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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군 철수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세력 확대: 타지키스탄 안보 위험성 증대

타지키스탄 정세진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교수 2021/07/29

미군 철수로 아프가니스탄 북부에서 탈레반 세력 급속히 확대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군이 철군을 결정하면서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탈레반이 그동안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통제하던 많은 지역을 탈환하면서 이 지역 안보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2001년 911 테러로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면서 집권 세력이던 탈레반이 격퇴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년 만에 미군과 NATO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최종 결정하고 탈레반 세력이 정부군을 공격하면서 탈레반이 통제하는 지역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무너질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4월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인 조 바이든(Joe Biden)은 911 테러 20주년이 되는 9월 11일까지 미군을 전격 철수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NATO도 미국의 입장에 발맞추어 동시 철군 방침을 결정했다. 미국은 이어 5월에 아프가니스탄 내 주둔군의 수를 약 3,000명 정도 점진적으로 감축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러한 미군 철군을 기회로 탈레반이 세력을 확산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월 25일 백악관에서 아쉬라프 가니(Ashraf Ghani) 아프간 대통령과 압둘라 압둘라(Abdullah Abdullah) 아프간 고위 국가화해위원회 의장에게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며 아프간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형식상의 약속을 하였지만, 동시에 아프간 국민들이 미래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런데 지난 7월 1일 미군은 한밤중에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갑작스러운 전격 철수를 감행했다. 현재 탈레반이 행정 구역에서 어느 정도까지 통제권을 장악하고 있는지는 언론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은 탈레반은 행정구역 398곳 중에서 거의 절반인 193곳, 인구로는 1,152만 명(전체 인구의 약 35%)을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UN의 데보라 라이언스 아프가니스탄 특사는 6월 21일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탈레반 반군이 지난 5월 이후로 370개 지역 중 50개가 넘는 곳을 새롭게 장악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탈레반 장악 지역이 각 주(Province)의 수도들을 둘러싸고 있는 지역이라 미군과 나토군이 완전 철수하게 된다면, 주의 수도가 탈레반에 의해 점령될 수 있다.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WP)는 아프간 북동부 바다흐샨(Badakhshan)의 28개 지구 중 하나를 제외한 전 지역이 탈레반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수치 보다도 탈레반이 더 많은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미국의 유럽, 중동관련 국제방송사인 자유유럽방송(RFE/RL, 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은 탈레반이 421개 지구(district) 중 약 3분의 1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근거지인 남부 지역에서 북부 지방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바다흐샨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데, 탈레반 전사들은 현재 바다흐샨의 수도인 파이자바드의 관문에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레반이 북부 지역을 장악한다면 중앙아시아 안보의 불안정성이 증대될 수 있는데, 그것은 아프가니스탄의 북부가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과 접해 있는 국경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중앙아시아로 가는 관문 지역이다. 200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당시 미군이 지원하던 아프가니스탄 북부 동맹의 강력한 요새가 북부 지역에 포진되어 있었다. 당시 북부 동맹은 탈레반을 와해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2001년 당시 탈레반은 북부 지역을 통제하지 못했다. 카불의 싱크탱크인 아프가니스탄 애널리스트 네트워크(Afghanistan Analysts Network)의 분석에 따르면 북부 지역에서의 탈레반의 전략은 이 지역에서 탈레반에 저항하는 세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탈레반은 미군 주도의 국제군이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철수한다는 방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군사적 공세에 나섰다. 

바그람 공군기지에서의 미군 철수 이전에 이미 탈레반은 북부 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유라시아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라시아넷(Eurasianet)은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탈레반이 학살 행위를 벌이고 있고, 현재 아프간 내 불안정성이 주변 국가까지 파급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소속 군인들이 북부 지역 탈레반의 공세로 타지키스탄으로 월경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6월 22일 타지키스탄 국가안보위원회(GKNB, State Committee for National Security)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134명이 아프가니스탄-타지키스탄 국경 근처인 쉬르 칸 반다르(Shir Khan Bandar) 도시에서 타지키스탄 영내로 피신했다고 발표했다. 탈레반이 이 지역에서 정부군에게 군사 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6월 27일에는 17명의 군인이 타지키스탄으로 피신했다. GKNB는 7월 5일, 탈레반 군의 압도적인 공격에 직면한 1,037 명의 정부군이 타지키스탄 국경을 넘어 탈출을 감행했다고 발표했다. 이 군인들은 타지키스탄과 910 km의 국경을 접하고 있는 바다흐샨 주를 가로질러 다수의 지역에서 국경을 넘어왔다. 타지키스탄 국경 수비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피신한 정부군을 휴머니즘과 좋은 이웃이라는 원칙으로 수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7월 초 바다흐샨의 수도인 파이자바드는 탈레반에 의해 완전히 포위된 상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7월 5일자 보도에서 미국이 건설한 ‘쉬르 칸 반다르’ 국경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으며, 탈레반은 이 지역에서의 교통망이 유지되도록 타지키스탄과 합의했다고 보도하였다. 이 신문은 탈레반 대변인과의 대담을 실었는데, 대변인은 국경에서의 세관 작업이 이전과 같이 동일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신의 일을 있는 그대로 하세요. 세관 날인도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사업가, 상인, 일반인에게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우즈베키스탄 외무성도 6월 23일, 53명의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민병대가 우즈베키스탄 국경을 넘어 들어왔다고 확인했다. 그런데 우즈베키스탄 당국자들은 이들을 심문하고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돌려보냈다고 발표했다. 정부군이 국경 너머로 피신하는 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대처 방식이 달랐다. 
   
RFERL은 타지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의 70% 정도를 탈레반이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타지키스탄 정부도 현재 탈레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2만 명의 추가 병력을 동원, 국경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더해 타지키스탄 국방부와 내무부는 테러, 극단주의 및 불법 마약 단속에 더 강력히 나섰다. 
   
아프가니스탄 관리들은 미국의 철수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낙관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주 동안 탈레반 세력이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하는 상황을 볼 때, 탈레반 세력이 이른 시일 내에 아프가니스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군과 민병대가 이웃 국가로 도피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타지키스탄 대표단은 7월 1일 미국-타지키스탄 연례 양자 협의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면서 안보를 강조했다. 그러나 양국 성명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은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공동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시나리오는 이미 포기한 상태이다. 7월 2일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에 미군과 함께 일했다는 이유로 보복당할 수 있는 최대 9,000명의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일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 미국은 또한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영토가 정보, 감시, 정찰 작전의 기지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사항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의 북부 지역 통제로 타지키스탄 안보 불안 증대
탈레반 세력이 강화되면서 가장 긴장을 하는 국가는 타지키스탄이다.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은 총 1,357km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다. 타지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의 현 정부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탈레반 세력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권력을 장악한다면 타지키스탄의 안보가 매우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타지키스탄은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유입되는 마약이 타지키스탄을 통해 각 국가로 유입되는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해왔다. 탈레반이 집권한다면 불법 마약 문제 또한 매우 강력하게 대두될 것이다. 
   
현재 타지키스탄은 곧 있을 아프가니스탄 난민 유입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월경한  정부군에게 식량과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7월 5일 국가 최고안보회의를 긴급하게 개최하고 2만 명의 예비군 장교를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으로 이동 배치하라고 국방부에 명령한 상태이다.  
   
라흐몬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의 대통령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긴급한 상황에 대해 논의 중이다. 현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타지키스탄을 포함하는 러시아 주도의 군사 동맹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의 양자 협력 기반을 토대로 타지키스탄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공언한 상태이다.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타지키스탄에 군대를 주둔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타지키스탄으로서는 안보 상황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소련 해체 이후부터 타지키스탄에 군대를 주둔시킨 러시아는 지난 2012년에 재차 타지키스탄과 협정을 체결하여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타지키스탄에 러시아 201 보병 사단 약 7,000명이 주둔하며 타지키스탄의 3개 지역에 군인들이 분산되어 있다. 러시아 보병 사단은 수도에서 서쪽으로 10Km 정도 떨어져 있는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국경에서는 북쪽으로 약 170km 떨어져 있다. 두샨베 외곽의 공군기지와 남쪽의 칼톤 지역에 2개의 기지가 있다. 2012년 10월에 러시아와 타지키스탄은 2042년까지 30년간 201 보병 사단을 연장 주둔하는 군사 협력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당시 협정을 체결하면서 타지키스탄에 5년 이내에 12억 달러(한화 약 1조 3,890억 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번 탈레반 세력의 확대로 아프가니스탄과 144㎞의 국경을 맞댄 우즈베키스탄의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도 7월 5일 푸틴 대통령과 같은 문제로 통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에서 탈레반과 관련하여 가장 군사적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국가는 타지키스탄이다. 러시아는 꾸준히 타지키스탄에 군사용 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이는 아프가니스탄 북부 지역의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전투용 및 수송용 헬리콥터를 배치하는 일도 그런 것 중의 하나이다. 러시아는 Mi-24P 공격용 헬리콥터와 Mi-8MTV 수송용 및 전투용 헬리콥터를 타지키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201 차량화 보병사단에 배치하고 있다. 
    
그런데 타지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을 보호하는 듯한 행동을 취하자 탈레반은 타지키스탄 정부에 국경 안보는 위험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탈레반의 대변인 자비울라 무야히드(Zabiullah Mujahid)는 7월 6일자 러시아 국영 매체인 스푸트니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타지키스탄의 안보와 불가침성을 존중한다고 약속했다. 타지키스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국경 안전이 유지될 것이며, 탈레반은 그 어떤 간섭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타지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은 전략적 중요성을 가지고있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이 지역이 CSTO와 독립국가연합(CIS, 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남부 국경의 안보를 보장하는 주요한 지대가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타지키스탄은 정기 군사 훈련을 하고 있는데, 타지키스탄 남부, 즉 아프가니스탄 북부에서의 군사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다.  2021년에도 4차례 군사 훈련 계획이 있다. 이번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불안한 정세가 나타나자마자 비합법적인 무장 단체의 침입과 관련된 시뮬레이션 시나리오에서 공격용 헬기에 대한 훈련이 실시되었다. 이 시뮬레이션에는 Mi-24 공격 헬기 2 대, Mi-8MTV5-1 수송 헬기 2대, 군인 약 100명이 배치됐다. 시나리오에 따른 공습의 결과로 차량 호송, 발사 위치, 무기 및 탄약 보관함 15개 이상의 지상 표적이 파괴되었다. 

향후 전망
향후 타지키스탄 안보 상황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떤 세력이 안정적으로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지, 또는 어느 기간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불안정한 정치 체제가 지속될 것인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중앙아시아 지역 안보, 특히 타지키스탄에서의 안보의 불안정성은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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