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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빅데이터로 보는 월간 중동 국가별 관계 분석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EMERiCs - -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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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심층이슈 분석

중동 지역 정세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역 내 경쟁국이었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관계 회복을 모색하기 시작했으며, 사우디는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오만과도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반대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역 정치에서 행보를 같이하던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는 경제적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원유 증산과 관세 문제를 둘러싼 긴장으로 표출되는 등 불협화음이 감지된다. 한편 걸프 지역 내 긴장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과 달리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 친이란 시아파 무장 조직과 미국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으며, 동시에 시아파 무장 조직이 이란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조짐도 엿보인다. 오늘날 중동 정세는 다양한 행위자 사이 복잡한 이해관계의 역학에 따라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 상호 관계 회복 모색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사우디는 이란을 자국 안보의 중대한 위협 요소로 간주해왔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중동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하고 시리아 내전, 예멘 내전, 사우디 내 시아파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결국 2016년 두 국가는 단교하게 된다. 사우디는 이란이 중동 내 무장 조직과 테러활동 지원 ·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개발 등으로 자국 및 중동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간주하며, 이란은 사우디가 시아파를 탄압하고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란을 고립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차기 이란 대통령으로 당선된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당선인이 사우디와의 관계 복원 의사를 내비치면서 최근 양국 관계에 변화가 감지된다. 라이시 당선인은 사우디와 외교 관계를 회복하고 사우디에 대사관을 재개관하는 문제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라이시 당선인은 또한 지역 내 이웃 국가와의 관계 개선이 차기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외교 정책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양국 외교관들이 이라크의 중재 아래 지난 4월 바그다드에서 만나 관계 복원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외교관들이 접촉한 것은 2016년 단교 이후 최초다. 7월 6일 알리 라비에이(Ali Rabiei) 이란 정부 대변인은 양국 간 대화가 상당한 진전을 거두었으며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우디 대표단에는 칼리드 알호메이단(Khalid al-Homeidan) 정보국 국장과 사에드 이르바니(Saeed Iravani) 이란 국가최고안보위원회(Supreme National Security Council) 부위원장 등 고위급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측 또한 이란과의 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지난 4월 무함마드 빈살만(Muhammad bin Salman) 사우디 왕세자는 사우디는 이웃 국가인 이란과의 우호적이고 특별한 관계를 추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란이 지역 안보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사우디가 이란이 성장하고 세계와 지역을 번영으로 이끄는 데 기여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강경보수파에 속하는 라이시 당선자가 실용적 노선을 추구하던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이란 대통령보다 강경하고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반대로 라이시 정부 출범이 사우디 등 역내 이웃 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라이시 당선인은 이란의 국내 및 대외 정책에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의 측근으로 알려졌으며, 이란의 대외 정책과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수행하는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s Corps)와도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라이시 당선인은 로하니 대통령보다 외교 정책 전환에 필요한 최고지도자와 혁명수비대의 지지를 받기에 용이한 입장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의 고립주의적 정책과 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의 핵 협상 재개는 사우디가 이란과의 관계를 다시 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2019년 9월 사우디 내 원유 생산 시설 피격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미온적인 태도를 계기로 사우디는 미국의 지원에 자국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보이며, 바이든 행정부의 핵 협상 복귀 정책은 이러한 인식을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정부의 인권 탄압에 비판적인 바이든 행정부의 집권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우디 정부의 판단을 더욱 강화했다. 이에 더불어 이란과의 관계 회복이 사우디의 안보를 위협하는 역내 친(親)이란 동맹 세력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가 보여주는 정책 변화는 따라서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자국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에 따른 행동이자 미국 행정부 교체에 따른 미국의 대(對)사우디 정책 변화에 대응하여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로 분석할 수 있다.

물론 양측 사이 상호 불신의 골은 여전히 깊다. 이란의 대외 정책이 본질적으로 적대적이고 공격적이며, 이란이 예멘 내전에 개입하여 사우디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우디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이란 관계의 향방은 뿌리 깊은 상호 불신과 적의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맺은 역내 국가와의 관계 개선 행보 
이란과 대화를 재개한 맥락에서 사우디는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와도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이란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지난 2017년 카타르와 단교하고 국경을 봉쇄했던 사우디는 지난 1월 카타르와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봉쇄를 해제했다. 사우디의 정책 변화 역시 이란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걸프 국가 간의 결속을 회복해 사우디 및 걸프 지역 안보를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사우디는 카타르에 이어 오만과도 관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에 나섰다. 7월 11일 하이삼 빈 타리크(Haitham bin Tariq) 오만 술탄은 사우디를 방문해 살만(Salman) 사우디 국왕과 빈살만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하이삼 국왕이 해외를 방문한 것은 2020년 즉위한 이후 처음이며, 살만 국왕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타국 정상을 직접 만났다. 양국 정상은 경제, 금융, 인프라, 투자 유치, 문화 등 경제를 포함한 다방면에서 상호 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두 국가 간 관계의 역사를 고려했을 때 특히 중요하다. 오만은 지역 정치에서 중립을 지켜오며 사우디와 UAE가 주도하는 반(反)이란 진영과 거리를 유치한 채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이로 인해 사우디와 오만 관계는 냉랭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오만을 통치해온 카부스 빈 사이드(Qaboos bin Said) 전 술탄이 2020년 사망하고 하이삼 술탄이 뒤를 이어 즉위하면서 양국 관계가 변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다른 걸프 국가보다 원유 매장량이 적은 오만은 실업률과 공공 부채 증가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며, 사우디의 경제적 지원과 투자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오만은 또한 사우디와 이란 간 대화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로, 이라크에 이어 사우디와 이란의 대화를 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UAE, 원유 증산과 관세 문제 등에서 불협화음 
적대 국가인 이란, 냉랭한 관계에 있던 카타르·오만과 관계 회복에 나서는 것과 달리 걸프 지역 내 반이란 진영의 주축이었던 사우디와 UAE 사이에서는 불협화음과 긴장이 감지된다. 최근 사우디와 UAE는 예멘 내전 개입 문제,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유치 경쟁과 관세 문제 등에서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 회의에서 원유 증산과 관련된 협상이 난항을 겪은 배경에 사우디와 UAE의 대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OPEC+ 회의는 감산량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7월 5일 끝났다. 합의 결렬의 배경에는 감산량에 대한 사우디와 UAE 사이 첨예한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와 러시아는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 늘리는 대신 2022년 4월로 예정된 감산 기한을 2022년 12월 말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UAE는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 현재의 산유량 기준을 수정해 UAE의 산유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의 대립은 7월 14일 UAE의 산유량 기준을 현재 하루 320만 배럴에서 365만 배럴로 상향해 UAE의 원유 생산량은 늘리는 대신 감산 기한은 2022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봉합되는 모양새다. 

원유 증산을 둘러싼 사우디와 UAE의 의견 차이는 양국 간 고조되는 경제적 경쟁 심화와 UAE의 독자 행보에 따른 긴장의 결과로 분석된다.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사우디 비전 2030(Saudi Vision 2030)’에 따라 해외 투자와 기업을 유치하여 경제 구조 다각화를 추구하는 사우디는 다국적 기업의 중동 지역 허브로서 UAE와 경쟁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UAE를 견제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한 예로 2024년까지 사우디 내에 중동지역본부를 설립하지 않는 기업과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사우디 정부의 방침은 UAE의 두바이(Dubai)에 타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사우디는 노동력의 10~25% 이상을 자국민으로 고용하지 않은 걸프 기업이 수출하는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현재 3%에서 15%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관세 규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국가는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해외 기업을 자유무역지대로 유치하는 두바이로, 두바이 제조업 기업 상당수는 노동력의 절대다수를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다.

예멘 내전 개입 여부에서도 사우디와 UAE는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 국가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후티(Houthi) 반군을 견제하기 위해 연합군 결성을 주도하여 내전에 개입해왔다. 그러나 2019년 UAE는 예멘에서 철수했으며, 내전 개입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 부담은 온전히 사우디가 짊어진 상황이다. 예멘 중앙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와 달리 UAE는 중앙정부와 대립하는 예멘 남부 분리주의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UAE는 지난 2020년 9월 이스라엘과 정식 국교를 수립한 반면 사우디는 아직 이스라엘과 수교하지 않는 등 여러 외교적 문제에 있어서 두 국가는 서로 다른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란을 중대한 위협으로 보는 공통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와 UAE 모두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양국 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는 상황이다.  

이란과 친이란 시아파 무장조직, 이스라엘·미국과 대립 지속
이란과 사우디 간 대화 재개, 걸프 국가 내부의 관계 변화와 같은 중동 정세 변화 속에서도 이란과 이스라엘·미국 사이의 갈등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2021년 7월 6일 이란은 지난 6월 테헤란 인근에 있는 원자력청 근처에서 발생한 피습 사건의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여전히 이스라엘에 대한 불신과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 역시 나프탈리 베네트(Naftali Bennett) 이스라엘 총리가 라이시 당선인을 ‘사형집행인’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이란과 대립했다. 베네트 총리는 또한 핵 협상 복원이 이란에 핵무기를 개발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하며 국제사회에 핵 협상 중단을 재차 촉구했다.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 시설에 대한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와 무장 조직의 위협 역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이후 7월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해 친이란 무장 조직은 총 8번의 드론 공격과 17번의 로켓포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 6월 이라크-시리아 접경지역의 친이란 무장조직 주둔지에 대한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카타이브 알슈하다(Kataib Sayyid al-Shuhada) 조직원 4명이 사망하자 지휘관인 아부 알라 알왈라이(Abu Alaa al-Walae)는 7월 5일 미국에 대해 복수할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로이터통신(Reuters)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급 사령관이 이라크를 방문해 무장 조직 지도부에게 이라크 내 미군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을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사우디와의 대화와 서방 국가와의 핵 협상과는 별개로 이란은 친이란 시아 무장조직을 이용해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을 견제하려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시아 무장조직들은 이란의 단순한 하수인에서 독자적인 세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유행과 미국의 경제제재로 이란의 지원 여력이 감소한 가운데 시아 무장조직들이 독자적으로 미국과 중동 내 친미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경우 이웃 국가와의 관계 정상화와 핵 협상 타결을 추구하는 이란의 정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에 혁명수비대 고위급 지휘관들이 이라크를 방문해 시아 무장조직 지휘관들에게 자중할 것을 촉구했다는 보도도 있다. 이처럼 한때 긴밀한 동맹이자 우방이었던 행위자들이 서로 갈라서고 한때 적이었던 국가들이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등 오늘날 중동 정세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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