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의 배드뱅크 모델: 기대효과와 미래를 위한 제언

인도 Bibekananda Panda State Bank of India Senior Economist (PhD) 2022/03/07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부실채권전담은행(Bad Bank, 이하 배드뱅크)이란 은행이 보유한 위험자산을 독립된 자산조정회사(Asset Reconstruction Company)로 분리해 관리하는 기업구조를 지칭하며, 인도에서는 약 23년 전인 1998년 제2차 나라시맘 위원회(Narashmham Committee - II)에서 그 개념이 처음 제기되었다. 배드뱅크 개념은 비교적 최근 들어서야 현실화되었지만, 이전에도 인도 금융업계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여러 대기업과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부실자산을 떠안으면서 그 중요성이 자주 대두된 바 있으며, 2015년 인도중앙은행(RBI, Reserve Bank of India)이 실시한 자산검토과정에서 시중은행이 보유한 대량의 부실채권 현황이 드러나며 배드뱅크의 필요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2017년 인도 정부의 경제조사(Economic Survey)에서는 부실채권의 정리를 위해 공공부문 자산재활기관 설립을 제안한 바 있으며, 인도은행협회(Indian Banks’ Association)는 2018년에 대규모 부실자산문제 해결을 위한 자산조정회사, 자산관리회사(Asset Management Company), 대안적 투자펀드 등 세 가지 기구 신설을 골자로 하는 사샥트(Sashakt) 프로젝트를 개념화하기도 했다.

2021~2022년 인도 정부 예산안은 자산조정회사와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해 각 시중은행으로부터 50억 루피(한화 약 800억 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인수하여 전문적 관리를 거쳐 판매함으로써 가치 실현을 모색한다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해당 방안은 7개월간의 검토를 거쳐 2021년 9월 정부 내각의 승인을 얻었다. 이로써 인도 기업법(Companies Act)에 근거한 국립자산조정유한회사(NARCL, National Asset Reconstruction Company Limited)라는 이름의 정부 공인 배드뱅크가 탄생했으며, 초기 승인자금 20억 루피(한화 약 320억 원)에 더해 주식발행을 통해 15억 루피(한화 약 240억 원)의 재원을 확보했다. NARCL은 2002년부터 시행된 금융자산 유동화·조정 및 담보권집행법(SARFAESI Act, Securitisation and Reconstruction of Financial Assets and Enforcement of Security Interest Act) 제3절에 근거해 인도중앙은행의 면허를 받은 자산조정회사로 기능한다. 이 밖에도 부실 대출을 관리하고 시장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자산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운영주체가 인도회생유한회사(IDRCL, India Debt Resolution Company Limited)라는 명칭 하에 새로 출범했다. NARCL의 경우 공공부문 은행이 51%의 소유권을 갖는 공공기관이지만, IDRCL에 대한 소유권은 49%로 제한되어 민간기관의 성격을 띠게 된다.

초기안에 따른 배드뱅크 작동기제
초기에는 액면가 총합이 약 2조 루피(한화 약 32조 원) 규모에 달하는 50억 루피(한화 약 800억 원) 이상의 개별 부실자산을 NARCL이 인수하면서 순자산가치의 15%를 현금으로, 나머지 85%는 증권증서(Security Receipt) 발행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인수대금을 지급한다는 15대85 방안이 제시되었다. 인도 정부는 NARCL에 직접적으로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 대신 최대 3,060억 루피(한화 약 4.9조 원) 상당의 증권증서를 정부보증 형식으로 발행해 NARCL에 지급했으며, 보증료율은 최초 0.25%에서 시작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상되도록 했다. 초기안에 따르면 상기 정부보증은 최초 5년간만 유효하며, 자산 처분이나 유동화 과정에서 증권증서의 액면 가치와 실현 가치의 차이가 발생할 경우 차액 보전 용도로만 사용될 예정이었다. 인도 정부는 기존 부실채권의 실제 가치를 액면 가치의 18%로 추산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총 2조 루피의 부실채권이 지닌 실제가치를 액면가의 18%인 3,600억 루피로 잡고, 이 금액 중에서 증권증서로 인수하는 85%에 해당하는 3,060억 루피를 증서발행액으로 채택했다. 본 방안은 따르면 NARCL이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대금의 총액이 나머지 15%인 540억 루피(한화 약 8,600억 원) 수준으로 한정되게 된다.

주체-대리형식을 반영한 배드뱅크 신규 구조
하지만 인도중앙은행은 기존안이 제시한 배드뱅크가 지닌 복잡한 이중구조와 작동 기제에 의문을 표했으며, 승인 절차도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그 결과가 2022년 1월에서야 나오게 되었다. 이 때 인도중앙은행이 새로이 승인한 배드뱅크의 구조는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데, 주요 변화점으 로는 양 기관 간 주체-대리관계를 구축해 NARCL을 부실채권 인수 주체로, IDRCL을 처분과정의 대리로 삼는 점을 들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배드뱅크 구조에서는 IDRCL이 제안한 처분안에 대한 최종결정권이 NARCL에 귀속되기에, 산업전문가들이 주축이 되는 독립 민간기관인 IDRCL의 결정 과정이 기존안에 비해 유연성을 결여할 수 있다는 잠재적 문제점이 존재한다. 다른 한편으로 부실채권 정리과정은 기존안에서 변동이 없으며, 이에 따라 NARCL이 강제력을 지닌 인수안을 채권단에게 제안하고, 대상은행은 여타 자산조정회사로부터 스위스 챌린지 경매(Swiss Challenge Auction)1) 방식의 입찰을 모집하며, NARCL은 타사 제안과 동일한 조건의 입찰안을 역으로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인도중앙은행 승인과정의 지연은 배드뱅크의 구조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었으며, 논란의 중점 중 하나는 공공기관인 NARCL이 민간기관인 IDRCL의 처분안에 대한 결정권을 가짐으로써 운영상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배드뱅크 출범이 지연되면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기회비용도 발생했는데, 원래 2조 루피 규모에 달했던 인수 대상은 8,280억 루피(한화 약 13조 원) 상당으로 축소되었고, 이 중 2022년 3월 31일까지 제1기 배드뱅크로 이전되는 것은 5,030억 루피(한화 약 8조 원)가량의 15개 대출 건이다. 이처럼 인수대상이 축소된 이유는 기존에 대상으로 고려되었던 대출 건 중 상당수가 이미 정리되었거나 최종 정리과정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기존에 이미 28개의 자산조정회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주체인 NARCL의 신설을 논의하게 된 것은 이전까지 정부의 보증을 받는 대규모 자산조정회사가 시장에 부재했기 때문이다. 여타 국가에서와는 달리 인도의 자산조정회사는 민간기관으로서 관리자산과 증권증서의 밀집에 따른 위험성 부담을 안고 있으며, 재원마련을 위해 특히 시중은행으로부터의 대출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다. 이들 주체의 전체 관리자산 중 62%는 상위 3개사, 76%는 상위 5개사 소속이며, 상위 3개사가 전체 자본금 62%를, 그리고 상위 5개사가 67%를 보유하고 있다. 자본금 규모가 크지 않은 환경에서 기존 자산조정회사들은 특히 소규모 대출 건과 관련한 부실채권 정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한편 은행은 자산조정회사의 주요 이해관계자이자 자금원이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부실자산을 판매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상호연계성이 은행과 자산조정회사간 자금순환 현상을 일으키자, 인도중앙은행은 2016년에 자산조정회사가 받는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액의 100%를 별도 승인 과정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배드뱅크를 통해 은행업계가 받는 혜택
배드뱅크 출범에 따라 부채 자산이 한 주체로 집중되면 잠재적 구매자 물색, 자산 이전, 공식절차 진행 등의 과정이 보다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며, NARCL은 투자자들에 자산을 직접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파산법(Insolvency and Bankruptcy Code)이 규정하는 절차에 비해 은행의 가치 실현이 더욱 빠르게 이루어지도록 도울 수도 있다. 정부보증이 5년간만 유효한데다 보증료율이 시간이 지날수록 할증된다는 점은 부실자산이 보다 이른 시일 내에 정리될 수 있도록 하고, 이 절차를 통해 이전되는 자산은 대가를 지급받고 인수하는 데다 손실처리액은 장부에 ‘0(영)’으로 기록되기에 은행 보유자산의 질 향상과 수익성 향상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인수대금 중 현금으로 지급되는 15%는 은행에 자금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주며, 각 은행 최고 관리자들이 부실자산 이외의 핵심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평가 가치가 올라간 은행은 성장을 위한 자본을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획득하거나 정부가 보증하는 증권증서를 1차 시장에 판매해 현금화할 수도 있으며, 이렇게 판매된 증권증서는 시장의 가격 산정 기제를 바탕으로 2차 시장의 출현에 기여할 수도 있다. 이외에 인도의 배드뱅크 계획이가진 장점으로는 채권단의 사전동의 조건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채권 가치의 75% 이상 및 채권단 수 60% 이상 동의를 거쳐야만 부채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 있는 파산법 규정에 비해 유연성 면에서 더욱 유리하다. 

결론 및 타국 사례의 교훈
1996~1997년의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거친 후 한국은 정부가 42.8%의 지분을 보유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출범해 부실자산 획득·관리·처분을 담당하도록 한 바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자산관리공사는 상환기한 연장, 출자전환, 지급보증 등의 조치에 더해 효율적인 자산관리와 처분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수행함으로써 은행 운영 정상화를 도왔다. 부실채권이 정부의 보증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의 무위험 자본을 공급하는 기능을 했고, 이에 따라 은행은 부실자산을 판매하고 자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충분한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었다. 자산관리공사의 전반적 부실채권 정리전략은 자산처분, 중기적 워크아웃(Workout), 구조조정 등의 요소를 결합한 성격을 띠었으며, 2002년 12월 기준으로 총 540억 달러(한화 약 650조 원) 규모의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액면가의 46.5%에 해당하는 가치 회수율을 달성했다.

말레이시아의 배드뱅크인 다나하르타(Danaharta)도 한국과 유사한 부실자산 정리의 성공사례이다. 동 기관은 2005년에 해산될 때까지 시중 상업은행의 숫자를 50개에서 10개로 줄이는 통폐합을 수행하고 거의 3,000개에 달하는 부실대출 건에 관여했으며, 평균 대출금 회수율은 아시아 국가 중 최고치인 59%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중국의 배드뱅크 계획은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이 1999년에 최초로 출범한 배드뱅크는 4개였지만, 오늘날에는 그 숫자가 무려 59개로 불어났다. 중국의 배드뱅크는 부실자산의 일원화 및 정리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투자은행으로 탈바꿈했으며, 부동산 및 증권거래, 국외 고수익대출 등 다양한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배드뱅크는 사실상 부실자산을 감추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데, 현재 부실자산 거래대금의 90% 이상이 시중은행의 직접대출이나 간접재원조달을 통해 충당되고 있고, 배드뱅크가 획득한 부실자산을 부풀려진 가격에 구매하는 주체들은 같은 은행으로부터의 대출로 대금을 지급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배드뱅크 분야에 관한 관심이 비교적 늦게 나타난 인도의 경우 다른 국가의 부실자산 처리 사례에서 얻은 교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세계의 부실자산 조정 노력은 나라마다 다른 결과를 낳았으며, 한국, 말레이시아, 미국, 스웨덴 등 많은 국가에서는 원하던 결실을 거둘 수 있었지만, 중국의 사례는 총체적 실패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다른 국가들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인도는 자국의 배드뱅크 운영 계획에 있어 다음 측면들을 시급히 고려해야만 한다.

• 효과적 자산처분을 위해서는 NARCL 관련해서 부실 대출이 일반적 기제로 해결된 상황에서는 활동을 중지할 수 있게 하는 일몰조항(Sunset Clause)을 명시해야 한다. 한국의 자산관리공사, 말레이시아의 다나하르타, 스웨덴의 시큐룸(Securum), 미국의 정리신탁공사(Resolution Trust Corporation), 인도네시아의 은행구조조정국(Indonesian Bank Restructuring Agency) 등 타국의 성공사례도 이 예시를 따랐으며, 파산법과 같이 통상적인 부실 대출을 해결할 수 있는 일반적 기제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대규모 부실자산 정리를 목적으로 하는 배드뱅크가 영구히 존속할 필요는 전혀 없다.

• 중국의 배드뱅크 전략이 실패하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신설기관이 기존의 목적에서 벗어나 점차 활동반경을 넓혔다는 점이다. 따라서 NARCL은 본래의 목적에만 충실하고, 불필요한 확장을 피해야 한다.

• 배드뱅크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특성은 부실자산의 단순 순환을 불러오는 네트워크 효과이며, 이 점에서 NARCL을 비롯한 자산관리회사와 시중은행의 상호연계성 문제를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만 한다. 인도 중앙은행이 발간한 2019~2020년 인도 은행업 동향·성과 보고서(Report on Trend and Progress of Banking in India)도 이 상호연계성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비록 중앙은행이 은행 규제를 강화하고 자산관리회사의 증권증서를 대상으로 한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 규정을 보다 자유로운 방향으로 개선하면서 자산관리회사가 발행하는 증권증서 중 시중은행 보유비중이 2018년 3월의 81%에서 NARCL 출범 이후인 2021년 3월에는 59%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상호연계성 문제는 이보다도 더욱 철저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 일례로 금융감독 기관은 거래자산의 평가금액 변동을 유심히 관찰해 부실자산의 대규모 저가 투매로 가치 회수율이 낮아지는 현상을 방지해야만 할 것이다.

<그림 1> 경제주체별 인도 자산관리회사 증권증서 보유비중
* 출처: 인도 중앙은행


• 이에 더해 정부 외부의 전문가 인사 영입도 배드뱅크 계획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민간부문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사업 추진과정의 길잡이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