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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여론조사로 본 러시아-벨라루스, 그 기나긴 국가연합으로의 여정

러시아 / 벨라루스 김선래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2021/11/30

2021년 9월 9일, 러시아와 벨라루스 정상은 양국 간 국가연합(Союзноe государствo) 28개 프로그램에 합의하였다. 이로써 1999년 보리스 옐친(Boris Yeltsin)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더 루카셴코(Alexander Lukashenko) 벨라루스 대통령 간에 맺어진 양국 간 국가연합 창설협약이 20여년 만에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28개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양국 간의 '경제적 통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국가통합에 있어서 통합논의와 구체적인 프로그램 그리고 경제통합에 이어 정치통합으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본다면 양국이 정치통합으로 이어지기까지 많은 과정과 어려움이 남아있다고 보겠다. 국가연합의 바로 전 단계인 경제통합 합의까지 20여 년이 걸렸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통합논의가 수월치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경제통합의 프로그램 내용에 합의하고 2023년까지 경제통합을 이루겠다는 양국의 의지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고에서 지난 20여 년의 통합논의를 간단히 정리하고 통합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여론의 향방에 대하여 분석 정리한다. 최근 2년 동안 급속하게 통합논의가 진행되었던 내용과 국가통합논의가 다시 전면적으로 부상하게 된 국내외적 상황을 정리해 봄으로써 경제통합 이후에 진행될 정치통합에 대하여 예견해 본다.

2019년 통합 로드맵의 함의
양국이 통합협정을 맺은 지 20년이 되는 2019년 초부터 러시아는 벨라루스와의 통합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20년 끌어온 양국 간 통합논의의 성과를 20주년이 되는 해에 내고 싶었던 것이 러시아 입장이었다. 그러나 당시 벨라루스로서는 국내외 정치·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움이 없었던 만큼 러시아가 원하는 국가연합에 선뜻 응할 조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았다. 러시아의 유라시아 정책이 확장적으로 변화하면서 미·중·러 간의 전략적 경쟁이 심해지는 국제 역학 구도 속에서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의도에 따라가기에는 국가이익과 루카셴코 정권에 큰 이해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9년 내내 이어져 왔던 협상도 특별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협상의 가장 큰 어려움은 석유·가스 에너지 가격 문제였다. 벨라루스는 경제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공급해 왔던 가스 가격을 1,000㎥/128.5달러(한화 약 15만 원)에서 러시아 국내 가격인 55달러(한화 약 6만 5,000원) 수준으로 낮추어 달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러시아는 경제통합이 되면 당연히 러시아 국내 가격과 같아지는데 선제적으로 인하할 명분이 없다고 대응하였다. 벨라루스가 주장하는 부가세 부분의 손실 보상과 벨라루스 석유제품의 러시아 수입 규제를 해제해 달라는 부분도 러시아 입장에는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1).

경제적 통합을 위한 28개 프로그램 
난관에 봉착했던 양국의 통합로드맵에 전환점이 된 사건이 2020년 8월부터 2021년 봄까지 이어진 벨라루스 반(反)정부 시위였다. 벨라루스 대선에서 승리한 루카셴코의 상대였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Svetlana Tikhanovskaya)를 중심으로 한 반대진영이 수도 민스크에서 시작한 대선 불복 시위가 빠르게 확대되기 시작하였으며, 이에 군·경찰을 동원한 폭력과 강압적인 시위진압 과정에서 루카셴코의 30년 가까운 철권통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규모 시위로 인하여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로 정권의 안정과 이익을 챙겨왔던 루카셴코 정부는 러시아에 협조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 안정발전 펀드를 통하여 15억 달러(한화 약 1조 7,745억 원)를 지원하였으며, 2022년까지 6억 3,000만 달러(한화 약 7,453억 원) 이상의 차관을 지원하기로 약속하였다2). 급해진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1년 한해에만 5번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푸틴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양국은 러시아의 대(對)벨라루스 가스 가격을 현 상태로 동결하는 대신에 2023년 12월 1일까지 가스와 석유제품 및 석유가격에 대하여 단일시장을 구축하고 양국의 조세제도 개편을 위한 새기구도 출범하기로 합의하였다. 벨라루스가 지속적으로 요구하여 왔던 러시아 산 석유에 대한 관세 철폐도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하였다3). 도움을 준 푸틴 대통령은 표면적으로 루카셴코의 권력 안정에 도움을 주었지만 러시아의 대 벨라루스 지렛대의 힘은 커졌다고 보겠다.

통합논의에 대한 벨라루스 국민의 태도
1999년 당시 양국 통합논의에 대하여 러시아 국민들의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4). 그러나 2020년에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러시아인의 43%가 연합국가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며 22% 만이 동등하게 양 국가의 통합에 찬성하고 있고 17%는 벨라루스가 러시아 연방으로 귀속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통합에는 39%가 찬성하며 43%의 러시아인들은 벨라루스와의 관계를 통합보다는 우호적 관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보고 있다5). 벨라루스 국민 역시 국제관계의 변화 그리고 사회 구성원 들의 진보적 성향의 확대와 같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양국 간의 우호 관계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양국 간의 국가통합에 대한 논의에서 벨라루스 국민들의 의사가 매우 중요하기에 이를 분석하면 미래 양국의 연합에 대한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2019년 여론조사를 보면 36.1%의 벨라루스인들이 양국의 통합에 찬성하였다6). 이는 1999년보다 10%p가량 낮아진 수치이며 2003년 여론조사보다 13.3%p가 낮아졌다. 대등한 독립국가 관계를 원하는 벨라루스 인들은 49.9%로 2003년보다 14.9% 증가하였다. 통합에 대한 의사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벨라루스 주민은 60.5%로 러시아에 대한 벨라루스 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7)

<표 1>에서 보듯이 최근 러시아와의 통합에 대한 벨라루스인들의 생각은 달라졌고, 통합 수준에 대한 벨라루스 인들의 시각도 함께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벨라루스 인들은 러시아와 단일 체제로의 국가통합보다는 양 국가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수준에서의 국가연합을 선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표 1> 유럽연합과 러시아 중 어느쪽과 통합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벨라루스인들 여론조사 (단위: %)
자료: истчник: BAW, 2020  год


통합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확고한 의지... 현재 벨라루스 인들의 의사는?
국가 통합에 대한 러시아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벨라루스와의 지난한 통합 논의에서 러시아는 벨라루스가 요구하는 어려운 조건에 대해서도 비교적 수용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러시아는 유라시아경제연합을 통해 확장된 유라시아 파트너십 정책을 추구하며, 주변 국가들과의 경제사회적 통합을 원하고 있다. 또한 2021년, 루카셴코는 2022년 벨라루스 개헌을 주도하고 그 이후 퇴임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공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루카셴코가 원하는 그림에서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통합할 수 있을 것인가는 러시아 국민의 의사보다는 벨라루스 인들의 의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겠다. 루카셴코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 인들의 71.5%가 러시아와의 통합에 찬성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벨라루스 인들의 실제 의사와는 다를 수가 있기 때문에 루카셴코와 푸틴이 추진하는 국가연합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8). 2020년 11월 영국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 (Chatham House, The Royal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벨라루스 국민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본 여론조사에 참여한 벨라루스 국민들의 성향을 2번 문항을 통하여 추론해 보면 응답자의 대부분이 야당 지도자인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에게 투표하였으며 루카센코에 대한 지지는 18.6% 밖에 없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 진보적 성향의 젊은 층들이 설문조사에 참가하였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9)


그렇다면 반정부적이고 진보성향을 띤 여론조사 참가자들이 러시아와 유럽연합(EU)에 대해 지니고 있는 감정이 어떠한지는 9번째와 10번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하여 유추해 볼 수 있다. 



9번 항목과 10번 항목을 보면 유럽연합과 러시아에 대한 태도가 80% 이상이 호의적 반응으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이든 러시아든 어느쪽으로 협력과 교류가 진행되든지 간에 벨라루스에 이익이 된다면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대한 응답을 보면 부정적인 답변보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두 배 이상 높다. 양국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 26-1번 항목과 26-2번 항목, 러시아와 벨라루스 통합에 대한 질문에 벨라루스 인들은 다음과 같이 반응하고 있다. 복수의 답을 요구하기에 두 항목을 같이 살펴보아야 한다. 질의에 대한 답변을 보면 양국 통합에 대한 의사에서 반대 성향이 조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인터넷 조사 대상이 주로 젊은 층과 진보 계층, 그리고 반정부 성향 계층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29번, 35번 항목에서 벨라루스에 가장 적합한 지정학적 연합과 군사협력에 대하여 질의하였다. 비교적 사회 경제적 활동이 많은 설문 대상으로 인하여 동과 서 사이에서 중간적인 입장을 취하는 답변이 많다. 응답자의 60% 이상이 양 진영과의 갈등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사적 동맹에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잔류하는 입장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는 것보다 월등하게 나타나 있다. 



1999년 양국의 통합협약으로부터 시작된 러-벨 국가연합 추진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벨라루스 인들도 러시아의 영향력에 대하여 인정하는 편이다. 수 년에 걸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경향도 상대적으로 적으며, 통합에 대한 반대도 소수의 의견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벨라루스의 신흥 진보계층과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동과 서 어느 편에 서지 않고 양 진영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독립국가를 유지하자는 입장이 강화되어 가는 경향이 보인다. 그러나 보통의 벨라루스 인들은 러시아에 대하여 크게 부정적이지 않으며 또한 동시에 유럽연합에 대하여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표본 설문조사 결과에 나타나고 있다. <표 2>에서 보듯이 양국이 대등한 독립국가로서 국경이 사라지고 관세도 없으며 비자도 필요 없는 친근한 관계를 벨라루스 국민들이 원하고 있다고 보겠다. 결론적으로 러시아와 벨라루스 간의 국가연합은 점진적으로 진화하여 경제적 통합으로 갈 것으로 예측되며, 당분간은 벨라루스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국가연합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국가연합은 독립된 벨라루스와 또 다른 독립 국가인 러시아와의 연합이 되며 이러한 러-벨의 순조롭고 성공적인 연합 모델은 타 포스트소비에트 국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표 2> 러시아와 벨라루스와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10)
자료: истчник: BAW, 2020  год






* 각주
1) “План по экономической интеграции России и Белоруссии. Что важно знать”  https://www.rbc.ru/economics/10/09/2021/613b66699a7947652d409f18 (검색일: 2021. 10.20)
2) “러-벨라루스, 국가통합 구체화… 양국 정상 '로드맵' 합의” https://www.kita.net/cmmrcInfo/cmmrcNews/cmercNews/cmercNewsDetail.do?pageIndex=1&nIndex=1814544 (검색일: 2021. 10.20) 
3) “РФ и Белоруссия до декабря 2023 г. подпишут документ о едином рынке газа” https://nangs.org/news/markets/gas/rf-i-belorussiya-do-dekabrya-2023-g-podpishut-dokument-o-edinom-rynke-gaza (검색일: 2021. 10.20) 
4) 공공여론 재단(Public Opinion Foundation)(1999년 1월)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시민의 77%는 두 나라의 통일을 위한 국민 투표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37%는 러시아와 벨로루시가 단일 대통령과 정부가 있는 하나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함. 응답자의 36%는 긴밀한 정치 및 경제 관계로 연결된 독립 국가 연합 형태의 통일을 선호하였다. 러시아인의 9%만이 벨로루시와 러시아의 통합에 반대 하였다.https://www.ng.ru/ideas/1999-10-01/integration.html  (검색일: 2021. 11.10) 
5) “Белоруссия, Россия, Cоюзное государство” https://wciom.ru/analytical-reviews/analiticheskii-obzor/belorussiya-rossiya-coyuznoe-gosudarstvo (검색일: 2021. 10.20) 
6) “На кону независимость: почему в Беларуси боятся интеграции с Россией”  https://www.bbc.com/russian/features-50673484 (검색일: 2021. 10.20) 
7) Ibid.
8) “Лукашенко: За интеграцию с Россией выступает 71,5% граждан Белоруссии” https://regnum.ru/news/polit/3188600.html (검색일: 2021. 10.20)
9)  2020년 11월 13일~18일간 벨라루스 전역에서 864명의 응답자를 중심으로 분석한 설문조사로 그 당시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었으며, 설문조사 방법이 인터넷 사용자 만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인터넷 접근이 용이한 젊은 층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벨라루스 정치·경제 사회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그룹이라고 보겠다. 때문에 루카셴코를 지지하고 양국 통합에 긍정적인 보수층과 노인층의 의견이 적게 반영되었다고 본다. 통계적 오차 범위는 (신뢰수준 95%) + 3.33% 이내 이다.  
10) “Почему все меньше белорусов хотят союза с Россией” https://www.dw.com/ru/%D0%BF%D0%BE%D1%87%D0%B5%D0%BC%D1%83-%D0%B2%D1%81%D0%B5-%D0%BC%D0%B5%D0%BD%D1%8C%D1%88%D0%B5-%D0%B1%D0%B5%D0%BB%D0%BE%D1%80%D1%83%D1%81%D0%BE%D0%B2-%D1%85%D0%BE%D1%82%D1%8F%D1%82-%D1%81%D0%BE%D1%8E%D0%B7%D0%B0-%D1%81-%D1%80%D0%BE%D1%81%D1%81%D0%B8%D0%B5%D0%B9/a-52279440 (검색일: 20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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