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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미국-이란 대립 속에 중동 국가들 분열과 긴장 고조 이슈 추이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EMERiCs - - 2021/12/29

12월 심층이슈 분석

이란 핵협상이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고 이란과 미국 간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동 국가 간의 분열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개발을 계속할 경우 군사적 수단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며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한편 팔레스타인과의 충돌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중동 국가 사이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두고 분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이 관계는 긴밀해지는 반면 카타르는 팔레스타인에 지원을 제공하고 쿠웨이트는 자국 항구에 이스라엘 선박 기항을 금지하는 등, 중동 국가들은 친이스라엘과 반이스라엘 진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란 핵협상, 양측 간 입장 차이 속 합의 도달 실패
12월 9일 이란과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5개국 간에 이란 핵협상(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재건을 위한 협상이 재개되었다. 이란에서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중단되었던 핵협상은 지난 11월 말 다시 시작되었으나, 이란이 기존 합의를 전면적으로 뒤엎는 추가적인 요구 사항을 제시하면서 다시금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재개된 협상에서도 양측 간 입장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이란은 핵심 쟁점인 제재 해제와 핵개발 중단에 관해 새로운 요구 사항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유럽과 미국은 이란이 협상에 충분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란은 제재를 먼저 해제할 것을 요구한 반면, 유럽과 미국은 이란이 먼저 핵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란이 입장을 굽히지 않자 12월 13일 영국, 프랑스, 독일 유럽 3개국은 이번 협상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 역시 외교적 해법이 실패한다면 ‘다른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란을 압박했다. 한편 이란은 핵시설 사찰을 두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카라즈(Kharaj) 핵시설에 대한 IAEA의 사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란은 입장을 바꾸어 12월 15일에는 IAEA의 사찰을 수용하고 카라즈 시설에 감시카메라를 재설치하기로 했으나, IAEA는 이란이 여전히 완전한 사찰을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협상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12월 17일 종료되었다. 협상 참여국은 협상이 곧 재개될 예정이며, 비록 최종 합의 도달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제적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이란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으며, 유럽 3개국은 이제야 지난 6월 협상에서 합의된 지점에 도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향후 재개될 협상에서 양측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 국가는 빠른 진전이 없다면 협상 자체가 무위에 돌아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군사적 수단 사용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이란을 압박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국은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젠 사키(Jen Psaki) 미국 백악관 대변인,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미국 국무부 장관 등 미국 고위급 인사들은 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는 여전히 외교가 이란과의 갈등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만, 핵협상이 진전이 없다면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대안이 무엇인지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으나, 추가 제재 또는 군사적 수단을 통한 물리적 타격까지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먼저 12월 9일 미국은 안드레아 가키(Andrea Gacki)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장이 포함된 고위급 대표단을 아랍에미리트(UAE)로 보내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여 이란과 거래를 유지하는 UAE 시중 은행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미국의 고위급 대표단 파견은 이란의 두 번째 주요 무역 상대국이자 대외 무역 및 금융거래 창구인 UAE를 압박하여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020년 3월~2021년 3월 기준 이란산 비석유 제품의 대(對)UAE 수출 규모는 46억 달러(5조 4,634억 원)에 이른다. UAE를 시작으로 미국이 여전히 이란과 거래를 유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터키, 중국 등의 기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어 12월 16일에는 중국을 통해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는 미국 기술을 이란 측에 제공 · 판매한 기업 3곳과 이란에 군수 물자를 수출한 중국, 말레이시아, 조지아 기업 8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경제제재와 더불어 미국은 핵합의가 진전되지 않고 이란이 핵개발을 지속하면 이란에 군사적 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음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지난 10월에는 미국 국방부가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을 수 있는 가능한 모든 군사적 선택지를 브리핑한 바 있으며, 12월 9일에는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미국 국방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한 베니 간츠(Benny Gantz)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란 핵협상이 실패할 경우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공동 군사 훈련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 맥킨지(Frank McKenzie) 미 중부사령관 또한 12월 11일 외교적 해법이 우선이라고 언급하면서도 이란이 미국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미군은 이란을 통제하기 위한 다양한 군사적 방안을 마련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은 12월 20일 부셰르(Bushehr)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서 방공 훈련을 시행하고 어떤 대외 위협에도 단호히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천명하는 등 이란 역시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이스라엘, 이란 핵협상에 반대하며 대(對)이란 강경책 주장
한편 이스라엘은 이란 핵협상을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2월 5일 나프탈리 베네트(Naftali Bennett)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협상을 진행하면서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미국과 유럽 등 핵협상 당사국에게 이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핵합의를 위반한 이란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2015년 타결된 기존 핵합의가 핵개발과 중동 내 무장조직 지원,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젝트 등 중동 안보를 위협하는 이란의 행보를 저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으며, 외교적 수단과 함께 군사적 수단 또한 동반되어야 이란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베네트 총리는 미국이 이란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할 것이며, 이스라엘은 핵합의와 무관하게 이란 핵개발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2월 22일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베네트 총리는 핵협상이 중동과 이스라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베네트 총리는 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이 중동과 이스라엘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를 마련할 자금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리번 보좌관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스라엘 안보를 위한 공동의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스라엘은 필요 시에 군사적 대응 또한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월에는 야이르 라피드(Yair Lapid)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이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경제제재는 결코 해제되어서는 안되며, 군사적 위협만이 이란 핵개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2월 2일에는 이스라엘 정보부인 모사드(Mossad) 국장인 다비드 바르네아(David Barnea)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서 모사드는 군사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12월 9일 미국을 방문한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스라엘군에 이란에 대한 작전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간츠 장관은 미국 측에 이스라엘의 작전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얄 자미르(Eyal Zamir) 장군은 다른 대안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의 협조 없이도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군사 작전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이란 방공시스템을 뚫고 단독으로 이란 핵시설을 파괴하기에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아미캄 노르킨(Amikam Norkin) 이스라엘 공군 참모총장은 이스라엘 공군이 실제로 이란 핵시설을 무력화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이란에 대한 공격이 레바논의 헤즈볼라(Hezbollah)나 팔레스타인의 하마스(Hamas)와 같은 친이란 성향 무장조직이 이스라엘을 포위 공격하는 상황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여 UAE와의 협력 강화 모색
미국에 대한 설득에 나서는 동시에 이스라엘은 지난 2020년 평화 협정을 체결하고 국교를 수립한 아랍에미리트(UAE)와 관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에 나섰다. 12월 13일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총리로는 처음으로 UAE를 방문하여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Muhammad bin Zayed al Nahyan) 아부다비 왕세자를 만났다. 베네트 총리는 무함마드 왕세자와 무역, 관광, 기술 등에서 공동 기금 마련과 같은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스라엘과 UAE 관계가 중동 평화 정착을 위한 모범적 사례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경제 협력 확대가 이번 방문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스라엘과 UAE 모두 이란의 핵개발을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인식을 공유해왔으며, 양국 간 국교 수립 배경 역시 이란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안보 동맹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방문 역시 이스라엘이 UAE와 관계를 강화하여 반(反)이란 진영을 공고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아미르 하예크(Amir Hayek) 아부다비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란 문제가 이번 회담의 주제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두고 중동 국가 간 분열 양상
그러나 모든 중동 국가가 이란에 대응하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우호 관계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국가는 카타르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인 하마스 사이의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지역 내 영향력을 두고 UAE와 경쟁하는 카타르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으로 UAE가 많은 비판을 받는 것과 달리 카타르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통해 분쟁의 중재자이자 약자의 보호자로서 입지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의 물자 밀반입을 통제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둘러싼 총 길이 65km, 높이 6m 이상의 ‘철의 장벽’을 건설하는 한편 서안지구의 헤브론(Hebron)에서는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벌여 하마스 대원 100여 명을 체포하는 등 하마스와 충돌하고 있다. 한편 하마스의 무기 반입을 막는다는 명분 아래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수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봉쇄로 인해 경제난에 시달리는 하마스는 가자 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세력으로, 하마스에 대한 제재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모두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한 예로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 충돌이 발생한 지난 2021년 5월 이후 약 5만 명에 달하는 가자지구의 공무원들은 7개월간 월급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측의 자금 유입 통제로 인해 매달 약 1,000만 달러(한화 약 118억 7,000만 원)에 이르는 월급이 체납되고 있는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급 체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1월 카타르는 가자지구 공무원 월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카타르는 본래 가자지구 공무원에게 직접 월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스라엘이 이를 거부하자, 이집트에서 연료를 구입하여 하마스에게 보내면 하마스가 연료를 판매한 수익으로 공무원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스라엘은 이 협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가자지구로 반입되는 모든 물자를 이스라엘이 통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이스라엘 역시 이를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카타르는 2018년 이후 월 3,000만 달러(한화 약 356억 4,000만 원)에 달하는 자금을 가자지구에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5월 일어났던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따른 피해 복구와 재건을 위해 이스라엘의 허가를 받아 가자지구에 연료 및 건축 자재, 지원금 5억 달러(한화 약 5,940억 원)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편 또다른 걸프 국가인 쿠웨이트 역시 UAE와 달리 반이스라엘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스라엘 상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쿠웨이트는 12월 3일에는 이스라엘 상품을 선적하거나 이스라엘로 수출되는 상품을 선적한 선박의 쿠웨이트 입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쿠웨이트 정부는 자국으로 직접 수입되지 않더라도 이스라엘에서 수입된 상품을 선적한 선박 역시 입항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정부 조치에 따라 이스라엘산 원자재를 사용한 제품도 금지된다. 쿠웨이트는 UAE가 이스라엘과 수교한 이후 이스라엘과 결코 수교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드러낸 바 있다. 지난 5월 쿠웨이트 의회는 쿠웨이트 국민 및 거주민이 이스라엘을 방문하거나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발언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UAE와 분명히 대비되는 카타르와 쿠웨이트의 행보는 오늘날 중동이 이스라엘과 UAE를 중심으로 한 반이란 진영과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는 카타르 등의 국가로 분열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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