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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빅데이터로 보는 이란의 제재와 자산 동결 해제 요구로 난항에 빠진 핵협상 이슈 추이

이란 EMERiCs - -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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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상이 경제 제재와 동결 자산 문제로 난항에 직면했다. 곧 핵협상에 복귀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경제제재를 해제하여 핵협상에 대한 성의를 보일 것을 요구하는 이란과, 조건 없이 즉각 핵협상에 복귀할 것을 요구하는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 사이 입장 차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핵협상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며 이란은 협상 의지가 있음을 여러 차례 내비치고 있지만,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란과 미국 및 유럽 국가 사이에 여섯 차례의 회담이 진행되었음에도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은 한국산 가전제품 수입을 금지하고 한국에 소송을 경고하는 등 동결 자산 해제를 위한 압박에 나섰으며, 중국·러시아 등 우방국과의 교류를 강화하여 경제적 생존을 모색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이란, 미국과 유럽에 제재를 해제하여 핵협상에 대한 성의를 보일 것을 요구
이란과 미국·유럽의 핵협상은 2021년 6월 중단되어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도 재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라이시 정부는 계속해서 이란이 핵협상에 복귀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 이미 핵협상을 재개할 뜻이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9월 21일 UN 총회에서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에 핵합의와 국제적 합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궁극적으로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핵합의 복원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0월 4일 사이드 하팁자데(Saeed Khatibzadeh)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라이시 대통령이 취임한 지  55일도 지나지 않았기에 아직 핵합의가 재개되지 않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으며, 라이시 행정부 출범 후 90일 내에는 핵협상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팁자데 대변인은 11월 둘째 주를 이란이 핵협상에 복귀할 예상 시점으로 언급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얀아미르 압돌라히안(Hossein Amir-Abdollahian) 이란 외무부 장관 또한 10월 6일에 핵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0월 18일에는 라이시 대통령이 이란이 핵협상에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있으며 그가 취임한 이후 중단된 핵협상을 빠른 시일 내로 복귀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핵협상 복귀에 조건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아미르압돌라히얀 장관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유럽에 제제를 해제하여 핵협상에 대한 성의와 진정성을 보일 것을 요구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제재가 인도적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으며, 10월 14일 이란을 방문한 엔리크 모라(Enrique Mora) 유럽연합(EU) 핵협상 최고대표에게도 유럽에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또한 서방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약 100억 달러(한화 약 11조 7,600억 원) 규모의 이란 자산에 대한 동결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란 정부가 핵협상 재개에 대해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이란 내 강경 보수파 사이에서는 핵협상 재개 자체에 반대하는 여론도 감지된다. 보수파 주요 인사인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Mohammad Bagher Ghalibaf) 이란 국회의장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이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와 관련된 법에 따라 승인된 이란의 권리라고 주장하며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무관하게 미국이 경제제재를 완전히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표적인 보수파 언론인 케이한(Keyhan)의 편집장인 호세인 샤리아트마다리(Hossein Shariatmadari)는 이란이 핵협상 복귀로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하며 핵협상 재개를 반대했다. 

이란, 핵시설 사찰을 두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갈등
한편 이란은 핵시설 사찰을 두고 IAEA와 갈등하고 있다. IAEA와 이란원자력기구는 지난 9월 12일 사찰 문제에 관한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으나, 카라즈(Karaj) 핵시설 사찰을 두고 다시 갈등하는 상황이다.지난 9월 26일 IAEA는 이란이 카라즈 핵시설 대한 사찰을 거부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카젬 가리브아바디(Kazem Gharibabadi) IAEA 주재 이란 대사는 IAEA가 사찰하고자 한 카라즈 핵시설 내 일부 장비는 처음부터 사찰 대상으로 합의되지 않았던 것이며, IAEA의 사찰 시도는 도를 넘은 행위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이란 측은 카라즈 핵시설의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시설에 대한 IAEA의 사찰을 허용하며 사찰 자체를 막을 뜻은 없음을 드러냈다. 한편 모하마드 에슬라미(Mohammad Eslami) 이란 원자력기구(Atomic Energy Organization) 청장 또한 자국 핵시설에 대한 테러를 규탄하지 않은 기구가 사찰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카라즈 핵시설은 지난 2020년 6월 테러 공격을 받았으며,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이 공격 배후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IAEA는 이란이 사찰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라파엘 그로시(Rafael Grossi) IAEA 사무총장은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카라즈 핵시설을 감시하는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으며 이란이 몇 달 내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핵물질을 생산할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또한 이란이 핵무기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까지의 시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0월 10일 이란은 2015년 핵협상에서 합의된 수준을 초과하는 농도 20%의 농축우라늄 120kg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IAEA와의 갈등에 대해 10월 10일 아볼파즐 아무에이(Abolfazl Amouei)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위원은 이란 정부가 ‘제재 해제 전략행동법(Strategic Action to Lift Sanctions)’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법은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까지 늘리고 새로운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며 IAEA의 사찰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이란에 즉시 핵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
이란의 제재 해제 요구에 대해 미국과 유럽은 먼저 이란이 핵협상에 즉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10월 18일 미국 국무부는 협상이 최대한 빨리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외교적 수단이 실패하면 다른 대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다른 대안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롭 말리(Rob Malley) 대이란 미국 사절 대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대표단과 만나 외교와 협상이 갈등 해결을 위한 최선의 수단이며 이를 위해서는 이란의 즉각적인 협상 복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역시 이란의 핵개발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핵협상의 빠른 재개를 촉구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라이시 행정부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란이 협상 복귀를 거부한 채 핵개발을 계속하며 핵합의 복원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행보를 중단하고 협상에 복귀할 것을 요구했다. 독일 역시 협상 복귀에 조건을 제시하는 이란의 요구를 일축했다.

이란, 동결 자산 해제 요구하며 한국을 압박
지난 9월 30일 라이시 대통령은 한국 기업인 삼성과 LG의 가전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는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 이란 최고지도자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한국산 가전제품 수입이 이란 국내 가전제품 제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수입을 금지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이란은 여러 차례 미국 경제제재에 순응하는 한국에 불만을 드러냈었다. LG와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제재가 재개된 이후 이란 시장에서 철수하자,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이란 전대통령 재임 당시 외무부 차관이었던 압바스 아락치(Abbas Araghchi)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후에 LG와 삼성이 다시 이란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란 국회 산하 산업·광업 위원회 위원장인 에자툴라 아크바리 탈라르파슈티(Ezatullah Akbari Talarpashti)는 10월 3일에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이란 자산을 동결한 국가의 상품을 이란이 수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산 제품의 수입을 금지할 것을 이란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이란의 이러한 행보 배경에는 한국 시중은행 계좌에 동결된 이란 자산을 되찾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10월 2일 아미르-압돌라히얀 장관은 한국이 이란 자산 동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란 중앙은행이 한국에 법적 조치를 하도록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

아미르-압돌라히얀 장관은 이란이 지난 3년간 참아왔으나 이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으며, 이란과 한국의 대화가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법적 조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 기업은행 두 곳에는 이란의 원유 및 가스 수출대금 약 85억 달러(한화 약 9조 9,960억 원)가 이란의 대외 달러 거래를 금지하는 경제제재로 인해 동결되어 있다. 이란은 동결 자금을 이용해 의약품 구입 등 인도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려는 방안 또한 한국이 거부하여 무산되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산 가전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정책은 또한 이란 국내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도 지니고 있다.이란은 경제제재 대응에 필요한 경제적 자립을 확보하기 위해 이란 국내 산업 발전에 초점을 맞춰왔으며, 가전제품 수입 금지 또한 이러한 전략의 한 부분이다. 10월 9일 레자 파테미 아민(Reza Fatemi Amin) 이란 산업광업무역부 장관은 2025년까지 이란 국산 가전제품 수출 규모를 현재 수준에서 두 배 이상 늘릴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산 가전제품 수입 금지가 이란 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강경파 인사인 모하마드-레자 바게리(Mohammad-Reza Bagheri)의 발언 역시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외교 관계 다각화로 경제제재와 고립 타개책 모색
협상이 교착 상황에 빠지고 제재 해제와 동결 자금 문제가 쉽사리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란은 외교 관계 다각화 전략으로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 경제제재에 대응하여 이란이 비서구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으며, 이에 이란은 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과 경제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관계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이란이 관계 강화에 중점을 두는 국가는 중국으로, 지난 3월 이란과 중국 양국은 향후 25년에 걸쳐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는 포괄적 전략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금융, 통신, 항만, 철도,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 총 4,000억 달러(한화 약 470조 4,000억 원)를 투자하고 이란은 중국에 국제유가보다 낮은 가격에 원유를 수출하기로 했다.

9월 17일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 주도 아래 유라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지역협력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란은 여러 차례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을 시도해왔으나 실패했으며, 라이시 대통령은 SCO 가입에 대하여 ‘역사적인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SCO 가입을 통해 중국, 러시아, 인도, 중앙아시아 국가 등 SCO 회원국과의 경제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 비서구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해 이란의 국제적 고립을 타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라이시 대통령은 타지키스탄과 협정을 맺고 현재 5,000만 달러(한화 약 588억 원)에 불과한 양국간 무역량을 5억 달러(한화 약 5,880억 원)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특히 SCO 회원국 내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무역 통화를 달러화에서 위안화나 루블화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있으며, 미국의 경제제재로 대외 무역에서 달러화 거래에 제한을 받는 이란에게 SCO 가입은 대외 무역 활로를 열어줄 기회가 될 수 있다. 한편 이란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Eurasian Economic Union)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고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과 EAEU 회원국 사이의 교역은 2019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란은 지난 9월에는 베네수엘라와 원유와 콘덴세이트를 교환하는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자세한 협정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란은 원유 정유에 필요한 콘덴세이트를 베네수엘라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아시아 시장에 수출할 원유를 제공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원유와 콘덴세이트를 실은 선박이 양국을 오가는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어 10월 18일에는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부 장관이 베네수엘라와 20년 기한의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테헤란에 공동경제협력위원회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이번 협정을 통해 이란이 베네수엘라에 수출 판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그러나 이란의 외교 다각화 전략이 경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란은 아직 자금세탁방지 금융대책기구(FATF)에 가입하지 않은 반면 SCO 주요 회원국인 중국, 러시아, 인도는 FATF에 가입한 상태로, FATF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와의 금융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FATF 미가입을 이유로 이란을 고위험 국가로 지정했고 중국 시중은행과 이란 기업 사이의 금융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또한 이란과의 관계 강화가 미국과의 경제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SCO 회원국들의 입장은 이란과의 경제 교류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또한 SCO 가입이 이란의 수출 확대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중국산 제품이 이란 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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