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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부패와 불처벌: 멕시코 사회경제 발전과 안보환경의 핵심 장애물

멕시코 Lopez Torres Vianey Jared, Brendan Howe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 202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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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지난 15년 동안의 멕시코 안보 환경을 설명하자면 ‘폭력의 확산’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멕시코 정부가 마약 밀매 카르텔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마약과의 전쟁(War against Drug, 2006~현재)’을 벌이며 시행한 ‘임시(temporary)’ 안보 전략에 따른 결과이다. 정부 전략의 일환으로 카르텔에 대해 군대를 동원한 전면전이 펼쳐지면서 22만 명 이상이 사망했으며(SESNSP, 2019), 멕시코의 2020년 전국 살인 건수는 카르텔과의 갈등 시작 시점 대비 250% 이상 증가했다(INEGI, 2020). 현재 이러한 정부의 ‘임시’ 전략은 영구히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전략 실행방침에 따라 적극적인 군사력의 활용이 요구되면서 2001~2019년 배치된 병력의 규모는 최소 789% 증가했다(Atuesta & Vela Barba, 2020). 따라서, 현재 펼쳐지는 갈등이 멕시코의 주요 안보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군사화 전략 및 다양한 층위의 정부 간 조율 부재는 평화 조성을 위한 안보 운용, 나아가 국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한 만성적 폭력 사태가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핵심 요소인 것이 사실이나, 중앙 정부의 비효율적 통치 행태 또한 나라 전반에 퍼져 있는 치안 문제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정책 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불처벌과 부패가 만연하며, 이는 빈곤과 불평등의 재생산을 유발하여 멕시코의 사회경제적 발전과 안보 증진을 저해하고 범죄와 폭력을 조장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멕시코 부패의 배경과 현황
멕시코의 부패 문제는 과거 식민지 시절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역사적 잔재이다. 하지만 오늘날 마주하고 있는 부패 문제가 부상한 시점은 멕시코 혁명(Mexican Revolution) 이후로, 새로운 정치체계가 구성되면서 더욱 구체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Bautista, 2017). 이 시기에 집권한 정치인들은 규제가 부족한 세태를 틈타 새롭게 만들어진 체제를 기회로 삼아 자신과 측근의 부를 축적할 수 있으리라 내다보았다. 

권력의 상당 부분이 대통령실에 집중된 채 견제와 균형 제도가 확고히 자리 잡지 못한 새로운 정치 체계 하에서, 법치가 불완전하고 압제가 만연한 환경은 곧 부패 확산이라는 결과를 낳았다(Bautista, 2017). 이런 상황을 틈타 일당 독재가 70년 넘게 가능할 수 있었다. 이는 독일 사회학자 미헬스(Michels)가 말하는 ‘과두제의 철칙(iron law of oligarchy)’, 즉 잘못된 민주주의 체제가 소수 엘리트 집권체제로 퇴화하는 현상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Hyland, 1995, 247). 단일 정당이 집권을 유지하고 권한 대부분이 대통령의 손에 집중되면서 충성심과 족벌주의를 바탕으로 한 체제가 탄생했고, 이는 곧 무리 내에서 대통령을 배출하는 것만을 우선시하는 집권 엘리트층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불완전한 법치와 압제로 인해 일부 세력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처벌을 면했고, 족벌주의로 인해 부상한 실업가 계층은 수십 년 동안 신자유주의를 주창하고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오늘날, 전체 멕시코인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정부 기관과 경찰 조직이 매우 부패했다고 생각하며 불신한다(GAN Integrity, 2020). 이에 범죄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범죄자가 응당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2016년에 있었던 범죄피해 및 공공치안 인식에 대한 국가 설문조사(National Survey on Victimization and Perception of Public Security) 결과 2015년에 발생한 범죄 가운데 신고가 이루어진 비율은 10.5%에 불과했고, 그중 예비수사가 이루어진 사건은 59.6%에 그쳤다. 즉 2015년에 발생한 범죄 가운데 93.7%는 신고가 되지 않았거나, 또는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다(INEGI, 2016). 조사 대상 시민 가운데 범죄 신고는 시간 낭비라고 답한 비율이 33%, 당국을 신뢰하지 않는 비율이 17%, 신고 당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답한 비율이 50% 이상이었다(Luengo-Cabrera & Butler, 2017). 당해 신고 접수된 전체 범죄 사건 가운데 45.9% 이상이 아무런 조치가 없거나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었으며, 이로 인해 범죄자의 불처벌 현상이 더욱 확대되었다(INEGI, 2016).

제도적 부패는 권력 피라미드 전체에 침투했다. 오늘날 멕시코인 열 명 중 아홉 명은 부패를 마약 밀매처럼 심각한 위협이 되는 범죄라 여기며, 치안 문제를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으면서도 민간 부문과 정계에 깊숙이 스며든 부패 또한 시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Ramírez Aguilar, 2020).

부패와 불처벌 및 만연한 폭력 문제가 멕시코 사회에 미치는 영향
부패가 퍼지는 것에는 여러 원인이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González Ramírez, 2020, p.7). 정부뿐 아니라 시민이 부패 문제에 일조하기도 한다. 시민이 정치체계를 유리하게 이용하거나, 부패 행위에 가담할 것을 강요받거나, 또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부패 행위에 저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부패는 시민의 일상에서 합리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게 된다(González Ramírez, 2020).

정계 및 재계 권력자 또는 그 집단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공모하여 이루어지는 정부 부패는 정치체계의 비효율과 불처벌 환경을 틈타 득세하고 있다(Ramírez Aguilar et al., 2020). 정부 부패의 최근 사례로 엔리케 페냐 니에토(Enrique Peña Nieto) 멕시코 전 대통령의 임기(2012~2018) 동안 대통령 본인을 포함하여 수많은 인사의 부패 스캔들이 발생한 것을 들 수 있다. 고위급 인사가 연루된 추문이 발생하는 가운데도 범죄나 부패 행위의 고발은 무위에 그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대중들은 굳이 항의하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들은 부패 사건이 생활의 일부라고 여기며 익숙해져만 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멕시코 현 대통령은 부패 및 폭력 척결을 임기 내 핵심 과제로 천명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부패 척결을 위해 체제 전체를 윗물부터 ‘청소’할 것이라 밝혔으나 임기의 대략 절반이 지나간 지금 가시적인 결과물은 없다. 폭력의 경우, 대통령이 조직범죄의 위협에 대응하고 평화를 조성하기 위해 택한 군비 증강 및 국가방위군(National Guard) 신설 전략은 오히려 치안과 안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 간 혼란을 유발하며 치안유지 활동의 운용을 가로막고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Riva Palacio, 2020).

멕시코에서 부패 및 불처벌의 연결고리를 만든 만연한 폭력 사태가 일상에 끼치는 위협과 영향은 인간안보(human security) 결핍 및 저개발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따라서 정부는 반드시 개개인의 안전 도모를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안보의 군사화 및 카르텔과의 대치를 초점으로 하는 현 정책을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여 시민을 위한 치안유지를 보장해야 한다. 시민의 안전이 확보된다면 나아가 평화 조성과 안보의 ‘탈(脫)군사화’ 과정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멕시코 정부가 시민 안전을 보장하려면 반드시 인간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이슈를 선결하여야 한다.  

현재 안보 문제의 초점이 마약 밀매 카르텔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에 맞춰져 있으나, 사실 국내 안보 문제의 원인은 인간안보에 더욱 긴밀히 관련된 이면의 결핍 요소, 즉 만연한 불평등과 빈곤 문제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불평등과 빈곤은 사회적 분절화와 시민 간 격차를 확대할 뿐 아니라 시민이 사회경제적 발전을 추구할 기회를 차단함으로써 개인의 안위를 해친다. 멕시코 정부가 이러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부패와 불처벌 문제 대처 실패로 인해 그 노력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부패 관련 법적 체제 개선에도 불구하고 멕시코는 2020년 부패인식지수(국제투명성기구, 2020) 순위에서 180개국 가운데 124위를 기록했으며, 부패 사건 관련 불처벌 비율은 약 99%로 나타나고 있다(MCCI, 2019). 2020년 세계 불처벌지수(Global Impunity Index)에서 조사 대상 69개국 가운데 멕시코는 60위에 올랐다(Le Clercq Ortega & Rodríguez Sánchez Lara, 2020). 정부 기관 내 심각한 불처벌 및 부패 수준은 경찰력과 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이에 각 지역사회에서는 시민들이 ‘자위대(auto-defensas)’라는 이름의 시민 무장 단체를 결성하는 등 자체적으로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마련했다. 이러한 자발적 무장 집단 형성은 국가가 조직범죄의 위협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불처벌과 부패 문제를 묵과하며 시민 보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안보 파탄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부패와 불처벌은 멕시코 정치체제의 구조적 문제로, 국가 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하고 다른 부문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와 인력을 소모하며 나랏빚을 늘리는 등 국가 발전과 안보를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 종국에는 부패와 불처벌이 넘쳐 흐르는 허술한 체제가 만들어져 국가 기관 전체가 약화한다. 멕시코의 안보 문제는 갈수록 벗어나기 어려운 악순환을 형성하고 있다. 카르텔로 인해 인간안보 문제가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가 국가 운영 능력 부족으로 효율적 안보 전략을 통한 카르텔 문제 타개에 실패할 뿐 아니라 불평등과 빈곤을 심화하고 있으며, 이에 정부 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더욱 떨어지는 형국이다.

문제의 핵심은 법치와 정의를 보장하는 법적 제도가 완전히 집행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패와 불처벌이 득세하는 환경 속에서 국가 안보 기관이 힘을 잃고 분배 공정성 문제가 영속화 되었다. 또한 소득 격차 및 이에 따른 빈곤 문제는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했다. 이러한 양극화는 보건 서비스, 교육, 경제적 기회에 대한 시민의 접근성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를 분열하며, 치안을 훼손하여 시민이 조직범죄를 유일한 탈출구로 여기게끔 하는 등 일상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불평등을 유발한다. 마지막으로, 조직범죄가 현실인 환경에서 폭력 및 폭력의 재생산은 시민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발전 가능성이 막힌 시민은 더욱 취약한 상태에 놓이고, 이로 인해 위험한 환경으로 내몰려 두려움과 결핍에서 벗어날 기회로부터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해결책과 제언
멕시코 정부는 사회경제적 발전과 안보 증진을 방해하는 요소에 대처하기 위해 결핍과 두려움 양쪽 모두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포괄적인 접근법을 구축해야 한다. 만연한 폭력 사태로 인해 발생하는 즉각적인 위험과 두려움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조율과 운영 수준 개선을 통해 통일성 있는 안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기존 규제가 일관적으로 집행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법치와 선정을 통해 현재의 부패 및 불처벌 대처 관행에 존재하는 결함을 해결하고 조직범죄의 위협과 복합적인 치안 부족 문제를 줄여 나갈 것이다.

멕시코 정부는 시민이 결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뒷받침하여 일차적으로는 시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이차적으로 범죄 활동 가담의 필요성을 줄이며 인간안보를 증진할 수 있다. 또한 시민이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에서는 개개인이 자신의 여건 개선을 위한 합법적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여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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