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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네타냐후의 정치적 유산과 불안정한 라피드-베네트 연립정부

이스라엘 안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2021/07/29

네타냐후, 12년 만에 실각
2009년 이후 12년 동안 장기 집권해 온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정부가 막을 내렸다. 지난 6월 13일 이스라엘 의회격인 크네세트에서 라피드(Lapid)-베네트(Bennet) 연립정부 신임 투표 결과 전체 의원 120명 중 찬성 60명, 반대 59명, 기권 1명으로 새 정부신임안이 통과되었다. 지난 3월 23일 실시된 제24대 의회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Likud)은 30석을 차지하며 원내 최대 다수당이 되었으나 연립 정부 구성에 실패하였다. 리쿠드당의 뒤를 이어 예쉬 아티드당(Yesh Atid)은 17석, 샤스당(Shas) 9석, 청백당(Blue and White) 8석, 야미나(Yamina), 노동당(Labor), 연합토라당(UTJ, United Torah Judasim), 이스라엘 베이테이뉴당(Israel Beiteinu)이 각각 7석을 차지하였다. 그리고 종교 시온주의당(Religious Zionist), 연합리스트(Joint List), 뉴호프(New Hope), 메레쯔(Meretz) 당이 6석을 차지하였으며, 라암당(Ra’am)이 4석을 차지하였다. 그리고 원내 제2당인 예쉬 아티드당이 주축이 되어 청백당, 야미나, 노동당, 이스라엘 베이테이뉴, 종교 시온주의당, 뉴호프, 메레쯔, 라암당이 참여한 라피드-베네트 정부가 출범하였다. 

제23대 총선과 비교해 보았을 때, 리쿠드당은 37석에서 30석으로 7석이 줄어들었으나 원내 제1당을 유지하였고, 중도 정당인 예쉬 아티드당, 극우 민족주의 정당인 야미나, 전통 좌파 정당인 노동당 그리고 종교 시온주의 정당에서 4석이 늘어났다. 제24대 총선의 전체적인 투표 성향을 보면 리쿠드당을 중심으로 한 우파 진영의 강세가 여전히 두드려졌다. 그리고 좌파 진영의 대표 정당인 노동당은 비록 4석이 증가한 7석을 차지하였으나 2010년대 이후 지속된 좌파 진영의 약세는 그대로 이어졌다. 지난 총선에서 중도당의 돌풍을 일으켰던 청백당은 겨우 8석을 차지하며 원내 제4당으로 추락하였다.


<2021년 제24대 이스라엘 총선 결과>
* 자료: 저자 작성


네타냐후의 정치적 유산 
2009년 이후 약 12년을 장기 집권해 온 네타냐후는 자신에 대한 부패 및 독직 혐의로 현재 검찰에 기소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비록 네타냐후가 실권하였으나 그가 남긴 정치적 유산은 강하게 남아있다. 그가 남긴 최대 정치적 유산은 우파 아젠다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유대국가기본법 제정’과 ‘서안지구 영토화’ 정책이다. 2018년 7월 제정된 유대국가기본법은 단순히 법제정의 의미를 뛰어넘어 이스라엘 국가 정체성을 규정한 법이다. 이 법은 이스라엘 국가 정의, 이스라엘 국가 상징, 이스라엘 수도, 이스라엘 공식 언어, 유대인 정착촌 등 총 11개 조로 구성된 기본법이다.

이 법은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역사적 본향에 세워진 국가임(제1 조)을 규정하고, 통합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제3 조)이며, 이스라엘 공식 언어의 경우 기존 아랍어를 제외한 히브리어가 유일한 공식 언어임(제4 조)을 선언하였다. 특히 유대 정착촌과 관련하여 이스라엘 국가는 유대인 정착촌 건설이 국가적 가치임을 선언하며, 정착촌을 건설하고 공고히 할 것(제7 조)을 명시하였다. 비록 이 법은 선언적 의미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내외부에서 강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법은 그동안 이스라엘 보편주의(Israeli Universalism)에 기반한 이스라엘의 국가적 정체성을 전면 거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정치적 흐름은 결국 우파가 내세우는 유대 국가주의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파 진영은 서안지구의 정착촌 합병과 이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확대를 통해 유대 국가주의를 한층 더 추동하였다. 그리고 2018년 트럼프 미 대통령이 동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화함으로써 이스라엘 우파 진영의 대이스라엘 주장은 외교적으로도 큰 성취를 하였다. 동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선언과 유대국가기본법은 좌파 진영조차도 어떠한 정치적 논리로도 거부하기 힘든 아젠다이기에 이를 자발적이던 비자발적이던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치적 동력을 확보한 우파 진영은 더욱 이스라엘 사회를 우경화로 유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스라엘 크네세트 산하 연구소인 이스라엘 디모크라시(Israeli Democracy)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 유대인들 중 50%가 서안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행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런 이스라엘의 우경화는 이스라엘 내 대표적인 소수 진영인 이스라엘 내 아랍인들을 이스라엘 시민에서 배제함으로써 이스라엘계 아랍 진영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불안정한 ‘무지개 연정’ 
중도 정당 예쉬 아티드당의 라피드와 극우 정당인 야미나당의 베네트가 주축이 된 새 정부는 정부 구성 신임 투표에서 알 수 있듯이 120석 중 60석의 찬성표를 얻으며 가까스로 출범하였다. 라피드-베네트 정부에는 중도 우파인 이스라엘 베이테이뉴, 좌파 노동당, 극우파 뉴호프, 중도 좌파인 메레쯔, 그리고 아랍계 이슬람주의 정당인 라암 등이 참여한 빅텐트(Big Tent)정당이다. 즉 그동안 전통적으로 이념 포지션이 분명한 원내 제1당 중심의 연립 정부라기 보다는 일종의 반(反) 네타냐후 명분 하에 급조된 일종의 탈이념 연립정부이다. 새 연립 정부는 로테이션 내각(Rotation Cabinet)이다. 정부 집권 전반기 2년은 베네트가 총리를, 라피드가 외무장관직을 맡기로 하였고, 집권 후반기에는 라피드가 총리를, 베네트가 외무장관직을 각각 맡기로 하였다. 이런 점에서 라피드-베네트 연립 정부는 이전 네타냐후 연립정부에 비해 상당히 불안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연립 정부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야미나당의 경우 겨우 7석을 차지한 원내 제4 당임에도 불구하고, 당수인 베네트가 전반기 총리직을 맡음으로써 새정부의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아울러 극우 성향의 베네트와 중도 실용주의 성향의 라피드 간에 국내외 정책에 대한 선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하여 두 국가 해법(Two State Solution)에 있어 베네트는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 건설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심지어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의 60%에 해당되는 Area C(이스라엘 실지 관리 지역)를 이스라엘 영토에 합병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스라엘 극우파 진영의 전통적인 정치 아젠다인 영토확장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해 상당히 온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라피드의 대(對)팔레스타인 정책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런 정치 노선상의 균열과 함께 이스라엘 연정에 최초로 아랍계 정당인 라암이 참여함으로써 연립 정부의 구조적 취약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라암 정당은 아랍계 이슬람주의 정당으로 '두 국가 해법'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현재 가자 지구(Gaza Strip)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와 정치 노선을 같이 하고 있는 이슬람주의 정당이다. 따라서 극우 정당인 야미나와 이슬람주의 정당인 라암이 새 연립 정부에 공동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 부자연스러운 정부 구성이자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이질적인 정당들 간의 조합이다. 이런 점에서 라피드-베네트 연립정부는 어느 연립 정부보다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즉 이-팔 분쟁이 본격화되고, 서안 지구의 이스라엘 영토화 정책이 강화될 경우, 연립 정부 참여 정당들 간의 균열은 분명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연립 정부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 정치 지형 전망
1990년대 오슬로 협상의 실패는 2010년대 이후 급속한 이스라엘의 우경화를 추동하였다. 이런 우경화의 가운데에는 네타냐후가 있었다. 지난 12년 이상 집권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우파 진영이 이스라엘 정치 지형에서 다수를 점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비록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는 하나, 현재 개인 부패 혐의와 관련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고,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다면 언제든지 그의 정치적 재기는 가능하다. 비록 네타냐후의 장기 집권이 이스라엘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와 이-팔 평화의 비관론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시멘트 지지층이라고 불려지는 네타냐후에 대한 강력한 지지층은 어느 정치인들보다 강력한 팬덤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라피드-베네트 연정의 견고성과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스라엘 정부의 구조적 불안정성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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