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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마꿰레꿰레(makwerekwere)와 아프로포비아(Afrophobia)

남아프리카공화국 장용규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학부 교수 2021/07/29

“아, 마꿰레꿰레(Mkewerekwere)! 
이 나이지리아 놈들은 모두 범죄자야! 
이 놈들은 마약 거래가 없어 한가할 때는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 가! 
이 놈들은 우리 집을 빼앗아 가! 
우리 여자를 빼앗아 가!
모든 외국인은 이 나라를 떠나야 해!”
피우스 아데산미(Pius Adesanmi, 나이지리아 문학가)
남아공 제노포비아 관련 기고문에서 발췌


“좋은 인도인은 죽은 인도인이다
(A good Indian is a deadIndian).”
품라니 음페카(Phumlani Mfeka, 남아공 사업가)의 말

“외국인은 아마제제(Amazeze)이다. 
당장 짐을 싸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라…
 남아공에 거주하는 자체가 사악한 동기를 갖고 있다.”
굿윌 즈웰리티니(Goodwill Zwelithini, 줄루 왕)의 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아프로포비아(Afrophobia)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인종차별의 역사는 근대 국가의 시작과 함께 한다. 남아공에 국가 체제가 들어선 1910년 이후 남아공을 지배해 온 백인 정착민은 아프리카인을 차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 왔다. 그 정점은 1948년에 시작된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였다. 유색인종을 백인으로부터 제도적으로 ‘분리(Apart)’했던 이 정책은 1994년 민주정부가 들어 설 때까지 남아공 유색인종을 폭력적으로 차별해 왔다. 

1994년에 들어 선 민주정부는 ‘시무니에(Simunye, 우리는 하나다)’와 ‘무지개 국가(Rainbow Country)’ 등 국가 통합을 위한 슬로건을 내세웠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식 인본주의를 강조하는 ‘우분투(Ubuntu)’를 강조하며 남아공 내 인종 화합과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백인 지배 세력과의 화해를 위해 설치한 ‘진실과 화해 위원회(TRC, Truth and Reconcilation Committee)’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킨 남아공 국민은 과연 단결과 화합의 원칙 아래 미래지향적인 국가 건설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상적인 국가 통합의 노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1994년 이후, ‘무지개 국가’에서는 인종간 대립과 갈등이 꾸준히 불거져 왔다. 과거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의 향수에 젖은 채 사회·경제적 우월감을 과시하는 백인 정착민, 사회적 지배력을 장악했지만 가난과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프리카인, 그 중간에 끼어 백인과 아프리카인의 질시와 차별을 받는 아시아(인도)인 등 남아공에서 인종 사이의 대립은 법적으로 금지되었지만 일상적 차별과 대립을 체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새천년이 시작되면서 남아공에서는 기존의 인종 대립에 또 다른 인종 차별 패러다임이 더해지기 시작한다. 외국인 혐오 현상이 등장한 것이다. 특히 남아공 아프리카인이 대륙 내 다른 국가 출신 아프리카 이주민을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일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를 제노포비아(Xenophobia, 인종 혐오)의 남아공 버전인 아프로포비아(Afrophobia, 아프리카인 혐오)라고 부른다. 아프로포비아는 1994년 민주정부가 들어 선 이후 꾸준히 발생했다. 특히 새천년 이후 아프로포비아는 우려할 만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8년에 아프로포비아에 의해 남아공에서 살해 당한 외국 아프리카인의 수는 67명에 달했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에 21명의 남아공 아프리카인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마꿰레꿰레’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마꿰레꿰레와 남아공 경제, 아프로포비아마꿰레꿰레는 ‘알아 들을 수 없는 말(kwerekwere)’을 ‘하는 사람들(ama-)’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의 기원은 알 수 없다. 다만 오래 전부터 남아공 아프리카인은 자신들이 알아 듣지 못할 말을 하는 외국 아프리카인을 ‘마꿰레꿰레’라고 표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외국 아프리카 이주민을 가리키는 다른 표현으로 ‘샹간(Shangaan)’과 ‘아마제제(Amazeze)’ 등이 있다. 샹간은 남아공에 가장 많이 들어와 있는 모잠비크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며, 아마제제는 ‘거머리’라는 뜻을 갖고 있다. 모두 외국 아프리카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남아공 아프리카인은 타 아프리카 국가 이주노동자/난민을 하나로 묶어 남아공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꼽는다. 마꿰레꿰레는 남아공의 극심한 빈곤과 실업률, 범죄율, 마약 거래의 원흉이며, 심지어 남아공인의 ‘아내(남편)와 여자(남자) 친구를 훔쳐 가는 놈들’로 간주된다. 따라서 남아공 아프리카인의 입장에서 마꿰레꿰레는 남아공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주범이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자들을 주기적으로 처벌해 사회 정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꿰레꿰레가 부정적 의미를 갖게 된 것은 남아공의 경제 환경과 맥을 같이 한다. 1994년 이후,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를 이끌어 온 선도국이었다. 과거 식민 경제에서 시작해 아파르트헤이트를 거치면서 형성된 산업화로 인해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보기 드문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타 아프리카 국가에서 남아공으로 이주노동자 유입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민주정부 이후 남아공 경제는 해마다 3~4%의 GDP 성장률을 보여왔다. 정점은 2005~2007년으로 각각 5.3%, 5.6%와 5.4%의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점으로 남아공 경제는 점진적인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외적 상황이기는 하지만 2020년에는 –19%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성장 둔화는 실업률과 빈곤, 범죄의 증가라는 연쇄작용을 불러왔다. 이 연쇄작용은 남아공 아프리카인의 삶의 질에 직격탄이 되었다. 조사 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현재 남아공 실업률은 약 30~65% 사이로 한계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높은 실업률과 함께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에 시달리는 계층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의하면 2020년 기준 남아공의 인권개발지수(HDI, Human Development Index)는 전 세계 189개 국가 중 114위를 차지했다. 남아공의 상류층 10%가 국가 수입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최빈층 40%의 수입은 7.2%에 불과하다. 이는 과거 아파르트헤이트 시절부터 이어져 온 현상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는 상류층 10%에 적지 않은 아프리카인 엘리트 계층이 새로 진입했다는 차이 뿐이다. 마찬가지로 남아공 국민 중 국제 사회 기준으로 최저 빈곤선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비율은 18.9%(약 1,100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의 한 달 수입은 1인당 55달러(한화 약 6만 3,200원)에 불과하다. 


<그림 1> 1994-2018년 사이의 남아공 GDP 성장률
*자료: TRADINGECONOMICS.COM / STATISTICS SOUTH AFRICA



아프리카인이 주인이 된 민주정부가 들어서기는 했지만 거시 경제 지표는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의 사회·경제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오히려 10% 상위층과 대다수의 하위층 간의 불평등 수치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남아공 아프리카인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이 외국 아프리카인의 이주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앞에 소개한 남아공의 사회적 유력인사들이 내뱉는 외국인 혐오 발언이 자극이 되었음은 자명한 일이다. 마꿰레꿰레에 대한 경각심과 혐오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이런 역학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외국 아프리카인 혐오 현상, 즉 아프로포비아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사실 아프로포비아는 민주정부가 들어선 1994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주정부 초기부터 남아공 산업 단지가 밀접해 있는 가우텡(Gauteng) 주에서는 간헐적으로 중부와 서부 아프리카에서 이주해 온 이주 노동자에 대한 폭행 사태가 발생했다. 아프로포비아가 전면적으로 부상한 것은 2008년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 인근 타운십인 알렉산드리아(Alexandria) 폭동 사태였다. 알렉산드리아는 아프리카인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공간으로 남아공 아프리카인과 외국 아프리카인 노동자 사이에 폭력이 발화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 사건으로 적어도 60명 이상의 거주민이 살해되었고 수천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2015년에는 남아공 최대 항구도시 더반(Durban)에서 유사한 폭력사태가 발생해 5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3월, 줄루 왕 즈웰리티니는 남아공에 체류 중인 외국인(특히 외국 아프리카인)을 ‘아마제제’라고 부르며 외국인은 ‘당장 짐을 싸서 돌아가라’고 공식적인 언급을 했다. 나중에 ‘오해’라고 변명하기는 했지만 줄루 왕의 발언은 아프로포비아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최근 2018년 3월에서 2019년 4월 사이에는 아프로포비아로 인해 약 200명이 사망했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트럭 운전자였다. 남아공 트럭운전자협회는 이 사태의 책임을 외국 아프리카인 운전자에게 돌리며 ‘진절머리가 나며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 가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2019년 9월에는 남아공에서 가장 큰 두 도시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나 외국 아프리카인 12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에 달하는 난민이 발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보다도 어쩌면 더 위협적일 수도 있는, 남아공 아프로포비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과 같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말 남아공 아프리카인이 생각하듯 남아공의 높은 실업률과 사회적 불안은 외국인 노동자가 유발한 것일까? 

남아공 이주노동자와 경제구조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아프리카 이주노동자의 대부분은 저임금 육체노동자이며, 80% 가량이 아프리카 대륙 출신이다. 이중 남아공은 대륙 내 이주 노동자가 가장 선호하는 최종 정착지로 알려져 있다. 남아공의 산업화와 경제력, 상대적으로 양호한 사회 시설 등은 많은 외국 아프리카인 노동자를 끌어 들이는 역할을 했다. 이 외국 아프리카인은 당연히 일자리를 찾아 남아공에 들어 왔다. 이들은 남아공 아프리카 노동력에 비해 양질의 값싼 노동력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어 고용 시장에서 선호하는 노동력이다. 

2018년 기준, 남아공은 노동 가용 인구 3,500만 명 중 약 62% 가량이 고용되어 있는 반면, 외국인 노동자는 79%에 가까운 높은 고용 비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남아공 국민 실업률은 41%(2011)로 외국인 노동자(22.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단순히 고용과 실업률을 비교해 보면 남아공 아프리카인이 분노할 만하다. 하지만 남아공의 노동 구조를 보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남아공 고용 시장에서 자국 아프리카인 노동력 고용 비율은 절대적이다. OECD와 ILO의 2018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남아공에 고용된 노동력 중 82%가 남아공 아프리카인인 반면, 외국 아프리카 노동자 비중은 4%에 그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남아공에 약 400만 명 가량의 외국 아프리카인 노동자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즉, 남아공 고용 시장에서 외국 아프리카인 노동자 400만 명 중 79% 가량이 고용되어 있어 절대 수치에서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적은 비중이다. 따라서 남아공의 아프로포비아는 외국인 노동자가 남아공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기 때문이라는 변명은 진부하기만 하다. 

“외국인 노동자 때문…”이라는 진부한 변명과 정부의 대책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남아공의 사회·경제 분석가들은 외국인 혐오 현상이 범죄에 가까울 정도로 터져 나올 것을 예견하고 있다. 실제로 남아공 인간과학연구위원회(Human Sciences Research Council)는 2017년 보고서에서 ‘남아공인 4명 중 3명은 이주 노동자들이 직업을 빼앗아가고 질병을 퍼트리며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남아공에 외국인에 대한 불신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이한 점은 남아공 아프리카인들이 타겟으로 삼는 외국인 집단이 선별적이라는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 계층이 인구의 다수를 구성하는 남아공에서 이들의 직접적인 분노 표출은 외국 아프리카인과 아시아(인도인)에 집중된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간헐적인 인도인 사회에 대한 공격과 민주정부 이후 발생하는 아프로포비아는 이를 잘 보여 주는 사례이다. 다인종·다문화의 공존과 화합을 강조해 온 남아공 정부도 아프로포비아의 사회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아프로포비아는 단순히 남아공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외교 문제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로포비아의 희생자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와 짐바브웨, 모잠비크 국민은 남아공을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한다. 이들 국가는 과거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반정부 투쟁을 이끌었던 남아공 아프리카인들을 수용하고 보호해주었던 역사가 있다. 이들 국가는 과거의 은혜를 폭력으로 되갚는 남아공에 서운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아프로포비아가 남아공의 위상을 추락시킨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외국 아프리카 이주민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라는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남아공 정부는 아프로포비아 근본 해결책 중 하나로 고용률을 높여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2030 국가발전계획(NDP, The 2030 National Development Plan)은 남아공의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 발전 계획이다. NDP는 2030년까지 GDP 성장률 두 배, 공공분야 2,400만 일자리 창출을 통해 실업률 6% 유지, 빈곤과 불평등 해결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용률 상승과 빈곤 해결은 외국인 혐오 현상을 종식시키는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2020년 초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GDP 성장률이 –19%를 보이고 있는 돌발 변수는 NDP 달성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남아공 아프리카인의 사회적 분노가 ‘손쉬운 먹잇감’인 외국 아프리카 노동자에게 향하는 것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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