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위기와 유럽의 대응

폴란드 Nicolas Levi Vistula University Professor 2021/11/30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1. 서론
폴란드 당국은 오늘날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서의 이민자 위기를 일종의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1). 이번 위기는 지난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 문제 등과는 달리 남유럽 및 중동이 아닌 동유럽을 발원지로 한다. 벨라루스 영토 내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국경에는 수천 명의 이민자들이 운집해 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이라크 및 시리아 출신, 나머지 일부는 콩고와 카메룬 출신이다.

알렉산더 루카셴코(Alexander Lukashenko) 벨라루스 대통령을 비롯한 벨라루스 지도층은 EU, 영국, 미국이 주도한 일련의 제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유럽을 대상으로 인위적인 이민자 위기 조성을 시도하고 있다. 벨라루스 정부는 위기 조성을 위해 몇 개월간의 준비 과정을 거쳤으며, 소셜미디어 보도에 의하면 EU 지도층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기에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다수 관계자들의 증언은 이번 이민자 위기가 루카셴코 대통령 및 벨라루스 정부의 고의적 행동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으며, EU는 정치적 압제에 대한 제재에 반감을 품은 벨라루스 정권이 이민자들을 고의적으로 국경 부근에 운집 시켰다며 비판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EU의 주장을 일축했으나, 그는 지난 2021년 5월에도 마약과 이민자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것을 더 이상 막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벨라루스 당국은 자국이 이른바 유럽의 중요한 안보 제공국이라는 논지를 여타 국가 및 기관들에 다시금 상기시키고자 하며, 벨라루스의 통제 없이는 마약, 난민, 무기 등 각종 불안요소로부터 유럽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는 EU가 자국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위 맥락에서 본고는 금번 이민자 위기가 가져온 영향을 폴란드-벨라루스 간 국경 지방을 중심으로 확인 및 평가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2. 폴란드-벨라루스 간 국경 위기의 배경
EU와 벨라루스 간 관계 악화의 배경에는 두 가지의 상호 연관된 요소가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부정으로 얼룩진 2020년 8월 선거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EU가 여행 금지와 벨라루스 주요 정치·경제 인사의 해외자산 동결 등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고2), 다른 하나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등 주변국에서 벨라루스에 비판적인 정치 세력이 외연을 확장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벨라루스 정권은 자국을 대상으로 한 제재가 개시된 이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과의 국경에 이민자들을 운집시켜 EU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벨라루스와 EU 회원국간 국경선은 라트비아와 173km, 리투아니아와 678km, 폴란드와 399km 등 총연장 1,200km에 달하며, 이 중 폴란드와의 국경에는 현재 2만여 명의 이민자들이 몰려와 있다3). 2021년 초부터 폴란드로의 불법 월경을 시도한 이들의 숫자도 1만 명을 넘어선다4).

이 때문에 2021년 7월부터 폴란드·라트비아·리투아니아 3국은 벨라루스와의 국경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이민 수용 압력을 받고 있고, 폴란드는 리투아니아, 그리고 EU와 함께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이 제재 보복 차원에서 이민자들의 접근 경로를 고의로 제공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폴란드 정부는 2021년 9월 3일자로 양국 국경지대 183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5) 보안인력 및 현지 거주민을 제외한 구호단체와 언론인들의 진입을 막는 등 각종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2021년 9월부터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국내에 이미 진입한 이주민들도 국외로 추방하기 시작해 1991년 9월 27일에 비준한 난민협약(1951 Refugee Convention) 등 이주민 추방과 관련한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 국제법이 보호하는 인권을 폴란드가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은 벨라루스 언론에서도 보도되고 있으며, 벨라루스 국영언론 벨타(Belta)는 유럽 당국의 행동이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6).

11월 중순을 기준으로 폴란드-벨라루스간 출입국시설이 소재한 브루지-크루닛사(Bruzgi-Kuźnica)에는 최소 수백 명의 이주민들이 몰려와 있으며7), 인파 규모를 수천 명 대로 추산하는 경우도 있다8).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폴란드에서는 1,500여 명의 군병력이 파견되어 포들라스키에(Podlaskie) 지역에서 국경수비대를 지원하고 있으며, 난민 지위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이주민들의 입국을 막으면서 상기한 국제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폴란드 당국은 여기에 더해 국경 일부 지역에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한 장벽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9). 양국간 국경 주변의 다른 지역의 경우 이민자들이 다수 몰려와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나, 또다른 주요 출입국 시설 소재지인 테레스폴(Terespol) 지역 부크(Bug) 강 일대에서는 일부 이민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폴란드와 벨라루스 당국의 국경 위기 대응
2020년 8월 부정선거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재선된 지 1년 이후, EU, 미국, 유럽은 벨라루스 주요 인물, 기업, 기관에 대한 제재를 발표해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제재 대상에는 세계 최대의 포타쉬(Potash) 비료 생산기업 중 하나인 발루스칼리 OAO(Balruskali OAO)와 국영 항공사인 벨라비아(Belavia) 등 주요 대기업들도 포함되었다10).

벨라루스 당국은 2021년 중반부터 중동 출신 이민자들의 벨라루스 입국을 허가했다. 이민자들은 먼저 관광 비자로 벨라루스에 도착한 뒤 정부 기밀업무 기관의 인도를 받아 EU 회원국들과의 국경 지대로 이동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이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여 수천 명의 병력을 동원해 여성과 어린이 등 이민자들이 모여든 국경 지대를 막아섰다. 친정부 성향 폴란드 인사들은 이번 위기가 1920년 폴란드-소련 전쟁과도 성격이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폴란드 정부는 이민자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가적 단결을 호소하고 연설문을 통해 폴란드가 러시아 및 EU로부터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논조를 폈다.

민족주의 성향을 지닌 폴란드 정부는 9월 중순부터 수천 명의 병력을 파견해 국경지대에 철조망을 두른 장벽을 건설함으로써 벨라루스로부터 이민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이어 10월에 국경 장벽 건설 비용인 3억 5,000만 유로(한화 약 4,700억 원)에 대한 EU 차원에서의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11). 이에 따라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그리스  등 12개국 내무장관이 지원 승인을 요청했으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위원장은 지원에 부정적 의사를 표명했다. 폴란드 이외에도 이민을 막기 위한 장벽 건설의 사례는 과거에 다수 존재했으며, 일례로 그리스는 터키와의 국경선에 40km 연장의 장벽을, 헝가리는 세르비아 및 크로아티아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한 바 있다. 하지만 장벽 건설은 이민자들의 월경을 막는 데 반드시 효과적인 수단은 아니며,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도 이러한 해법이 미봉책에 불과함을 잘 말해준다.

4. 결론 및 미래 전망
먼저 단기적으로는 국경지대에서의 예상치 못한 긴급 사태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만약 혼란 상황에 있는 국경지대에서 정체불명의 무기나 폭발물이 사용될 경우 폴란드와 유럽의 정국이 격동에 휩싸일 수 있다. 또한 벨라루스 정권이 독일과 폴란드 등지에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야말-유럽(Yamal-Europe) 가스관을 차단해 EU를 경제적으로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폴란드 정부의 경우 사법체제 개혁과 낙태 금지법 제정 이후 시위가 빈발하는 등 국내적으로도, 그리고 EU와의 관계에서도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이민자 문제로 인한 대중의 공포를 기회로 삼아 지지율을 소폭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벨라루스와 EU 회원국간 국경에서의 긴장 상태가 유지될 공산이 크다. 러시아가 벨라루스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현재 다수의 러시아군이 진주해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지대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존재한다12). 이 상황에서는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도 진입하여 폴란드 국경 지대에 배치될 수 있기에 폴란드로서는 벨라루스 방면으로부터의 위협을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또다른 장기적 관심사 중 하나는 폴란드 정부가 국제법에 반해 이주민의 국외 추방을 승인하면서 유럽인권법원(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의 개입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만약 법원이 개입하게 되면 폴란드의 입장에서는 EU의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각 회원국간에도 이주민 문제 및 인도주의적 위기의 정의 방식에 대한 의견차가 존재하는데다 EU가 폴란드 정부에 국제법 위반 책임을 묻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는 않아 빠른 시일 내에 강력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폴란드 바르샤바(Warsaw)에 본부를 둔 EU 국경·해안경비대(Frontex)가 벨라루스와의 국경에 배치된다면 기본적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국경을 관리한다는 EU 기관의 방침 상 폴란드 정부의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정당한 난민 신청자들을 구분하고 나머지만 근거지로 돌려보내는 임무를 수행하는 Frontex가 국경 지대를 관리하게 되면 일정 수준의 국경 개방이 불가피해지고, 수용된 난민들을 각 EU 회원국에 분배하기 위한 협상이 이루어지게 된다. 폴란드는 현정부의 민족주의적 정책을 약화시키는 일을 막기 위해 EU의 개입을 원치 않는 상황이다.

벨라루스 사태는 세계 각지 인권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EU가 이민자 문제를 악용하는 국가의 시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와 관련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민자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미 지난 수년간 EU 전역에서 이루어져 왔지만, 이번 위기는 이전까지 이루어진 정치적 합의에 상당한 압박을 주고 있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유럽은 법의 지배라는 대원칙을 전혀 지키지 않는 국가를 상대할 때에는 이민자의 처우 등과 관련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에 기반한 원칙을 모두 지킬 수만은 없다는 교훈을 새로이 얻게 되었다.



* 각주
1)  infosecurity24.pl, Szef VSAT o sytuacji na granicy: to już nie atak, lecz wojna hybrydowa.
2) consilium.europa.eu, Restrictive measures against Belarus. 
3) economist.com, A scheme to use migrants to split the EU is likely to backfire. 
4) dw.pl, Z Iraku na Białoruś. Jak migranci trafiają do Europy. 
5) gov.pl, Informacje dla mieszkańców terenów objętych stanem wyjątkowym. 
6) eng.belta.by, West's treatment of migrants on Belarus-Poland border decried as ‘crime of the century'. 
7) rp.pl, Setki imigrantów na przejściu w Kuźnicy. W pobliżu białoruskie oddziały. 
8) economist.com, A scheme to use migrants to split the EU is likely to backfire.
9) bankier.pl, Mur na granicy z Białorusią pochłonie gigantyczne pieniądze.
10) insightplus.bakermckenzie.com, Overview of International Sanctions Currently Applicable to Belarus.
11) notesfrompoland.com, Poland to build €350 million “impenetrable” wall on Belarus border after president approves plan.
12) nytimes.com, 80,000 Russian Troops Remain at Ukraine Border as U.S. and NATO Hold Exercises.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