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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의 디지털 생태계 현황

러시아 박지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전문위원 2021/10/06

디지털 생태계의 구축은 러시아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다양한 디지털플랫폼을 중심으로 정부, 기업, 개인이 정보를 집적화하고 이러한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창의적이고 새로운 서비스와 디지털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는 초연결 사회를 실현하는 플랫폼으로서의 디지털 생태계가 향후 모든 기업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본고에서는 러시아 주요 기업의 디지털 생태계 구축 현황을 파악하고 생태계 확장 전략의 차이점을 분석하고자 한다.

러시아 디지털 생태계의 주요 기업
러시아의 적극적인 디지털 생태계 구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 가운데 하나는 국영은행인 ‘스베르(Sber)’이다. 이 은행은 러시아 최대의 금융기관이지만 러시아의 디지털 생태계 구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 투자하거나 일부는 직접 플랫폼을 만드는 방식으로 러시아 최대의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스베르가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하고 있는 플랫폼을 보면, 원격진료(docdoc). 구직서비스(Rabota.ru), 전자금융서비스(Яндекс.Деньги), 만화영화(Союзмультфильм)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1).

지난 2018년 스베르의 게르만 그레프(German Gref)회장은 2020년까지 스베르를 단순한 금융기업이 아닌 기술기반의 기업으로 전환시킬 것임을 공표하였고, 이에 따라, 기업 내부에는 ‘스베르엑스(SberX)’ 라고 불리는 디지털 생태계 개발을 위한 부서가 별도로 설립되었다. 이 부서는 기존에 은행 내에서 디지털 사업을 전담으로 하는 부서가 전환된 것으로 은행의 다른 비즈니스 및 기능 단위, 자회사 및 은행 파트너와 함께 디지털 생태계 개발을 주도하고 새로운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기업은 약 4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였고, 이 가운데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닥닥(docdoc)’은 2012년 환자가 검증된 리뷰를 확인하고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시작하였으며 2017년 스베르가 70%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스베르 디지털 생태계로 편입되었다. 2018년부터 의사의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하였는데 시스템을 통해 언제든지 의사의 진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이 서비스에 가입된 개인병원은 약 4,000여 개, 가입 회원수는 750만 명에 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자가격리 중인 사람들에게 상담서비스를 지원하고, 의약품을 배달하며 스베르의 디지털 생태계에 있는 다른 플랫폼을 통해 음식료 배달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디지털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였다.

구인구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보따닷루(Rabota.ru)’는 스베르가 2019년 인수하였다. 스베르는 이 포털을 인수하면서 “구인 요청 업무를 평가 및 분류하고 적절한 인력을 배치하는 디지털 작업은 은행의 주요 전략적 업무 가운데 하나로, 동 사이트의 인수를 통해 개인과 기업에게 가장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2). 스베르의 디지털 생태계 확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금융이라는 은행의 고유영역과 관계없이 분야를 불문하고 이루어지고 있다. 이 회사는 2024년까지 디지털 생태계의 구축을 완료하기 위한 목표 하에 생태계 조성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림 1> ‘스베르(Sber)'가 구축한 디지털 생태계
* 자료: Sberbank, "ПРЕЗЕНТАЦИЯ ДЛЯ ИНВЕСТОРОВ," Июнь, 2020, стр. 8. 


스베르 이외에 러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디지털 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민간기업은 ‘얀덱스(Яндекс)’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 기업은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IT기업이다. 검색엔진 분야에서 러시아 내 시장 점유율은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온라인 시장에서의 기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들로 확장해 나가면서 러시아의 선도적인 디지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얀덱스의 대표적인 서비스 플랫폼으로 ‘얀덱스푸드(Яндекс Еда)’가 있는데, 2017년 음식배달기업의 인수를 모태로 시작되어 2018년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스마트폰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레스토랑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음식료를 주문하면 가정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배달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았으나 점차 확대되어가는 러시아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 서비스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 내에서 폭발적인 수요 급증을 맞았다. 2020년의 음식료 배달 서비스 시장은 전년대비 4배 이상 성장했으며 특히 3월과 12월의 코로나19 격리기간과 연휴기간에 크게 증가했다. 더불어 얀덱스푸드의 매출도 크게 확대되었으며 음식배달서비스 시장에서의 입지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얀덱스 마켓(Яндекс. Маркет)’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얀덱스가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는 서비스로, 2000년에 설립되었다. 초기의 성장은 더디게 나타났으나 2010년대 이후 러시아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확대되면서 성장하게 되었고 2017년에는 스베르의 투자를 받아 공동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6월, 스베르는 얀덱스 마켓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지분을 얀덱스에게 매각하게 되었다. 얀덱스 마켓은 매일 수십만 명의 사용자가 방문하는 러시아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중 하나로,‘와일드베리즈(wildberries)’ 그리고 ‘오존(OZON)’ 과 함께 3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스베르와 얀덱스 이외에 ‘메일루(mail.ru)’ 역시 적극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추진하는 기업인데, 동 기업은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메일루의 대표적인 생태계 사업 가운데 하나는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를 제공하는 ‘브콘탁테(VKontakte)’이다. 2006년부터 SNS 서비스가 개시되었으며 페이스북과 유사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다만, 문자와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이나 파일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러시아에서는 페이스북 보다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은 음악이나 영화 컨텐츠 등을 쉽게 무료로 접할 수 있었고 이 서비스는 초기 메일루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메일루는 온라인 교육 시장을 또 하나의 중요한 플랫폼 확대가 가능한 사업분야로 판단하여, 러시아 온라인 교육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킬박스(SkillBox)’의 지배주주로서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스킬박스는 마케팅,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의 다양한 교육과정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교육 플랫폼으로 약 560여 개의 교육과정이 등록되어 있으며 러시아의 주요 대학과 연계하여 학위를 수여하거나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서 살펴본 스베르가 공기업으로 금융시스템 이외의 디지털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디지털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는 기업이라면 ‘틴코프(Tinkoff)’은행은 민간 금융기관으로 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디지털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는 기업이다. 틴코프 은행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동 은행의 태생이 기존의 오프라인 금융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금융권의 영업방식과 차이가 있으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혁신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틴코프 은행은 주로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 비중이 높지만, 러시아의 다른 은행에 비해서 중소기업 대상의 서비스 비중이 높다. 2015년에 론칭된 해당 서비스의 이름은 ‘틴코프 비즈니스-중소기업을 위한 생태계(Тинькофф Бизнес - экосистема для малого и среднего бизнеса)’로, 중소기업의 예금·대출·취득·정부구매·회계서비스 등 모든 금융거래에 대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3).

러시아 기업의 디지털 생태계 구축전략 
러시아의 디지털 생태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자사의 핵심 플랫폼을 강화하여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기업마다 생태계 구축전략은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베르의 경우, 이미 2024년까지 자사의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완료하기 위한 시한을 설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스케줄에 따라, 스베르는 독자적인 개발보다는 대체로 합작투자 및 지분의 단독인수를 통해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영역에 대해 투자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되 비유동자산은 매각하고 프로젝트의 프로세스를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스베르의 전략은 기업의 본질적인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금융서비스업을 모태로 하며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므로 금융부문을 제외하고 디지털 영역에서 기술축적이나 사업에 대한 운영 노하우가 체계적으로 축적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단기간 내의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나 기업인수를 통한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스베르의 디지털 생태계 구축이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방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같은 금융기관이지만 틴코프 은행이 구상하는 향후 디지털 생태계의 발전방향은 주로 금융과 연계된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 은행의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알렉 틴코프(Oleg Tinkov)는 틴코프의 디지털 생태계가 은행, 보험, 전자지갑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4). 틴코프 은행은 오프라인 서비스 없이 온라인만을 기반으로 한 금융기관이며 그에 걸맞게 러시아 내에서 금융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또한 기업의 규모도 스베르와 같은 대형 은행에 비해서는 다소 작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미 스베르나 얀덱스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일정 부분 디지털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과 직접 경쟁을 하는 것은 틴코프 은행으로서는 부담이 있다. 오히려 자신이 강점을 가진 온라인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연관된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는 것을 효율적인 전략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틴코프는 스베르와는 달리, 지분투자나 인수 등의 방식보다는 서비스나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얀덱스도 생태계 구축에서 자체적인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기술기업의 특성상, 인수나 투자보다는 원하는 서비스와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에 좀 더 익숙하다. 온라인 서비스로부터 택시, 상품판매, 음식배달 등의 오프라인으로 플랫폼을 확장해 온 얀덱스는 스베르와 같이 인수를 통한 빠른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 만큼 성장이 제약 될 수도 있으나 이미 일정 수준 이상으로 디지털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고, 러시아 내에서의 기술 수준은 타사에 비해 월등히 높아 향후에도 자체적인 개발 방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는 스베르에 비해 최근 얀덱스의 생태계 확장은 다소 시장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다. 

메일루의 디지털 생태계 운영전략은 다음의 세 가지 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자체적인 개발을 통하거나, 전략적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 및 발전의 기회를 찾는 것이며, 둘째, 모든 프로젝트를 전략적인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셋째는 서로 다른 생태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각 참여자에게 이익이 되는 공통 인프라 및 제품을 창조하는 것이다. 즉, 동 기업은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열린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사점 및 향후 전망 
디지털 생태계의 특성상 한국의 중소기업이 러시아의 거대 기업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 중소기업의 경우 러시아 기업들이 조성한 디지털 생태계에 가능한 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원격교육과 관련한 교육과정 운영 및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스킬박스나 긱브레인즈(Geek Brains) 등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러시아 내 플랫폼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플랫폼이 갖추지 못한 교육과정에 대해 라이선스를 받고 판매할 수 있을 것이며 공동으로 새로운 교육과정을 런칭하는 데 협업할 수 있다. 일반적인 소비재의 경우라면, 얀덱스 마켓이나 와일드베리즈와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특정 분야에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은 러시아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기술 제공, 컨설팅 등 상품 판매와는 다른 방식의 협력이 가능하다. 러시아 내에서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가 조성되는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 분야에 대한 수요는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런 시장변화에 관심을 갖고 대응해 나간다면 기술협력은 좀 더 용이할 수 있다.



* 각주
1) “Мультфильмы, продукты, врачи… Зачем банку непрофильные сервисы,”https://mcs.mail.ru/blog/multfilmy-produkty-vrachi-zachem-banku-neprofilnye-servisy. (검색일: 2021년 8월 30일)
2) “Сбербанк купил Rabota.ru и ворвался на рынок, где не осталось места,” https://www.cnews.ru/news/top/2019-04-01_sberbank_kupil_rabotaru_i_vorvalsya_na_rynok, (검색일: 2021년 8월 30일) 
3)  “Экосистема Тинькофф: от билетов в кино до оплаты алиментов,” https://frankrg.com/7716, (검색일: 2021년 8월 31일)
4) “Тиньков назвал направления развития экосистемы TCS Group,” https://www.interfax.ru/business/764912, (검색일: 2021년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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