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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1년 10월 총선과 체코 정치 전망

체코 김신규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발칸연구소 전임연구원 2021/11/02

2021년 10월 체코 총선에서 체코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라 불렸던 안드레이 바비쉬(A. Babiš)의 긍정당(이하 ANO2011)이 패배하고 공산정권 붕괴 이후 최초로 극좌의 공산당과 중도좌익의 사회민주당이 원내에 진출하지 못하는 사건이 벌어졌다1). 이는 체코에서 공산체제의 유산이 사라지고 지난 10여 년간 중동부유럽뿐만 아니라 전 유럽을 휩쓸었던 포퓰리즘이 사라져가는 계기로 파악할 수 있어 이번 총선이 체코 정치의 일대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여전히 극우의 자유-직접민주주의(이하 SPD)가 9.6%의 득표로 20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체코에서 포퓰리즘이 완전히 일소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동안 극좌의 반체제 정당이었던 공산당이 몰락하고 9개 정당이 난립하는 정치 불안정 상황이 4개의 우익 정당으로만 구성되는 보다 안정된 상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의 도널드 트럼프, 바비쉬의 패배
이번 체코 총선에서는 중도우익 선거연립인 함께(이하 Spolu)가 전체 득표에서 27.79%를 차지해 27.13%를 득표한 집권 ANO2011에 근소하게 앞섰다. Spolu는 기존 우익정당인 시민민주당(이하 ODS), 기독민주당(이하 KDU-ČSL) 그리고 전통책임번영(이하 TOP09)이 2020년 지방선거 이후 반바비쉬를 기치로 내걸고 구성한 총선 연대로 ODS의 피알라(P. Fiala)가 대표를 맡았다. 2020년 11월에는 Spolu 지도부가 전국 14개 선거구 중 ODS 9곳, KDU-ČSL 3곳 그리고 TOP09가 2곳의 선거구를 책임지는 전담 선거구를 두기로 합의했었다. 이에 따라 ODS가 중부보헤미아, 남부보헤미아, 플젠, 카를로비바리, 우스티나트라벰, 흐라데츠크랄로베, 남부모라비아, 모리비아-실레지아 선거구를 책임졌고, KDU-ČSL가 비소치나, 올로모우츠, 즐린 선거구 그리고 TOP09가 파르두비체, 프라하 선거구를 담당하면서 전통적으로 각 정당의 지지세가 강한 선거구를 맡아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Spolu는 공동 선거운동을 전개하면서 ‘체코를 하나로’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집권 ANO2011의 포퓰리즘, 권위주의, 유로회의주의(euro-scepticism)에 대항할 5개의 우선 공약으로 부강한 국가, 지속 가능한 삶, 건강한 가족, 스마트한 국가, 안전한 국가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Spolu는 세제 개혁, 의료시스템 개혁 그리고 최저연금제를 포함한 연금 개혁을 내세웠으며, 교육 지원 강화, 친EU 정책을 통한 구조기금 활용 방향 개선 등을 내세웠다2). Spolu는 집권 ANO2011은 물론 공산당과 극우의 SPD를 국가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강조하면서,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을 일소하겠다고 약속했으며, EU, NATO와의 결속을 강화해 보다 더 친서방적인 국가로 나아갈 것을 강조했다. 

이에 대항한 ANO2011은 ‘몸이 부서질때까지’라는 선거 표어를 제시하고 재정 확대, 세제 개혁, EU와의 거리 두기 등의 우선 공약을 내세웠다3). ANO2011은 ‘예스(ano)’라는 글자 그대로의 긍정적인 의미와는 달리, 사실 ‘불만족시민행동(Akce Nespokojených Občanů)’의 약자로 경제, 정치,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을 위한 정당이라는 비전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ANO2011의 설립자이며 총리인 바비쉬는 체코 최대 기업인 아그로페르트(Agrofert)를 소유한 억만장자로 총리 재임 중에도 정치와 경제의 이해 충돌, 부패 연루설 등으로 많은 논란을 빚어왔다. 

이번 총선에서도 바비쉬 총리는 자기 자신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면서, “언제나 열심히 일하는, 모든 것을 다 주려는, 어디서나 국가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바비쉬에게 한표”를 달라고 읍소했다. 사실상 ANO2011은 정책을 통해 중도층을 공략하기보다는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기존에 내세웠던 기성정치에 대한 반대, 관대한 사회정책, 국가중심주의를 내세웠다. ANO2011과 바비쉬는 그간 EU와 잦은 갈등을, 그리고 EU 기금 활용 등에서도 충돌을 빚어왔고 공개적으로 체코의 유로존 가입과 유럽의 정치적 통합에 반대해 왔는데, 이번에도 역시 통화주권을 강조하고 브뤼셀의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유로회의주의를 내세웠다. 

총선 결과 Spolu가 27.79%로 71석을 그리고 ANO2011이 27.13%의 득표로 72석을 차지했다. Spolu가 득표율에서 ANO2011을 앞섰지만 1석이 적은 이유는 크기가 다른 14개의 선거구에서 각각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국 득표율이 높아도 각 선거구의 득표에 따라 선거구에서 의석 배분이 진행되기 때문에 전체 의석에서 뒤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한편 이번 총선부터는 의석 배분 방식이 기존 동트식에서 하겐바흐-비숍식으로 바뀌었는데, 이에 따라 전체 유효표를 의석수 200으로 나눈 값(26,875)을 헤어 할당 기수로 사용해 각 정당의 득표를 나눈 값을 의석으로 환산하고, 잔류 의석은 최고 잔류에 따라 2차 배정하는 방식이 적용되었다4)

한편 해적-시장무소속연대(이하 PIR-STAN)가 15.61%를 득표해 37석을 얻어 제3당이 되었는데, 해적당이 4석, 시장무소속이 33석을 차지했다. PIR-STAN 역시 지난 2020년 지방선거 직후에 반-바비쉬를 기치로 구성된 총선 연대였다. 여기에 포함된 두 정당 모두 자유주의, 친유럽주의, 지방자치제를 내세우는 중도 우익정당이다. 당초 해적당의 우세가 예상되어 해적당의 대표 이반 바르토쉬(Ivan Bartoš)가 PIR-STAN의 대표를 맡았지만 결과적으로 시장무소속이 예상 밖의 큰 성공을 거두면서 총선 전과 총선 후 PIR-STAN의 내부 권력구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한편 일본계 체코인 토미오 오카무라(T. Okamura)가 이끄는 SPD는 포퓰리즘, 민족주의, 반이민, 반무슬림, 강력한 유로회의주의를 내세우는 극우 정당으로 지난 2015년 총선에서 8석, 2017년 총선에서 22석 그리고 이번 2021년 총선에서 20석을 얻어 여전히 정치 스펙트럼의 극우의 자리를 견고히 차지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SPD는 주권국가의 자유와 민주적 결정을 가로막는 유럽의 정치적 통합을 반대하고 이민과 난민수용에 따른 유럽의 이슬람화를 막겠다고 선언했다5)


<표 1> 2021년 10월 체코 총선
* 자료: “Volby do Poslanecké sněmovny Parlamentu České republiky konané ve dnech 8.10. – 9.10.2021, Celkové výsledky hlasování,” Český statistický úřad. 



피알라의 다수 내각 혹은 바비쉬의 소수 내각?
총선 결과 4개 정당 혹은 연립세력만이 의회에 진출했기 때문에 연립을 구성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더군다나 이미 총선 이전부터 주요 정당들이 오카무라의 SPD와는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기 때문에 실제로 연립을 구성할 수 있는 세력은 3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떤 측면에서는 연립구성이 매우 단순할 수 있지만 총선 결과 원내에 진출한 정당 각각이 대부분 선거를 위해 급조된 연대이기 때문에 기존의 연립정부 구성 과정보다 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6)

총선 직후 가장 현실성 있는 연립으로 평가되는 Spolu-PIR-STAN 사이에 연정 구성 논의가 시작되었다7). 양 세력이 연립한다면 Spolu의 71석과 PIR-STAN의 37석으로 108석의 다수 연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회의 인준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다만 양 세력의 연립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Spolu가 ODS, KDU-ČSL, TOP09 등 3개 정 당의 선거연대이고, PIR-STAN 역시 해적당과 시장-무소속연대 2개 세력의 선거연대이기 때문에 모두 5개의 정당이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시장-무소속연대는 정당이 아니라 무소속 시장들의 연대이기 때문에 정당과는 달리 결속력이 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과가 발표된 직후 PIR-STAN의 첫 번째 합동 회의에서 시장무소속의 라루샨(Vít Rakušan) 대표는 내무부, 재무부, 지역개발, 농무부 등 4석의 각료를 원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Spolu-PIR-STAN 연정에서 해적당이 차지할 수 있는 각료는 1석에 불과하게 되어 해적당이 이에 만족할지 의문이다. 물론 의석수로 STAN이 33석, 해적당이 4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각료 배분에서 해당 비율이 반영되어야 하지만, 총선연대 당시에는 해적당이 시장무소속보다 세력이 더 강했기 때문에 해적당의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해적당의 바르토쉬 대표는 자신이 부총리 겸 디지털부 장관을 맡고 여기에 더해 각료 이외의 요직을 해적당이 차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8)

ANO2011은 집권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가운데도 연립을 구성하는데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연립정부를 구성할 경우 총리를 양보할 수 있다며 바비쉬의 정계 은퇴 루머를 부인하고 그의 백의종군을 시사했다9). 바비쉬가 선거 이전에 이미 Spolu를 주도하는 ODS의 피알라와 협상을 통해 총선 이후에 ANO2011-ODS 연정을 구성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다10). 그런 소문이 사실이라면 ANO2011-ODS 연정은 103석으로 근소한 다수 연립을 구성할 수 있으며 원내에서 소외된 SPD로부터의 묵시적 지지를 통해 안정된 다수 연립을 구성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ODS의 피알라가 과연 이런 연립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정적인 바비쉬와의 동거에 동의할지 여부이다. 또한 이는 바비쉬와 피알라 사이에 논의된 것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ANO2011와 ODS의 당 대 당 협의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ANO2011과 PIR-STAN의 연립구성도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100석으로 의회 다수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으나, SPD의 암묵적 지지가 있다면 바비쉬의 총리 연임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PIR-STAN이 선거연대로 내부의 결속력이 크지 않으며, 연대의 대의가 반(反)바비쉬 연합이었기 때문에 쉽사리 바비쉬와의 연립구성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제만과 바비쉬의 허니문? 피알라와의 동거? 
막후에서 연립구성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총선 이후 연립정부 구성과 향후 체코의 정치적 방향을 결정할 인물은 바로 밀로시 제만(M. Zeman) 체코 대통령이다. 제만 대통령이 누구를 총리 후보로 지명할 것인지에 따라 다시 정국은 요동칠 것이기 때문이다. 제만은 지난 10년 동안 총리 바비쉬와 허니문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연립 구성을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체코의 대통령들은 안정적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정당 혹은 선거연대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그에게 연립구성의 우선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득표율 1위인 Spolu의 파일라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는 것이 정상적인 결정이다. 

그러나 제만은 총선 직후 만성 질환을 이유로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는데, 입원 직전에 대통령 관저에서 바비쉬와 독대를 함으로써 다시 한번 바비쉬를 총리로 하는 연립구성을 기대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현재 제만 다통령이 입원 중임을 고려할 때11), 언제쯤 공개적으로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가지 가능성은 우선 바비쉬를 총리로 하는 내각을 구성하고, 이 내각이 의회의 인준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2023년 1월로 예정된 차기 대선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경우 Spolu가 헌법상의 의무 수행 거부를 이유로 대통령 탄핵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제만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방법을 결정하기에 앞서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12). 입원 중인 제만이 바비쉬로 하여 ODS와 협상하도록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퇴원을 미룰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그의 병세가 어느 정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약 총리 후보를 지명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정당들 사이의 물밑 협상에도 불구하고 연립정부 구성이 늦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코로나19 상황에서 막 회복 중인 체코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13)

친유럽주의와 민주주의의 복원
한편 이번 총선에서 바비쉬가 패배하면서 그동안 이해 충돌, EU 기금의 부정한 수령 등을 둘러싸고 벌어진 체코와 EU 사이의 갈등이 봉합될 것이고, 체코 정부의 EU와의 거리두기와 친러시아, 친중국 외교 노선이 다시 친유럽 노선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EU는 체코의 부패 척결 노력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구조기금 지급을 유예하고 있는데, 총선 결과 바비쉬의 퇴진이 확정된다면 구조기금 지급 등을 통해 EU-체코 관계의 복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체코 국내에서도 바비쉬의 포퓰리즘과 1인 권력이 분산되면서 바비쉬 집권 시기에 나타났던 퇴행적 민주화가 다시 원래의 방향으로 돌아올 것으로도 기대된다. 





 


* 각주
1) 체코 선거제도에는 5% 봉쇄조항이 있어, 전국 득표율 5%를 넘기지 못할 경우 개별 선거구에서 얼마를 득표했든 의석을 배분하지 않는다. “Volební zákony do pslanecké sněmovny České republiky,” https://www.psp.cz/sqw/hp.sqw?k=309 
2)  “SPOLU dáme Česko dohromady!,” https://www.spolu21.cz/#program
3) “AŽ DO ROZTRHÁNÍ TĚLA!,” https://www.anobudelip.cz/file/edee/2021/ano-volebni-program.pdf
4) “Volební zákony do pslanecké sněmovny České republiky,” https://www.psp.cz/sqw/hp.sqw?k=309 
5) “Politický dlouhodobý program SPD,” https://www.spd.cz/program-vypis/
6) “Pundit: Five-party coalition have better chance than many think,” Czech Radio (October 11, 2021). 
7) “Pětikoalice začíná připravovat vládu, s žádostí o schůzku se Zemanem Fiala počká,” Česká televize (October 12, 2021).
8) “Dělení vládních postů: STAN chce 4 ministry, počítá se i s místem pro Bartoše,” Seznam Zpravy (October 10, 2021). 
9) “Koalici Spolu můžeme nabídnout premiéra, říká hlavní manažer ANO,” Seznam Zpravy (October 11, 2021).   
10) “Babiš oznámil, že zůstane ve sněmovně, i když ANO skončí v opozici,” Česká televize (October 10, 2021)
11) “President’s health in focus after election as opposition coalitions ask to form government,” Czech Radio (October 10, 2021). 
12) “Six takeaways from the Czech Republic's historic election,” Euronews (October 11, 2021). 
13) “Experts warn long-government negotiations could impact Czech economy,” Czech Radio (October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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