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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중국-라오스 철도선: 인간 안보 관점에서의 평가 및 제언

라오스 Nancy Y. Kim and Brendan Howe Ewha Womans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International Studies - 2021/09/29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중국-라오스 철도선이 2021년 12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총연장 414km에 달하는 본 철도선은 중국과 접하는 보텐(Boten)으로부터 베트남과 접하는 비엔티안(Vientiane)에 이르기까지 국토 전체를 관통하여, 이 두 지역간 이동 소요시간을 기존의 15시간에서 4시간으로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륙국가인 라오스는 이 철도를 통해 내륙 연계성 허브(Land-Linked Hub)로의 도약을 도모하고 있으며(Rigg, 1998), 중국-라오스 철도선은 중국의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구상의 핵심이자 ASEAN이 200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범 아시아 철도망(Pan-Asian Railway Network)의 첫 번째 중심지가 될 예정이다. 

ASEAN의 2016년 기준 대(對)중국 수출액은 1,440억 달러(한화 약 169조 원), 수입액은 2250억 달러(한화 약 263조 원)로 중국과의 무역규모가 상당하지만, 그 대부분이 해상 운송에 의존하기에 라오스를 경유하지 않는다. 예컨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3국이 중국과 거래하는 4,000만 톤 이상의 물품 중 라오스를 통해 지상으로 운송되는 비율은 5%에 불과하고, 심지어 라오스 자국이 중국과 거래하는 물품도 그 대부분(70%)이 해상을 경유한다. 따라서 중국-라오스 철도선이 개통된다면 중국과 ASEAN간 무역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World Bank, 2020).

이와 같이 기존의 무역을 확대하고 변혁할 수 있는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중국-라오스 철도선은 여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와도 같이 라오스 국내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더불어 그 사회적, 환경적 악영향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아왔다.

본고는 중국-라오스 철도선이 향후 국가 발전에 어떠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지의 문제를 인간 안보(Human Security) 패러다임을 적용해 분석하며, 이를 통해 라오스, 중국, 그리고 각종 국제 기관들이 라오스의 책임성 있고, 인간중심적(Human-Centered)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건설적 의견을 제공하고자 한다.

경제만능론(Econophoria): 라오스의 시장과 투자자 유치
중국-라오스 철도선은 내륙국인 라오스의 경제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여겨지고 있으며, 본 철도선이 국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바로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살펴볼 수 있다(Freeman, 2019; World Bank, 2019). 첫째, 상기했듯 라오스를 경유하는 물품의 운송시간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세계은행은 본 철도선이 중국의 쿤밍(Kunming)과 비엔티안 간 운송비용을 40~50%, 쿤밍과 태국의 램 차방(Laem Chabang) 간 운송비용을 30~50%, 그리고 라오스 국내 지역간 운송비용을 20~40% 정도 줄여줄 것으로 예상한다(World Bank, 2020). 여기에 위에서 소개한 바 있는 운송 시간 단축(보텐↔비엔티안 운송시간이 15시간에서 4시간으로 감소)까지 고려한다면 라오스를 경유하는 지상 운송선이 현재 독보적 입지에 있는 해상 운송선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라오스는 중국과 ASEAN간 무역량을 흡수하고 자국의 상품을 주요 무역대상국인 중국 및 태국에 수출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또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World Bank, 2020). 

둘째, 철도선 부설 등을 통해 인프라적 제약을 완화하여 더욱 다양한 외국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유치할 수 있다(Nanhtharath and Kang, 2019). 1986년 경제 개방 이후 라오스의 FDI 유치액이 꾸준히 증가하기는 했지만, 특히 수력에 집중된 에너지 및 채광산업이 투자의 60~70%를 차지하는 등 일자리 창출능력이 부족한 자원 채굴 활동에 투자가 한정되었다는 한계점이 존재했다(Kyophilavong and Nozaki, 2015; World Bank, 2020). 반면 특별경제구역(SEZ, Special Economic Zone) 지정 등 투자유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집약적인 제조부문의 경우 총 투자액의 5~7%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Kyophilavong and Nozaki, 2015; World Bank, 2020).

세계은행은 중국-라오스 철도선과 기업환경의 개선이 결합될 경우 그 구체적 양상에 따라 라오스 내 SEZ의 투자 매력도를 높여 각종 산업 공장, 기술, 그리고 일자리를 불러모을 가능성이 있다는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World Bank, 2020). 철도선이 빠르고 안정적인 운송수단을 제공하게 되면 농업 부문의 확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미 라오스 농업에 대한 해외 투자의 최대 지분을 차지하는 중국 투자자들은 최근 상업적 경쟁력이 있는 농산품의 중국 수출을 위해 앞으로 5년간 15억 달러(한화 약 1조 7,600억 원)를 추가로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Thanabouasy, 2021). 또한 세계은행과 더불어 UN 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및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 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도 라오스 내 상업적 농업 발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대부분이 소규모 혹은 생계형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라오스 농민들이 내수용 및 수출용 상품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FAO, 2021; JICA, 2021; World Bank, 2018).

마지막으로, 라오스 정부와 세계은행은 중국-라오스 철도선을 통해 라오스의 관광 산업 성장 또한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본 철도선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비엔티안 수도지구, 비엔티안주, 루앙 프라방(Luang Prabang), 우돔사이(Oudomxay), 그리고 루앙 남타(Luang Namtha)의 5개 지역을 관통하는데, 이 지역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이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World Bank, 2020). 대부분 중국인으로 구성된 해외 관광객 이외에도 일인당 소득의 증가로 인해 국내 관광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며, 관광산업의 확대를 통한 일자리와 소득의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세계은행, 아시아 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 JICA, 독일 국제협력기구(GIZ, Gesellschaft für Internationale Zusammenarbeit), 룩셈부르크 국제협력국(Lux-Dev, Luxembourg Agency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그리고 뉴질랜드 국제개발국(NZAID, New Zealand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등 국제 투자자들이 라오스 내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위에서 소개한 요소들을 통해 중국-라오스 철도선이 라오스의 국민소득을 최대 21%까지 늘려줄 것으로 전망한다(World Bank 2020). 하지만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에 기반한 이러한 경제만능론적 전망을 비판하는 이들은 철도선 개통으로 인한 경제 성장 효과에도 불구하고 인간 개발 측면에서는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Howe and Park, 2015; Howe, 2016).  

인간 개발 측면의 도전요소: 빈곤과 불평등
라오스 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의 지난 사례들을 살펴보면 중국-라오스 철도선이 인간 개발(Human Development) 측면에서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음을 주장하는 많은 이들의 우려를 이해할 수 있는데, 실제로 남 테운(Nam Theun)의 2번 댐이 일으킨 환경문제나 세피안 세남노이(Xe-Pian Xe-Namnoy) 댐 붕괴사고 등 수력발전소 프로젝트가 각종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Scudder, 2019; Shoemaker and Robichaud, 2019; IDI, 2019). 이처럼 중국-라오스 철도선도 이미 라오스 국민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는데, 4,000여 가구가 철도 부설을 위한 부지 확보를 위해 토지를 내놓아야 했고, 그 보상으로 지급된 지원금은 기존 토지에서의 농업 소득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Macan-Markar, 2018; Zsombor, 2021). 이러한 토지 징수는 라오스 내 농촌 거주 인구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등 장기적으로 보다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으며(Nanhthavong et al., 2020), 특히 개별 가구 농토 징수는 그 보상 여부와 관계없이 높은 빈곤율과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Nanhthavong et al., 2020).

이에 더해 철도선 개통으로 인해 밀려들어오는 해외 투자자들에 비해 대부분이 소규모 생계형 농업에 종사하는 라오스 농민들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되며, 아직까지 농토를 소유하면서 생산을 계속하는 농민들의 경우에도 적극적 투자를 받는 해외의 대규모 상업 농장의 생산량 및 가격경쟁력을 따라가지 못할 공산이 크다(De Schutter, 2011). 이러한 문제는 라오스의 커피생산 산업에서 이미 나타난 바 있다(Delang, Toro, and Charlet-Phommachanh 2013; Nanhthavong et al., 2020). 특히 소규모 농장에 비해 빈곤 해소 역량이 낮은 대규모 상업적 농업이 외국 투자와 수출에 기반해 확대될 경우, 국내 빈곤 구제 노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De Schutter, 2011). 

마지막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따른 여타 인프라 프로젝트가 불평등의 수준을 높였음을 나타내는 연구자료가 다수 존재한다(Lall and Lebrand, 2019). 중국-라오스 철도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정차역 인근의 도시 지역에 집중되어 철도선과의 연계성을 확보하지 못한 농촌 지역의 경우 그 이익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라오스 내에서 FDI 유치 프로젝트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는 불평등을 보다 심화하게 될 것이다(Nolintha and Lau, 2016). 라오스의 지니 계수는 1990년 0.311에서 2018년에는 0.388로 증가해(Warr, Rasphone, and Menon, 2015; World Bank, 2021), 이에 따라 라오스는 ASEAN 국가 중 동 기간동안 불평등이 심화된 단 4개국의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UNESCAP 2018). 이 기간동안 빈곤율 자체는 완화되었으나, 불평등으로 인해 빈곤 해소의 수준이 28%가량 저하된 것으로 조사된다(Warr, Rasphone, and Menon, 2015). 같은 맥락에서 라오스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는 2019년 기준 0.613이지만, 불평등을 감안한 조정을 거치면 거의 25% 가까이 급락해 0.461이 된다. 위에서 설명한 대규모의 토지 용도변경은 일부 기업 및 엘리트들에 많은 수익을 안겨주지만, 소규모 농업에 종사하며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민들에게는 피해를 끼침으로써 이러한 불평등 심화 경향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인간 안보: 중국-라오스 철도선, 모두에게 이익이 되어야
현재까지 진행된 논의를 토대로는 철도선이 국가 발전에 이익이 될지, 해악이 될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우며, 환경·사회적 지배구조(ESG, Environmental and Social Governance)상의 기준이나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관련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의 문제에도 어려움이 존재한다. 만약 경제적인 이익 추구가 이러한 여타 기준과 상충된다고 가정한다면 당사자 모두가 이득을 취하는 ‘윈-윈(혹은 일부 기업이 주장하는 ‘윈-윈-윈’)’ 해결법을 추구하는 것이 언제나 가능하지는 않기 때문에, 경제 측면과 인간개발 측면의 이익이 지니는 상대적 중요성의 판단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이 점에서 인간 안보 패러다임은 상충되는 목표 간 중요성을 판단할 수 있는 건설적이고 정당한 기반을 제공해준다. 인간 안보 패러다임은 위정자가 통치대상 모두, 특히 가장 취약한 계층의 이익을 고려하여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여기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은 두 가지의 근본적 권리를 지니는데, 첫번째는 죽거나, 죽도록 방치되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을 수 있다는 공포로부터의 자유이며, 두번째는 수명을 보장하는 인간생활상의 기본적 필요의 부재로부터의 자유이다(Howe, 2013). 인간 안보 패러다임은 모든 인간에게 이른바 ‘일반화된 빈곤’으로부터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King and Murray, 2001). 이러한 권리는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및 1990년 UN개발기구 인간개발 보고서(UNDP Human Development Report 1990) 등 다수의 국제법 및 규범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Howe 2013).

인간 안보 또한 발전의 궁극적 목표가 단순히 경제 성장의 추구가 아닌 인간을 위해 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개념을 인간 개발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도선을 통한 경제 성장을 추구함에 있어 세계은행 보고서가 권고하는 바를 충실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World Bank, 2020). 이에 더해 인간 안보를 위해서는 단순히 SDG나 ESG가 명시하는 바 이외에 보다 구체적인 권리를 중시하고 보장해야만 한다. 라오스에서 발생한 174건의 영토 징수에 대한 최근 연구자료에 따르면 이 중 인간안보에 도움이 된 것은 21%, 해악이 된 것은 28%, 그리고 변화가 없거나 불분명한 경우는 38%로(Nanhthavong et al., 2021), 그 결과가 긍정적이지 못하다. 필자들은 중국-라오스 철도선이 국가 경제 및 사회의 일부가 됨에 있어 모든 라오스 국민들의 인간안보를 저해하지 않고, 오히려 최대화할 것을 주문한다. 이는 경제 성장 자체를 멸시하거나 회피하기 위함이 아니라, 책임성 있고 인간 중심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중국-라오스 철도선 개통 자체는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지만, 이 철도선이 라오스에 착취적 투자, 불평등, 그리고 인간 안보 저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혹은 보다 환경 친화적이고 인간 안보에 도움이 되는 경로를 걷게 될 것인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문제이다. 이 점에서 비록 어느 정도 인간 안보상 문제점을 발생시키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 한국의 발전 모델을 라오스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국가주도 발전은 수십년간 ‘경제성장과 공평성’을 모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World Bank, 1993). 소농민의 토지 보유율을 높이고 토지 불평등을 감소시킨 토지 개혁, 도시-농촌간 불평등을 완화하면서 농업기반 경제로부터 산업기반 경제로의 이행을 촉진한 농촌 개발정책, 소득불평등을 완화한 인적자원 개발정책, 그리고 소득과 의료에 관한 불평등을 해소해준 사회적 보호 정책 등이 인간개발 측면에 있어 한국의 성공 사례에 기여한 요소들이다. 이와 같은 접근법이 중국-라오스 철도선으로 하여금 인간 안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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