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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제2차 카라바흐 전쟁 이후 코카서스 남부의 지정학적·경제적 변화

아제르바이잔 Toghrul Feyziyev Ministry of Ecology and Natural Resources of Azerbaijan - 2022/02/16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제2차 카라바흐 전쟁과 전후 코카서스 남부의 지정학·경제 현황
제2차 카라바흐 전쟁으로 불리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Nagorno-Karabakh War)은 2020년 9월 27일에 시작되어 44일만에 종결되었지만, 분쟁의 씨앗이 된 해당 지역의 복잡한 역사적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게 되었다. 44일간의 전쟁으로 인해 1994년 5월에 체결된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휴전협정 이래 코카서스(Caucasus) 남부 지역에 깊게 뿌리내렸던 기존의 질서는 큰 변화를 맞았다. 1994년 휴전협정은 크고 작은 위반 사례의 빈발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영구적 현상유지책의 역할을 해왔으며, 2016년 4월에 같은 지역에서 벌어진 이른바 ‘4일 전쟁’도 큰 변화를 야기하지 못한 채 러시아의 개입으로 종식되었다. 유사한 맥락에서 2020년 7월에 토부즈(Tovuz) 지역에서 벌어진 무장 분쟁도 양국간 협상에 어떠한 진전도 가져오지 못했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양국간 상호 위협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간 국지 분쟁을 넘어선 전면전이 일어난 적은 없는 이곳에서 제2차 카라바흐 전쟁이 발발한 점은 세계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전부터 기존의 평화가 쉽게 깨질 수 있는 성격의 것임을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아르메니아를 비롯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민스크 그룹(Minsk Group) 공동의장국 중 러시아를 제외한 미국과 프랑스 등 국제 중재주체들은 2016년 4월과 2020년 7월의 단기간 분쟁이 지닌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며, 이들은 아제르바이잔의 확고한 입장과 무력사용 재개 의지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전쟁 발발의 배경에는 국내 및 국제적 차원에서의 요소가 모두 존재하지만, 가장 핵심적 요소 중 하나는 민스크 그룹 공동의장국들이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양국간 협상을 중재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들 공동의장국들은 지난 수십년간 분쟁을 통제하면서 양국간 무장 대결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폈으나, 궁극적으로는 평화 유지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제2차 카라바흐 전쟁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큰 여파를 불러와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코카서스 남부의 지정학 정세를 바꾸어 놓았으며, 당사국과 분쟁지역 거주민뿐만 아니라 여러 이웃나라에게도 정치적·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켰다(Ibadoghlu 2021).

본 전쟁은 2020년 11월 9일 러시아·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정상이 9개 조항을 담은 3개국 성명문에 서명하면서 일단락되었으나, 이 성명문에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정치적 입지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담기지 않았다. 44일간의 전쟁이 종결된 지 1년이나 지난 지난 지금에도 이로부터 발생한 영향은 분쟁 당사국과 해당 지역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으며, 각국이 받은 상이한 영향은 국가적/지역적 수준에 따라 서로 달리 평가해볼 수 있다.

먼저 3개국 휴전 성명문 제9조에 담긴 기존 교류선 복원과 신규 교류선 추가 신설을 제2차 카라바흐 전쟁 이후 해당 지역에 나타난 주요 경제적 변화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조항은 카라바흐에서 아르메니아 본토를 잇는 10마일 길이의 라친(Lachin) 회랑을 개설하고, 대신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 본토와 그 월경지인 나크치반(Nakhchivan) 사이의 30마일에 이르는 잔게주르 (Zangezur) 회랑 개통을 보장하며, 나크치반의 경우 터키와의 육상 연결로도 획득하게 된다. 한편 2038년까지 아르메니아의 철도에 대한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 철도국 관계자들은 최근 아르메니아의 메그리(Meghri) 지역을 방문해 나크치반-메그리-아제르바이잔 철도선을 재개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Kinik et al., 2021).

코카서스 남부 교통 인프라의 주요 연결로 및 교차점 재개통을 비롯한 변화가 국내·외, 그리고 지역내·외 무역과 경제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를 통해 아제르바이잔은 서쪽으로는 터키, 그리고 남쪽으로는 이란을 통해 화물 수송로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중단기적 공공 지출과 수송 허브로서의 장기적 수익 전망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역간 교통로가 새로이 추가되면 기존 바쿠-트빌리시-카스(Baku-Tbilisi-Kars)선과 신규 바쿠-나크치반-카스선, 그리고 기존 바쿠-아스타라-테헤란(Baku-Astara-Teheran)선과 신규 바쿠-나크치반-테헤란선간 경쟁을 촉발해 화물 및 여객 수송에 사용되는 시간과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르메니아도 3국 휴전 성명문에 따라 경제적 기회를 부여받았는데, 아르메니아의 철도선이 기움리(Gyumri)와 이제반(Ijevan) 지역에서 바쿠-트빌리시-아크할칼라키-카스(Baku-Tbilisi-Akhalkalaki-Kars) 철도선과 연결될 수 있다면 기움리에서 터키까지, 그리고 바쿠-트빌리시선을 이용해 이제반에서 조지아와 러시아까지 이르는 철도 수송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휴전 성명문 제9조는 아르메니아가 이란과 나크치반 사이에서 철도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Ibrahimli 2021).

마지막으로 휴전성명문 제9조는 지역간 수송로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데, 만약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구상(Belt and Road Initiative)에 따른 신규 회랑,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 Development Bank)에서 자금을 대는 라피스-라줄리 회랑(Lapis-Lazuli Corridor), 그리고 유럽에서 인도-이란-러시아를 잇는 남북운송회랑(North-South Corridor)에서 아제르바이잔이 주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코카서스 남부와 중앙아시아를 잇는 수송로의 발전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유럽-코카서스-아시아 운송회랑(TRACECA, Transport Corridor Europe-Caucasus-Asia)을 통해 아제르바이잔을 경유하는 상품의 양은 매년 5,000만 톤에 달하며, 주요 연결로의 중심에 위치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분쟁이 완전히 종식된다면 아르메니아로부터 아제르바이잔을 거쳐 중앙아시아로 통하는 상품 수송로가 새로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 코카서스 남부의 신규 운송로 사업
* 자료: Geodesy and Cartography Agency of Azerbaijan 


전후 경제 전망과 각국의 경제적 기회
코카서스 남부는 오랜 역사에 걸쳐 지역간 교통로로 기능해왔으며, 러시아로부터 들어오거나 카스피해(Caspian Sea)로부터 유럽으로 운송되는 석유 및 가스관이 다수 지나는 지역이다. 하지만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적대 관계를 유지하면서 예레반(Yerevan)과 잔게주르 동부, 카라바흐 지역은 무역로로서의 혜택을 거의 보지 못했고, 1994년의 전쟁 이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그리고 아르메니아-터키간 경제 교류의 대부분이 중단된 상황이었다. 3개국 휴전성명문은 정체 상태에 있던 역내 국가간 무역을 다시 활성화할 것을 주문하면서 특히 아제르바이잔 본토와 월경지인 나크치반을 연결하는 회랑을 신설하도록 했는데, 아르메니아와 터키, 이란과 접해 있는 나크치반이 이 회랑을 통해 다른 지역과 연결된다면 아제르바이잔과 터키간 교류가 활발히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성명은 “지역 전체에서 수송과 무역의 장애물을 모두 제거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아르메니아도 다시금 아제르바이잔 및 터키와의 무역을 재개할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Iskandarov et al., 2021). 

<그림 2> 튀르크계 국가 명목GDP 규모(단위: 10억 달러)
* 자료: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연설에서 무역 활성화 계획을 마련해 러시아 및 터키 정부와 공유했으며, 이들로부터 긍정적인 화답을 받았다고 밝혔다1). 지금까지의 정보에 따르면 본 계획은 6개국 협력체의 창설을 골자로 하며, 여기에는 러시아, 터키,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이란의 5개국에 더해 그리고 특정 조건을 만족한다는 전제 하에 아르메니아도 참여할 예정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이 협력체를 기반으로 대규모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에 착수하고자 한다.

전쟁 발발 이전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실질 예산 중 40%가량이 금속을 채굴해 아르메니아에 판매함으로써 얻어진 것이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의 광물 및 천연자원 채굴 행위의 불법성을 꾸준히 지적하면서 해당 활동의 중지를 요구해왔다. 잔게주르는 원래 아제르바이잔의 영토였으나 1920년대에 소련 정부가 해당 지역을 아르메니아에 넘겨주었으며, 이 때문에 아제르바이잔은 나크치반 지역에 대한 연결로를 상실했다. 최근 아제르바이잔은 잔게주르 회랑에 도로와 철로를 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회랑이 완성되면 지역 국가간 경제·안보 협력 증진에 더해 아제르바이잔의 국토 회복과 국제 관계 개선이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잔게주르 회랑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동부 잔게주르와 카라바흐 지역을 다시 아제르바이잔으로 통합하고 국가간/지역간 교류선을 개통하면서 오랜 시간동안 역내 협력을 가로막았던 장애물을 마침내 제거하게 된다는 점이다. 본 과정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국가간 협력 강화와 안정성 유지를 위한 협정을 체결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국경선 확정, 영유권 보장, 그리고 역내 협력에 관한 구체적인 협상을 추진해야만 할 것이다. 잔게주르 회랑이 역내 협력의 모범 사례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엄격하면서도 공평하고 법적 논리로 뒷받침되는 규율을 마련해야 하며,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된다면 잔게주르 회랑이 단순한 국가간 지정학을 넘어서 정치·법률·경제·교통·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운송·물류 분야에서 잔게주르 회랑이 지니는 중요성
잔게주르 회랑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는 제2차 카라바흐 전쟁이 아제르바이잔의 승리로 종결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또한 중국의 언론, 정재계, 그리고 전문가 집단에서는 일대일로 구상을 위한 중간 연결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잔게주르 회랑의 중요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본 회랑은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터키, 러시아, 이란 등 주변국뿐만 아니라 특히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에도 많은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다. 총합 GDP가 1.1조 달러(한화 약 1,300조 원)에 달해 전략적·경제적 중요성이 높은 튀르크계 국가들이 본 회랑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과도 연결된다면 큰 경제적 잠재력과 천연자원을 보다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연결로 중간 부분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도 역내 수송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아제르바이잔은 동서/남북 운송회랑 사업에 참여해 자국 인접 지역의 개발을 진행하고 재정적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 사업에 있어 잔게주르 회랑은 유라시아 운송 연결망의 새로운 핏줄로서 경제 및 무역 분야에서 역내 국가들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다. 먼저 터키의 경우 주요 경제 협력국인 아제르바이잔과의 직접적 연결로를 확보하게 되며, 이에 따라 양국간 경제교류 및 관광이 더욱 급속히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해 터키와 중앙아시아가 연결되어 튀르크계 국가들간의 경제 교류도 보다 용이해질 것이다. 아르메니아도 역내 국가간 협력에 방점을 두고 잔게주르 회랑을 활용한다면 경제적 고립을 타파하고 국가 발전을 이루는 등 사회·경제 분야에서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Mikayilov et al., 2021).

결론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제2차 카라바흐 전쟁은 인근 지역의 지정학적 정세와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에 크나큰 변화를 몰고 왔으며, 종전 이후 각국은 특정 영토에 대한 영유권 주장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의 상호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 점에서 해당 지역에 새로운 운송 허브를 만들어내는 일이 경제적으로,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특히 잔게주르 회랑이 개통되면 아제르바이잔이나 아르메니아뿐만 아니라 여기에 관심을 지닌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 연결성을 강화해 코카서스 남부 지역의 경제적 부흥과 장기적 평화 유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잔게주르 회랑 구상에 반대하며 각종 방해 공작을 수행하는 집단도 존재하기에 해당 구상의 이해관계자들은 각종 장애물을 극복하고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전개해야 한다.

제2차 카라바흐 전쟁과 전후 수습과정을 분석하는 데에는 단순한 지정학적 관점에서의 분석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새로운 현실에 대한 인식도 필요하다. 현재 세계는 코로나19 사태와 씨름하며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상승 현상을 겪고 있는데, 이 현상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해상 운송 비용의 증가이다. 오늘날 세계 무역의 80%가량이 해로를 통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해상 운송 비용의 증가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며, 따라서 세계 각국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다 저렴한 육상·철도 운송에 주목하고 기존 운송로 이용이나 신규 운송로 개척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점에서 바쿠-트빌리시-카스 철도선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잔게주르 회랑이 개통되면 동서/남북 운송회랑의 수송 역량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이처럼 운송로의 다변화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국제 운송의 안정성도 함께 올라가는 긍정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1) https://xalqqazeti.com/az/news/7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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