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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빅데이터로 보는 이란 라이시 내각 출범 이슈 추이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EMERiCs - -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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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보수강경파 정권 공식 출범
2021년 6월 치러진 이란 대선에서 득표율 62%로 압승을 거둔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당선자가 8월 5일 공식으로 이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의 측근으로 이란 사법부 수장을 맡았으며, 보수강경파의 대표적 인물이다. 라이시 대통령은 또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뒤를 이을 유력 후보로 여겨진다. 
 
한편 중도파 및 개혁파 후보 중 유력 인물들이 후보 자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데 따른 반발로 중도 및 개혁파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고 코로나19 유행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투표율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최저인 48.8%에 그쳤다. 유일하게 출마한 중도파 후보인 압돌나세르 헴마티(Abdolnaser Hemmati) 전 이란중앙은행 총재는 득표율 8.38%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강경보수파 정권 수립으로 현재 진행 중인 이란 핵협상의 향후 추이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라이시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선 직후 이란의 국익이 보장되는 한 핵협상을 지지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미국을 ‘오만하고 억압적인 세력’으로 규정하는 등 미국에 대해 강경한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라이시 대통령은 2016년 단교한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회복하고 폐쇄된 주사우디 이란 대사관을 다시 열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이웃 국가와의 관계 개선 의사를 드러냈다.

라이시 대통령, 강경보수파가 주축이 된 새 내각 발표
2021년 8월 8일 라이시 대통령은 모함마드 모크베르(Mohammad Mokhber) 이맘 호메이니 명령집행기구(Execution of Imam Khomeini’s Order) 대표를 수석 부통령으로 임명하며 차기 행정부 구성 작업을 시작했다. 모크베르 부통령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가까운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수석 보좌관으로는 골람호세인 에스마일리(Gholamhossein Esmaili) 이란 사법부 전 대변인을 임명했다. 라이시 대통령과 모크베르 부통령, 에스마일리 수석 보좌관 모두 미국 또는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 명단에 올라 있다.

이어 라이시 대통령은 8월 11일 새로운 내각 명단을 이란 의회에 제출했다. 총 19명으로 구성된 신임 내각은 보수강경파 인물들이 주축이 되었으며, 모두가 남성이다. 장관 후보자 중 약 절반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이란 대통령이었던 보수강경파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Mahmoud Ahmadinejad) 전대통령 정부에서도 장관직을 지낸 바 있다.

차기 행정부에서 핵합의 복원 협상을 주도할 외무부 장관으로는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얀(Hossein Amir-Abdollahian)이 지명되었다. 아미르 압돌라히얀 지명자는 아흐마디네자드 정부 아래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냈으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와 가까운 관계로 알려져 있다.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정부가 출범한 뒤인 2016년 아미르 압돌라히얀 지명자는 모함마드 자바드자리프(Mohammad Javad Zarif) 외무부 장관에 의해 외교관직에서 물러났으나, 의회 대변인의 외교 부문 자문관으로 활동했으며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도 외교적 자문을 제공해 이란이 아시아 국가와 가까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협상이 금기가 아니라고 언급한 아미르 압돌라히얀 지명자는 엔리케 모라(Enrique Mora) EU 외교안보 사무부총장과 만나 핵합의 복원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아흐마디네자드 정부 시기 석유부 차관으로 미국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자바르 오이지(Javad Owji)를 석유부 장관으로 임명했으며, 신임 내무부 장관으로는 IRGC 장성 출신으로 역시 아흐마디네자드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냈던 아흐마드 바히디(Ahmad Vahidi)가 임명되었다. 바히디 장관 임명자는 이란 핵개발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EU와 미국의 제재 대상 목록에 올라 있으며, 1994년 아르헨티나 테러 사건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인터폴의 수배를 받고 있다. 경제부 장관으로는 대중영합적 경제 정책으로 유명한 에흐산 칸두지(Ehsan Khandouzi) 의원이 지명되었으며, 미국과 영국에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수입을 금지하는 의회 결의안에 참여한 바흐람 에이놀라히(Bahram Einollahi) 의원이 신임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 계기로 러시아·중국과 협력 강화
라이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미국의 대(對)이란 압박 강화,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같은 외교적 과제에 직면했다. 8월 13일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Quds Force)과 협력하여 이란에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판로를 제공한 혐의로 오만 사업가인 마흐무드 라쉬드 알하브시(Mamhoud Rashid al-Habsi)와 알하브시가 운영하는 4개 기업을 미국의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한편 라이시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와 탈레반(Taliban) 정권의 수립을 미국의 대이란 포위망 약화로 보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Kabul)을 함락한 직후인 8월 16일 라이시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패배’했다고 언급하며 미군 철수를 계기로 아프가니스탄에 평화가 정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밝혔다. 

이란은 또한 탈레반의 카불 점령을 계기로 러시아·중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에 나섰다. 8월 18일 라이시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Xí Jìnpíng) 중국 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란은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러시아·중국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중앙아시아 지역으로의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는 러시아와 중국에게 아프가니스탄 안정화는 중요한 사안이며, 이 과정에서 두 국가에게 이란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전후하여 이란은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지역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에 가입할 수 있는 정치적 장애물이 제거되었다고 밝히며 올해 내로 정식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변화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세 국가의 이해관계 일치함에 따라 세 국가 사이에 강화된 협력 수준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의 심각한 경제 문제 해결이 주요 과제
라이시 정부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위기에 처한 이란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2018년 627억 달러(한화 약 71조 8,228억 원)였던 원유 수출액은 2019년 290억 달러(한화 약 33조 2,195억 원)까지 떨어졌으며, 이에 2018년과 2019년 이란 경제성장률은 각각 6%, 6.8%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재정 수입 감소로 인한 재정 적자도 2021년 3월~2022년 3월 기준 3,000조 리얄(한화 약 14조 8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로 인해 2021/22 회계연도에서도 석유 판매 수입이 목표치의 15%에 그치면서 재정 적자가 714억 달러(한화 약 83조 2,238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2015년 핵합의(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타결과 경제제재 해제로 10%까지 낮아졌던 이란의 물가 상승률은 미국이 다시 경제제재를 시행한 2018년에는 30%까지 늘어났으며, 2021년에는 45%에 이르렀다. 특히 쌀, 달걀, 콩 등 식품 물가는 71%가 올랐다. 식품 중에서도 버터 가격은 121%, 닭고기 가격은 118%, 식용유 가격은 89%가 치솟으며 가계 부담을 증가시켰다. 식품 이외에도 부동산 임대료는 34%, 의류 가격은 50% 증가했다. 물가 상승에 따라 가구별 지출액도 크게 늘어났다. 2020년 기준 도시 지역의 가구별 지출액은 31%, 시골 지역의 가구별 지출액은 30.5%가 증가했다. 물가 상승에 더해 실업 문제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이란중앙은행에 따르면 2020년 3월~2021년 3월 기준 실업률은 9.6%로, 특히 18세에서 35세까지 청년 실업률은 16.7%에 달한다. 경제난과 열악한 생활 수준에 대한 이란 국민의 불만은 폭발 직전인 상황이다. 실제로 7월 초 이란 남부 후제스탄(Khuzestan) 지역에서 물부족에 항의하여 촉발된 대규모 시위가 7월 말에는 수도 테헤란을 포함해 이란 전역 30여 개 도시로 확산되었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경제 문제 해결은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대선을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라이시 대통령을 포함한 후보들은 모두 경제 문제 해결과 민생 안정을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특히 라이시 대통령은 후보 시절 토지 무상분배, 저금리 건설 대출,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4년간 400만 채의 신규 주택을 건설해 저소득층에 제공하는 한편 매년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하고 신혼부부를 포함해 모든 국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제조업 분야 투자와 부패 척결과 함께 물가상승률을 10%대로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라이시 후보의 경제 공약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는 경제 문제 해결에 필수적인 사안으로, 라이시 대통령 또한 경제제재 해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지만, 제재 해제를 위해 미국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발언은 서구를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경고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라이시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 이외에도 중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이웃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해 제재에 맞서 생존과 경제 회복을 모색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가니스탄이 이란에게 새로운 수출 시장이자 미국 제재를 우회해 외화를 수급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라이시 정부, 코로나19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코로나19 대유행 또한 라이시 정부가 시급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란은 현재 중동 국가 중 최악의 코로나19 유행에 직면해 있다. 8월 17일에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이후 최대인 5만 228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8월 22일에는 684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하여 역대 일일 사망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란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8월 22일 기준 10만 명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실제 사망자 수가 2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된다.

코로나19 확산세는 꺾이지 않는 반면 이란의 백신 접종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8월 16일 기준 1차 접종자 비율은 18.7%이며 접종 완료자 비율은 5.3%에 그친다. 이란이 현재까지 확보한 백신은 중국 시노팜(Sinopharm) 백신 1,400만 회분, 러시아 스푸트니크(Sputnik) 백신 100만 회분, 일본이 기증한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백신 290만 회분 등 총 2,100만 회분으로, 전체 인구인 8,000만 명에게 접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이란 정부는 백신 국제 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60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단 300만 회분만이 공급된 상황이다.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 전대통령은 7월 말까지 1,300만 명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사에드 나마키(Saeed Namaki) 보건부 장관 또한 2022년 3월이면 전국민의 백신 접종이 완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6월 이후 중국과 러시아산 백신 공급이 중단되면서, 백신은  암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이란인의 평균 월급은 3,000만~5,000만 리얄(한화 약 17만 5,800원~23만 4,400원) 수준이지만, 암시장에서는 화이자(Pfizer) 백신이 1회분에 1억 리얄 (한화 약 46만 8,800원)에서 3억 리얄(한화 약 140만 6,400원) 선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회분에 3,000만 리얄(한화 약 17만 5,800원)에서 7,000만 리얄(한화 약 29만 3,000원) 선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이란인들은 백신 접종을 위해 인근의 아르메니아나 터키로 여행하는 상황이며, 백신 이외에도 의약품 품귀로 인해 많은 이란인들은 웃돈을 주고 암시장에서 필수 의약품을 구입하고 있다.

백신 부족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고조되면서 이란 정부의 각 부처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8월 11일 알리레자 잘리(Alireza Zali) 이란 코로나19 대응국장은 백신 부족을 인정하며 해외의 이란 대사관이 백신 확보를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모함마드 자바드자리프(Mohammad Javad Zarif) 이란 외무부 장관은 외무부가 2,400만 회분의 백신 확보에 성공했으나 정부 내에서 백신 수입을 반대한 세력이 있었다고 대응했다. 한편 이란은 경제제재로 인해 해외 송금이 제한되면서 백신 수급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하며 보건 위기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비난했다.

2021년 1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 및 영국산 백신 수입을 금지했으며, 이에 따라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산 백신 및 이란이 자체 개발한 코비란 바레카트(COVIran Barekat) 백신을 접종해왔다. 이란 정부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백신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전국민 접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접종된 백신 중 코비란 바레카트 백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단 7%에 그친다. 백신 공급이 부족해지자 8월 11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1월에 내렸던 미국 및 영국 백신 수입 금지령을 철회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백신을 수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유행 통제가 경제난 해결보다 급선무라고 강조한 라이시 대통령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발언이 있은 뒤 즉각 백신 수입을 위한 자금을 배당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확산세를 막기 위해 이란 정부는 8월 16일부터 22일까지 6일간 시장과 관공서, 영화관, 식당 등 공공시설을 폐쇄하는 봉쇄령을 시행했다. 핵협상에서 경제난, 코로나19 통제까지 라이시 행정부는 출범부터 어려운 과제를 연달아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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