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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중남미·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의 현주소와 당면과제

중남미 일반 Sebastian Sterzer Universidad Nacional de Luján Researcher 2021/12/24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2021년 12월 3일에 중남미·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Community of Latin American and Caribbean States) 회원국과 중국이 참여한 제3차 장관회의가 개최된 이후 CELAC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에 도맡아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중요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과연 CELAC이 역내 회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심 기관이라 할 수 있는가? CELAC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여타 국가간 협의체와의 역할 중복이 역내 통합과 조화를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중국, 미국, EU를 비롯한 국제정치·경제계 주요국들과의 관계에서 CELAC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성과는 무엇인가? 본고에서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의 일환으로 CELAC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 국가간 통합 및 역량 강화 구상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넘어서야 할 주요 장벽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공동 이익 추구에 있어서의 한계
역내 국가간 대화와 정치적 합의를 위한 초국가적 기관인 CELAC은 도합 6억 3,000만 명의 인구를 지닌 중남미와 카리브 지역 33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이들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 CELAC은 역내 국가들 간의 점진적 통합 진전을 목표로 삼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다수의 회원국 간 일관된 기조 유지와 기존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다양성 존중이라는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점이 도전 과제로 작용하면서 때에 따라 성과에 진전이 있기도,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CELAC은 지난 2011년 12월에 출범한 이후 사회개발, 교육, 비핵화, 가족단위 농업, 문화, 재정, 에너지, 환경 문제 등에 관여하고자 했으며, 국가 간 공통된 이익과 관련된 해당 의제들에서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CELAC 자체는 물론 중남미지역 전체가 국제 무대에서 발언력을 높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노력했다. 일면으로는 CELAC을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가 주도하는 질서에 대항해 역내 자원에 대한 자체적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탈헤게모니적 지역주의의 일환으로 이해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1)

멕시코에서 개최된 제6차 정상회담 이후 전문가들은 중남미의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들에 대한 분석을 수행했으며, 그 대표적 제약요소의 사례로는 정치적 이해관계, 민족주의, 그리고 역내 발전에 필요한 리더십의 부재 등이 지적되었다2). CELAC 또한 상기한 문제들로 인해 역내 통합 분야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나 인권 존중 등 보편적인 주제들도 특히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등지에서 회원국 간 의견차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시장친화적 우파정부 집권세력과 통제를 중시하는 권위주의적 국가 집권세력이 한 자리에 모이다 보니 의견 합치가 자연스레 어려워 지기도 한다.

회원국들이 공통으로 마주한 도전요소들을 극복하고 통합과 조율을 이룬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CELAC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도 백신과 의약품의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선언 발표나 UN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ECLAC, Economic Commission for Latin America and the Caribbean)가 제안한 ‘중남미 의료 자급 계획 요강(Guidelines and Proposals for a Health Sufficiency Plan in Latin America and the Caribbean)’ 승인 이외에 그다지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다만 부패 방지·근절 특별기관(Specialized Group for the Prevention and Fight against Corruption)이나3) 중남미 우주국(Latin American and Caribbean Space Agency) 설립4) 등  일부 성과를 낸 분야도 존재한다.

CELAC과 여타 국가간 협의체와의 관계 
CELAC은 기존 역내 국가간 협의체와의 역할 중복을 피하고 타 기관과의 공통성 및 상호보완성을 강화한다는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은 유사한 취지에서 설립된 미주기구(OAS,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가 각종 전략적 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의 입김을 강하게 받기에 민주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CELAC이 OAS를 대체하기 위해 역할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CELAC의 일부 회원국들은 OAS를 미국이나 캐나다가 참여하지 않는 다른 기관으로 대체하거나 대서양 건너 EU의 국가간 통합 사례를 중남미의 특수한 상황에 맞추어 적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고, 2005년에 취소되었던 미국 대륙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rea of the Americas) 창설 계획을 다시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낸 바 있다.

그러나 CELAC과 여타 유사 협의체 간의 중복성 이슈를 차치하고 특기할 만한 사항은 중남미 정부들이 전통적으로 초국가적 협의체나 공유주권 개념의 강화를 경계하고, 대신 헤게모니적 체제 하에서 자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 역량 증대와 여기에 기반한 정부간 협력을 선호해왔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는 회원국과 핵심 의제가 상호 중복될 뿐 아니라 상이한 목적과 제도적 작동방식을 지닌 다수의 구상이 혼재한다는 중남미 지역주의(regionalism)의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다.

역외 주요국들과의 관계
미국은 중남미의 번영이 자국 국경 내외에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6차 CELAC 정상회담에서는 일부 국가에서 반미 기류 확대가 감지되기도 했고, 국제사회의 또다른 주요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과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버락 오바마(Barak Obama) 전 미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당시 중남미를 순방한 바 있어 해당 지역을 잘 이해하고 있는 조 바이든(Joe Biden) 현 미 대통령의 행정부에서도 현재에도 미국은 중남미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임시의장국인 멕시코를 비롯한 CELAC 국가들은 미국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강경한 태도를 바꾸어 미-쿠바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쿠바 경제 제재를 해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역내 지도자들 중 일부는 유럽 주요국간의 경제적 통합에서 시작해 정치적 통합까지 이루어내고, 특정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는 EU를 중남미가 따라야 할 모범적 통합 사례로 고려하기도 한다. 다만 2015년 이래 양 기관간에는 공식적 회담이 개최되지 않았으며, 2021년에 이루어진 중남미-유럽 화상회담도 CELAC을 거치지 않은 것이었다. 중남미의 입장에서 EU는 사회·경제·환경 분야 발전에 있어 기타 국가/지역보다도 더욱 매력적인 파트너이다. 유럽의 입장에서도 WTO 개혁과 제26차 UN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 합의사항 이행 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대세력을 형성하고자 하며, 이 점에서 중남미를 중요한 협력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5).

한편 중국은 CELAC과의 교류가 가장 활발한 역외 주요국 중 하나이며, 최근 CELAC의 역할 확대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2014년에 창설된 중국-CELAC 포럼은 평등성, 호혜성, 혁신성, 개방성, 그리고 양 지역 국민 복리 증진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양자관계를 개선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탕으로 역내 각국이 대만과 맺고 있는 외교관계를 단절시키는 일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 영향을 받아 파나마,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이 수교국을 대만에서 중국으로 바꾸었다. 경제 분야에서도 역내 2위의 무역대상국이자 전략적 투자자로서의 입지를 지닌 중국의 중요성이 높다.

결론 및 향후 전망
오늘날 중남미와 카리브 지역에는 다원적이고, 복잡하며, 상호 이질적인 지역 협력 구상이 혼재해 있으며, 그 대표적 사례인 CELAC은 대화와 정치적 합의 진전, 상호동의에 따른 입장 구체화, 공동 이익과 행동 추구, 그리고 중남미의 국제적 입지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 기능해왔다.

하지만 상이한 지역협의체가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CELAC을 비롯한 그 어떤 기구도 절대적 우위에 설 수 없다. 진정한 역내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통합이라는 단어가 지닌 의의를 살려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와 가치를 명확히 규정하고 구체적 추진과정을 담은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지만, 단일화된 초국가적 협의체가 부재하고 각국 내부 정치가 복잡하게 전개되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공통성에 기반해 정책을 상호 조율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일례로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사태에도 다수의 기관들이 결부되어 이 중 누구도 완전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해 문제 해결이 요원한 상태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지역 협력 구상이 혼재할 경우 각자가 개별적으로 추구하는 이익이 서로 충돌하면서 역내 통합이라는 CELAC의 지상목표 달성도 저해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2022년과 그 이후 지역 강대국의 행보를 비롯해 CELAC 관련 이슈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멕시코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맡았던 임시의장직 임기가 종료된 후에도 중남미에서의 주도적 지위를 확보하고자 하며, CELAC의 성과에 회의적인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브라질 대통령 주도로 회원국에서 탈퇴한 브라질의 정치적 상황이 2022년 예정된 대선 결과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도 주요 관심사이다. 만약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Luis Inácio Rula da Silva) 전 대통령이 브라질 정권 탈환에 성공할 경우 중남미에 대한 브라질의 대외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이 경우 브라질이 CELAC에 복귀하고 역내 통합 구상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역외 주요국과의 관계에서는 중국과의 협력 강화가 주요 경향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고, 미국이나 EU의 경우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지속이 문제가 되어 일부 중남미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 한편 CELAC은 혁신성과 신기술, 기후변화, 코로나19 백신 등의 주제를 바탕으로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기타 국가들과의 연대를 재개할 필요도 있다. 특히 유망한 협력 대상으로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입지를 상당 부분 공유해 깊은 연대를 맺을 수 있는 동남아시아의 ASEAN을 꼽을 수 있으며, 같은 이유에서 아프리카와의 협력 강화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이에 더해 중남미 국가들은 특히 팬데믹 발생 이후 심화되어 가는 양극간 대립과 긴장이라는 최근 국제사회적 맥락을 직시하고 여기에 대처해야만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서로간의 의견차이를 극복하고, 공유된 가치와 권리를 수호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명확히 하면서 발언력을 강화하고, 국제 협력에 있어 이들 국가들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CELAC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전체를 이끌 수 있는 리더들을 길러내고 이념적 갈등을 접어둔 채 공동의 번영을 위해 행동과 목소리를 함께 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 각주
1) Crivelli, E. & Lo Brutto, G. (2021). La CELAC más allá del regionalismo poshegemónico. Revista Iberoamericana de Estudios de Desarrollo. 10(1). ISSN-e 2254-2035
2) Malamud, C. & Núñez, R. (2021). La integración latinoamericana: irrelevancia tras el intento de liderazgo mexicano. Análisis del Real Instituto Elcano. 84. ISSN-e 1696-3466
3) “La CELAC crea un grupo anticorrupción para Latinoamérica” (Octubre 27, 2021). Agencia EFE. https://www.efe.com/efe/usa/mexico/la-celac-crea-un-grupo-anticorrupcion-para-latinoamerica/50000100-4662285 
4) Borrego Llorente, M. (2021). La Agencia Latinoamericana y Caribeña del Espacio: Un modelo de cooperación regional en beneficio de las personas. Foreign Affairs Latinoamérica. https://revistafal.com/la-agencia-latinoamericana-y-caribena-del-espacio/ 
5) Guerra Rondón, L. (2021). Multilateralismo y Asociación birregional entre la Unión Europea y América Latina y El Caribe. EU-LAC Policy Brief, 2. Septiembre 2021. https://www.institutdesameriques.fr/sites/default/files/documents_actualites/eulac_policybrief-no2-es-5.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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