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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아세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 정치 대립 심화

동남아시아 일반 EMERiCs - - 2021/08/13

☐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위기에 몰린 무히딘 야신 총리

◦ 검은 깃발 시위 발발
- 지난 2021년 7월 31일 토요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가두 시위가 일어났다. 1,000명 이상이 모인 시위대는 항의의 뜻으로 검은 복장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검은 깃발을 든 채 마지드 자멕(Masjid Jamek) 사원, 브릭필드(Brickfields) 거리, KL센트럴(KL Sentral)역, 잘란 시예드 푸트라(Jalan Syed Putra) 거리 등 쿠알라룸푸르의 주요 지역을 지나며 행진을 벌였다. 
-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시위가 일어난 같은 시각, 조호르(Johor), 믈라카(Melaka), 피낭(Penang), 슬랑오르(Selangor) 등 다른 주에서도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으며,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멀리 떨어진 바다 건너 동말레이시아 지역의 사바(Sabah)와 사라왁(Sarawak)에서도 같은 시위가 일어났다. 
- 이번 시위는 ‘말레이시아 시민연대(SSR, Sekretariat Solidariti Rakyat)’가 조직했다. 시민연대는 ‘Keluar dan Lawan(나가자, 싸우자)’을 외치며 정부를 상대로 1) 무히딘 야신(Muhyiddin Yassin) 총리 퇴진 2) 국회 소집 재개 3) 모든 말레이시아인을 위한 부채 상환 유예 등을 요구했다.
- 시민연대는 이번 시위가 일회성이 운동이 아니며,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정부에 저항할 뜻임을 밝혔다. 실제로, 7월 31일 가두시위가 있기 전부터 말레이시아 곳곳에서 차량에 검은 깃발을 달고 경적을 울리는 항의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났으며 7월 중순에는 격무에 지친 방역 의료진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검은 옷을 입고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시위대는 자신을 ‘검은 깃발(Black Flag)’이라고 지칭하면서 조직적인 시위를 계속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 방역 실패와 통제 정책이 시민과 정치권의 반발 야기
- 정권 퇴진 운동이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실패였다. 말레이시아는 얼마 전까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 가운데 하나로 꼽혔으나, 2021년 7월부터는 방역에 철저히 실패한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 2021년 4월경부터 시작된 3차 대유행으로 1,000명대를 오갔던 일일 신규 확진자가 5월에는 5,000~9,000명으로 늘어났다. 당시에도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심각해 사실상 방역 실패국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6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신규 확진자 수는 7월부터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나 지금은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 5,000~2만 명 사이를 오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 문제는 2020년 초 내각 수장이 된 무히딘 야신 총리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여러 차례 이동 제한을 시행하고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는 사실이다.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국회 소집이 중단되며, 따라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없게 된다.
- 무히딘 야신 총리 임명은 당시에도 말레이시아 정치권이 예상하지 못했던 인사로 평가되며 ‘뒷문 인사’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게다가 무히딘 야신 총리는 임명 직후 지속적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발동했는데, 이에 정치권에서는 총리가 국가 비상사태 권한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불만이 누적되었다.
- 계속된 총리의 입법부 견제에 마침내 지난 2021년 7월 8일에는 말레이시아 최대 정당 통일말레이시아국민조직(UMNO, United Malay National Organization)이 무히딘 야신 총리를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 이에 말레이시아 법무부는 무히딘 야신 총리가 사임하기 위해서는 정식적인 불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각부 부처 장관도 정부 정책은 총리 단독 결정이 아닌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총리를 두둔하며 나섰으나 이미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시민과 정치권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독재 정권은 코로나19 팬데믹을 통제 수단으로 사용

◦ 태국에서도 정권 퇴진 시위 발생
- 말레이시아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정확히 일주일 뒤인 2021년 8월 7일, 이번에는 태국 수도 방콕에서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대는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쁘라윳 짠오차(Prayut Chan-O-Cha) 총리가 코로나19 방역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외치면서 정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수천 명에 이르는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총리 관저로 전진하자 태국 경찰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포했고, 이에 흥분한 시위대와의 충돌이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사망자는 없었으나 시위대와 경찰 측 모두 부상자가 발생했다.

◦ 군부 통제에 누적된 불만 폭발, 가짜뉴스 처벌법이 혼란 더해
- 쁘라윳 짠오차 정권에 대한 시민의 불만은 말레이시아보다는 좀 더 복합적이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지난 2014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이는 뒷문 인사로 비난받은 무히딘 야신 총리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이 원하던 총리가 아니라는 점과 국왕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말레이시아와 유사한 면이 있다.
- 이후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개헌을 통해 군부 정권이 사실상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여기서부터 야당과 시민 사회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또한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태국 왕실이 사치와 기행을 일삼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그러한 왕실을 군부가 비호하고 왕실은 그 대가로 군부 정권을 인정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태국 시민은 왕실 개혁과 민주화를 외치며 길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 그 결과, 군부는 하원 의원을 선출하는 지난 2019년 총선에서 패배했다. 정부가 상원 의원을 지명할 수 있도록 한 2017년 개헌 헌법 덕분에 정권 유지에는 성공했지만, 태국 국민 상당수가 군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동시에 추후 언제든지 정권을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확인했다.
- 이에 군부는 총선 직후 거대 야당으로 떠오른 미래전진당(Future Forward Party)을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를 빌미로 강제 해산시켰고, 이는 태국 국민의 민주화 운동이 더욱 격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 또한 군부는 2020년 2월 미래전진당을 해산시킨 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자 방역을 이유로 집합 금지와 이동 제한 명령을 내렸다. 이에 시민 사회에서는 군부가 시위 발생을 억압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반발했다. 또한 언론 역시 이동 제한 조치에 언론의 취재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태국 시민의 항의가 거세지자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개헌을 약속했지만 국회에서 발의된 개헌안 초안을 시민 사회의 요구를 거의 반영하지 않았고, 이에 정부에 대한 항의 시위는 이어졌다. 그리고 그때마다 태국 정부는 방역 조치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시위대를 진압했다.
- 한편, 최근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의 위험성을 과대포장하고 정부의 방역 노력을 훼손하는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고 말하며 가짜뉴스 유포자를 색출하여 처벌하는 가짜뉴스 처벌법에 서명했다.
-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과 시민 단체는 즉각 가짜뉴스 처벌법이 정부 비판 의견을 통제하고 의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태국 행정법원이 가짜뉴스 처벌법에 기존 언론법이 보장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가짜뉴스 처벌법의 효력을 중지시키면서, 군부 정권의 통제와 이에 반발하는 시민 사회의 갈등은 한층 더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 미얀마 군부는 방역을 정적 제압 무기로...국제 사회와의 마찰 심화
- 태국과 마찬가지로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이 사회·정치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 지난 2021년 2월 쿠데타로 미얀마를 통치하기 시작한 군부 정권은 최근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 군부 총사령관을 새 총리로 세웠다. 그리고 쿠데타 초기 약속과는 달리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국가 비상사태를 2년 더 연장하여 2023년 8월까지 국가 비상사태 체제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 여기에, 군부는 코로나19 방역을 군부에 대항하는 세력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정적을 제거하는 무기로까지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21년 7월 20일, 군부의 최대 정적인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국가 고문의 오랜 정치적 동료인 니얀 윈(Nyan Win) 민주주의민족연맹(NLD,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대변인이 군부에 억류된 상태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했다.
- 군부는 니얀 윈 대변인이 코로나19 감염 증세를 보이자 병원으로 이송했고 거기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군부가 쿠데타 이후 구속한 정치범을 구타하고 고문했다는 증언이 계속되고 있어 과연 군부가 니얀 윈 대변인에게 적절한 의료적 처치를 했는지는 의문스럽다.
- 실제로, 미얀마에서 활동 중인 여러 구호 단체 의료진은 미얀마 군부가 발표하는 코로나19 통계는 믿을 수 없으며, 실제 감염자와 사망자는 군부 발표 수치보다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군부가 친군부 성향의 인물에게만 약품과 산소를 제공하는 등 명백한 차별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등 국제 인권 단체와 각국 정부는 미얀마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으며,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인류 공동의 비극을 정치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 현재 동남아시아 지역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유행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까지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되었던 국가들도 이제는 사실상 방역 실패국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가운데, 그동안 여러 비난과 비판에도 정권을 유지하던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의 정부가 더욱 거센 반정부 시위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층 더 심화된 정치적 혼란은 가까운 시일 내 해결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France24, In Malaysia, the black flag movement challenges the government, 2021.08.05.
FMT News, ‘Black flag’ vehicle convoy in KL to protest govt’s handling of Covid-19, 2021.07.24.
Malaysiakini, LETTER | The flags of the matter, 2021.08.06.
Straits Times, Protesters in downtown Kuala Lumpur demand PM Muhyiddin's resignation, 2021.08.01.
Malay Mail, Black Flag convoy drive around KL to drum up support for July 31 protest, 2021.07.24.
Organization for World Peace, Anti-Government Protesters In Malaysia Face Sedition Laws, 2021.08.08.
Aljazeera, Jailed Myanmar politician Nyan Win dies from COVID, 2021.07.20.
Human Rights Watch, Myanmar: Junta Tribunals Impose 65 Death Sentences, 2021.07.21.
Military.com, Myanmar's Military Again Seeks to Replace Its UN Ambassador, 2021.07.20.
Borneo Post, Umno’s withdrawal of support outside Parliament has no legal impact on PM Muhyiddin, 2021.07.08.
Berita Harian, UMNO line 7 reasons to attract support for Muhyiddin, 2021.07.08.
Opindia, Thailand bans distribution of ‘fake news’ undermining its handling of Covid-19 pandemic, Thai media protests, says it curbs ‘media freedom’, 2021.07.31.
Bangkok Post, PM orders ban on 'fake news', 2021.07.30.
AP News, Residents: Myanmar leaders use pandemic as political weapon, 2021.07.30.
CBC News, Myanmar military extends state of emergency, promises vote in 2 years, 2021.08.01.
BBC, Myanmar: State of emergency extended with coup leader as PM, 2021.08.01.
Foreign Policy, As COVID-19 Spikes, Thailand Goes After the Press, 2021.08.02.
CNN Indonesia, UMNO Urges Malaysian PM To Resign Due To Pandemic Management Failure, 202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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