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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 팹랩(Fab Lab)의 지속가능성

인도 이명무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 2022/02/09

팹랩과 지속가능성 
팹랩(Fab Lab)은 ‘제작 실험실(Fabrication Laboratory)’의 약자로 3D 프린터, 디지털 기기, 소프트웨어 등과 같은 실험 생산 장비를 구비해 예비 창업자나 학생들이 기술적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실제로 구현하는 공간이다. 지역주민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팹랩을 이용한 공동창조(Co-creation)를 통하여 다수의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팹랩이 확산되고 있다.

팹랩은 단순히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시설로서의 랩(Lab)을 넘어서, 사용자 주도로 커뮤니티에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발굴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팹랩은 선진국에서 전문가나 스타트업을 위한 제조 공간뿐만 아니라, 학습과 창조를 위한 개방형 혁신 공간(Open Source Appropriate Technology)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후진국에서는 개인이나 현지 커뮤니티의 수요를 반영한 신기술을 제작 및 공유하는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팹랩 네트워크 성장 지원을 목적으로 2009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기관인 팹 파운데이션(Fab Foundation)에 따르면 팹랩은 2021년 7월 기준으로 세계 120여 개국에서 2,029개소가 운영 중이며, 그중에서 미국 247개, 러시아 48개, 한국 42개이다. 남아시아 8개국을 살펴보면, 인도 67개, 방글라데시 8개, 몰디브 4개, 파키스탄 2개, 스리랑카 1개, 부탄 1개, 아프가니스탄 1개이다. 2009년 팹 파운데이션이 설립된 이후, 매년 글로벌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으며, 팹랩에 대한 아카데미, 연구, 프로젝트, 기부·공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그림 1> 전세계 팹랩 지도1)  
* 자료: https://www.fablabs.io/labs



인도 팹랩의 근황 
인도의 팹랩은 지역사회의 풀뿌리 공동체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인도의 팹랩은 도입 초기 단계에서 다양한 토착 지식과 결합하여 새로운 신기술을 탄생시켰다. 디젤 엔진보다 효과적인 타이밍 보드를 개발하여 다양한 이동 수단에 적용시켰으며, 우유의 품질을 감시하고 판단하는 데에 사용되는 장치도 개발하였다. 이러한 기술들은 현지인들의 풍부한 아이디어와 팹랩을 활용한 상향식 접근법으로 적정기술을 사용하여 저비용으로 개발되었다.

2002년 인도 최초의 팹랩이 설치되었다. 현재 인도에는 67개의 팹랩이 있다. 이는 신흥국 중 최대 규모로, 러시아(48개) 보다도 앞선 수치이다. 인도의 팹랩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많은 스타트업을 양산해내고 있다. 인도의 스타트업은 팹랩을 통하여 실크를 이용한 바이오 디거밍(화학적 방법으로 원사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 기술, 구글 지도를 통한 공해 매핑 기술을 개발하였고, 뮤지컬용 계단과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제작하였으며 홀로그래픽 프로젝트, 백라이트 프로젝트, 브레인 제어가 가능한 휠체어 의자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였다. 

팹랩 빅얀 아쉬람(Vigyan Ashram)의 탄생과 그 배경 
1980년대 초에는 인도 인구의 90%가 정규학교의 교과과정을 이수하지 못했으며, 전체 인구의 75%는 교육시스템은 커녕 학교조차도 없는 시골 지역에 살았다. 이러한 상황의 개선을 위해 칼백(Kalbag) 박사는 푸네에서 차량으로 두 시간 정도 거리의 밸발(Valbal) 마을에 빅얀 아쉬람(Vigyan Ashram)이라는 이름의 대안학교를 설립하였다. 1983년 2월에 설립된 빅얀 아쉬람은 교육과 농촌 기술 및 기업 개발에 중점을 둔 마을의 자발적 조직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였다. 빅얀 아쉬람의 목적은 ‘교육을 통한 개발과 개발을 통한 교육’, 다시 말해 RDES(Rural Development through Educational System)의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자체적으로 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가를 육성하는 것이었다. 

< 그림 2> 팩랩 빅얀 아쉬람의 전경
* 자료: http://vigyanashram.com/InnerPages/FabLab.aspx


MIT 비트 앤 아톰센터(Bit and Atom Center) 소장이자 팹랩의 창시자인 닐 거센펠드(Neil Gershenfeld)가 2020년 빅얀 아쉬람을 방문한 후, 팹 파운데이션(Fab Foundation)은 빅얀 아쉬람의 교육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디지털 제작 기계 등의 도구를 제공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빅얀 아쉬람은 팹랩으로 발전하였다. 즉, 팹랩 빅얀 아쉬람이 탄생하였다. 미국 MIT에서 팹랩의 개념이 도입된 이후, 개도국에서 첫 번째 팹랩이 탄생한 것이다. 

팹랩 빅얀 아쉬람은 현지인이 스스로 물건을 제작하기 위한 공동 제조시설로서 운영되고 있다. 팹랩 빅얀 아쉬람은 비닐 절단기, 레이저 커터, 3D프린팅, 밀링머신, 플라즈마 금속 절단기 및 전통적 제작 도구까지도 모두 갖추고 있다. 팹랩 빅얀 아쉬람은 초보자를 위한 워크샵과 소규모 캠프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나 초보자를 위해서는 아두이노(Arduinio)를, 엔지니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제작 도구 사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MIT와 연계된 6개월의 원격학습의 과정을 개설하고, 공인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팹랩 빅얀 아쉬람에서 만들어진 성과물은 자전거 페달을 이용한 발전기, 저가형 보청기, 태양열 달걀 부화장 등을 비롯하며 매우 다양하며, 대부분이 생활용품이다. 인도는 몬순 기간이나 우기에는 태양광이 부족하여 밤에 전등으로 사용하는 LED용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팹랩의 장비를 활용하여 자전거 페달 발전기를 개발하였다. 

자전거 페달 발전기는 2007년 세계은행 시장개발공모전에서 수상했으며, 오지 부족의 42개 기숙학교에 공급되었다. 저가형 보청기는 청력이 떨어지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적정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현지인이 구매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렇게 설계된 보청기는 다른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회로의 디자인을 공개하고 누구나 팹랩을 통해 제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인도의 기존의 달걀 부화장은 동력원이 폐차된 차에서 추출한 디젤 엔진 발전기로 작동이 멈추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화장의 에너지 공급 문제가 발생하여 달걀 부화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열을 이용한 부화장의 자동제어장치를 개발하였다. 이 장치는 자동으로 달걀을 회전시키며,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자동 센서가 내장되어 있다. 태양열을 이용한 달걀 부화장은 여성 자조 그룹(SHGs)에 공급되었으며, 이들에게 유익한 수익원이 되었다.
 
인도 팹랩의 지속가능성을 향하여 
팹랩은 산업혁명이 갈라놓은 생산자(만드는 사람)와 소비자(사용하는 사람)의 행위 구분을 수정하는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을 실천하는 과정은 ‘배우고 (Learn)’, ‘만들고 (Make)’ 그 과정과 결과를 ‘나누는 (Share)’것이다. 팹랩 로고는 이러한 과정을 구현한 3개의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3> 팹랩의 공통 로고 마크 
주) 빨강: Learn, 파랑: Make, 녹색: Share
* 자료: https://fabfoundation.org


인도의 팹랩은 ‘대량 생산(Mass Production)’에서 시민에 의한 생산(Production by Mass)’을 주창한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의 철학을 현대화 한 것이다. 인도의 팹랩은 인도 문화의 하부구조와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다. 마하트마 간디가 항상 물레를 지니고 다녔던 것은 영국 면직물 제품을 대체하는 의류를 자급자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팹랩 빅얀 아스람은 간디의 자급자족의 정신을 계승하여, 개인이나 커뮤니티가 필요로 하는 것을 자체적으로 제작하여 조달한다는 공동제작의 정신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공동제작의 정신이 닐 거센펠드(Neil Gershenfeld)의 디지털 제조와 접목하면서, 개발 도상국에서 최초로 팹랩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역의 문화가 글로벌 디지털 제조 기술과 결합하여 디지털 제조 커뮤니티의 모델 사례로 발전한 것이다. 

디지털 제작이 가능한 팹랩 네트워크는 필요한 물건 대부분을 현지에서 제작할 수 있고, 관련된 지식의 취득과 외부 전파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제품이 지역별로 분산 생산될 수 있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도시에서 시골로 고용기회의 역이동을 촉진하는 잠재력까지도 지니고 있다.

인도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적인 강국이며 간디의 생각처럼 필요한 것은 스스로 제작하는 문화가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팹랩 활성화에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팹 파운데이션은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형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2054년까지 도시의 자급자족률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팹시티 프로젝트(Fab City Project)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인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기본소득에 대한 대처를 위해 팹랩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팹랩 빅얀 아쉬람은 인도의 농촌에 제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팹랩은 개인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어 개인화된 디지털 제조기술을 활용하여 지역 사회의 문제 해결을 하는 만들어 가는 4차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빅얀 아쉬람은 농업공동체의 대안학교에서 출발하여, 팹랩이라는 디지털 제조와 성공적으로 결합하여, 제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커뮤니티로 진화하고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빅얀’은 진실의 추구, ‘아쉬람’은 소박하게 살면서 깊은 사고를 하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데,이는 옛 구루쿨라(GuruKula)2)제도의 현대판이다. 

팹랩 빅얀 아쉬람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인도에서는 2020년 초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최초로 설치된 슈퍼 팹랩(Super Fab Lab)이 탄생하였다. 인도의 슈퍼 팹랩은 미국 닐 거센펠드의 도움으로 케랄라주 코치(Kochi)에서 시작하였다. 1만 평방피트의 면적에 7개의 핵심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 약 10억 원3) 이상의 가치가 있는 최첨단 기계를 보유하고 있다. 인도는 소프트웨어(SW) 아웃소싱에는 강국이지만,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체 부족으로 하드웨어(HW)에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인도는 전체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사회 인프라(철도, 전기, 도로 등)의 부족으로 제조업이 발전할 여건이 부족하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기계를 갖춘 슈퍼 팹랩의 등장은 인도의 ‘Made in India’의 꿈에 가까워지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인도는 과거 인터넷 통신망을 거치지 않고, 휴대전화 중계기를 통해 자국 내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지름길(Shortcut) 전략을 구사해왔다. 슈퍼 팹랩은 인도 산업의 지름길 전략을 도와주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인도는 거센펠드로 대표되는 팹 파운데이션과 상생 발전적 협업을 통해 신흥국에서 팹랩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가능성을 제시 하였다. 인도의 팹랩은 향후 SW서비스를 기반으로 팹랩의 제조기반을 결합한 지속 가능한 제조사회의 유력한 발전 모델로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각주
1) Fab Foundation이 운영하는 Fablab.io(https://www./labs)를 통하여 전 세계 120여개 국가별로 간략한 팹랩 정보와 글로벌 팹랩 지도를 볼 수 있다.
2) 구루쿨라는 스승의 집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어이며, 여기서 학생들은 사회적 신분과 관계없이 평등하게 지내고 스승으로부터 배우고 스승의 일상생활을 도와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Walter-Herrmann and Büching 2014).
3) https://economictimes.indiatimes.com/tech/hardware/countrys-first-super-fab-lab-inaugurated-by-kerala-cm/articleshow/73614694.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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