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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갈림길에 놓인 이란: JCPOA의 현재와 미래

이란 K N Pandita Centre of Central Asian Studies, Kashmir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21/09/30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2018년 5월 8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른바 ‘이란 핵합의’로 알려진 ‘포괄적 공동행동 계획(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으로부터의 탈퇴와 동시에 이란에 최고 수준의 경제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 명의의 각서에 서명했음을 공표했다1). 스티브 므누신(Steve Mnuchin) 당시 미국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사안에 따라 90일 또는 180일간의 유예기간 이후 과거의 대(對)이란 제재가 재개될 것임을 밝혔다2). 이란은 이러한 조처에 분노로 응답하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했으므로 자신들 또한 합의상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음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미·영·프·중·러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으로 통칭), EU, 그리고 이란이 20개월간의 고단한 협상을 거쳐 체결했던 JCPOA는 그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였다. 

이른바 아야톨라(Ayatollah)라 불리는 성직자 계층이 주도하는 이란 정권은 서로 다른 이유에서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특히 이란은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적대하는데, 이러한 태도의 저변에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한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적대감정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민족·언어·그리고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며, 이란은 자국의 옛 전신인 사산조 페르시아 제국이 아랍 민족의 침공을 받아 멸망한 역사를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핵무기 보유는 이란에게는 주변 적국들에 대한 힘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미국에 있어서는 중동 지역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요소이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이란의 핵보유를 국가의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초기 반응
이란의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전 대통령은 미국의 JCPOA 탈퇴에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미국의 탈퇴로 인해 합의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보지 않으며, 이란이 합의 파기를 원하지 않는 다른 당사국과의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 발언했다. 대(對)이란 경제 제재 복원은 석유산업 및 무역과 관련한 이익과도 결부되어 있기에, 이 점에 관해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영국, 프랑스3), 독일, 러시아 및 EU) 간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예상해볼 수 있다.

미국의 JCPOA 탈퇴 배경
트럼프는 JCPOA를 역사상 최악의 협상이라 부르며 재협상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왔다4). 2018년 5월 21일,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당시 국무장관은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에서의 연설에서 미국의 일방적 JCPOA 탈퇴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對이란 전략을 공개했는데, 여기엔 ‘이란 정권에 전례 없는 수준의 재정적 압박’을 가하고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이란의 도발을 억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만약 미국이 이란과 새로운 합의를 추진하게 될 경우 이란이 총 12개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해야 함을 주장했는데, 그 내용에는 이란이 (1) 우라늄 농축 중지 (2) 탄도미사일 확산과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 체계 개발 중지, 그리고 (3)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에 ‘국내 모든 시설에 대한 무제한 접근’ 허용을 수락한다면 미국도 그 보상으로 (1) 현재 가하고 있는 제재의 모든 주요 내용들을 종료할 수 있도록 준비하며, 또한 (2) 외교적/상업적 관계를 전면 재개하고 이란이 선진 기술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는 제안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 정부는 이란 실행 그룹(Iran Action Group)을 설립해 국무부의 대이란 전략이 지닌 모든 측면에 대한 지도, 검토, 조율을 담당하도록 했고, 이란 특사에 강경파로 알려진 브라이언 훅(Brian Hook)을 임명했다.

한편 2018년 9월 27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당시 총리는 UN 총회 연설에서 ‘이란이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통해 획득한 엄청난 양의 장비와 물자를 비밀 핵시설에 저장해두고 있다’고 주장하며 제재에 힘을 실어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에 제기한 이의 중 첫번째는 합의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으로, 실제로 합의 체결시점에서 약 10년이 지나면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제약이 점차 완화될 예정이었다. 두번째 이의는 기존 합의가 탄도미사일 개발 및 중동지역의 폭력적 무장집단에 대한 지원 등 이란이 행하던 다양한 측면의 행위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이란은 2015년 10월 1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에마드(Emad)를 시험발사했는데, 동 미사일은 과거 샤하브-3(Shahab-3)보다도 진보된 것으로 750kg 중량 이상의 탄두를 탑재해 1,700km를 넘어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와 같은 탄도미사일 시험은 이란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하지 못하도록 한 UN 안보리 결의 제1929조(2010년 결의) 위반이라 주장했다. 

이란의 신정권과 미래 향방
미국의 탈퇴와 제재 이후 JCPOA 관련 정세가 경색되며 이란은 인플레이션, 생필품 가격 상승, 청년실업 등 경제 위기에 빠져들었다5). 특히 청년층에서의 불만이 극에 달해, 이들은 기존 사회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6).

이란 강경파 대통령의 집권 
비교적 온건한 축에 속하는 로하니 전임 대통령에 이어 2021년 8월 5일 대통령에 취임한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는 강경파 성직자 출신으로, 최고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호메이니(Ayatollah Khomeini)와 이념적으로 가깝다. 내부 관계자들은 호메이니가 승하할 경우 라이시 대통령을 승계 적합자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라이시 대통령은 외교정책의 대강을 설명하고 2015년 핵합의 복원 가능성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는데, 그 내용은 낙관적이지 않다. 일례로 미국과 JCPOA에 대해 그는 “이란은 미국이 경제제재를 해제하기 전까지 JCPOA의 복원에 대해 미국과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 못박았다7). 그는 또한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으므로 이란 또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재개할 것이라 선언했다.

미국을 비롯해 JCPOA에 참여했던 서방국들은 이란과 미국 간 긴장을 해소하는 데 있어 강경책이 별로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이란의 핵무장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우호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 및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위협이다. 지난번 오만 영해에서 발생한 이스라엘 운항사 소유 유조선에 대한 공격 또한 이란의 테러리스트 소행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이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영국과 이스라엘 총리는 동 공격의 유력 용의자로 이란을 지목했다.

주목해야 할 이슈는, 극도로 보수적인 라이시 대통령이 (1) 핵개발과 JCPOA 존중 간의 선택 (2) 제재로 인해 발생한 심각한 경제 위기 (3) 청년 실업률 (4)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과의 관계 정상화 (5) 혁명 후 이란 사회 내 온건한 이슬람 이념을 위한 활동공간 확보 및 보다 관용적이고, 탄력적이며, 유연한 사회 건설, 그리고 (6) 성직자 계급의 권한 통제 등 산적한 당면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이다.

경제적 위기
2018년, 석유 수출에 대한 제재 유예 만료와 미국 주도의 제재 재개로 인해 이란은 국가 수입에 다시 한번 큰 타격을 받았다. 석유 및 관련제품은 이란 수출액의 80%를 차지하는데, 2020년 중반까지 석유 수출량은 일당 30만 배럴 미만으로 급감했다. 

제재로 인해 이란의 GDP는 2018년에 4.8% 축소되었으며, IMF 추정에 의하면 2019년에도 추가로 8.5%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실업률은 2018년의 14.5%에서 2019년에는 16.8%로 늘어났다. 

기업들이 미국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이란산 석유 구매를 줄여야 했기에,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석유 수출은 2019년 4월 기준으로 일평균 100만 배럴 이하로 감소해 정부 수입이 수십억 달러 수준의 타격을 입었다. OPEC측 자료에 따르면 동년 10월까지 이란의 석유 생산량은 일평균 210만 배럴로 떨어졌으며, 블룸버그 통신은 이 중 일평균 26만 배럴만이 수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석유판매액의 급감으로 인해 이란의 외화수입도 덩달아 추락했는데, IMF는 이란의 현 외화보유량이 2013년 수치보다 20% 줄어든 860억 달러(한화 약 100조 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한다.

2019년 12월, 미 정부 고위 관계자인 브라이언 훅(Brian Hook)은 금융분야에 가해진 제약으로 인해 이란의 외화보유액 중 정부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액수는 전체의 10%에 불과하고, 이에 따라 자국 통화 가치를 유지하거나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평가했다.

이에 더해 미국은 2019년 10월부터 이란 내 18개 주요 은행에 대한 제재를 시작해 이란 리알(Rial)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더욱 추락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인플레이션으로, 이란 노동부는 고기, 쌀, 과일 등 주요 식품의 연간 가격상승률이 24%를 웃돌아 식품가격 상승이 6월 21일 기준으로 위기 상황에 접어들었음을 밝혔다.

한편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과는 별개로 시행된 미국의 기타 제재 또한 피해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다수의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이슬람 혁명 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와 같은 제재대상 단체와 거래했다가 미국의 눈 밖에 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제재가 국제 무역을 제약하면서 암거래가 횡행하여 정상 경제는 축소되는 반면 IRGC는 오히려 이익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은행에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경제 상황을 정리해 발간하는 연례 보고서는 이란을 비롯한 해당국들의 현황을 알려주는 가장 신뢰성 높은 자료로, 그 내용을 통해 2021년 봄 기준 이란의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빈곤과 불평등 문제가 부각되는 등 이란 경제에 악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2020년 하반기에는 소폭이나마 경제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다만 외화보유고 활용에 있어서의 한계, 그리고 기타 외부 재원의 제약으로 인해 2020~2021년 환율이 압력을 받았고, 물가상승률은 올라갔다. 세계은행은 친환경 인프라, 디지털 경제, 그리고 재생에너지 등 성장에 도움이 되는 개혁 수행을 통해 이란 경제가 팬데믹을 극복하고 필요한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CPOA의 미래 전망
JCPOA의 미래 향방은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처신에 달려 있는 문제이며, 핵개발과 관련한 경색 국면이 얼마나 유지되는지에 따라 상황이 안정화될지, 혹은 중동지역 전체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올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EU를 비롯한 유럽 당사국들은 에너지, 기술 및 과학 협력, 무역 및 상업 등과 관련한 양자관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아직 모든 수준에서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지만, 새로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이 합의를 다시금 준수 할 경우 미국도 합의에 복귀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단,바이든 대통령은 새로운 합의가 미사일 프로그램 등 보다 포괄적인 사안들을 다룰 수 있도록 그 범위를 확대하고자 한다.

한편 이란은 미국이 본래의 핵합의에 복귀하기를 원하지만 기존의 합의안을 확대하는 방향의 논의에는 반대한다. 일례로 라이시 대통령은 당선 확정 직후인 2021년 6월, “지역 이슈 및 미사일 이슈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은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또한 비엔나에서 기타 JCPOA 체결국과의 대화를 계속해 미국과 이란을 기존 협상에 복귀하도록 하는 노력에는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JCPOA의 복원을 위한 유럽 국가들의 노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 또한 대(對)이란 제재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이를 해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과의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다른 주체가 JCPOA와 관련된 이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 또한 피하려 할 것이다. JCPOA에 참여한 유럽 국가들의 실용주의적 접근방식, 그리고 이란과의 관계 악화를 피하고자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에서 볼 때 현재의 경색 국면을 타개하고 미래에 양측의 요구를 모두 반영하는 중도(中道)를 찾아 합의를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제재 일부를 철회하는 조치를 통해 냉각된 양국 관계의 해빙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1) Connor Finnegan, Trump Announces US Withdrawing from Iran Nuclear Deal, ABC NEWS (May 8, 2018), https://abcnews.go.com/Politics/trump-announce-us-withdrawing-irannuclear-deal-sources/story?
2) Kit Rees, Oil Soars as Trump Dumps Iran Nuclear Deal, Dollar Dips, REUTERS (May 8, 2018), https://www.reuters.com/article/us-global-markets/oil-soars-as-trump-dumps-irannuclear-deal-dollar
3) BBC News, Iran Nuclear Deal: France Condemns US Move to Re-Impose Sanctions, BBC NEWS (May 11, 2018), http://www.bbc.com/news/world-europe-44079831.
4) https://www.bbc.com/news/av/world-us-canada-41587428
5) Amir Ahmadi Arian & Rahman Bouzari, Opinion, What Sanctions Mean to Iranians, N.Y. TIMES (May 9, 2018), https://www.nytimes.com/2018/05/10/opinion/sanctions-iran-nuclear-deal-protests.html?
6) https://www.aljazeera.com/news/2019/2/11/youth-grappling-with-economic-cultural-hurdles-in-modern-iran
7) Iran International, Teh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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