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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보우소나루 집권 이래 브라질이 마주한 도전

브라질 Laura Tedesco Saint Louis University Associate Dean 2021/11/01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2019년 1월 1일부로 취임한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대통령은 2018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55.13%를 득표해 승리했다. 육군 대위 출신으로 28년간 브라질 의회 의원으로 재임한 보우소나루는 국내외에서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인물로, 그가 정권을 잡은 이래 많은 이들이 브라질의 국정 운영을 우려 섞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본고는 보우소나루 행정부의 행보가 브라질의 국제적 입지, 경제 상황, 그리고 코로나19 대응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자 하며,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진정 제기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아마존 산림 파괴 문제의 현황도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국제사회 중견국으로서의 입지와 대외정책의 변화
2000년대의 브라질은 소프트파워 신장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물론 국제적 차원에서도 중견국의 지위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 집권 이래 브라질 대외정책의 전통적 근간이 뒤바뀌고 중견국으로서의 입지가 위협받게 되었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브라질의 대외정책은 전통적으로 세계 무대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초점을 두어 왔으며, 실용성, 다자주의, 국제 제도 지지라는 세 가지 일반적 특성에 기반해왔다(Costa Vaz, 2020). 이와 같은 기조는 1995~2002년 페르난두 카르도주(Fernando Cardoso) 행정부와 2003~2010년 룰라 다 시우바(Lula da Silva) 행정부 모두에서 유지되었으며, 비록 이 두 전 대통령의 이념은 서로 달랐지만 타국 불개입, 무조건적 친미 행보 자제, 그리고 역내 다자주의적 접근법 강조라는 세 가지 원칙만큼은 꾸준히 준수되었다. 

하지만 2016년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대외정책 기조가 변화하기 시작했고, 보우소나루 당선 이후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와의 밀월, 그리고 다자주의를 대신한 양자주의적 관계 추진이라는 새로운 풍조가 등장했다. 신정부는 또한 인권 보호, 기후변화 대처,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라는 세계적 의제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데에도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Costa Vaz, 2020). 

이 시기 신정부는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헝가리를 비롯한 세계의 주요 우파 정부 집권국을 정치적 우방으로 삼고 이들과의 양자 관계 강화를 시도했다. 반면 라틴아메리카 내에서는 2019년에 국가 간 방위연합체인 남미국가연합(UNASUR, Unión de Naciones Suramericanas)과 경제적 통합 및 조율을 추구하는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Community of Latin American and Caribbean States)에서 탈퇴하는 등 브라질의 탈(脫)다자주의적 행보가 두드러졌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외교의 중요성이 높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이 역할에 큰 관심을 쏟지 않았다. 그 결과 비록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는 일부 진전되었으나, 역내/국제 무대 주역 중 하나로서의 역할 수행은 미진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마존 산림 훼손 문제
보우소나루 집권기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군인사가 정부 요직에 다수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브라질군 인사, 특히 예편 장교들이 내각 인사 중 10개 보직에 임명되었고, 전국의 행정부서에도 약 6,000명에 달하는 군 인사가 보임되었다(Estrada, 2021).

국정 업무 중 코로나19 대응과 함께 군의 개입도가 가장 높았던 분야는 이른바 아마존 산림 보호 사업이었으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산림 보호 전문가들의 역할은 약화시키는 반면 군에는 각종 특권을 부여하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아마존 지역으로의 실제 군대 파견은 산불 다발로 인해 정부가 대중의 비판에 직면한 2019년에야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정부는 또한 브라질이 2030년까지 산림 훼손 완전중지를 약속한 바 있는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에서도 탈퇴할 수 있음을 공언하는 등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국제사회와의 마찰도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와 같은 소극적 태도로 인해 신정부 출범 첫 해인 2019년 기준 산림훼손도는 200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정부의 우주 연구기관인 국립우주연구소(INPE, Instituto Nacional de Pesquisas Espaciais) 사진 판독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들어 5개월 만에 산림 훼손도가 34% 증가했다(Sedano, 2021). 이에 더해 2020년 5월부터 2021년 7월까지의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총 4,300 평방킬로미터의 산림이 사라진 것으로 조사되었다(Sedano, 2021).

산림 훼손 문제 해결을 위해 보우소나루 정부가 군을 파견한 사례는 지금까지 총 세 번이었다(Alvarez, 2021). 하지만 이 사례들도 다수의 투자자들과 영국·유럽 유통사들이 브라질 정부의 아마존 훼손을 비판하며 브라질 채권을 즉각 매각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대통령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선회하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Alvarez 2021).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산림은 2008년 이래 최악의 훼손 사태에 직면했다. INPE측 자료를 인용하면 2019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의 1년간 사라진 녹지 면적은 1만 1,088 평방킬로미터로,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9.5% 상승한 수치이다(Sedano 2021).

국내 환경단체 간 네트워크 기관인 기후관측소(Observatório do Clima)는 상기 통계가 산림보전 프로그램을 약화시키려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계획이 성공했음을 보여준다고 논평하면서 “(대통령이) 브라질의 산림을 보호하고 아마존에서 자행되는 불법행위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국가와 감독기관으로부터 앗아가 버렸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동 단체 소속 전문가들은 “국내 산림에서 불법적인 토지 훼손, 채굴, 벌목, 원주민 집단 학살을 자행하는 이들은 대통령, 그리고 심지어 환경부조차 자신들의 행위를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Infobae, 2022).

2021년 10월에는 오스트리아 소재 시민단체인 올라이즈(AllRise)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산림 훼손과 토지 사유화, 불법 자원 채굴을 조장하는 정책을 통해 아마존 산림 훼손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취지로 ICC에 진정서를 제출했다(RFI, 2021). 이 진정서에서 올라이즈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앞으로 나타날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아마존의 대규모 훼손을 부채질하고 있다”라는 날 선 비판을 내놓았다(RFI, 2021). 이전에도 원주민 단체가 3건의 진정을 낸 바 있지만, 이번 사안은 산림 훼손으로 인해 세계 인류의 건강권이 침해된다는 점을 분명히 주장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올라이즈는 ICC가 진정을 받아들일 경우 세계 각국 행정부가 브라질과 같은 환경파괴 정책을 추진하는 일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
코로나19가 단순히 일종의 독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태도는 브라질의 보건 위기 악화에 일조했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확진자 수는 2,100만 명, 사망자 수는 60만 명에 달하고, 총 2억 1,400만 명의 국내 인구 중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의 수는 절반 이하인 9,300만 명에 불과하다(WHO, 2021). 2021년 10월까지의 자료를 기준으로 브라질은 미국과 인도에 이어 확진 건수 3위를 달리고 있으며, 사망자 수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특히 팬데믹 발생 초기 몇 달간 브라질의 상황은 가공할 만한 것이었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평가절하하는 와중에도 수천개의 관이 땅에 묻히기를 기다리고 병원은 환자들로 가득 차는 등 혼란상이 펼쳐졌다. 지금까지도 대통령은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고, 경제와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이유에서 감염병 통제를 위한 봉쇄 조치에도 소극적이며,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봉쇄 조치 시행을 막기 위해 대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했다.

하지만 공공보건보다 경제적 성과를 중시한 정책기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800만여 개의 국내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집계되며(Pedroso, 2020), 2020 말 기준 실업률은 13.67%에 달했다(Macrotrends, 2021).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외 수요가 줄고 공급망은 타격을 받았으며, 지난 수년간 해소에 진전을 보여온 빈곤 문제도 다시금 악화 위기에 놓였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상품 가격 회복과 해외 수요의 확대로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2021년과 2022년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각각 5.0%, 1.9%로 집계된다. 실업률 또한 2021년 2~4월의 14.7%에서 5~7월에는 13.7%로 소폭 내려갔다(Trading Economics, 2021). 하지만 2022년에 예정되어 있는 대통령 선거가 또 한번의 정치/경제적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미래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표 1> 1990~2020년 브라질의 10년 단위 주요 경제 지표
* 자료: : 세계은행 (2021): Brazil Overview: Development news, research, data | World Bank


다가오는 대선과 브라질의 미래 향방
많은 사람들은 오는 2022년, 혹은 2026년의 선거를 통해 당선될 차기 대통령이 군부의 영향력 통제, 지역 및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회복, 그리고 아마존 산림 보호 등 많은 영역에서의 책무를 다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2016년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브라질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호세프 대통령의 잔여 임기 2년을 채운 미셰우 테메르(Michel Temer) 대통령 집권을 거치며 이전의 진보 정권은 보수 성향으로 돌아섰고, 2018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당선에도 보수층, 군부, 그리고 복음주의계 교회가 큰 역할을 했다.

다가오는 2022년 선거와 관련해 특기할 만한 점으로는 다음의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대선 당시 소속되었던 사회자유당(Partido Social Liberal)을 떠나 새로운 정치단체인 브라질을 위한 동맹(Aliança pelo Brasil)을 창립했지만, 해당 단체는 아직 정식 정당으로 등록되지 않은 상황이다(Infobae, 2021). 둘째,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방면되면서 대선 출마 가능성이 생겼으나, 그 자신 및 소속 정당은 멘살라우(Mensalão)1) 스캔들 , 라바 자투(Lava Jato)2) 사건  등 부패 문제에 연루되어 인기를 잃은 상태이다. 일각에서는 룰라 다 시우바가 다시 한번 대권을 잡을 수 있다고 믿지만, 과거에 이미 사회·정치적 양극화를 불러온 바 있는 인물에 나라를 맡기는 것보다는 기성 정치인들을 물갈이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업체 데이터폴야(Datafolha)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대상자의 59%가 보우소나루에게는 투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38%는 룰라 다 시우바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고 응답했다(Lopes, 2021).

아직까지 2022년 대선의 향방은 정해진 바가 없다. 다만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젊은 차세대 정치인들이 양극화를 극복하고 브라질이라는 고도로 다원적인 사회에서 모든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길을 열어 주기를 희망한다. 최근 몇 년간의 혼란은 민주주의적 제도를 강화하고 국제적 중견국으로서의 브라질의 입지를 다시금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남겨주었다. 또한 일각에서는 보우소나루를 ICC 재판에 회부함으로써 기후 변화에 관한 국제적 노력의 진전을 돕고 미래 세대에 희망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이 일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이전까지 힘없는 아프리카 국가들 만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ICC에 대한 평가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브라질과 세계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며, 특히 라틴아메리카는 브라질의 적극적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이 점에서 오는 2022년 선거 결과가 브라질의 역내·국제적 입지 변화에 있어 중요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 각주 
1) (역주)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재임기인 2005년에 의회 의원들이 특정 법안에 호의적으로 표결해주는 대가로 집권당이 한달에 1만 2,000달러(한화 약 1,400만원)씩의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폭로되며 발생한 정치스캔들입니다.
2) (역주)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조사가 이루어진 부패 스캔들로,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와 대통령, 의회 의원, 주지사, 정당 요인, 기업인들이 다수 연루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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