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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아시아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우루과이에 주는 숙제

우루과이 Diego Telias Universidad Católica de Chile & Universidad ORT Uruguay - 2021/07/30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우루과이는 독립 이래로 주요 항구인 몬테비데오(Montevideo)의 중요성과 꾸준한 이민자 유입을 통해 전 세계와의 높은 연계성을 유지해 온 국가이다. 남미의 소국인 우루과이는 21세기에 들어 라틴아메리카로 통하는 관문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자 했지만, 이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단순히 이전까지 다양한 정부가 추진해 온 무역 자유화 조치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루과이의 무역 개방에 관해 주목할 만한 점은 과거 광역전선(Frente Amplio, 2005년부터 2020년 3월까지 집권한 중도좌파 정당) 정부와 국민당(Partido Nacional, 우파 정당)의 연합체인 다색연합(Coalición Multicolor)을 이끈 중도우파 정당)의 루이스 라카예 포우(Louis Lacalle Pou)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 모두 자유무역협정(FTA)의 추진 가능성을 저울질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15년 전 미국과의 FTA 추진 관련 논의와 2018년 칠레와의 FTA 비준에 대한 논란에서 볼 수 있듯, 현재 우루과이 국내 정계에서 FTA의 적절성에 대한 폭넓은 합의는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다(López 2021). 따라서 일부 협상에서 진전이 있다 하더라도 해당 합의의 종류와 비준 시 의회 구성에 따라 시행의 여부와 형태가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 

한편, 광역전선의 타바레 바스케스(Tabaré Vázquez) 전 정부와 라카예 포우 현 정부 모두 메르코수르(Mercosur, 남미공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바 있다. 하지만 자유주의 이념과 수출 부문 지원을 통해 무역 자유화를 추진하는 현 정부의 경우 메르코수르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공격적 전략을 사용할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우루과이 정부가 2021년 6월 정상회의에서 제3 국들과의 무역협정을 단독으로 추진할 의사를 공표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AFP 2021).

본고에서 필자는 정부와 메르코수르의 최근 동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에 있어 우루과이가 잡을 수 있는 기회와 이를 위해 해결해야만 하는 도전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브라질이 메르코수르의 임시 의장국 역할을 하는 앞으로의 몇달간이 우루과이의 미래 행보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현재 예상으로는 친개방 성향의 국내 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중국과의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메르코수르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했지만 현재 각국에서의 진전 속도가 다른 한국과의 무역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자세히 관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우루과이가 추진하는 무역 개방에는 두 가지의 궁극적 장벽이 존재한다. 첫째는 다른 메르코수르 회원국과의 협상 없는 FTA 추진에 대한 체제상의 제약이고, 둘째는 국내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협정 관련 논란이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동아시아와의 관계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기회
아시아에서 우루과이로 대규모 이민 유입이 발생한 적이 없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볼 때 우루과이와 동아시아 간 관계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1970년대에 이미 중국을 승인한 주변국들에 비해 우루과이는 1988년에 이르러서야 중국을 국가로 승인하여 대중 수교도 상대적으로 늦었다(Raggio 2020). 하지만 최근 십년간 상호 무역량이 증가하면서 중국은 우루과이 경제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국가로 부상했고(그림 1 참조), 현재 우루과이 수출액의 27.5%가 중국을 대상으로 할 정도로 활발한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다(Uruguay XXI 2019). 양국 관계는 무역 외 부문의 협력을 통해서도 진전되어 왔는데, 특히 중국 기업인 중국기계설비공정(China Machinery Engineering Corporation)이 우루과이 북부에서 대규모 전력설비 건설 프로젝트에 진출하는 등의 투자 유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림 1> 우루과이의 對중국 무역규모(단위: 1,000달러)
* 자료: Trade Map


이에 따라 우루과이의 대중관계는 최근 몇년간 더욱 돈독해졌다. 바스케스 전 대통령은 2016년에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으며,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Belt and Road Initiative)과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and Investment Bank) 설립을 지지했다. 두 국가 도시 간 자매결연이 증가하고(Raggio 2021) 최근 충칭과 광저우에 우루과이 영사관이 신설되는 등 단순히 양국 집권당 간의 정치적 제스처를 넘어서는 친교의 사례가 다수 나타나는 중으로, 이러한 맥락에 따라 중국과의 FTA 체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수교는 20세기 초반에 이루어졌다. 특히 2021년은 일본과의 수교 100주년이 되는 해로, 앞으로 몇 달 내에 대통령의 방일이 예정되어 있다. 최근 수십년간 일본과의 정치적·외교적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고, 문화 교류에 더해 정부수반 및 국가원수 등 정계인사들의 상호 방문도 활발히 이루어졌다(De María and Telias 2020). 지난 2018년 12월에는 일본인의 우루과이 첫 이주 1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려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 총리로서는 최초로 우루과이를 방문한 바 있다.

지난 십년간 우루과이는 일본의 냉장 및 냉동 소고기 시장 진출을 요청해 왔으며, 다년간의 협상을 통해 2018년에 드디어 긍정적 성과를 낼 수 있었다. 2015년 바스케스 대통령의 방일 당시 일본과의 FTA 추진 안건도 논의된 바 있으나, 최근에는 해당 논의가 수면 아래로 사라진 상태이다. 

중국과의 압도적인 무역량과 비교했을 때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은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크지 않다. 2019년 우루과이의 수출액 중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달한 데 비해 태국, 일본,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그리고 베트남(<그림 2>의 무역통계 참조)의 비중은 각각 1% 미만에 이들을 다 합쳐도 2%를 넘지 못한다. 따라서 아세안(ASEAN) 회원국들을 비롯한 기타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 관계는 현재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다(Bartesaghi and Melgar 2020). 하지만 이들 국가들을 대상으로도 무역관계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루과이가 2018년에 주 인도네시아 대사관을 설치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그림 2> 우루과이의 동아시아 주요국 대상 수출규모 (단위: 1,000달러)
* 자료: Trade Map



한국의 경우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무역규모는 비슷하지만 현재 메르코수르 차원에서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해당 FTA 관련 협상은 2018년에 시작되어 몇 차례의 회의가 진행되었지만, 아르헨티나가 추진을 주저하면서 2020년에 이르러서는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다만 아직 회원국 각자의 단독 협상이라는 대안이 남아있으며(Sallé 2020), 협의 자체도 계속 진행되어 지난달에는 6차 협상이 실시되었고 차기 협상도 몇 개월 내에 성사될 전망이다. 우루과이의 육류 산업은 한국과의 FTA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반면(El Observador 2021), 아르헨티나 일각에서는 한국의 대규모 산업에 의한 시장 잠식을 우려해 협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 메르코수르 차원에서의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우루과이는 회원국들이 각자의 속도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원칙 하에 한국과의 협의를 주도하고자 한다.

풀어야 할 숙제: 메르코수르와 국내 정세
라카예 포우 정부는 이전 정부와 궤를 같이 하여 집권 초기부터 메르코수르의 유연성을 높이고자 했으나, 정부가 선택한 전략은 아르헨티나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ández) 대통령의 입장과 상충하는 것이었다. 메르코수르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는 2021년 3월에 확연히 드러났는데,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이 “메르코수르가 우루과이에 짐이 되고 있다”고 발언하자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if we are a burden, take another boat)”라고 응수했다(Mander 2021). 이 사건이 있은 후 우루과이는 브라질과 함께 메르코수르의 공동 역외 관세(CET, Common External Tariff)를 인하하고 각 회원국이 제3 국과 독자적으로 협상을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이에 따라 브라질 또한 메르코수르를 더욱 유연하게 만들고자 하는 우루과이의 노력에 동참하게 되었다(Rodríguez 2021). 

상기한 공동 역외 관세 인하안이 7월에 무위로 돌아가자, 우루과이는 이전까지의 합의된 관행 및 메르코수르의 32/00호 결정 내용에서 벗어나 제3국과 공동 역외 관세를 적용하지 않는 무역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전 관행에 따르면 회원국이 역외 국가 혹은 집단과 무역 협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타 회원국들의 공동 참여나 승인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는 우루과이-멕시코 FTA 협상 과정에도 적용된 바 있다. 하지만 우루과이의 프란시스코 부스티요(Francisco Bustillo) 외무장관은 32/00호 결정에는 강제력이 없다며 미래에 단독으로라도 협상을 강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Draper 2021).

따라서 앞으로 수개월간 우루과이의 행보와 더불어 역내 주요국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 브라질이 아르헨티나를 이어 메르코수르 의장국이 되면서 공동시장 내부에서 무역 자유화에 대한 상충적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점, 그리고 내년에 예정된 메르코수르 의회 선거에서 다수파가 교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역내 정세는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다. 이에 더해 메르코수르 회원국인 파라과이는 이미 단독 협상 강행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아르헨티나와의 마찰 가능성을 고려한 중국이 우루과이와의 협상 개시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미지수이다. 현재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우루과이가 중국과 함께 FTA의 예상 효과에 대한 타당성 연구를 실시하는 것이다(Albertoni 2021). 한편 한국과의 협상은 메르코수르의 기타 회원국도 결부되어 있는 문제이기에 우루과이가 기존 공동시장이 규정한 과정에 따를지, 아니면 단독으로 협상을 추진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무역협정에 대한 우루과이 내부 논의의 중요성도 잊어서는 안된다. 비록 현재 집권중인 연정 내에는 협상 추진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합의가 존재하지만, 야권인 광역전선(2019년 1차선거에서 39%의 득표율을 기록)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FTA에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렇듯 광범위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집권당의 구성에 따라 협상 및 비준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여론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할 것이다. 20년간의 협상 과정 끝에 대략적 합의에 성공했지만 일부 유럽 국가들이 아직까지 비준하지 않은 유럽연합(EU)-메르코수르 FTA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협상 자체가 마무리 된 이후에도 비준 과정에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 중국과 FTA를 체결한다고 해도, 합의된 내용에 따라 국내 정치적 논의가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한국과의 FTA의 경우, 협상이 일단 메르코수르의 틀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점, 그리고 한국의 경제 규모가 중국에는 미치지 못하는 점 등에서 국내 정세가 지니는 중요성이 비교적 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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