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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엘살바도르, 세계 최초 비트코인 법정 통화 사용

중남미 기타 EMERiCs - - 2021/09/17

☐ 비트코인, 엘살바도르의 법정 화폐로

◦ 비트코인 일반 거래 시작
- 2021년 9월 7일 엘살바도르가 암호 화폐 비트코인(Bitcoin)을 엘살바도르의 법정 화폐(legal tender)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엘살바도르에서는 생활필수품 구매나 교통비 지불, 서비스 이용 요금 결제와 같은 일상적인 거래에서도 비트코인을 일반적인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다.
- 나이브 부켈레(Nayib Armando Bukele Ortez)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비트코인 법정 화폐 사용을 예고한 것은 2021년 6월이다. 이후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 전용 지갑 앱 치보(Chivo)를 개발하고 비트코인을 미국 달러로 인출할 수 있는 현금지급기(ATM)를 설치하는 등 3개월 동안 비트코인 법정 통화 사용 준비에 매진했다.
- 그럼에도 비트코인 법정 화폐 사용 첫날 엘살바도르에서는 곳곳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치보 앱에 접속이 불가능하거나 비트코인 전용 현금지급기가 작동하지 않았으며, 많은 엘살바도르 국민이 법정 화폐 제도 변경에 따른 불편함을 호소했다.
- 또한, 상품 판매 대금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한 일부 상인은 비트코인 시세 하락을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법정 화폐 지정에 반대하는 길거리 시위도 열렸다.

◦ 미국 달러와 비트코인 혼용, 화폐 발행 능력 없는 엘살바도르
- 비트코인 법정 통화 지정 이전까지 엘살바도르의 법정 통화는 미국 달러였다. 1800년대부터 자체 화폐 콜론(Colon)을 사용하던 엘살바도르는 그러나 빈약한 경제력으로 자체 화폐인 콜론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자, 미국 달러를 법정 화폐로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2001년부터 미국 달러를 엘살바도르의 법정 화폐로 변경했다.
- 따라서, 엘살바도르는 20년 이상 화폐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으며 이는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사용하기 시작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 별도의 중앙은행 발행 화폐가 없는 엘살바도르의 경제 구조로 인해 엘살바도르의 물가도 미국 달러 가치 변동에 따라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 결과, 경제 정책이 미국의 화폐 정책과 외환 시장 동향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 엘살바도르 정부가 이번에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지정한 이유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이 양적 완화를 확대하고 기준 금리를 낮추자 미국 달러 가치가 하락하며 엘살바도르의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 실제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비트코인 법정 화폐 지정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의 경제 주권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실험

◦ 경제 구조상의 이득 있어
- 이러한 비트코인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지정한 까닭은 우선 비트코인이 미국의 통화 정책이나 금리 정책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 다음으로, 연간 GDP의 상당 부분을 해외 노동자의 본국 송금액이 차지하는 엘살바도르의 경제 구조 특성상 미국 달러보다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이용하는 것이 GDP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 1980년대까지 엘살바도르 GDP 중 해외 노동자의 본국 송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았으나 1990년대 초 10%를 넘으면서 급증하기 시작, 이후에도 계속해서 상승했으며 2020년 기준 약 23%를 기록했다.

<그림 1> 2012~2020년 엘살바도르 GDP 중 해외 송금액 비율 추이
출처: Global Economy, AP News


- 그러나 해외에 거주하는 엘살바도르 노동자가 본국으로 달러 송금할 경우, 현재 약 10%의 송금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으며 이는 곧 엘살바도르의 GDP 손실로 이어진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송금 수수료가 없는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이용하면 이처럼 송금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손실을 줄일 수 있으며, 동시에 현행 사흘 이상 걸리는 송금 처리 기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가치 보증은 난해...거래 첫날 비트코인 급락
- 한편,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 화폐 유통 시작일을 전후로 비트코인의 국제 거래 가격이 급락했다. 2021년 9월 6일 5만 2,000달러(한화 약 6,095만 원)였던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비트코인 유통이 시작된 이튿날인 9월 8일 4만 6,000달러(한화 약 5,390만 원)를 기록하며 이틀 만에 20%가량 하락했다. 그리고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사용하고 일주일 이상 지난 2021년 9월 15일에도 4만 7,000달러(한화 5,510만 원)에 머물러 있다.
-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트코인 법정 화폐 지정 계획을 밝히자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등 국제 금융 기구가 우려를 표명한 이유도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 때문이었다.
- 통상적으로 법정 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량을 조절할 수 있고 동시에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아 가치 저장성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법정 화폐가 가져야 할 이러한 기본적인 조건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 중남미 각국, 엘살바도르의 뒤를 이어
- 비트코인이 법정 통화로서 여러 단점과 한계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사용하기 시작하자 다른 중남미 국가도 엘살바도르의 뒤를 이을 준비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 대표적으로, 파나마에서는 가브리엘 실바(Gabriel Silava) 파나마 국회 의원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Ethereum)을 비롯한 암호 화폐와 자산을 파나마의 법정 통화로 지정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 또한 하이퍼인플레이션 현상이 심각한 베네수엘라에서는 비트코인을 전문적으로 채굴하는 기업이 왕성히 활동하고 있고, 미국의 경제 제재로 화폐 가치 변동이 컸던 쿠바 역시 암암리에 비트코인을 국제 결제에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사용하려는 국가는 대부분 경제 규모가 작은 개발도상국으로, 해당 국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기존 법정 화폐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적합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의 입장에서는 자체 화폐보다는 국제적으로 활발히 거래되는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사용하는 편이 물가 관리나 경제 정책을 시행하는 데 용이할 수 있다. 
- 하지만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 화폐는 중앙은행이 개별적으로 유통량을 조절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으며, 아직까지는 투기 자산으로서의 성격이 강해 가치 변동 폭도 전통적인 의미의 화폐보다 크다. 과연 비트코인이 일반적인 통화로서 어떠한 기능을 하고 파급 효과는 어떻게 나타날지 당분간 관망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AP News, Early stumble as El Salvador starts Bitcoin as currency, 2021.09.08.
Market Watch, ‘Bitcoin Day’ in El Salvador ushers in the promise and peril of crypto, 2021.09.07.
BBC, Bitcoin crashes on first day as El Salvador's legal tender, 2021.09.08.
NDTV, Venezuela, An Oil-Rich Nation, Is Becoming A Hub Of Bitcoin Mining. Find Out Why, 2021.09.09.
Global Economy, El Salvador: Remittances, percent of GDP, 2020.
AP News, Remittances to El Salvador rebound after early pandemic drop, 2021.01.19.
La Republica, El Salvador will exempt income taxes due to the rise of bitcoin, 2021.09.10.
CNet, Panama unveils bill to make Bitcoin legal tender, 2021.09.08.
La Patilla, In Panama, a deputy presents a bill for the adoption of cryptocurrencies, 2021.09.09.
Buenos Aires Times, Cheap electricity a boon for bitcoin mining in cash-strapped Venezuela, 2021.09.01.
Euro News, In a crumbling economy, Venezuela’s cheap electricity is a blessing for its Bitcoin miners, 2021.09.14.
The Independent, Global bitcoin trend continues as Ukraine and Panama look to follow El Salvador’s lead, 20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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