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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폴란드의 원자력 에너지 개발 현황과 도전요소

폴란드 Nicolas Levi Vistula University Professor 2022/03/03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1970년대는 전 세계에 걸쳐 핵무기 개발이 큰 진전을 맞은 시대였다. 당시 미국과 소련이라는 자유/공산 진영 양대 세력 이외에도 많은 나라에서 자체적인 핵기술을 개발해냈으며, 이 중 대표적 사례인 프랑스는 핵무기 자산 확보를 통해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적 노선을 추구했다. 한편 공산 진영에서는 1976~1980년 에드바르트 기에레크(Edward Gierek)가 사실상 통치하던 폴란드 정부가 핵기술 개발에 도전한 바 있으며, 당시 폴란드는 미국이나 소련만큼의 힘은 없었지만 바르샤바 군사기술대학(Military Technical Academy of Warsaw)이 만들어낸 숙련 기술자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비록 1980년대 후반 공산 진영이 붕괴하면서 폴란드의 핵개발 사업도 중단되는 결과를 맞았지만, 이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전력수요 증가와 에너지 비용 상승이라는 맥락 아래 원자력을 발전에 활용하자는 논의가 정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본고는 폴란드 내 원자력 발전시설 건립 관련 현황을 살펴보고, 원자력을 대체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 폴란드에 존재하는 도전 요소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1. 폴란드 원자력 에너지 개발의 맥락 
폴란드는 유럽 8위에 해당하는 인구 규모에 더불어 꾸준한 경제성장 추세를 보여주고 있는 나라이며, EU집행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 자료에 따르면 폴란드의 2022년 경제성장률은 약 5.5%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Komisja Europejska prognozuje Polsce najwyższą inflację w całej UE 2022). 또한 폴란드 경제는 2019년까지 28년 연속 성장을 달성했는데, 이는 유럽 최장 기록에 해당한다.

점차 경제 규모를 확대해가고 있는 폴란드의 국내 전력 공급 및 수요 관련 현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 폴란드의 경제 발전이 계속되면서 이를 지탱하기 위한 전력 필요량도 자연스레 늘어나는 중이다.
▷ 폴란드의 인구당 평균 에너지 소비량은 아직 EU 내 최하 수준이기에, 향후 증가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 폴란드는 석탄을 활용한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감축하고자 하지만, 현재 국내 전력의 75%가량을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존재한다.
▷ 한편 폴란드에 매장된 화석연료의 고갈이 가속화되고 있고, 국내에서 채굴할 수 있는 석탄은 늦어도 2050년까지 모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내 석탄 채굴 비용과 석탄 가격의 상승으로 러시아로부터의 석탄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데,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수입된 러시아산 석탄의 양은 약 800만 톤으로, 이는 2020년 전체 국내 생산분의 15% 수준에 해당한다(Węgiel z Rosji to nie tylko problem Polski. Kupuje go nawet Ukraina 2021).
▷ 석탄을 활용한 화력발전이 대기 질 하락으로 이어지며 폴란드인들의 평균수명이 줄어드는 등 각종 환경·보건적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Strupczewski 2021: 92).

오늘날 폴란드는 아직 대규모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15년 내에 신규 발전시설을 건립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폴란드에서 가동되고 있는 유일한 원자로는 슈비어크(Świerk)에 소재한 마리아 연구원자로(MARIA Research Reactor)로, 국립 원자력에너지국(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에서 관리 중이다. 본 원자로에 사용되는 핵연료 및 핵폐기물 저장시설은 오스트로웽카(Ostrołęka) 인근의 로잔(Różan)에 두 군데가 존재한다. 한편 폴란드 최초의 원자로였던 에바(EWA)는 이미 해체되어 그 흔적만이 남아있지만, 동일 장소를 향후 핵연료 보관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EWA i MARIA świadectwem kompetencji polskich naukowców 2015). 

2. 폴란드 정부의 원자력 에너지 전략
위에서 설명한 배경을 바탕으로 폴란드 정부는 2014년에 발표한 폴란드 원자력 에너지 프로그램(Program of Polish Nuclear Energy)을 2020년에 다시금 갱신했다. 본 프로그램의 핵심 목표는 대규모 가압수형 원자로를 활용해 6~9기가와트급 설비용량의 원자력발전소를 건립해 가동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2033년부터 1~1.6기가와트급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에 들어가고, 이후 2~3년마다 설비 확장을 추진해 최종적으로 총 6기의 발전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Strupczewski 2021: 90). 또한 본 구상은 2045년까지 원자력 순발전용량 7.7기가와트 달성을 목표로 하며, 이 경우 전체 발전량 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7%가량이 될 예정이다(Program Polskiej Energytyki Jądrowej 2020: 27). 다만, 현실적 문제들을 고려할 때 계획 진행이 예정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최초 원자로는 2026년에야 착공에 들어가고 마지막 6번째 원자로 가동은 2043년에야 이루어질 것이라 보는 전망도 존재한다. 또한, 현재 논의 중인 구상은 상당히 장기간에 걸친 계획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발전시설에 사용될 기술 선정에서 시작해 발전소 건립 및 운용과 폐기물 저장,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해체에 이르기까지 원자로 수명 전반에 걸친 사전계획 수립이 요구되기 때문에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용을 책임지게 되는 주체는 국영기업인 폴란드 원자력발전공사(Polish Nuclear Power Plants)이다. 동 기관은 2021년 6월에 공식 출범해 기존에 원자력에너지 분야에서 활동하던 제1 폴란드 원자력에너지 그룹(PGE EJ1)을 대체하게 되었으며, 폴란드 에너지 그룹(PGE)이 보유했던 70% 지분에 더해 에네아(Enea), 케이지에이치엠(KGHM), 타우론(Tauron)이 보유했던 각각의 10% 지분을 재무부에서 인수하면서 창설되었다.

기술·경제·환경 분야 파급효과를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폴란드가 선택할 만한 현대식 원자력 발전설비로는 중국핵공업/중국광핵(CNNC/CGN)의 화룡1호, 프랑스 프라마톰(Framaton)의 EPR 원자로, 한국전력공사의 APR-1400 원자로, 러시아 로스아톰(Rosatom)의 VVER 원자로, 그리고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의 AP1000 원자로 등이 논의되었다. 마침내2021년 3월 폴란드와 미국 정부 간 원자력 협약(agreement)이 비준되어 미국이 폴란드의 원자력에너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이전과 재정지원을 시행하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동 협약 발효로부터 18개월 후, 즉 2022년 말까지 폴란드의 원자력 에너지 개발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초기 필요자원 및 기술과 조직구조를 개괄하는 개념·총괄보고서가 작성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협약 내용에 따르면 폴란드가 선택할 수 있는 협력사는 미국 기업으로 한정되었으며, 최종적으로는 여기에 웨스팅하우스가 선정되어 계약 이행에 들어갔고, 2021년 9월에는 크라쿠프(Krakow)에 웨스팅하우스 현지 사무소가 문을 열었다(Westinghouse Global Shared Services Center Opens in Krakow 2021).

폴란드 원자력 에너지 프로그램에 따른 국내 첫 발전용 원자로 건설지역으로는 베우하투프(Bełchatów), 루비아투포-코팔리노(Lubiatowo-Kopalino), 페투누프(Pątnów), 자르노비에츠(Żarnowiec) 등 총 4개의 후보가 선정되었다(Program Polskiej Energytyki Jądrowej 2020: 14–15). 이 중 자르노비에츠에서는 지난 1982년 원자력시설이 착공에 들어갔다가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사업진행이 취소된 지역이기도 하다. 폴란드 정부는 에너지 수급 분야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안지역의 사정 등을 고려해 4개 지역중 루비아투포-코팔리노를 최초 원자로 건설의 우선대상지역으로 선정하였으나, 아직 동 지역에서의 건설 진행이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폴란드 정부가 2017년부터 수행한 환경·지역 상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루비아투포-코팔리노는 환경 분야의 모든 요구조건을 만족하면서도 거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후보지역이다(Lubiatowo-Kopalino. To tutaj ma powstać pierwsza polska elektrownia atomowa 2021). 또한 폴란드 원자력발전공사는 지난 몇 년간 해당 지역 주민들의 원자력 에너지 선호도를 조사해 왔는데, 2017년 국내 연구기업인 피비에스(PBS)에 위탁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근 3개 지자체 주민의 63%가 거주지 근방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Powstanie pierwsza elektrownia atomowa w Polsce. Gminę Choczewo czekają wielkie zmiany 2021).

위에서 언급한 대규모 원자로 이외에도 보다 작은 규모의 모듈원자로(Modular Reactor)가 폴란드에 건설될 가능성도 존재하며, 그 대표적 사례 중 하나는 자수성가형 투자자인 지그문트 솔로즈(Zygmunt Solorz)를 소유주로 두는 페투누프-아다무프-코닌 복합발전시설(Pątnów-Adamów-Konin Power Plant Complex)이다. 솔로즈는 2021년 8월에 폴란드 에너지 네트워크(Poland Energy Network)를 통해 페투누프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연료를 석탄에서 모듈원자로로 교체하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시장·기술 자문을 개시했다. 동 사업은 총합 1.8 메가와트 용량의 4~6개 모듈원자로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결과적으로는 자금제공과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에스지이(SGE)와의 합작사업을 통해 BWRX-300 원자로를 사용하는 원자력발전소를 건립하는 방안이 확정되었다.

2021년 9월에는 제팍(ZEPAK)과 아이피쓰리(IP3) 사이에 협약이 체결되어 양 기업이 폴란드의 원자력에너지 발전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조제트 모스바허 (Georgette Mosbacher) 전 주폴란드 미국대사도 IP3가 주도하는 원자력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사실이 공개되었다(Elektrownia atomowa w Polsce. Plan miliarderów nabiera rozpędu 2021).

이외에 석탄기반 화력발전에서 원자력발전으로의 이행 사업에 뛰어든 또다른 기업의 사례인 시에크(Ciech)는 신토스 그린에너지(Synthos Green Energy)와 각서를 체결해 소형 모듈원자로 활용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시에크는 2018년에 채택한 그룹 전략에서 2026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33% 저감, 2033년까지 석탄발전 중단, 2040년까지 그룹 차원의 기후중립(climate Nuetraility)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에 따라 각종 친환경 사업에서의 행보를 넓혀가고 있다.

3. 폴란드 원자력 개발사업의 전망과 잠재적 도전요소
기후변화로 인해 비탄소 청정에너지로의 이행 압력이 거세지면서 기존의 석탄 연료 의존에서 탈피해 보다 균형 잡힌 발전 연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폴란드는 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원자력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폴란드 정부가 원자력 에너지로의 적극적 이행을 추진하기로 결정한다면, 에너지 안보를 위한 핵심 정부 사업을 입안 및 시행함과 동시에 재무부와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소규모 민간투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폴란드의 원자력 에너지 사업은 앞으로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첫째는 원자력 발전의 기반 기술로, 폴란드 정부는 2022년 가을 즈음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술을 활용할지에 대한 핵심 결정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비용 문제로, 에너지 비용에 매우 민감한 폴란드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필요자금 문제가 발목을 잡아 정책 추진이 지연될 수도 있다. 현재 상기한 6개 원자로 건설을 포함해 폴란드 원자력 에너지 프로그램에 투입될 것으로 추산되는 비용은 향후 20년간 250~350억 유로(한화 약 34~47조 원)에 달한다(Szacunkowy koszt budowy w Polsce bloków jądrowych wyniesie ok. 105 mld zł 2021).

이와 더불어 원자력 사업의 도전 요소 중 하나는 폴란드 원자력발전공사의 대표진인 토마즈 슈테피엔(Tomasz Stępień)과 크리즈토프 자코프스키(Krzysztof Jackowski)가 집권여당인 법과정의당(Law and Justice Party)과 가까운 관계에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액화천연가스를 주도적으로 공급하는 기업인 가즈 시스템(Gaz System)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순수한 경영학적 입장에서 두 개 이상의 에너지 사업을 동시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을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만약 법과정의당이 선거에서 패배하고 차기 집권당이 기업대표를 교체할 경우 기존의 원자력에너지 전략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시행되며 사업 진행이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부 지출액이 예기치 않게 늘어났다는 점도 대규모 자금 투입을 필요로 하는 원자력 에너지 사업 지연을 불러올 수 있는 요인이며, 폴란드가 현재 겪고 있는 정치적 불안 또한 사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아이엘에프 컨설팅 엔지니어스(ILF Consulting Engineers)에서 발간한 자료에서는 “원자력 에너지는 폴란드가 2050년까지 기후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지만, 관련 개발사업의 진척 속도는 기존에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느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처럼 각종 현실적 여건의 제약으로 인해 폴란드의 야심 찬 원자력에너지 구상이 계획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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