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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빅데이터로 보는 이란 대선 결과가 핵협상에 미칠 영향 이슈 추이

이란 EMERiCs - - 202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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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선, 역대 최저 투표율 속에서 강경보수파 후보가 압도적 승리
6월 18일 이란에서 차기 대통령을 결정할 선거가 치러졌다. 대선 후보자들의 자격 심사 권한을 가진 이란 헌법수호위원회(Guardian Council)는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사법부 수장, 모흐센 레자이(Mohsen Rezai) 전 이란혁명수비대(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 사령관, 사예드 잘릴리(Saeed Jalili) 전 국가최고안보위원회(Supreme National Security Council) 위원장, 모흐센 메흐르알리자데(Mohsen Mehralizadeh) 전 이스파한(Isfahan) 주지사, 압돌나세르 헴마티(Abdolnaser Hemmati) 이란 중앙은행 총재,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Amirhossein Qazizadeh) 이란 국회의원, 알리레자 자카니(Alireza Zakani) 국회의원 총 7명을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개혁파 진영에서는 총 9명이 후보자 신청을 했으나 모두 기각당했으며, 중도파 성향의 유력 후보였던 알리 라리자니(Ali Larijani) 전 국회의장 역시 후보자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6월 16일 보수파 후보 중 잘릴리, 자카니가 후보에서 사퇴하고 개혁파인 메흐르알리자데 역시 사퇴하면서 후보군은 보수파인 라이시와 레자이, 가지자데 후보와 중도파인 헴마티 후보 총 4인으로 좁혀졌다. 결국 대선에서는 라이시 후보가 총 62%를 얻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으며, 레자이 후보는 11.79%, 헴마티 후보는 8.38%, 가지자데 후보는 3.45%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선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 이란 최고지도자가 투표 참여를 독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 투표율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최저인 48.8%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7년 대선의 72%, 이번 대선 이전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던 1989년 대선의 51%보다 낮은 수치로, 중도개혁파 유력 인사들이 후보자 자격을 얻지 못하면서 중도개혁파 성향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한 것이 낮은 투표율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더해 이란 이슬람 공화정 체제에 대한 깊은 불신 또한 대선에 대한 낮은 관심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후보자들, 경제 문제 해결 강조…핵협상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 
선거전에서 후보자들이 특히 강조했던 주제는 경제 문제였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역시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외교 정책보다는 실업난과 경제위기, 잘못된 경제 정책을 해결할 방안이라고 언급하며 경제가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을 시사했다. 6월 5일 열린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후보자들은 주로 경제 문제를 두고 토론했다. 

토론회에서 라이시 당선자는 하산 로하니(Hasan Rouhani) 대통령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난했으며, 로하니 정부의 중앙은행 총재였던 헴마티 후보는 경제 문제의 원인은 이란 경제를 고립시킨 강경파 때문이었다고 대응했다. 

후보자들은 주택난이나 물가 상승과 같은 경제 문제 해결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라이시 당선자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400만 채를 건설하는 한편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할 것을 공약했다. 그는 또한 제조업 분야 투자, 부패 척결과 함께 50%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을 10%까지 낮추는 한편 모든 이란 국민에게 매달 450만 리얄(한화 약 2만 원, 이란 리알 공식환율: 1달러=42,000리알, 시장환율(7.5. 기준): 1달러=251,000리알)을 지급하고 신혼 부부에게는 50억 리얄(한화 약 2,300만 원, 이란 리알 공식환율: 1달러=42,000리알, 시장환율(7.5. 기준): 1달러=251,000리알)의 결혼 축하 자금을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레자이 후보 또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급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며, 메흐르알리자데와 헴마티 후보는 저소득층에 대한 선별적 보조금 지급을 약속했다.

주요 외교적 사안인 핵협상에 대해서는 강경보수파에 속하는 라이시 후보, 레자이 후보와 중도파의 헴마티 후보 사이 입장 차이가 분명히 드러났다. 레자이 후보는 핵협상을 먼저 위반한 측은 미국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이 핵협상을 준수하고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또한 이란 경제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자력 생존을 추구해 경제제재를 이용해 이란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저항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반면 헴마티 후보는 필요하다면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과 만나 회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보다 유화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헴마티 후보 또한 미국이 핵협상 복원에 충분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라이시 당선자는 강경보수파로 분류되지만 핵협상 자체는 지지하는 입장이다. 라이시 후보는 2017년 대선에 참여해 로하니 대통령과 경쟁하면서도 핵협상을 비판하지 않았으며, 다만 로하니 정부가 핵협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지 않는다고 비판했을 뿐이다. 라이시 당선자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인 6월 21일 기자회견에서 핵협상에 대한 원론적인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란 국익이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 핵협상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미국이 먼저 핵협상을 준수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시 당선자는 또한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더라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만나지 않을 것이며, 이란의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핵협상과 무관한 문제로 미국과 유럽이 개입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한편 라이시 당선자는 차기 이란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는 역내 이웃 국가와의 관계 강화라고 강조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이 이란과 대립하는 인근 아랍 국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보다 온건한 입장을 드러내며 2016년 단절된 양국 관계를 복원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란 대사관을 다시 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라이시 당선이 핵합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전망 제기 
중도 실용주의 노선의 로하니 대통령과 달리 강경보수 성향의 라이시 후보 집권으로 지난 4월 이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 중인 이란과 P5+1(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사이의 핵합의 회담이 난항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란 대선 결과가 발표되고 하루 뒤인 6월 20일에는 회담 참여국 대표단이 본국과의 조율을 이유로 회담 중단을 발표하였고, 이에 이란 정권 교체가 회담 진행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라이시 당선자는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차기 정부의 외교 정책은 핵합의에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라이시 당선자는 오직 이란의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할 것이며, 경제 상황과 이란 국민의 생활을 협상과 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의 핵합의 복귀 이후 협상을 통해 점진적으로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과는 달리 라이시 당선자는 핵합의를 위반한 미국이 먼저 제재를 해제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특히 라이시 당선자를 포함한 이란 강경파들은 미국과 서구에 대해 깊은 불신을 품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핵합의 파기는 이란 강경파들이 지닌 불신과 반감을 심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미국 및 서구와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로하니 대통령보다 급진적이고 민족주의적 성향을 지닌 라이시 당선자가 이끄는 대외 강경파 성향의 차기 이란 정부는 미국을 신뢰하지 않으며 협상과 양보를 통한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이에 더해 라이시 당선자는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과 중동 지역 내 친이란 무장조직에 대한 이란의 지원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이란과 미국의 입장 차이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란은 핵합의 복원과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에만 집중할 것을 바라는 반면, 이란의 장거리 탄두미사일 개발과 친이란 무장조직 지원이 중동 내 친미 동맹국을 위협한다고 보는 미국은 핵합의 이외의 사안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강경한 대외 노선을 천명한 라이시 당선자의 승리와 정권 교체가 핵합의 진행을 어렵게 하고 더 나아가 무위로 돌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협상에 참여한 서구 외교관들이 언급하듯이 회담 참여국은 아직 구체적이고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으며, 여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란 외무부는 다음 회담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했으며 서구 국가들 또한 회담과 협상이 무한정 이어질 수 없다고 밝히는 등 회담이 결국 결론에 이르지 못한 채 무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라이시 행정부 출범이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란의 중요 대외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있으며, 핵합의 재개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뜻이 협상 재개라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라이시 당선자가 핵합의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도 협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라이시 당선자가 선거 유세에서 경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란 강경보수파 역시 경제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경제제재 해제를 위해서라도 핵합의를 복원하려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강경보수파는 더 이상 경제난의 책임을 로하니 정부에게 돌릴 수 없게 되었다. 

라이시 당선자은 로하니 대통령보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으며, 따라서 라이시 당선자의 취임 이후 행정부와 최고지도자 간 협력과 상호 신뢰 관계는 로하니 정부 시기보다 더욱더 긴밀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라이시 당선자는 고령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라이시 당선자가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쳐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도 득이 되는 상황이며, 이러한 이유로 하메네이가 경제제재에서 벗어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핵합의 복원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로하니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핵합의 복원 가능성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요인이다. 우선 서구 국가들은 이란에 강경 성향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회담을 마무리하고자 할 분명한 이유를 갖게 되었으며, 로하니 정부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업적을 남길 필요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모함마드 자바드자리프(Mohammad Javad Zarif) 이란 외무부 장관은 새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6월 23일 로이터(Reuters) 통신은 미국이 이란 석유 수출에 대한 제재 해제에 합의했다는 마흐무드 바에지(Mahmoud Vaezi) 로하니 대통령 보좌관의 발언을 보도하는 등 라이시 당선 이후에도 협상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라이시 당선자와 강경파 또한 로하니 정부의 임기 내에 핵합의가 타결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핵합의가 복원된 이후에도 이란이 원하는 수준으로 경제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등의 상황이 펼쳐진다면 그 책임을 모두 로하니 정부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경보수파 후보의 당선은 역설적으로 핵합의 타결을 앞당기는 촉매가 될 수도 있다.

이스라엘, 라이시 당선자 비난…미국·사우디, 이란에 큰 변화 없을 것으로 전망
중동 내 이란의 주요 적국인 이스라엘에서는 이란 대선을 앞둔 6월 13일에 강경 우파 성향의 나프탈리 베네트(Naftali Bennett) 총리가 이끄는 연립 내각이 출범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두 국가 모두 강경 성향 정치인이 정권을 잡으면서 두 국가 사이의 강대강 대치 구도가 전망된다. 

핵합의가 이란이 대량 살상 무기를 가지도록 방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해온 이스라엘은 라이시의 당선을 이란의 위협을 강조하고 핵합의에 대한 반대 여론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로 이용하고자 한다. 베네트 총리가 라이시 당선자를 ‘테헤란의 사형 집행인’이라고 부르며 라이시의 당선으로 국제사회가 이란의 위협을 인식하고 이란에 핵무기를 개발할 기회를 주는 핵합의에 복귀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이러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마찬가지로 베네트 총리와 연정을 구성한 야이르 라피드(Yair Lapid)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 또한 라이시 총리가 혁명 직후 수천명에게 사형 판결을 내렸음을 상기시키며 국제사회가 이란과의 협상을 중단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피드 장관은 이란이 원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테러조직을 지원하여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이라는 강한 비난을 덧붙였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라이시 당선자의 발언에 대응해 미국 또한 라이시 당선자와는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6월 21일 젠 사키(Jen Psaki)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의 핵심 결정권자는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이기 때문에 라이시의 당선으로 이란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미국과 이란은 상호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고 대통령 수준에서 만날 계획도 없음을 밝혔다. 

이스라엘에 이어 중동 내 이란의 주요 경쟁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라이시의 당선에 대해 미국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6월 22일 파이살 빈 파르한(Faisal bin Farhan) 사우디 외무부 장관은 이란의 대외 정책은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가 결정한다고 언급하며 누가 이란의 대통령이냐가 아닌 이란이 실제 무슨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이란과의 관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살 장관은 또한 이란이 국제사회의 우려에 답하지 않은 채 핵개발을 지속하는 데에 우려를 표했다. 라이시 당선자는 사우디와 다시 관계를 맺는 데에 어떠한 장애물도 없다고 발언하며 사우디와의 긴장 완화 의지가 있음을 드러냈지만, 파이살 장관의 발언은 사우디가 여전히 이란에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으며,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뜻에 변화가 없는 한 이란이 여전히 사우디 안보의 위협 요인으로 남을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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