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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비즈니스 인사이트] 정부와 농민 갈등에 추진력 상실 위기, 스리랑카 유기농 농산업

스리랑카 EMERiCs -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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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취임 직후 ‘번영과 영화를 위한 전망’ 발표

2019년 11월 스리랑카 대통령 선거 투표 결과 고타바야 라자팍사(Gotabhaya Rajapaksa)가 과반을 득표해 스리랑카 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2020년 8월 치러진 스리랑카 총선에서는 여당인 스리랑카인민전선(SLPP)이 의회 전체 225석 가운데 145석(득표율 59%)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으며,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Mahendra Rajapaksa)가 스리랑카의 총리로 재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사실상 라자팍사 가문이 스리랑카 정계를 장악하게 됐다. 스리랑카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 등을, 총리는 내정을 맡고 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취임 후 ‘번영과 영화를 위한 전망(Vistas of Prosperity and Splendour)’을 발표하고, △ 생산적인 시민, △ 행복한 가정, △ 정의로운 사회, △ 번영하는 국가라는 4대 성과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통해 라자팍사 대통령은 스리랑카가 6.5% 이상의 GDP 성장률을 유지하고, 2025년까지 스리랑카 국민 1인당 소득이 6,500달러(한화 약 776만 원)를 넘기고자 했다. 또한 실업률을 4% 미만, 물가상승률을 5% 미만으로 관리하고, 재정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여, 재정 적자를 GDP의 4% 미만으로 유지하고자 했다.


한편 라자팍사 대통령은 ‘번영과 영화를 위한 전망’ 구현을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한 10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10가지 원칙에는 △ 국가안보 우선 △ 우호적이고 비동맹적인 외교 △ 부패 없는 행정부 △ 생산적인 시민과 활기찬 인적 자원 △ 사람 중심의 경제 발전 △ 기술 기반 사회 △ 물적 자원 개발 △ 지속 가능한 환경관리 △ 준법 사회 등이 포함됐다. 특히 최근 스리랑카에서 추진되어 온 친환경 유기농업 정책은 지속 가능한 환경관리 원칙에 근거한 것이다.


스리랑카 농업 현황

이렇다 할 산업이 없는 스리랑카에서 농업은 스리랑카의 주요 수입원이다. 2020년 기준 스리랑카에서 농업은 스리랑카 전체 GDP의 약 9%를 차지하고, 전체 인구의 약 25.3%가 농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에는 70% 이상의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스리랑카인들에게 농업은 주요 생계 수단일 수밖에 없으며, 2019년 11월 치러진 대선에서는 각 정당마다 농업 부문에 대한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지방민들의 표심을 잡고자 했다. 


스리랑카의 주식은 쌀로, 국내 수요의 95% 이상을 자급자족하고 있다. 2018년 스리랑카에서의 총 쌀 경작지는 88만 4,555헥타르에 달했으며, 수확량은 390만 톤을 기록했다. 평균 1헥타르 당 수확량은 4,443킬로그램이다. 한편 스리랑카의 주요 수출품 또한 차(茶), 고무, 코코넛 등의 농산품이다. 2018년 기준 스리랑카의 총 차(茶) 생산량은 약 3억 킬로그램이고 전체 수출액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스리랑카의 코코넛 생산량은 약 26억 개였으며,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약 3.6%를 차지했다. 다만 기술 부족과 기후적인 여건으로 인해 종자와 비료, 각종 농기계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으며, 종자는 전체 수요의 80%, 비료를 85%, 농기계는 9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스리랑카는 매년 100만 톤가량의 화학비료를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스리랑카의 화학비료 수입액은 2억 2,100만 달러(한화 약 2,638억 7,400만 원)에 달했다. 


화학비료 수입 금지령, 발표 즉시 발효

2020년부터 자연친화적 유기농업을 장려하기 시작했던 스리랑카 정부는 2021년 5월 6일 공식적으로 ‘Gazette Extraordinary No. 2226/48’를 발표하며 화학비료 및 화학 살충제에 대한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대신에 스리랑카 정부는 모든 경작지에 유기질비료만 사용할 수 있도록 강력히 규제하기로 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화학비료와 화학농약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한 비서진들과의 토론에서 “세계 최초로 화학비료 사용을 금지하는 도전에 나서겠다”며 “화학비료 사용금지 조치는 뒤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라자팍사 대통령은 “세계에서 화학비료 사용을 포기한 나라가 없다는 사실이 스리랑카에서 화학비료 사용을 금지하는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라자팍사 대통령은 화학비료와 화학농약 수입을 위해 스리랑카는 엄청난 비용을 지출했지만 농업생산의 질적 증가는 없었다며, 오히려 토양과 생물 다양성의 파괴로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스리랑카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이제는 스리랑카 정부가 적극 개입할 때가 되었다며, 향후 10년 내에 유기질비료 생산을 가속화해 스리랑카 농업분야에서는 유기질비료만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통령 직속 녹색농업 TF 출범

2021년 10월 15일 라자팍사 대통령은 녹색농업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도 했다. 관련 성명서에 따르면, 이번 태스크포스 구성은 라자팍사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발표한 ‘번영과 영화를 위한 전망’에 따른 조치로, 발전된 농업 경제를 건설하고 소비자들이 향후 10년 안에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언급되어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위와 같은 방법을 통해 화학비료 사용금지에 따른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화학비료 사용금지로 인한 수확량 감소를 우려하는 농업인들을 위해 매년 500억 달러 규모(한화 약 59조 6,7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유기질비료 생산시설 확충 및 수입량 확대에 나설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스리랑카, 성급한 유기농업 전환으로 막대한 손실 

2021년 5월부터 화학비료 수입 전면 금지 등 유기농업 전환 정책이 도입되자 농업 현장에서는 큰 혼란이 발생했다. 농약 사용 중단으로 소출이 급감할 것을 우려한 농민 상당수가 경작을 아예 포기하는 사태가 이어졌고, 야당과 농민은 연일 시위를 벌였다. 농산물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국내 쌀, 채소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 상점들은 손님 1명당 살 수 있는 쌀의 양을 제한하기도 했다.


농부들은 정부의 성급한 정책 시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농부의 20%만이 완전한 유기농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고, 응답자의 63%는 유기농 재배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사를 망치는 농민들이 속출했다. 관료들의 조언에 따라 정부가 제공한 액체 비료를 사용해 쌀·옥수수·채소 등을 재배했으나 농사를 망쳤다고 주장하는 스리랑카 농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K.D. 위말티싸(K.D.Wimaltissa) 카타라가마(Kataragama) 지역 밀라가마 농민단체(Mylagama Farmer Organisation) 사무총장은 특히 여러 작물 중 벼가 가장 큰 피해를 받았으며, 쌀이 노랗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2022년 쌀 수확량이 최소 50% 줄어듦에 따라 식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차(茶) 생산량 또한 큰 타격을 입었다. 스리랑카 농업인들은 정부가 2021년 7월 발표한 ‘차 생산량 추이’를 예로 들어 건기에다가 화학비료 사용까지 금지되며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작물에 비료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농작물의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차는 스리랑카의 가장 큰 단일 수출품으로 연간 1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5,14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이는 스리랑카 전체 수출액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차 농장 소유주는 수입 손실과 더불어 찻잎을 여전히 손으로 따기 때문에 농작물 실패로 엄청난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 공장 소유주 협회는 성명을 통해 차 산업의 붕괴로 300만 명이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화학비료 금지령 철회

화학비료 금지령에 대한 농업인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고, 정부의 성급한 유기농 정책으로 인한 국내 농업 부문에서의 타격 또한 가시화되자 스리랑카 정부는 2021년 11월 24일 화학비료 수입금지 조치를 철회했다. 한편 스리랑카 당국은 제초제, 살충제 등 화학 농약 수입과 사용에 대한 제한 조치를 해제하기도 했다.


스리랑카 정부의 유기농 전환 정책 시행 이후 많은 농업 관계자들은 화학비료를 유기질비료로 전환하는 문제는 하룻밤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정부를 비난해 왔다. 이후 스리랑카에서는 화학비료 사용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농업인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한편 정부의 유기농 전환 정책으로 식량 위기가 야기되자 스리랑카 야당은 현 스리랑카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한 바 있다. 2021년 12월 야당 연합인 사마기 자나 발라웨가야(Samagi Jana Balawegaya) 측은 식량 부족 현상을 야기한 현 정부가 권력을 유지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라자팍사 대통령, 유기농 농업 정책 추진 의지 재천명

2022년 1월 18일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하원에서 정부 정책 성명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녹색 농업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최근 당국의 화학비료 금지령 철회 조치에도 스리랑카 정부의 녹색 농업 추진 정책에는 변경 사항이 없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녹색 농업 정책 추진 계획과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조정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스리랑카의 녹색 농업 정책이 농업 및 관련 서비스 제공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소득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유기농 농업 정책 추진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녹색 농업 정책의 최종 목표가 현대 기술을 도입하여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생물 비료 사용을 촉진하여 무독성 농산물 생산지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기농 비료 사용으로 환경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준비 없는 성급한 시행으로 농민들의 피해가 가중되며 국가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친 스리랑카의 국가 전면 유기농업화 정책은,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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