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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특집이슈] 중동 산유국, 화석연료 퇴출과 증산 압박에도 원유 산업 보호 위한 행보 이슈 추이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EMERiCs - -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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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유가가 최고치를 갱신하는 가운데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원유 생산량을 추가로 늘리지 않기로 합의했다. 원유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본 산유국들이 증산에 나서지 않음에 따라 유가 인상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었다. 유가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의 비축유 방출 검토 및 결정, 유럽의 코로나19 재유행의 영향으로 일시 하락했다가 반등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OPEC+, 기존 증산 규모 유지하기로 합의
겨울이 다가오는 한편 각국이 일상 회복을 시작함에 따라 코로나19 유행으로 감소한 원유 및 에너지 자원 수요가 회복되면서 10월 말과 11월 초 유가는 배럴당 80달러(한화 약 9만 5,2000원) 이상을 기록하며 2014년 이후 최고치에 다다랐다. 브렌트유 가격은 2021년에만 60%가 뛰어 10월에는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서부텍사스유 가격은 2021년에 70%가 올라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원유 비축량 또한 9월에 5,100만 배럴이 감소했으며,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다른 에너지 가격도 증가세다.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3월 이후 유럽연합(EU)에서는 618%, 미국에서는 127%가 뛰었고, EU 내 석탄 가격 또한 334%가 올랐다. 

그러나 원유와 에너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11월 4일 OPEC+ 회원국들은 2022년 말까지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지난 8월의 합의를 유지하고 추가적으로 증산하지 않기로 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뿐만 아니라 이라크, 알제리, 나이지리아, 쿠웨이트 등 다른 산유국 모두 기존 합의를 지키는 방안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유국들, 불안정한 수요 회복 전망을 추가 증산을 하지 않는 이유로 제시
OPEC+회원국들은 추가 증산을 하지 않는 이유로 원유 수요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알렉산더 노박(Alexander Novak)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원유를 추가 증산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관해 델타 변이 유행으로 인해 원유 수요량이 여전히 불안정하고 EU에서는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신호가 감지되기에 증산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박 장관은 유럽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재유행에 대응해 다시 봉쇄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원유 수요 회복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는 재봉쇄 방안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하일 알마즈루에이(Suhail Al Mazrouei)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부 장관은 2022년 1/4분기에는 공급량이 수요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기에 증산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OPEC 역시 미국의 셰일(shale) 가스 공급량이 기존 전망치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OPEC는 에너지 가격 인상에 따른 세계 경제 회복 속도의 둔화, 예상보다 느린 중국과 인도의 원유 수요량 회복 속도가 원유 수요 감소의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지적하며, 2021년 4/4분기 세계 원유 수요량이 기존 전망치보다 33만 배럴 낮고 이르면 12월부터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원유 수요량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산유국들이 추가 증산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된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 또한 공급 과잉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OPEC+ 회원국들이 공급 과잉을 우려하며 추가 증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11월 18일 미국 원유 기업들이 유가 상승을 기회로 원유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1년 11월과 12월 원유 공급량이 하루 150만 배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등 주요 국가, 비축유 방출로 유가 인상에 대응
에너지 가격 인상이 계속되자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주요 에너지 자원 생산국에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에너지 자원 생산량을 늘릴 것을 촉구했으며, 일본과 인도 등 주요 에너지 수입국 또한 원유 증산 요구에 동참했다. 그러나 증산 요구에도 불구하고 OPEC+ 회원국이 증산에 나서지 않자, 미국은 전략 비축유 방출을 거론하며 유가 인상에 대응할 뜻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휘발유와 가스 가격 인상의 책임이 OPEC 회원국에 있으며,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리지 않기로 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11월 7일 백악관은 국제 유가와 휘발유 가격 인상에 대응할 모든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가 고려하는 대책은 전략 비축유 방출이다. 11월 17일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에너지 가격 인상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하고 중국, 일본, 인도, 한국에 전략 비축유 방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1월 18일 중국은 실제로 전략 비축유를 일부 방출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이 방출할 전략 비축유 물량은 약 2,000만~3,0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략 비축유 방출과 더불어 유럽 내에서 다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멈출 줄 모르던 유가 상승세는 11월 들어 꺾이기 시작해 배럴당 70달러(한화 약 8만 3,300원) 선까지 내려왔다. 11월 셋째 주 유가는 4% 하락했으며, 미국과 중국이 전략 비축유 방출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11월 19일에는 10월 이후 6주 만에 최저 수준에 다다랐다. 11월 23일 바이든 대통령은 5,000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인도,는 500만 배럴, 일본은 420만 배럴의 비축유 방출로 미국의 유가 대응 전략에 동참했다.  그러나 비축유 방출 발표 이후에도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가, 산유국들의 적극적인 증산 합의 없이는 미봉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략 비축유 방출이 단기적 유가 안정화에는 기여하겠지만 원유 시장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전략 비축유 방출은 미비한 인프라로 인한 일부 산유국의 증산 한계, 경제 회복에 따른 수요 회복 등 유가 인상을 촉발하는 구조적인 원인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략 비축유 방출이 장기적인 유가 상승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전략 비축유 방출로 유가가 배럴당 85달러(한화 약 10만 1,150원) 이하가 유지될 경우 OPEC+ 산유국이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줄어들며, 이는 곧 공급 감소에 따른 유가 인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인 유가 추이에 대해서는 상반된 전망이 제기된다. 시장 조사 기업인 캐피탈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 특히 미국의 생산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면서 2022년 말이면 유가가 배럴당 60달러(한화 약 7만 1,400원)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루 130만 배럴이었던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20년 하루 100만 배럴까지 떨어진 뒤 2021년 11월에는 111만 배럴로 상승했으며, 12월에는 113만 배럴, 2022년에는 120만 배럴까지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에서 다시 확산되는 코로나19 유행 또한 경제 회복을 둔화시켜 수요 감소를 가져올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반면에 지난 10월 2022년도 유가를 배럴당 평균 71.5달러(한화 약 8만 5,085원)로 전망했던 IAE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경기 회복 둔화를 우려하면서도 유가 전망치를 79.4달러(한화 약 9만 4,486원)로 상향했다. IAE는 휘발유 사용 증가, 각국의 국경 개방에 따른 국제선 운항 증가를 원유 수요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한편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탄소 절감 정책 역시 미국의 원유 생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 정책이 원유 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원유 생산과 채굴 분야에 투자가 감소했고, 이는 곧 미국의 원유 생산량 회복이 지지부진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 유가가 에너지 가격 인상 원인이 아니라는 입장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은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의 원인이 원유 공급 부족에 있다는 미국의 비판을 반박했다. 압둘아지즈 빈살만(Abdulaziz bin Salman)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유럽과 아시아의 천연가스 수요 증가,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 상승, 에너지 관련 인프라 문제 등이 에너지 가격 인상의 요인이며, 유가 인상 수준은 석탄이나 천연가스 인상 수준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부 장관 역시 원유가 아닌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에너지 가격 인상을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또한 OPEC+ 회원국이 유가 인상을 위해 담합했다는 비판에 대해 OPEC+는 책임감을 가지고 원유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는 협의체라고 반박했다. 알마즈루에이 장관 역시 11월 8일 가격 안정을 위한 OPEC+의 노력이 없었다면 유가가 가스나 석탄 가격처럼 폭등해 현재의 두 배 또는 세 배까지 치솟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걸프 산유국, 유가 인상을 기회로 재정 수익 확대 추구
2020년 유례 없던 유가 하락으로 인해 원유 판매 수익 의존도가 높은 걸프 산유국 재정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한 예로 쿠웨이트의 경우 2020/21 회계연도 원유 부문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42.8% 하락했고, 그 결과 재정 수입은 전년 대비 39% 감소, 재정 적자 규모는 174.8% 증가했다. 사우디, UAE 등 다른 산유국 역시 재정 적자 증가를 피할 수 없었다.

유가 하락이 걸프 산유국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면, 유가 상승은 걸프 산유국에게 재정 수익을 확대할 기회를 제공했다. 국제금융협회(IIF, 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는 2021년 배럴당 71달러(한화 약 8만 4,200원)였던 평균 유가가 2022년에는 배럴당 81달러(한화 약 9만 6,000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한화 약 10만 7,100원),  미츠비시 UFJ 파이낸셜그룹(Mitsubishi UFJ Financial Group)은 배럴당 100달러(한화 약 11만 9,000원)까지 다다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배럴당 70달러(한화 약 8만 3,000원) 이상인 현재 유가 수준이 2022년에도 유지된다면 사우디, 쿠웨이트, UAE는 안정적으로 재정 흑자를 기록할 수 있으며 IIF의 전망대로 2022년도 평균 유가가 배럴당 81달러까지 다다른다면 사우디, UAE 등 걸프 산유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흑자 규모는 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가 최근에 발표한 실적 또한 유가 인상이 가져온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021년도 3/4분기 아람코의 순수익은 304억 3,000만 달러(한화 약 36조 2,117억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58%, 2/4분기보다 19.5%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아람코의 성과에 힘입어 2021년도 3/4분기 사우디의 원유 판매 수익이 60%가 증가함에 따라 사우디는 67억 리얄(한화 약 2조 1,255억 원)의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사우디가 재정 흑자를 기록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도 GDP의 11%에 달하던 재정 적자 규모 역시 유가 인상으로 2021년에는 4.2%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대표적인 천연가스 생산국인 카타르 또한 전세계적인 천연가스 가격 인상으로 2021년 3/4분기 재정 수입이 전년 동기보다 20.6% 증가하는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은 재정적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걸프 국가 재정에 큰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사우디는 이어 11월 6일 11월 배럴당 1.3달러(한화 약 1,547원)였던 원유의 아시아 판매 가격을 12월부터 배럴당 2.7달러(한화 약 3,213원)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판매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원유 판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고유가로 재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걸프 산유국이 추가적으로 증산에 나설 가능성은 적으며, 고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공급을 통제하는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와 UAE, 탄소 배출 절감 기조에 따르면서도 원유 산업의 중요성 강조
한편 걸프 국가 또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세계적인 움직임에 동참했다. 세계에서 국민 1인당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인 UAE가 지난 10월 중동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사우디 역시 매년 온실가스 2억 7,800만 톤을 절감하고 메탄가스 배출량을 30% 감축하여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UAE와 사우디는 친환경 발전을 확대하는 동시에 각각 1,630억 달러(한화 약 193조 9,700억 원)와 1,900억 달러(한화 약 226조 1,000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화석연료 생산국인 사우디와 UAE가 탄소 중립 계획에 동참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여겨진다. 그러나 동시에 두 국가는 자국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원유 산업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탄소중립계획을 발표하는 동시에 아부다비국영석유기업(Adnoc, 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은 현재 하루 400만 배럴인 원유 생산량을 10년 내로 500만 배럴까지 늘리고, 아람코 또한 원유 생산량을 하루 1,200만 배럴에서 10년 뒤에는 1,300만 배럴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두 국가는 원유 채굴과 처리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하지만 자국 내 원유 채굴은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압둘아지즈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세계는 여전히 화석 연료를 필요로 하고 있기에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방안은 나라마다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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