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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빅데이터로 보는 중동부유럽의 새로운 안보 문제 '난민' 이슈

중동부유럽 일반 EMERiCs - -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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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의 조직적 난민 이송, 중동부유럽 안보에 큰 위협
중동부유럽 국가 중 벨라루스의 조직적인 난민 이송의 의혹을 가장 처음으로 제기한 나라는 리투아니아였다. 6월 말 당시, 벨라루스-리투아니아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아그네 빌로타이테(Agne Bilotaite) 리투아니아 내무부 장관은 올해 발트 3국으로 난민 유입이 급증한 배후에는 벨라루스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2021년 6월까지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던 난민 약 550명을 붙잡았으며, 이는 2020년 전체와 비교해 7배, 2019년 전체와 비교해 12배 많은 숫자라고 발표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난민의 과도한 유입이 리투아니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전체의 문제라면서 EU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빌로타이테 장관은 벨라루스가 리투아니아의 안보를 위협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난민 집단 월경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Gabrielius Landsbergis) 리투아니아 외무부 장관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Alexander Lukashenko) 벨라루스 대통령이 난민을 이용해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 의지를 꺾고자 한다며 벨라루스를 비난했다. 

벨라루스와 접경한 국가들, 난민 유입을 저지하기 위한 국가 비상사태 선포
벨라루스와 접경한 EU 국가인 리투아니아·라트비아·폴란드는 각각 2021년 7월·8월·9월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리투아니아는 7월 2일에 난민 유입을 저지할 목적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7월 초에만 무려 150명의 불법 난민이 국경을 넘었다면서 이는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발표했다. 벨라루스와 679km의 국경을 접하고 있는 리투아니아는 EU 국가 중에서도 민주주의 가치 수호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국가로, 2020년 8월 시작된 벨라루스 부정선거 시위와 대(對)벨라루스 제재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특히 리투아니아는 벨라루스 부정선거 시위를 주도하며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Svetlana Tikhanovskaya)를 보호하고 있는 국가이다. 
 
8월 10일 라트비아 정부도 벨라루스 국경을 통해 넘어오는 난민 유입이 늘어나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라트비아 정부는 8월 11일부터 11월 10일까지 3개월 동안 국가 비상사태를 유지하며, 군과 경찰이 국경 수비대를 도와 불법 월경자를 단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라트비아는 벨라루스와 약 175km의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평상시에는 국경 수비대가 간헐적으로 국경을 순찰한다. 라트비아 국경수비대는 2021년 전체 동안 343명을 체포했는데, 이 중 8월 6일부터 10일 사이에만 벨라루스에서 국경을 넘어오던 중 체포된 불법 월경자가 283명이었다고 발표했다. 
 
9월 2일 안제이 두다(Andrzej Duda) 폴란드 대통령 또한 폴란드 정부의 요청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폴란드 정부는 8월 벨라루스발 불법 월경자가 급증하자 국경에서 이들의 입국을 제지하기 위하여 신분증 소지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벨라루스와 맞닿은 국경을 지키는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2020년 불과 122명의 불법 월경자를 체포했지만, 2021년 8월 중순까지 이미 871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폴란드 정부는 8월 6일부터 8월 8일까지 무려 349명의 불법 월경자를 체포했으며, 이 중 쿠즈니차(Kuzhnitsa)에서는 85명이 한 번에 검거되었다고 발표했다. 
 
폴란드 정부는 난민 유입의 급격한 증가가 벨라루스 올림픽 대표 선수였던 크리스티나 티마노프스카야(Krystsina Tsimanouskaya)의 폴란드 망명 이후 시작되었다면서, 벨라루스 정부가 조직적으로 난민을 폴란드로 보내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폴란드는 벨라루스와 약 400km에 가까운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이웃 국가이자, 벨라루스가 유럽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나라이다. 하지만 폴란드와 벨라루스는 지난 3월 2차 세계 대전을 기리는 방식을 놓고 충돌해 서로가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각종 갈등으로 인해 관계가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였다. 이뿐만이 아니라 폴란드는 리투아니아와 함께 벨라루스의 반정부 시위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외국으로 피신하는 벨라루스 민주화 인사들을 보호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폴란드는 2021년 5월 벨라루스가 반정부 인사 체포를 위해 민간 항공기를 강제 착륙 시키자,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먼저 벨라루스 국적기의 영공 진입을 거부하고 벨라루스와의 항공편을 중단한 바 있다. 

국제사회, 벨라루스의 조직적 난민 이송을 규탄하면서도 난민 인권 보호 촉구
벨라루스의 조직적 난민 이송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 EU 소속 국가인 만큼,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폴란드 세 나라는 이 문제를 EU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한다. EU는 벨라루스가 이라크 국적자를 조직적으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폴란드 국경으로 보내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며, 8월 10일 이라크가 벨라루스와의 항공편 중단을 발표하자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벨라루스에서 리투아니아로 불법 월경을 시도한 사람들의 국적은 이라크인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이란인, 시리아인, 벨라루스인 순이었다. 이와 더불어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의 국경 강화를 위해 1,200만 유로(한화 약 165억 원)를 제공한다고 약속했다. 체코와 덴마크는 리투아니아에 재정적, 물질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난민 유입을 저지하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과는 별개로 국제 인권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난민의 건강과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8월 말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서 3주 넘게 갇혀 있는 일부 난민의 소식이 전해지자 폴란드 야당과 비정부기구, 가톨릭교회는 폴란드 정부의 비인간적인 처사를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폴란드 정부는 국경 철조망을 해체해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개최한 활동가 13명을 체포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또한 폴란드 정부가 난민의 입국을 허용하고 필요한 응급 의료 지원과 법적인 조언을 제공해야 한다고 발표했으며, 인권 NGO인 인권을위한헬싱키 위원회(Helsinki Committee for Human Rights)는 유럽인권법원(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에 폴란드가 난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식량, 물, 거주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청원을 제출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Mateusz Morawiecki) 폴란드 총리는 벨라루스에서 오는 난민의 입국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면서, 난민을 이용해 폴란드를 어렵게 하는 벨라루스의 전략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 사이에 갇힌 난민들은 벨라루스 영토 안에 있다면서, 벨라루스가 이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발 난민을 환영하지 않는 중동부유럽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고국을 탈출하면서 전 세계로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퍼져나갔다.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상당수의 난민은 난민에게 상대적으로 관대한 EU 국가로 가기 위해 서쪽으로 길을 향했다. 하지만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반기지 않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의 일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던 나라들은 자국민을 귀환시키는 과정에서 자국에 협력한 일부 아프가니스탄인의 인도적 입국을 허용했으나, 무조건적인 난민 수용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동부유럽 일부 국가, 난민 유입 반대
아프가니스탄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터키는 탈레반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대화를 나누려고 하지만, 난민 문제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난민들이 몰려들 것을 우려하면서 터키가 이제는 더 이상 유럽을 대신해 난민을 수용해주지는 않을 것 이라고 발언했다. 터키는 2016년 EU와 비자 면제, 재정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유럽으로 입국을 희망하는 수십만 명의 중동 출신 난민, 특히 시리아 내전으로 집을 잃고 살 곳을 찾아 유랑을 떠난 난민을 대신 수용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높은 실업률과 코로나19로 인해 악화된 경제 위기로 인해 터키인들의 난민에 대한 반대 감정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가 현재 360만 명의 시리아 난민과 30만 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터키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주로 이란을 통해 유입되자 이들을 막기 위해 동부 반(Van)주에 길이 약 65km, 4미터 너비와 깊이의 해자를 건설했으며, 군부대를 투입해 국경 감시를 강화했다. 
 
2021년 8월 16일에는 헝가리 외무부가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무조건적으로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헝가리 외무부는 미국의 잘못된 지정학적 결정으로 인한 비용을 헝가리가 대신 지불할 이유가 없다면서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 헝가리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헝가리군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인들에 대한 입국은 허가했으며, 헝가리 국민과 함께 헝가리로 귀환하도록 했다. 

 8월 26일에는 불가리아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는 난민의 유입을 저지하기 위해 그리스·터키 접경 지역에 400~700명의 병력을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불가리아는 2015년 중동에서 약 100만 명이 넘는 난민들이 터키를 통해 유럽연합(EU)으로 유입될 때 난민들이 주로 이용한 경로 위에 있는 나라이다. 기오르기 파나요토프(Georgi Panayotov) 불가리아 국방부 장관은 불가리아 국경을 지키기 위해 병사들이 장벽을 설치하고 헌병을 도와 국경을 감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었던 약 60개 나라가 아프가니스탄 난민 입국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지만, EU 국가 중 헝가리와 불가리아는 이에 참가하지 않았다. 
 
한편 2021년 10월 총선을 앞둔 안드레이 바비스(Andrej Babis) 체코 총리는 9월 7일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Sebastian Kurz) 총리, 슬로바키아의 에두아르드 헤게르(Eduard Heger) 총리의 회담 자리에서 “유럽에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위한 장소가 없으며,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세 나라의 총리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유럽 유입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2015년처럼 대규모 난민 유입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그림 1> 중동부유럽을 관통하는 주요 난민 이동 경로 
* 자료: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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