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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나이지리아의 석유 산업법이 석유·가스부문에 가져올 변화

나이지리아 Duruji, Moses Metumara Covenant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22/03/18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1. 서론 
2021년 8월 16일 무하마두 부하리(Muhammadu Buhari)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석유 산업법(Petroleum Industry Act)에 대한 서명 절차를 완료하면서 20년 이상에 걸친 나이지리아의 석유·가스부문 개혁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되었다(Marc-Antoine, 2014). 나이지리아에서는 이전에도 유사한 성격의 개혁안이 여러 번 논의된 바 있지만, 그때마다 여러 민감 사안에 대한 논란이 발목을 잡아 번번이 무산되는 결과를 맞아야만 했다(Marc-Antoine, 2014). 지금까지 관련 법안 통과를 지연시킨 쟁점의 사례로는 산유 지역에 대한 수익배분(Marc-Antoine, 2014; Nwuke, 2021), 나이지리아 석유공사(NNPC, Nigerian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의 권한 분할, 그리고 유전 탐사분야 해외기업의 역할 문제 등이 있다. 하지만 제9대 나이지리아 의회는 이처럼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합의점에 도달해 2021년 7월 1일에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Izuka, 2021).
 
부하리 대통령은 이전 제8대 의회가 관련 내용을 세 개로 분할한 후 통과시켰던 2018년 석유산업관리법안 서명을 거부한 바 있다(Adefulu, 2018). 금번 2021년 석유산업 법안은 나이지리아 국내 일부 지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부하리 대통령은 법안 내용 일부에 대해 의회와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밝히면서 해당 부분에 대한 법안 개정을 제안했다(Amodu,2021). 그렇다면 이번 법안의 통과로 인해 나이지리아의 경제와 석유산업에 일어날 변화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2. 석유 산업법 통과 과정
석유 산업법의 기원은 지난 2000년, 올루세군 오바산조(Olusegun Obasanjo) 당시 대통령 아래 출범한 석유·가스 부문 개혁위원회(Oil and Gas Sector Reform Implementation Committee)에서 찾을 수 있다(Iledare, 2021). 본 위원회의 1차 보고서 내용에 기반한 최초의 석유산업 법안은 2008년에 의회에 제출되었지만, 일부 조항이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통과에는 실패했다(Marc-Antoine, 2004). 2018년에는 제8대 의회가 논란 회피를 위해 관련 내용을 3개로 쪼개고 그 중 하나인 석유산업 관리 법안만을 통과시켰지만, 이 법안 조항의 일부가 산유 지역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부하리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으며(Channels Television, 2019), 제9대 의회에 이르러 통과된 2021년의 석유 산업법은 이때 공개된 대통령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그림 1> 2025~2022년 나이지리아의 천연가스 생산량
단위: 10억 입방미터 
* 출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통계보고서(2021)


3. 석유 산업법 핵심조항
신규 석유 산업법은 NNPC의 권한을 분할하기 위해 석유탐사규제위원회(NUPRC, Nigerian Upstream Petroleum Regulatory Commission)와 석유운송정제규제국(NMDPRA, Nigerian Midstream and Downstream Petroleum Regulatory Authority)이라는 두 개의 규제기관을 창설했다. 이들은 각각의 담당분야에서 석유 사업의 기술·상업적 규제를 관할하고, 자산을 획득·보유·처분할 권한을 지니며, 자체적인 송무(訟務) 진행도 가능하다(Nwuke, 2021).

석유 산업법은 또한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던 NNPC의 상업성과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손실액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Jeremiah, 2019). 이에 따라 기존의 NNPC를 개혁해 새로이 출범하는 나이지리아 국립석유유한회사(NNPCL, Nigerian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 Limited)의 주식은 재무부(Ministry of Finance)와 석유자원부(Ministry of Petroleum Resources)가 정부를 대리해 보유한다.

한편 NNPCL의 CEO와 신설 규제기관 구성원과 대표에 대한 임명 권한은 대통령에 귀속되는데, 이 조항에 따라 각 기관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또한 나이지리아 주지사 포럼(Nigeria Governor’s Forum)은 기존에 여러 주체가 공동으로 소유하던 NNPC를 연방정부가 단독 소유하는 NNPCL로 교체한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Channels Television, 2021).

나이지리아의 석유자원부 장관은 이 법에 따라 정부 정책을 입안·관찰·시행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 받았으며, 석유·가스 부문에서 나오는 혜택이 투자자와 정부 모두에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목표에 따라 석유산업을 진두지휘하게 된다(Iledare, 2014).

하지만 전통적 석유 매장지인 나이저강 삼각주(Niger Delta) 이외 지역의 석유 탐사를 위한 미개척지 탐사펀드(Frontier Exploration Fund)에 NNPCL 수익금의 30%를 배분한다는 조항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외에도 석유탐사면허와 석유 채굴 면허 발급비의 10%도 미개척지 탐사펀드에 배정되는데, 많은 이들은 북부지역의 목소리가 큰 의회에서 자원탐사를 명분으로 자신들의 지역구에 더 많은 재원을 배분하기 위해 이와 같은 조항을 만들어낸 것으로 생각한다(Akinkoutu & Bayewu, 2021).

4. 산유지역 및 산업 관리조항
석유 산업법은 산유지역개발신탁펀드(HCDTF, Host Community Development Trust Fund)를 통해 각 지역이 석유를 통해 창출된 부를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이 펀드는 지속가능한 번영을 촉진하고, 석유에서 나오는 혜택을 산유 지역과 직접적으로 공유하며, 면허기업과 임차기업, 산유 지역 공동체간에 평화롭고 조화로운 공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Nwuke, 2021). 관련 조항에 따르면 기존의 산유지역 공동체사업은 모두 HCDTF로 이전되며, 각 면허기업은 전년도 관련 사업 비용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펀드에 기탁해야 한다(Nwuke, 2021). 만약 법에서 규정한 산유 지역 지원의무를 위반할 경우 면허 취소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 3% 기탁금 조항은 의회에서도 쟁점이 되었는데, 초안에서는 해당 금액을 10%로 규정하고 있었다가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에서 5%로 축소했고, 종국에는 상원의 3%안이 양원 법안조율위원회(Harmonization Committee) 심의를 거쳐 채택되었다(Odiegwu et al, 2021).

이전까지의 정부 정책은 산유 지역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기에(Thisdaylive, 2020), HCDTF는 보다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른 한편으로 HCDTF는 석유 및 가스 자원에 대한 보호 의무를 해당 산유지역에 부여하는데, 만약 각 산유 지역 공동체가 자원 훼손 행위를 막지 못할 경우 규정에 따라 보수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Nwuke, 2021).

석유 산업법은 석유 추출과정에서의 가스 연소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 및 거주지 훼손과 관련된 사항도 관할하며, 이에 따라 각 기업은 가스 연소분에 따라 환경기여금을 납부해야 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은 자연환경 재건 및 지역공동체 손실 보전에 사용된다(Resolution Law Firm, 2021). 이와 유사한 성격의 법규정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지금까지는 석유기업들의 가스 연소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는 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Ojewale, 2021). 따라서 가스 연소로 인한 비용이 이득보다 커지도록 만들기 위해 신규 석유 산업법에 따른 환경기여금을 충분히 높은 수준에서 설정할 필요가 있다(Nwuke, 2021).

신규 석유 산업법 체제 아래에서는 기존의 석유 수익세가 폐지되어 탄화수소세(Hydrocarbon Tax)로 대체되며, 원유와 콘덴세이트, 액화천연가스 등 탄화수소로 분류되는 상품이 과세 대상이 된다. 하지만 심해에서 추출된 원유는 신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 점은 육지 대신 심해 석유추출사업으로 대거 이동한 해외 석유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Jeremiah, 2021).

또 다른 우려요소는 석유공급 부족이 발생할 경우 유효한 석유정제면허를 보유하거나 국제적 수준에서의 원유·석유 제품 거래실적이 높은 기업만이 석유 수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Resolution Law Firm, 2021). 많은 이들은 본 조항이 기존 석유정제 분야 연료공급망을 과점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의 시장지배적 입지를 보호하기 위한 시도라고 보고 있다(Nwuke, 2021).

5. 석유 산업법의 기대 효과
석유 산업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NNPC를 개별 기업 및 규제기관으로 분리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이전까지 높은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고 각종 부패 및 불투명성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NNPC를 대체하는(Shaibu, 2018) NNPCL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수익을 낸다는 상업성 원칙에 충실한 기업으로 기능하게 된다(Nwuke, 2021). 신규 법령의 입안자들은 나이지리아 석유산업의 개방성과 투명성 향상을 통해 보다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다국적 컨설팅 업체인 케이피엠지(KPMG)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2019년 아프리카로 흘러 들어온 석유·가스 분야 투자액 700억 달러(한화 약 83.7조 원) 중 나이지리아가 유치한 금액은 4%에 불과하며, 이는 대륙 최대의 석유생산국이자 가장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나이지리아의 입장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였다(Nwuke, 2021).

기업경영 및 투명성 관련사안 이외에도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산유 지역의 정세 불안과 반군의 준동으로, 많은 투자기업이 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파괴공작(Vandalism)의 위험성이 높은 육지사업에서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Nanbuife, 2021). 석유 산업법에 따라 HCDTF가 창설된 것도 지금껏 소외되어온  산유지역을 포용함으로써 석유사업 전개에 유리한 평화로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Guardian, 2021).

한편 신규 법령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휘발유 지원금 제도로, 과거 NNPC는 낮은 가격의 휘발유를 전국 각지에 공급하는 데 엄청난 금액을 쏟아부어 왔다. 따라서 석유산업법은 심각한 적자를 초래하는 원인이던 휘발유 지원금 제도를 폐지하기로 하였지만, 2022년 1월에 정부가 실제로 지원금 폐지에 나서자 나이지리아 노동 총연맹(Nigeria Labour Congress)이 즉각 반발해 대규모 파업을 위협했고, 정부는 여기에 굴복해 한 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Olisah,2022).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휘발유 가격이 여타 지역보다 인위적으로 낮게 설정된 현 상황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같은 권역 내 가나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09달러(한화 약 1,300원)인 데 비해 나이지리아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0.41달러(한화 약 490원)에 불과하며, 이는 세계에서 6번째로 싼 가격일 뿐 아니라 풍부한 석유정제 인프라를 갖춘 사우디아라비아의 리터당 0.62달러(한화 약 740원)보다도 낮은 것이다(Nwuke, 2021).

나이지리아 정부는 지난 10년간 석유 연료 지원금에 260억 달러(한화 약 31조 원)를 쏟아부었고, 2019년 한해에만 18억 2,000만 달러(한화 약 2.2조원)가 추가로 투입되었다. 2022년에는 휘발유 지원금 폐지 작업이 중지되며 향후 6개월간의 지원금 지급 속행을 위해 총 61억 달러(한화 약 7.3조 원)의 추가예산이 편성될 예정이다(Olayinka et al, 2022).

6. 결론
나이지리아의 석유산업법은 석유·가스 산업 개혁,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관리제도 확립, 국영석유기업의 상업성과 수익성 강화, 투명성 및 책임성 제고, 그리고 석유사업에 친화적인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입안 및 시행되었다. 비록 통과 과정에 많은 시일이 소요되기는 했지만, 신규 석유산업법은 나이지리아 석유·가스 부문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해당 법령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서 넘어야 할 장애물도 존재한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이전까지 한 번 시행된 법령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가스연소에 대한 제재법이나 휘발유 지원금 폐지조항이 보여준 사례는 과연 나이지리아 정부가 석유산업법을 제대로 시행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석유산업법은 분명 나이지리아의 석유·가스 부문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제고해 추가 투자를 유치하고 국가 경제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과연 여기서 의도한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향후 정부가 해당 법령을 얼마나 잘 시행해 나가는지에 달려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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