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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터키의 에너지 안보 전략과 동지중해 분쟁

튀르키예 이주성 앙카라 대학교 아시아태평양 연구소(APAM) 방문연구원 2021/11/02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터키 역시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에너지원의 확보는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에 기반을 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안정적인 정권의 유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즉, 에너지 안보1)는 국가의 생존과 번영에 있어 ‘사활적인 이익(vital)’이라고 볼 수 있다2)
 
이러한 에너지 안보에 대한 민감도(sensitivity)는 에너지원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더 높게 나타난다. 2021년 3월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터키의 에너지 자립도는 30%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2019년 기준 터키의 석유 및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는 각각 93% 및 99%에 달한다3)

이러한 터키의 에너지 안보 상황을 고려한다면, 지난 2020년 8월 동지중해 지역을 달군 터키와 그리스 간 에너지 분쟁이 더욱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터키는 안탈리아(Antalya) 남부 해역과 키프로스 섬 서쪽 해역 대륙붕 지질에 18억 배럴 규모의 석유와 3조 4,546억 입방 미터(㎥) 규모의 가스가 매장되어 있다는 추산 결과가 나오자 적극적으로 석유 및 천연가스 탐사에 나섰다. 이는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하였고 역내 긴장감이 고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흑해 연안에서도 3,200억 입방 미터(㎥) 규모의 천연가스가 발견되면서 흑해를 공유하는 러시아 및 루마니아와도 잠재적인 갈등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터키의 에너지 안보 환경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터키가 어떠한 지정학적 전략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이를 이행함으로써 동지중해 분쟁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특히 이러한 지정학적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어떠한 현실적인 배경(에너지 안보 현황)과 ‘지정학적 코드’가 작용했는지 살펴보겠다. 또한 이러한 지정학적 코드를 투사(projection)함으로써 어떠한 결과가 야기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해보도록 하겠다. 

터키의 에너지 안보 현황
간략히 상술했듯이, 터키의 에너지 안보 상황은 썩 안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터키의 에너지 자립도가 30%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에너지 생산량4) 중 약 40%를 차지하는 화력 발전 에너지 지표에는 허수가 있어 보인다. 화력 발전을 위한 석탄 자원 중 58%는 여전히 수입 중이기 때문이다5). 또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석유 및 천연가스의 경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석유 및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각각 93% 및 99%에 달한다. 결국, 각주 5에서 다시금 계산했듯이, 터키는 약 80%에 달하는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실정인 셈이다. 

<그림 1> 터키의 에너지 자립도
* 자료: IEA 2021


여기서 또한 주목할 부분은 각 자원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경제 부문에서 사용되었는지이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전체 에너지 소비 중 62%는 석유 및 천연가스를 태우고 있으며, 석탄 자원까지 포함할 경우 터키 경제 및 사회 활동의 약 70%는 천연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에너지 수입이 국내 경제활동을 좌지우지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지정학적 위기나 정세 악화로 인해 주요 에너지 공급원에 문제가 생겨 에너지 자원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이는 경제 전반의 위기와 정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림 2> 터키 에너지 자원의 최종 소비 분야
* 자료: IEA 2021


터키는 원전6)이 없는 나라로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천연자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외부적 충격에 상당히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국제 유가의 변동, 지정학적 변수(주요 에너지 공급 국가의 정치‧안보적 불안정성, 국제 에너지 수송로의 안보 불안 등),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자원 고갈과 기후변화 문제 등은 터키가 안정적으로 에너지 자원을 수급함에 있어 모두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그림 3> 터키의 국가별 원유 수입 비중
* 자료: IEA 2020a 7)

 
일례로, <그림 3>에서 드러나듯이 터키는 꾸준히 이란, 이라크,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을 통해 원유를 수입(전체 수입의 75% 이상)해 왔는데, 모두가 주지하듯이 이란과 이라크는 꾸준히 지정학적‧정치적인 측면에서 불안정한 파트너로 알려져 있다. 

<그림 4> 터키의 석유 인프라 현황
* 자료: IEA 2021


비록 터키는 해상 수송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석유 파이프라인 인프라 구축을 통해 에너지 안보 위협에 대응하고 있기는 하나, 이라크 키르쿠크(Kirkuk)로부터 연결된 파이프라인의 경우 터키 동남부 지역의 ‘이슬람 국가(IS, Islamic State)’ 잔존 세력 및 ‘쿠르드 노동당(PKK, Partiya Karkerên Kurdistan)’ 세력의 테러 위협에 꾸준히 노출되어 있다8). 실제로 2015년 및 2020년 PKK 세력에 의한 테러 공격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아제르바이잔 트빌리시(Tbilisi)발 파이프라인의 경우 남동부와 비교 시 상대적으로 안전하긴 하나, 지난 2020년 10월에는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 Karabakh) 지역 분쟁’이 발발한 만큼 완전히 리스크가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림 5> 터키의 국가별 천연가스 수입 비중
* 자료: IEA 2020b9)


이와 유사하게, 천연가스의 경우에는 2018년까지 소비량의 70% 이상을 러시아 및 이란으로부터 수입하였고, 2019년의 경우 약 절반가량을 두 국가를 통해 수급하였다. 원유 수입과 마찬가지로, 이란은 국제사회에서 위협으로 인식되는 국가이며 러시아의 경우에도 2016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현재까지 각종 제재와 견제를 받고 있는 소위 ‘불안정한 국가’로 분류된다. 

가스 파이프라인의 경우 석유 파이프라인보다 민감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림 6>에서 나타나듯이, 터키는 천연가스를 수입함과 동시에 유럽 쪽으로 ‘중계(transit)’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는 직접 수입하는 동시에 별도의 파이프라인 인프라를 구축하여 유럽 방향으로 직접 전달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서 줄다리기 외교를 통해 부차적인 이득이 취하기도 하나, 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 관계가 냉각될 경우 난처한 입장에 처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또한 석유 파이프라인과 마찬가지로, 동남부 지역을 통해 유입되는 가스 파이프라인(East Line)의 경우 동일하게 테러 위협에 종종 노출되어 왔으며 그 사례도 더욱 빈번하다.


<그림 6> 터키의 천연가스 인프라 현황
* 자료: IEA 2021


터키의 에너지 수입 다변화 노력과 대외 정책
위에서 언급했듯이, 터키는 취약한 에너지 자급률로 인해 전체 에너지의 70% 정도를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안보를 넘어 경제적 안보, 더 나아가 정권 안보에 대한 부담(liability)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동 천연자원의 수입 시 수반되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차치하고라도,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러시아 및 이란의 경우 미국 및 서방 세력과 대척점에 있는 국가들이라 국제 정세에 더욱 민감하다. 

그렇기 때문에 터키는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꾀하였다. 터키는 카타르, 리비아, 쿠웨이트 등과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펼쳐왔고, 동시에 중동 지역 내 안보 불안정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역내 고질적 문제인 시리아, 리비아, 팔레스타인 이슈에도 주도적으로 해결사를 자처해 왔다. 특히 터키는 이슬람 공동체주의 내지는 ‘신 오스만주의(Neo-Ottomanism)’에 기반을 둔 자국의 소프트파워를 활용하며 중동 국가들과의 교류 활성화를 촉진했고,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투자 유치 확대를 이루어냈다. 이러한 집권 정의개발당(AKP, Adalet ve Kalkınma Partisi)의 성과는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대통령의 지지도와 입지를 더욱 굳건하게 해주었고 에너지 안보 우려 역시 어느 정도 일축되어갔다.
 
그러나 2013~2014년 여당 인사 부패 스캔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정의개발당의 지지율이 추락하기 시작했고, 일련의 헌법 개정은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터키의 국내 정세는 더욱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2018년 6월 조기 대선 및 조기 총선을 통해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으나, 이내 정의개발당에 대한 지지율은 분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 터키의 경제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일로로 치닫게 되면서10) 터키는 더 이상 역내 주축국(Pivot State) 내지는 허브 국가로서 기능할 수 없게 되었다. 

터키의 새로운 지정학적 코드: 푸른 조국(Mavi Vatan)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에르도안 행정부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여론을 회복하고 대외적인 위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경제 회복이 급선무였다. 그러던 찰나에 포착된 기회가 바로 동지중해에 매장된 천연자원이었다. 이는 여태껏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수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외교적 자원을 소모하던 현실을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자체적으로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호재였다. 여러 선택지가 없는 상황, 특히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요원한 가운데, 터키 정부는 새로운 천연가스 자원에 소위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에르도안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뒷받침해주고 강화해준 새로운 ‘지정학적 코드’는 바로 ‘푸른 조국(Mavi Vatan)’이었다. 
 
참고로, 지정학적 코드는 한 국가가 세계를 향해 자신을 투사하는 방식(The manner in which a country orientates itself toward the world)을 의미한다11). 이러한 지정학적 코드 안에는 ‘동맹관’, ‘주적관’, 동맹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how can we maintain our allies and nurture potential allies), 주적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전략(how can we counter our current enemies and emerging threats), 그리고 이러한 계산을 자국민과 국제사회가 수용하고 지지할 수 있게끔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지(how do we justify the four calculations above to our public, and to the global community)에 대한 지정학적 계산이 녹아있다12).

터키는 지금까지 상당히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정학적 코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1923년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ürk) 대통령이 공화국을 세운 이래, 소위 케말리즘(Kemalism)13)이 터키 공화국의 근간이 되는 중심적 이념으로 기능하였다. 이후 집권 정의개발당은 케말리즘이라는 토대 위에 2010년대 ‘아랍의 봄(Arab Spring)’ 시기를 거치면서 신 오스만주의(Neo-Ottomanism)라는  지정학적 코드를 덧입혔다.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향권 아래 있었던 이슬람 공동체(중동 및 중앙아시아 지역) 내에서 터키가 주축 국가이자 거점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비전이었다. 이러한 확고한 지정학적 코드를 바탕으로 터키는 유럽과 중동, 더 나아가 유라시아 지역을 잇는 허브 국가로서 성장해 나갔고, 소위 경합 지역(Swing State)으로서 전략적 가치와 국익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신 오스만주의 지정학적 코드가 2010년대 중반 국내외적인 한계 속에 점차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던 가운데 새롭게 고안된 지정학적 코드가 바로 ‘푸른 조국’이다. 경제 성장 동력의 상실, 에너지 안보 취약성의 증대,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하는 추세 속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로운 비전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푸른 조국’이라는 개념은 2006년 최초로 등장하였다. 규르데니즈(Cem Gürdeniz) 제독은 2006년 6월 터키 해군사령부에서 개최된 ‘흑해 및 해양 안보 심포지엄’에서 이 개념을 최초로 언급하였다. 이후 2015년 ‘푸른 조국’은 군사전략 측면에서 재조명받기 시작했고, 2019년 터키 역사상 최초로 터키의 흑해 함대, 에게해 함대, 동지중해 함대가 합동 훈련(Mavi Vatan Tatbikatı)을 실시하면서 터키의 새로운 해양 안보 전략으로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14)

이러한 ‘푸른 조국’ 구상의 핵심은 바로 터키의 재해권 내지는 영향권에 대한 재정립이다. <그림 7>에서 드러나듯이, 이 구상은 터키가 과거 가장 영광스러운 오스만 제국 시절 지중해 전역을 통제할 당시의 재해권을 상징하며, 다시금 부활하여 과거와 같은 정치‧군사‧경제적 영향력을 동지중해 및 흑해 연안 전역에 떨칠 것이라는 다소 민족주의적‧군사주의적 성격을 띤다. 또한 그 내면에는 전략적 파트너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러시아를 견제하고, 그리스, 주요 아랍 국가들, 그리고 프랑스 등과 같이 터키를 고립시키려 하는 ‘반(反)터키 연대’를 돌파하겠다는 실천적인 목표를 지니고 있다15)

<그림 7> 푸른 조국(Mavi Vatan) 구상에 따른 터키의 재해권
* 자료: Mavi Vatan.net


‘푸른 조국(Mavi Vatan)’ 지정학적 코드의 투사와 동지중해 분쟁
이러한 새로운 지정학적 코드는 동지중해 지역의 천연자원 개발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여름 발생한 동지중해 분쟁은 경제적인 이익 또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 대한 고려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터키가 국내 정치적 요소 고려 차원에서 그리스라는 세력을 활용하여 민족주의적 정서를 고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16). 더불어 이는 제1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체결된 굴욕적인 1920년 세브레스(Sevres) 조약 및 1923년 로잔(Lausanne) 조약에 대한 거부감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17)

여기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바로 배타적 경제수역(EEZ, Exclusive Economic Zone)과 관련된 부분이다. 수면 아래 잠재되어 있던 양국 간의 갈등은 2012년 그리스가 에게해 남동부 지역의 섬인 카스텔로리조(Kastellorizo)를 기준으로 삼아 EEZ를 설정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림 8>에서 나타 나듯이 터키의 EEZ를 터키 본토 해안선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만, 당시에는 터키 정부가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았다.

<그림 8> 그리스의 EEZ 선포
*자료: Geopolitical Futures18)


그러나 2019년으로 넘어오면서 분쟁이 본격적으로 점화되기 시작하였다. 2019년 11월 터키 정부가 <그림 9>와 같이 리비아 정부와 EEZ 경계 획정 협정을 체결하였기 때문이다. 

<그림 9> 동지중해 해양경계선 분쟁
* 자료: Aydinlik 19)



이후, 2020년 8월 그리스가 이집트와 EEZ 경계를 확정하면서 본격적인 분쟁이 시작되었다. 그리스는 터키와 리비아 사이에 크레타섬을 기준점으로 제시하면서, 터키가 리비아와 체결한 협정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20). 에르도안 행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동지중해 해역에 지질 조사선을 파견하였고 본격적으로 석유 및 천연가스 탐사에 나섰다. 터키 정부는 동 해역이 국제법상 자국의 영해이며 지난 2012년 그리스가 카스텔로리조섬을 기준으로 EEZ를 설정한 것은 국제법과 국제 관행에어긋난다고 주장하였다21). 양국 지도자들 간 거친 설전이 이어졌고, 프랑스‧이탈리아‧키프로스는 그리스를 지지한다고 선포하면서 양국 간의 분쟁은 세력전으로 확대되었다. 하지만 터키는 이에 굴하지 않고 2020년 8월 25일 북키프로스와 연합 해군 훈련을 실시하면서 맞불을 놓았고, 이에 대항하여 그리스, 키프로스, 프랑스, 이탈리아는 바로 다음 날인 8월 26일부터 3일간 합동 해군 훈련을 실시하며 대응하였다22)

향후 전망 및 함의
양국 간의 첨예한 대립은 이후 독일의 중재를 통해 터키가 한발 물러서면서 격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23). 우선 터키 입장에서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속해서 동지중해 내 자원 탐사는 터키의 권리이며,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에 대해서는 자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제국주의 세력이라고 비난하였다24). 특히 프랑스를 필두로 터키의 역내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항하여 터키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터키는 여전히 ‘푸른 조국’ 지정학적 코드를 관철하고, 동지중해 에너지 자원 확보를 통해 경제를 회복하여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뚜렷한 대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터키 정부는 2023년을 로잔 조약 체결 100주년이자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푸른 조국’은 이러한 새로운 출발에 있어 주요 대전략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이는 터키 경제 부흥에 있어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는 에너지 자립도와 결부되어 있으며, 더 나아가 국민들을 결집하고 역내 영향력 증진을 꾀하는 주요 기제로써 활용되고 있다. 

터키 정부의 계산대로 이러한 행보는 어느 정도 국내 지지를 이끌어냈고, 여권 세력의 결집력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반면, 이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한다. 터키 내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터키의 민족주의적‧군사주의적 행보가 터키의 소프트 파워를 잠식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충분히 갈등 요소가 산재한 중동 지역에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는 의견 역시 나오고 있다. 2020년 당시 현지 언론, 주요 포럼과 유튜버들은 각자의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하며 관심을 보여 왔다. 다만, 2021년 9월 현재 ‘푸른 조국’이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함의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터키 내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비전과 현실의 괴리감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이 더딘 상황 속에서, 이러한 원대한 꿈이 구체화‧현실화될 수 있을지 여부도 상당히 미지수다.




* 각주
1) “에너지 공급의 차질이나 가격의 급격한 변동이 가져오는 사회‧경제적‧지정학적 후생의 손실 위험을 완충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이러한 위험 노출로부터의 보호.” 보다 자세한 내용은: 도현재 (2003), “21세기 에너지 안보의 재조명 및 강화 방안”, 기본연구보고서, 03-07호, 에너지경제연구원, pp. 32~39 참조.
2) Robert J. Art (2003), A Grand Strategy for America (New York: Cornell University Press), pp. 58~64.
3) 보다 자세한 내용은: IEA (2021), Turkey 2021 Energy Policy Review, International Energy Agency 참조.
4) 터키가 자체적으로 생산한 에너지 공급량 비중은 다음과 같다: 화학발전(석탄) 38%, 지열발전 21%, 수력발전 17%, 바이오 에너지 7%, 화학발전(석유) 7%, 태양광발전 5%, 풍력발전 4%, 천연가스 1%.
5) 산술적으로 보았을 때 아래와 같다.
   ① 석탄 자원을 통한 에너지 생산량인 38% 중 절반 이상(58%)의 석탄은 수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국에는 화학발전 규모 중 약 16%(석탄을 통해 생산된 에너지 총량 38% x 자국에서 채굴한 석탄 비중 42%p)만이 순수하게 자체적으로 생산한 에너지양이 된다.
   ② 자국 에너지 총공급량은 기존 100%에서 78%로 감소한다: 석탄 38% → 16% + 지열 21% + 수력 17% + 바이오 에너지 7% + 석유 7% + 태양광 5% + 풍력 4% + 천연가스 1% = 78%.
   ③ 결국 에너지 자립도는 기존 30%에서 23.4%(30% x 78%p)로 줄어든다.  
6) 터키는 2010년 러시아, 2013년 일본과의 협의를 통해 각각 2023년(Akkuyu) 및 2026년(Sinop)까지 2개의 원자력 발전소 완공을 계획 중이다. 모두 완공될 경우, 총 4.8GWe 수준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World Nuclear Association (2021), Nuclear Power in Turkey, World Nuclear Association 홈페이지 참조.
7) 출처: IEA (2020a), “World energy balances”, IEA World Energy Statistics and Balances (database), International Energy Agency.
8) Andrew S. Weiss (2012), Promoting International Energy Security: Volume 2, Turkey and the Caspian (Santa Monica: RAND Corporation). 
9) 출처: IEA (2020b), Natural Gas Information 2020 (database), International Energy Agency.
10)  경제성장률 0.9%(2019년), 인플레이션 20.3%(2018년), 실업률 13.7%(2019년), 리라화 환율 등락 반복(2020년 달러 대비 가치 35% 하락), 신용등급 하락(B1 → B2), 수출 부진 등
11)  Colin Flint (2006), Introduction to Geopolitics (Oxon: Routledge), p. 55.
12) 이주성 & 백승훈 (2021), “미국의 ‘지정학적 코드’와 대중동 정책: 한국 외교에 대한 함의”, 중동연구, 제40권 1호,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p. 35.
13) 터키의 단일민족 정체성에 근간을 둔 서구식 공화주의 체제로, 중심적인 개념은 공화주의, 인민주의, 세속주의, 개혁주의, 민족주의, 국가 개입(경제)주의이다. 
14) Mavi Vatan.net (2020), “Mavi Vatan Kavramı ve Önemi”, Mavi Vatan.net. 
15) Eyal Pinko (2020), “Turkey’s Maritime Strategy Ambitions: The Blue Homeland Doctrine (Mavi Vatan)”, Research Institute for European and American Studies.
16) Begüm Zorlu (2020), “Tensions rising in the Mediterranean: The interplay of domestic and foreign policy in Turkey”, Political Studies Association.
17) 참고로, 당시 오스만 제국은 제1차 대전 패전 이후 1920년 세브레스 조약에 의해 에게해 내 섬들 대부분과 본토 서부의 Smyrna(현재 터키 제3 도시인 Izmir 지역) 지역을 그리스에 빼앗겼다. 이후 1923년 후속 협정인 로잔 조약 체결을 통해 본토는 모두 수복했지만 에게해 내 섬들은 여전히 그리스 영토로 귀속되어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Caroline Rose (2020), “For Turkey, a New Chapter in an Old Rivalry”, Geopolitical Futures 참조.
18) Geopolitical Futures (2020), “Delimiting Exclusive Economic Zones in the Eastern Mediterranean”, Geopolitical Futures.
19) Tevfik Kadan (2019), “Doğu Akdeniz’de paradigma değiştiren yıl”, Aydinlik.
20) 오종진 (2020), “터키의 대 지중해 전략(Mavi Vatan): 터키-그리스 간 동지중해 분쟁을 중심으로”, IMS Focus, 지중해지역원.
21) 현실적으로, Kastellorizo섬은 그리스 본토에서 580km 떨어져 있는데 반해, 터키 본토에서는 2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22) 김덕식 (2020), “터키의 가스발견…축복이 될 것인가 재앙이 될 것인가”, 매경프리미엄.
23) Brookings (2020), “Deciphering Turkey’s new regional policy” (Webinar), Brookings Institution. 
24) 에르도안 대통령 트위터: Recep Tayyip Erdoğan (@RTErdo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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