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아프간 사태, 아세안의 대응과 국제 외교
동남아시아 일반 EMERiCs - - 2021/09/03
☐ 탈레반 카불 점령 후 탈출 이어져
◦ 아세안 각국, 자국민 구출에 총력
- 2021년 8월 16일, 탈레반(Taliban)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Kabul)을 장악했다. 전날, 아슈가프 가니(Mohammad Ashraf Ghani Ahmadzai) 대통령이 탈레반에 항복 의사를 밝히면서 정규군 해체를 선언한 시점부터 탈레반은 카불에 입성하고 있었으며, 하루 만에 대통령궁을 완전히 장악한 후 탈레반 정권 수립을 선포했다.
-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각국은 자국민 대피를 더욱 서두르기 시작했고, 이는 동남아시아 국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 필리핀은 탈레반이 대통령궁을 접수한 8월 16일, 약 130명의 아프가니스탄 거주 자국민에게 경보 4단계(Alert Level 4)를 발령함과 동시에, 32명을 카타르(Qatar) 도하(Doha)로 긴급 철수시켰다. 그리고 남은 인원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송하겠다고 덧붙였다.
- 인도네시아 역시 아프가니스탄에 거주 중인 자국민 대피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트쿠 파이자시야(Teuku Faizasyah) 인도네시아 외교부(Ministry of Foreign Affairs) 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에 15명의 자국 민간인과 대사관 직원이 체류 중이라고 하면서, 이들을 신속히 대피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 공군 군용기를 피란 작전에 투입하였다.
- 말레이시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2명의 자국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언급하면서, 이들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고 알렸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국민 대피를 위해 타국 정부 및 국제기구와 공조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 민간 기업도 협조
- 한편, 아프가니스탄 피란 작전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이 협조하는 사례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필리핀 최대 통신사 PLDT의 자회사이자 PLDT의 무선 통신 사업을 담당 중인 스마트 커뮤니케이션(Smart Communication Inc)은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자국민에게 무료 데이터와 로밍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 또한, 또 다른 대형 통신사인 글로브 텔레콤(Globe Telecom)도 아프가니스탄 주재 가입자에게 한시적으로 데이터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알렸다.
- 이들 두 통신사는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필리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무료 데이터와 로밍 서비스를 받은 가입자는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인터넷을 통해 수시로 확인할 수 있으며, 영상 통화로 가족과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두 통신사는 강조했다.
◦ 국가 간 협력 이어져
- 인도네시아 정부는 군용기를 이용해 자국민을 탈출시키면서 같은 아세안(ASEAN) 회원국인 필리핀 국민 5명도 함께 탑승시켰다. 또한 피란 과정에서 해당 필리핀 국민을 주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수용하는 등 피난처도 제공했다.
-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자, 필리핀 정부는 자국민을 보호하여 함께 탈출한 인도네시아 측에 공식적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 한편, 싱가포르 정부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피란 작전에 싱가포르 공군 수송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구급 장비 등을 갖춘 A330 다목적 탱커(multi-role tanker) 수송기를 카타르로 급파했다.
- 싱가포르 정부가 파견한 A330 수송기는 지난 2021년 8월 28일, 카타르 도하에서 149명의 난민을 싣고 출발한 후 독일에 도착했다. 응 엥 헨(Ng Eng Hen) 싱가포르 국방부(Ministry of Defense) 장관은 난민을 실은 수송기가 무사히 착륙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기쁘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 아프간 사태, 아세안 국제 외교에 영향
◦ 공식 입장 발표 없는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테러 대처 ‘자신’
- 탈레반의 카불 점령에 대해 아세안 각국의 견해 차이가 상당하다. 우선,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탈레반 정권 수립과 관련하여 부정적인 표현을 일절 쓰지 않으며, 별다른 공식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또한, 다른 나라와는 달리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도 완전히 폐쇄하지 않고 일부 기능을 남겨 놓았다.
- 다만, 인도네시아는 최근 레트노 마르수디(Retno Marsudi) 외교부 장관을 카타르로 파견하여 탈레반 정치국 부대표와 만남을 갖도록 했다.
- 여성 장관이기도 한 레트노 마르수디 외교부 장관은 모하마드 스타니크자이(Mohammad Abbas Stanikzai)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탈레반에 아프가니스탄 통합 정부를 수립하고 여성 인권을 존중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 더불어, 인도네시아는 과거 IS(Islamic State) 조직원이 일으킨 테러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이 테러의 온상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밝혔다.
- 화교 민족이 중심인 싱가포르는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였다.
- 비비안 발라크리쉬난(Vivian Balakrishnan) 싱가포르 외무부(Ministry of Foreign Affairs) 장관은 최근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제 사회가 아프가니스탄 위기 대처를 외치더라도 실질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국제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 또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탈레반이 카불을 순식간에 점령한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가 손상될 수 있으며, 조 바이든 정부가 대내외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 한편, 필리핀은 아프가니스탄 사태 발생 후 자국 테러 위험 가능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필리핀은 과거 민다나오(Mindanao) 지역에서 IS 조직원 소탕 작전을 벌여 이들을제압한 바 있다.
- 필리핀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사태 직후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난민 수용이 테러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으리라고 자신했다.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지난 수년 동안 테러 행위를 강경 진압하여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하지만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후 아세안 각국에서 테러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도 아프가니스탄 사태 후 극단주의(extremism)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미국, 동남아시아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 높아
- 아프가니스탄 사태 발발 후 미국 정부는 카맬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을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파견했다. 카맬라 해리스 부통령은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차례로 방문하고 동남아시아 지역 정세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 싱가포르 정부는 카맬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미국이 동남아시아 국가와 연대를 계속할 것이라는 보다 분명한 신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는 다분히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 최근 들어 동남아시아 각국은 남중국해(South China Sea) 분쟁을 비롯하여 중국과 마찰을 빚는 상황이 잦아지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서방 국가의 힘을 이용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마찬가지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을 거둘 경우, 미국과의 연대 강화는 미래에 동남아시아 국가에 더 큰 어려움을 안겨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다만, 미국이 가까운 시일 내 동남아시아와 거리를 두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정부와는 달리 조 바이든(Joe Biden) 정부는 다자간 협력 체제를 강조하고 있으며 취임 직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에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항공모함 함대를 파견하고 합동 군사 작전을 시행하는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 이번에 아프가니스탄 사태 후 미국이 즉각 카맬라 해리스 부통령을 동남아시아 지역에 파견한 것도 동남아시아 지역 문제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제스처로 해석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각에서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병력 일부를 동남아시아 지역에 재배치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Berita Mediacorp, RSAF transport planes arrive in Germany carrying 149 Afghan refugees, 2021.08.28.
Straits Times, RSAF tanker aircraft to airlift Afghan evacuees from Qatar, 2021.08.27.
CNBC, ‘Foreign interference doesn’t work’: Singapore’s foreign minister weighs in on Afghanistan crisis, 2021.08.26.
Benar News, Philippines Military Sees No Risk From Afghan Refugees; Indonesia Worried About Fighters’ Return, 2021.08.23.
ABS CBN, UNHCR praises PH gov't for 'openness,' quick action to grant asylum to Aghanistan refugees, 2021.08.19.
Philippine News Agency, AFP needs to stay vigilant vs. local terrorist groups, 2021.08.23.
Today, S’pore offers use of RSAF transport aircraft to US for Afghanistan evacuation, 2021.08.23.
Indian Express, Hope Afghanistan doesn’t become ‘epicentre of terrorism’ again: Singapore PM Lee, 2021.08.23.
South China Morning Post, Singapore PM Lee backs US as ‘guarantor’ of security in Asia as Harris grilled over Afghanistan chaos, 2021.08.23.
Aljazeera, Kamala Harris begins Southeast Asia trip amid Afghan chaos, 2021.08.22.
The Irrawaddy, US Vice President’s Visit to SE Asia Sends Signals to ASEAN, 2021.08.23.
Philippine News Agency, Filipinos in Afghanistan given free phone load, roaming services, 2021.08.18.
Arab News, Evacuation of Filipino workers from Afghanistan deferred after Kabul airport chaos, 2021.08.17.
Jakarta Globe, Indonesia Reduces Diplomatic Mission in Afghanistan to “Essential Team”, 2021.08.16.
Kompas, Regarding the Evacuation of Indonesian Citizens from Afghanistan, Spokesperson for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Not Simple, 2021.08.18.
Republika, Chaos in Afghanistan Could Affect US-ASEAN Relations, 2021.08.23.
CNBC, Unlike Other Countries, RI Still Opens Indonesian Embassy in Afghanistan, 2021.08.17.
Philippine News Agency, PH thanks Indonesia for helping 5 Pinoys leave Afghanistan, 2021.08.20.
New Straits Times, Two Malaysians currently in Afghanistan, says Malaysia's HC in India, 2021.08.18.
Nikkei Asia, ASEAN on guard for extremism inspired by Taliban's Afghan triumph, 2021.08.23.
Bernar News, In Talks with Taliban, Indonesia Calls for Inclusive Afghan Govt, 2021.08.27.
Eurasia Review, Indonesia In Talks With Taliban, Calls For Inclusive Afghan Government, 2021.08.28.
Jakarta Post, Taliban: Malala’s voice and Indonesia’s perspective,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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