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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폴란드-아프가니스탄 관계: 양자협력과 난민 문제

폴란드 Nicolas Levi Vistula University Lecturer 2021/09/29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최근 발생한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 위기와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인해 폴란드와 아프간 양국 관계도 향후 변동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본고는 경제, 교육, 사회 등 특정 핵심 분야와 관련한 양국 관계의 과거 사례를 살펴보고, 폴란드의 시점에서 탈레반의 재집권이 가져오는 함의가 무엇인지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이주민 위기 및 아프간 거주민들의 폴란드 송환 관련 문제도 함께 다룰 것이다.

폴란드는 2001년 9월 11일 미국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 공격 이후 형성된 국제 연합군의 일원으로서 아프가니스탄에 3만 명 규모의 군병력을 파견했고, 탈레반과 정부군 사이의 분쟁이 계속되면서 폴란드군은 2002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아프간에 주둔했다1). 하지만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간 재점령에 성공하면서 양국 관계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폴란드-아프간 양자관계의 배경 
폴란드-아프간 관계는 양국간 우호협정이 공식적으로 조인된 1927년 11월 3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프간 정부는 1938년에 이란의 테헤란(Teheran)에 위치한 폴란드 대표가 아프간 관련 외교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허가했으며, 1961년에는 양국 수도인 카불(Kabul)과 바르샤바(Warsaw)에 대사관이 설치되었다. 카불 주재 폴란드 외교공관은 1992년 8월까지 유지되었지만, 아프간 내전으로 인해 공관을 철수해 아프간 관련 사무는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Islamabad)에 주재한 대사관에서 맡아보게 되었다. 미국-아프간 전쟁 종료 이후인 2007년 3월에 폴란드 대사관이 카불에 다시 개설되었지만, 2014년 8월 14일에 폴란드의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Radoslaw Sikorski) 외무장관은 경제·정치적 이유에서 대사관을 다시금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4년 12월 31을 기해 카불에서의 경제 및 영사 업무가 전면 중지되었으며, 동 대사관 폐쇄의 공식적 이유는 운영비용 관련 문제인 것으로 발표되었다.

다만 폴란드-아프간 협력협회인 함카리(Hamkari)의 노력에 힘입어 2013년에는 폴란드 의회 내부에 폴란드-아프간 의회 그룹(Polish-Afghan Parliamentary Group)이 설립되고 아프간 의회에도 유사한 기관이 설치되었다.

경제 협력
양국 관계의 경제적 측면을 살펴보면, 2016~2021년의 최신 자료를 기준으로 했을 때 폴란드-아프간 사이의 무역은 총 600만 달러(한화 약 70억 원)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으며, 폴란드는 양국간 무역에서 500만 달러(한화 약 59억 원)의 흑자를 보았다. 폴란드의 대(對)아프간 수출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300만 달러(한화 약 한화 약 35억 원)에 달한 식품이었고, 반대로 아프간은 폴란드에 알루미늄을 주로 수출했다. 또한 폴란드는 자국 화장품 기업인 아이레나 에리스(Irena Eris)를 통해 화장품도 아프간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세 정보를 포함한 최신 공식 자료는 아직까지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또한 2008~2011년 주아프간 폴란드 영사를 역임한 마르신 키르지자노스키(Marcin Krzyżanowski)가 양국 무역과 관련해 두 개의 기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중 하나는 컨설팅 기업인 하레캇 컨설팅(Harekat Consulting, https://harekat.pl/)이고, 다른 하나는 아리아나 무역그룹(Ariana Trade Group, http://www.ariana-trade.com/)이다2). 이에 더해 2020년 1월에는 폴란드 보안 인쇄 공사(Polish Security Printing Works)가 아프간 중앙은행이 발권하는 화폐 중 4개 권종에 대한 1억 1,000만 달러(한화 약 1,300억 원) 규모의 생산 계약을 따냈지만, 최근 정세 변동으로 인해 본 계약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인도주의적 협력 폴란드는 2002년부터 아프간에 대한 원조에 참여해왔으며, 2002~2009년 폴란드 대외원조 프로그램에 의해 15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아프간에서 실시되어 약 5,000만 달러(한화 약 590억 원) 규모의 지원이 시행되었다. 폴란드가 주로 예산을 배정하는 분야는 국가 및 시민사회 강화, 일자리 창출, 교육, 의료 보호, 그리고 각 주 개발이다. 특히 카불로부터 150km가량 떨어진 가즈니(Ghazni)주 및 가즈니시(市)에 폴란드의 지원이 집중되어, 이 곳에서 2007~2014년 폴란드 관련 행사가 다수 개최되었다. 양국간 협력단체인 함카리는 가즈니에서 2012년 2월 23일 폴란드의 날을 기념했는데, 본 행사는 폴란드의 문화 및 아프간 주재 폴란드군을 알리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 또한 함카리는 이보다 앞선 2006년에는 폴란드 영화제를 개최해 아프간 주민들의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교육 협력
교육협력에 관한 양국 간의 첫 협정은 1960년 9월 19일에 조인되어 이후 다양한 교육 관련 교류로 이어졌다. 일례로 바르샤바 대학(University of Warsaw) 욜란타 시에라코프스카-딘도(Jolanta Sierakowska-Dyndo) 동방학과장은 1977년과 1978년 카불에 두 개의 연구인턴십 자리를 마련했다. 또한 폴란드 정부는 젊은 아프간 청년들에 대한 교육도 다수 지원했는데, 이에 따라 2005년에는 16명의 아프간 학생들이 학업을 위해 폴란드를 방문했고, 그 후 학생 수는 2006년에 3명으로 줄었다가 2007년에는 다시 15명으로 늘어났다. 아프간에서 온 학생들은 주로 의학과 기술 분야를 공부했으나, 일부는 바르샤바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고 이들 중에는 아프간 귀국 후 자국 외교부에서 근무한 이들도 있었다. 2007~2008년에는 아프간의 젊은 외교인력이 폴란드 외교부와 국제연구소(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가 주관하는 훈련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고, 2008년에는 아프간에서 47명의 민간·국가·비정부 대표단이 전문가 훈련을 위해 폴란드를 방문해 안보, 경제개발, 그리고 민주적 사회 건설 간 관계에 관한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난민 문제 
난민 문제는 양국 관계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주제이다. 1996~2000년의 기간 동안 많은 수의 아프간 난민이 폴란드로 향했고, 공식적 난민 지위를 신청한 아프간인의 수는 연간 500명 수준이었다. 다만 2000년 이후 연간 난민 신청자 수는 100명 정도에 머물렀다. 예를 들어 2020년에 아프간 시민으로부터 폴란드 외국인업무청(Office for Foreigners)에 접수된 신청건수는 120건으로 전체 신청건수의 4.3%에 해당하고, 이 중 남성이 109명, 여성이 11명이었다. 그보다 한 해 전인 2019년의 신청 건수는 남성 60건, 여성 1건으로 구성된 총 61건으로, 전체 건수의 1.5% 수준이었다. 2000년 이후 아프간인들의 폴란드 이주는 두 개의 흐름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1) 아프간인의 제 1차 폴란드 이주
아프간인의 제1차 폴란드 이주는 2000년대 초반에 일어났으며, 이 기간동안 많은 아프간인들이 내전을 피하기 위해 폴란드로 향했다. 2001년 이후 폴란드로 피난 오는 아프간 난민들은 대체로 시아파 소수그룹인 하자라(Hazara)족이고3), 성별 면에서는 남성이 대다수이다. 이들은 상당수가 교육을 받지 못한 데다가 영어도 구사할 줄 모르기에, 폴란드에서 지내기 위해서는 파슈토어(Pashto) 및 다리어(Dari) 통역사가 필요하다. 폴란드에서 법적 보호를 받게 된 이들은 먼저 아프간에 남겨진 자신의 가족들을 데려오고자 노력하며, 그 후에는 영주권을 획득하고자 한다. 이들은 대부분 저임금 근로자들이지만, 그 중에는 1년간 폴란드어를 공부하고 용접 과정을 이수해 용접공으로 수년간 일해온 사례, 또한 미군 통역사로 일하다가 폴란드로 건너와 언어공부와 학업을 병행하며 외국인을 돕는 기관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사례 등도 존재한다.

2) 아프간인의 제 2차 폴란드 이주
2021년 8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면서 아프간인의 제2차 폴란드 이주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 이주 행렬에 동참한 인구의 사회적 구성은 이전과는 다른데, 폴란드로 대피한 이들 중 대부분은 카불과 가즈니 지역의 엘리트 계층이다. 이들은 아프간 주재 폴란드군과의 협력 경험이 있으며,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교육 계층이고, 정부군 혹은 정부기관 구성원(고위장교, 관료, 언론인, 대학 직원, 카불 박물관 직원 등) 및 현지 기업 출신인(통신기업 구성원 및 비정부기구 수장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까지 폴란드와 협력한 바 있는 아프간인 중 일부는 폴란드 이주 허가를 받지 못해 아프간에 남았고, 대피에 성공한 이들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격리에 들어갔다. 다만 폴란드에 남고자 하는 일부 인원을 제외하고 피난민의 과반수가 궁극적으로 다른 국가로의 이주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은 제1차 이주와 차별화된다. 한편 안타깝게도 이번에 폴란드로 온 이주민 중 일부 젊은이들이 바르샤바에서 27km 떨어진 오트레부시(Otrębusy)의 난민캠프에서 비식용 버섯을 따먹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래 전망과 함의
탈레반의 정권 탈환이 폴란드-아프간 관계에 주는 함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해결이 시급한 문제는 아프간에서 폴란드로 이주해온 인원의 관리이다. 폴란드는 2021년 8월 중순부터 다수의 항공편으로 폴란드의 군사 작전에 수년간 협력한 인원들을 실어 날랐는데, 총 44개 항공편을 통해 수송된 1,100명 중 937명이 폴란드군이나 외교공관에 협력한 아프간 시민들이다. 이와는 별개로 이들의 가족인 300여 명의 어린이들 또한 폴란드로 수송되었다. 현재로서는 이들이 유럽 이외 국가에서는 이민을 거의 받지 않는 폴란드에서 어떠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가 주요 관심사이다4).

두 번째로 해결이 필요한 문제는 벨라루스와의 국경지역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아프간 및 이라크 난민들이다. EU는 최근 알렉산더 루카셴코(Alexander Lukashenko)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벨라루스 지도층에 각종 제재를 가했는데,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에 대응해 중동 출신 난민들이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접하는 서부 경계로 몰려들도록 만들었다. 현재도 수백 명의 아프간 및 이라크 출신 난민이 폴란드 국경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폴란드는 이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2021년 9월 2일자로 벨라루스와의 국경지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였으며, 이에 따라 해당 국경지역에서의 비정부기관 활동이 금지되었다.

미국과 유럽 협력국들이 지난 수십 년간의 국가건설 프로젝트를 포기한 채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많은 아프간인들은 혼란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목도하는 중이다. 탈레반이 다시금 권좌에 오른 현재 많은 이들은 서방 세력과의 교류 이력으로 인한 탄압, 그리고 자유주의적 제도를 바탕으로 세워진 시민적 자유의 기반 붕괴에 대한 두려움에 조국을 등지고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이민자의 행렬과 관련된 문제를 마주해야 하는 것이 비단 폴란드뿐만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비유럽권 이주민을 많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이번에 국내로 들어오는 아프간 난민 중 다수가 궁극적으로는 타국 이주를 희망한다는 점에서 폴란드의 입지는 다소 특수하다. 폴란드의 미래 향방에 대해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여러 가지이지만, 이처럼 큰 변혁의 시대에서 폴란드 정부와 국민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난민 위기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 각주
1) „Za rok Afganistan będzie w lepszej sytuacji niż dziś. Zależy nam na współpracy z Polską” [WYWIAD]  2021. 
2)  Polskie firmy w Afganistanie i Iraku. "Cokolwiek się przywiezie, to się sprzeda" 2015. 
3) Modrzejewska-Leśniewska 2010: 20-21
4) Ostatni samolot z ewakuowanymi z Afganistanu wylądował w Warszawi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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