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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이란 1400년의 선택, 에브라힘 라이시 정권의 탄생

이란 구기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2021/07/29

2021년 6월 이란 대선의 전후
2021년 3월 21일 최대의 명절인 노루즈(Noruz)를 시작으로 이란은 이란력 1400년 파르바르딘(1월)달 1일을 맞이하였다. 이란이슬람공화국의 시간은 한국이나 미국의 시간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이란에서는 지금도 서기력 대신 이란력을 쓰며, 파르바르딘(Farvardin)달을 시작으로 에스판드(Esfand)달로 12개월이 마무리된다. ‘노멀’한 시기였다면, 이란은 1400년 새해를 성대하고 풍요롭게 맞이하고 축하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기력 2021년인 이란력 1400년 새해, 즉 노루즈를 기점으로 또다시 코로나19 최대 파동을 경험해야 했다. 연이은 악재 속에서 이란 개혁주의 성향의 국민들은 13대 대통령 선거의 보이콧을 선언하였고, 낮은 투표율로 대통령 선거 자체가 무산되기를 원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2009년, 2013년, 2017년 연이은 선거에서 보였던 양 진영 사이의 뜨거운 열기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심지어, 이미 대통령 선거 후보가 정해진 이후부터 라이시의 대통령 선출이 유력시 되어 왔다. 2021년 5월 25일 7명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자마자, 라이시에게만 차기 정부의 정책 노선에 대해 국영방송국에서 인터뷰할 정도로 긴장감 없는 선거가 치뤄졌다. 개혁적인 성향의 많은 이들이 개혁파 후보가 거의 배제된 이번 선거에서 다른 후보들은 라이시를 위한 꼭두각시라고 비판했지만, 선거의 흐름은 이미 보수 강경파 후보인 라이시로 기울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이란에서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가 제 13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나?

먼저,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현 정부에 대한 높은 실망감이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이미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때도 개혁파들은 선거 불참을, 보수 강경 지지파들은 집결의 형태를 보이면서 2021년 대선의 향방이 보수 강경파 후보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전망되었다. 2009년 녹색 운동의 상흔 이후, 개혁파 후보인 로하니 대통령이 당선되고, 재선 이후 극적으로 이란핵합의(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가 타결되는 등 로하니 행정부 시스템 속에서 수년 간 국제적으로 고립되었던 이란에게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등장과 뒤이은 JCPoA 파기 그리고 중동 국가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를 맞은 이란 사회는 로하니 재임 시기에 크나큰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또한 로하니 행정부가 생활고와 연료비 인상으로 인해 2017년에서 2019년에 걸쳐 일어났던 민생과 관련된 반정부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한 사건들, 그리고 연이은 여성 활동가 및 언론인들에 대한 탄압 및 투옥 사례 역시 개혁파로 분류되는 로하니 정부를 출범시켰던 개혁파 지지자들에게 큰 상처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한편, 로하니 정부에 실망했지만, 차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 측근인 강경보수파에게 표를 줄 수 없었던 개혁파 국민들은 2020년부터 국회의원 선거 보이콧을 시작으로, 2021년 대선 전에는 대대적으로 낮은 선거율을 통해 선거를 무효화하자는 전략을 내세웠다. 실제로 주로 개혁파 국민들이나 해외 교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인스타그램과 텔레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에는 대대적인 선거보이콧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2021년 6월 18일 대통령 선거일 당일, 영국과 독일, 미국 등지에서 이슬람공화국 체제에 반대하는 재외 이란 디아스포라들이 해외거주민 투표에 나선 다른 이란 교포들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이슬람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다.

1979년 이란이슬람공화국 건립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이번 13대 대통령 선거는 48.8%라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게 되었다. 또한 백지 투표로 인한 무효표도 무려 약 370만 건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이슬람공화국에 대한 민심의 표시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선거 무효화를 꿈꾸던 개혁파 시민들의 선거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보수 지지층과 애초에 경쟁이 될 수 없는 후보자 경선으로 라이시가 총 62%의 득표수를 얻어 압승하게 되었다. 

에브라힘 라이시는 어떤 인물인가? 
이란이슬람공화국 제13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에브라힘 라이시는 전 사법부 수장으로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지목되어 왔다. 다시 말해 라이시의 부상은 단순히 대통령 역할을 넘어선 ‘이슬람 국가’를 향한 새로운 챕터의 준비 단계라 평가된다.  2017년에 치러졌던 제12 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현직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패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라이시를 사법부 수장으로 임명하였다. 사법부 수장직에 임명된 라이시는 몇 달 후 인권 침해와 관련해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 라이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이란에서 가장 부유한 종교 기부금 중 하나인 아스탄 쿠드스 라자비(Astan Quds Razavi)를 관리하는 동안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이 조직은 수천 명의 직원은 물론 이란 전국에 걸쳐 자체 기관, 토지, 사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사법부 수장(대법원장)으로 재직했던 마지막 해에 라이시는 지참금 지급 불능에서부터 마약 밀매, 허위 수표 발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감형하는 일련의 전면적인 사법 개혁을 시작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형법 개혁은 많은 수의 죄수들이 투옥과 심지어 사형을 피할 수 있게 했으며 라이시를 알리는 계기가 되면서, 라이시는 일부 국민들의 인기를 얻게 되었다. 라이시의 이름과 얼굴은 사법 개혁과 관련된 공개 토론과 전국 언론에 정기적으로 등장하면서, 라이시는 국내에서 점차 지명도가 높은 인물이 되었다. 이에 라이시는 이란 안에서 보수 강경파로서의 인물로 부각되기보다는 사법부 수장으로서 개혁적인 인물로서의 색채를 가지고 있어, 대통령 선거가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라이시는 여론 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하지만, 과거 이슬람 혁명 직후 과감하고 대대적인 숙청을 감행했던 주요 인물이라는 사실 때문에 라이시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하였다. 

이란 대선 결과를 분석한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의 분석 기사에서 에브라힘 라이시의 대통령 임명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이슬람 정권에 대한 새로운 장을 여는 구상의 단계라고 기술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이 기사는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라이시 대통령을 통해 이슬람 공화국의 새로운 비전을 여는 준비 단계를 기획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이미 80세가 넘은 연로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게 이슬람 공화국이 건국된 지 42년이 넘은 지금, 이슬람 이데올로기를 지속해야 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라이시 대통령의 탄생의 배후에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기획과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야톨라 아흐메드 잔나티(Ayatollah Ahmad Jannati) 국가지도자운영회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헌법수호위원회가 이미 후보 선정 과정에서 대부분의 개혁파 후보를 탈락시키고 처음부터 자신들에게 맞는 후보들 7명 만을 선정한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란 정부 측에서도 이번 선거를 ‘선거’라기보다는 ‘임명’이라고 부르며 ‘이슬람 공화국’에서 ‘이슬람 국가’로의 전환을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출범할 라이시 대통령과 그의 새로운 행정부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하는 보수 강경파에 대한 견제가 아닌 하나의 결합체로 역할 할 것으로 전망된다1).

에브라힘 라이시 행정부의 대외 관계에 대한 전망
이번 이란 13대 대선의 화두는 단연 이란 국가 경제 회복 가능성이었다. 대선에 나선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JCPoA 재합의 필요성에 동의하였고, 모든 대통령 후보들의 대선 토론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심각하게 다루어진 논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이란 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전통 이슬람 교육을 받았던 라이시 후보가 이란 국가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견제와 비판이 집중되었다. 

한편, 2016년 JCPoA 타결을 이끌었던 로하니 전 정부의 성원들이 교체될 예정이므로, 누가 어떻게 미국과 다른 국가들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이끌어낼지가 차기 정부의 큰 고민일 것이다. 특히 JCPoA 타결에 큰 공헌을 했던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Mohammad Javad Zarif) 외교부 장관을 차기 정부에서 어떻게 기용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국내적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에브라힘 라이시는 선거 전 국내 텔레비전으로 방송 된 선거 토론에서 핵 협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강력한’ 정부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이도 했다2). 이란 대선 전 토론회에서 보여 진 것처럼 이란 내 강경 보수파, 개혁파 모두 JCPoA 복귀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의 차기 라이시 행정부는 국내 정치적 환경을 감안할 때 미국에게 ‘양보하는 자세’를 보일 수 없기 때문에, 핵 협상에 여러 가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2021년 4월에 발표된 영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Chatham House)의 보고서에 의하면, 보수 강경파가 새로운 정권을 장악하더라도, 만약 JCPoA가 복귀되면 이와 같은 장악의 결과가 약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다시 말해 보수 강경파가 정권을 잡더라도, JCPoA가 다시 타결되어야 이란 안의 경제적, 사회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3). 또한 위의 보고서는 미국의 JCPoA 재진입과 이란의 준수 복귀가 중동 안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핵 협상이 다시 체결되기 위해 JCPoA 서명에 참가한 국가들이 다자간 지역 안보 해결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약속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또한 이란의 레바논, 예멘에 대한 민병대 지원, 미사일 및 치명적인 무기 확산,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중동뿐만 아니라 미국과 서구 주요 국가들의 다자간 협상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라이시 행정부의 등장은 중동 주변국과의 관계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로하니 정부 말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긴장 관계를 완화하는 데 적극 나서면서 새로운 변화의 국면을 꾀한 바 있다. 새로운 라이시 정부는 로하니 정부에 이어 그동안 긴장과 갈등 관계를 유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사우디아라비이가 저명한 시아파 성직자 세이크 님르 알 님르(Sheikh Nimr al-Nimr)을 처형하면서, 현재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 관계가 단절된 상황이다. 하지만 2021년 4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란 외교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공개 회담을 가졌고, 이 회담은 주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공동 관심사를 확인하기 위해 열렸다고 알려져 있다. 자리프 외교부 장관은 이란-사우디 관계의 해동을 위해 카타르, 이라크 및 오만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이란의 중동 주변국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우디 왕세자 모하마드 빈 살만(Mohammad bin Salman) 역시 자리프 외교부 장관의 순방 이후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며, 5년 이상의 긴장 끝에 테헤란-리야드 관계가 해동될 것이라는 희망을 표명하기도 하였다. 

한편, JCPoA 파기의 최대 수혜자라 여겨지는 중국과 이란과의 관계는 핵 협정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중국은 이란뿐 아니라 걸프협력기구(GCC, Gulp Cooperation Council)와의 관계에도 균형 있게 신경 쓰고 있으며, 2021년 5월 중국은 이란의 원유 구매를 오히려 줄였다. JCPoA 협상이 진전됨에 따라 이란 석유 수출은 증가 했지만 중국의 수요는 낮아졌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강경파 라이시 행정부의 등장으로 가장 긴장하는 국가는 이스라엘이 될 것이다. 든든하고 한편으로는 무모한 지지자였던 트럼프 시대가 지나가고,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이스라엘은 강경보수파가 지배하는 이란을 견제할 수 밖에 없다. 이스라엘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란이 JCPoA 합의를 폐지하는 것도, 복귀하는 것도 신경 쓰이고 거슬리는 행보일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에도 강경파 나프탈리 베네트(Naftali Bennett) 총리가 등장함에 따라, 두 국가 간 긴장 관계가 중동 전체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제13 대 대통령인 에브라힘 라이시가 이끌어가야 하는 현재의 이란은 국제적, 국내적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져 있다. 현재의 미증유의 상황과 경제적 위기 속에서, 절박한 이란의 국민들은 다시금 거리로 나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란 국민들이 간절히 꿈꾸는 ‘노멀한 삶’을 이루게 하기 위해, 그리고 위기의 이란을 구하기 위해, 이란의 새로운 행정부가 정치적 입장을 떠나 지혜로운 정치와 정책을 펼칠 것을 기대하고 소망해 본다.




* 각주
1) https://www.nytimes.com/2021/06/19/world/middleeast/iran-election-president-raisi.html
2) https://www.aljazeera.com/news/2021/6/16/will-the-outcome-of-irans-election-impact-the-nuclear-deal
3) https://www.chathamhouse.org/2021/04/steps-enable-middle-east-regional-security-process/about-auth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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