쟁 이전부터 오랫동안 적대적 감정이 있어 왔다. 2000년 평화 협정을 통해 에리트레아가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할 당시 독립 위원회는 에리트레아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 그 당시 에티오피아 통치 연합인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의 주요 정당이었던 TPLF는 에리트레아 정부에 불만을 갖게 되면서 둘 사이에 지속적인 긴장과 분쟁이 발생했다. 새롭게 등장한 아비 대통령은 2000년 독립 위원회의 결정에 찬성함으로써 에리트레아와 평화적 관계를 맺기를 원했다. 199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Isaias Afewerki) 에리트레아 대통령은 티그라이 분쟁을 통해 에리트레아 국경에서 빈번하게 분쟁을 일으켜온 TPLF를 몰아내고 자유를 누리고자 에티오피아군과 협력하고 있다.

에리트레아군은 TPLF 군사들을 추적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비무장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식량을 강탈하기도 하며 현재 분쟁에서 가장 빈번하게 잔학행위를 일삼는 행위자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목격자, 강간 생존자, 구호 요원의 증언에 의하면 에리트레아군은 티그라이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구호 물품과 식량을 가로채거나 민간인에게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전투에서 질 때에는 민간인에게 보복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곧 철수할 예정이라던 에리트레아군은 아직도 티그라이 지역에 주둔하며 에티오피아군·암하라군과 협력하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에티오피아 내전이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
티그라이 위기는 소말리아, 수단, 남수단, 에리트레아 등 주변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약 100만 명의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수단은 인플레이션, 정치적 혼란 등 내부 문제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티그라이 난민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단은 동부 지역으로 들어오는 난민을 계속 허용하고 있으며 구호 단체도 난민 캠프를 설립해 대응하고 있지만 적절한 보호를 위해 추가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번 분쟁은 에티오피아-수단 국경에서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영토문제로 인한 긴장을 악화시키고 있다. 

소말리아는 총선거를 앞두고 폭력이 증가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편, 에티오피아 정부는 티그라이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아프리카연합 소말리아임무단(AMISOM, African Union Mission in Somalia)으로 소말리아에 파병된 에티오피아군을 철수하고 티그라이 분쟁에 재배치시켰다. 소말리아 평화유지임무가 약화되면 상대적으로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al-Shabaab)의 세력이 강해지고, 또한 내부 분열로 인한 불안정이 증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남수단 평화유지군 임무를 담당하고 있던 티그라이 출신 장교와 외교관을 철수시켰다. 이러한 조치는 동아프리카 지역의 평화를 해칠 가능성이 크며 평화 달성 노력을 주도해온 에티오피아의 향후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에리트레아 역시 2018년 에티오피아와의 전쟁 종료 후 또 다시 분쟁에 휘말리며 스스로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국제사회의 인도적 개입 부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유엔안보리)는 분쟁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티그라이 지역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국제기구의 접근을 요청하고 있다. 반면, 케냐, 튀니지, 니제르, 중국, 러시아 등의 국가들은 국제원조나 평화유지를 이유로 에티오피아 정부를 압박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유엔안보리는 티그라이 전쟁에 관한 회의를 3회 이상 개최하고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사무총장이 티그라이 위기에 관한 성명을 5회 발표했으나 유엔안보리의 태도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2021년 2월 24일 에티오피아 정부는 유엔과 합의 하에 외신기자, 구호 단체, 인권 모니터링단의 티그라이 지역 출입을 수락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대부분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행정절차 상의 문제라는 핑계로 인도적 지원을 지연 및 거절하고 접근을 최소화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정부의 군사적 개입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언론 보도를 막고 있으며 그들의 보도 내용을 비난하고 있다.

아프리카 연합(AU, Africa Union)은 2020년 잠시 이 문제에 개입하였으나, 아비 총리는 AU가 TPLF를 반군이 아닌 국가처럼 취급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어 에티오피아 정부는 AU가 TPLF와 협상을 시도해 보겠다는 요청을 거부하였다. 그 이후로 AU는 티그라이 문제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은 티그라이에 인도주의적 접근이 가능해질 때까지 1억 700만 달러의 예산 지원을 철회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개인 기부자들은 계속해서 에티오피아를 지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긴 했으나 대선과 겹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최근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분쟁의 휴전을 촉구하며 ‘대규모 인권 침해’를 종식시킬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전시 성폭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는 용납할 수 없고 반드시 종료되어야 하는 반인륜적 행위라고 말했다. 또한, 무력 사용을 중단하지 않으면 미국의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아직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에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과 에티오피아의 관계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최근 이와 같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긴 했으나 분쟁이 시작된 지 이미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외부의 개입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했고, 학살을 피한 사람들은 난민이 되어 고통 받고 있다. 

전망 및 대응
티그라이 전쟁은 여전히 교착상태에 놓여있다. 에티오피아 연방정부가 티그라이의 지도층을 메켈레(Mekelle) 지역에서 몰아낸 후에도 어느 쪽도 승리를 선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TPLF의 지도층 세력은 외딴 곳으로 물러나 있지만 티그라이인들의 지지를 얻고 있어 그들을 완전히 축출하기는 어렵다. 에리트레아군과 암하라군의 개입은 오히려 TPLF의 저항을 부추기고 있다. 

한편, 에티오피아 연방정부는 무력으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정전을 받아들일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에리트레아군과 암하라군도 TPLF의 정치적 영향력을 없애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에리트리아군과 암하라군의 철수도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아비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 채 티그라이의 요구를 들어주고 정전을 선포하는 등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티그라이 분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쟁은 민간인에게 더 큰 고통을 가져다 줄 것이며 국제적 긴급 지원 없이 계속 방치된다면 대규모 기아와 난민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뿐만 아니라 전쟁이 지속되면 에티오피아 국가 전체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불안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각 행위자의 이해가 충돌하는 가운데 갈등을 종식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으로 에티오피아 정부를 설득하고, 전쟁으로부터의 손익을 면밀히 재평가하여 인명피해와 국가불안정이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겨줄 것임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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