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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중형항공기 시장의 글로벌 선두국가, 브라질의 항공산업 - 산투스 두몽에서 엠브라에르로 -

브라질 정성기 ABC 연방대학교 (Federal University of ABC) 조교수 2022/03/21

남미의 맹주, 브라질에는 과거 브라질의 수도였으며 현재는 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리오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가 있다. 리오 데 자네이루는 빵 지 아수카(Pão de Açúcar) 산 정상에 세워진 예수상과 코파카바나(Copacabana) 해변, 그리고 브라질의 정열을 상징하는 카니발 축제 등이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도시이다. 특히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리오 데 자이네이루에서 열리는 카니발 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데, 리오 데 자네이루의 관문으로 히오갈레아옹(RIOgaleão) 공항과 산투스 두몽(Santos Dumont) 공항을 이용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산투스 두몽 공항이다. 산투스 두몽 공항은 리오 데 자네이루에서 두 번째로 큰 공항이며, 공항의 이름인 산투스 두몽은 브라질 항공의 선구자인 알베르토 산투스 두몽(이하 두몽)을 의미한다. 두몽은 브라질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프랑스계 이민자 출신의 부모님 사이에서 8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으며, 브라질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선을 개발한 두몽은 항공 분야에 있어 브라질 국민에게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개발한 미국의 라이트 형제보다 앞서 동력 비행선을 개발하였으며 실제 시연을 통해 동력 비행선의 비행이 가능함을 증명하였다. 동력 비행선과 동력 비행기가 기체의 특성으로 인해 항공공학적 차이는 있으나 동력, 즉 엔진을 장착하여 비행한다는 측면에서는 그 핵심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비행선과 비행기라는 차이로 인해 여전히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은 어느 것인가 하는 논란이 있다. 북미권의 영향 아래에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라이트 형제의 동력 비행기를 세계 최초로 인식하고 있으나, 브라질은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은 자국 출신의 두몽이 최초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어쩌면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풍경일지도 모른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인은 직지심체요절을 주장하고 유럽을 위시한 대부분의 국가 사람들은 요하네스 쿠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의 성서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 여부를 떠나 브라질의 항공산업은 우리가 흔히 브라질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달리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현재에도 브라질은 활발하게 항공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1. 브라질 항공산업의 발전사
브라질 항공의 역사는 국방의 관점에서 시작하였으나 항공 산업의 발전은 민수용에 집중되었다. 그러한 이유는 브라질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광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으며 육상교통이 어려운 내륙 지역 특성으로 인해 항공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브라질 항공산업 개발의 역사는 앞서 언급한 두몽의 비행선 개발을 시작으로, 1939년 리오 데 자네이로에 항공관련 인력 양성을 위한 국방부 산하 군 기술학교의 항공공학 전문 과정 개설로 이어진다. 본 교과 과정은 브라질 최초의 항공관련 고등교육기관이다. 이후, 브라질은 본격적인 항공관련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1947년 브라질 항공우주기술센터 산하 항공기술학교(ITA, IInstituto Tecnológico de Aeronáutica)를 설립하였다. 또한 1954년 항공우주기술센터 내에 연구개발원(IPD, Instituto de Pesquisa e Desenvolvimento)을 조직, 항공산업 자립과 기술 기반 강화를 위한 기초를 다졌다. 항공 관련 기초적인 연구체계와 생산시설을 갖추게 된 브라질 정부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항공산업 육성을 위해 1969년에 정부 출자 89%의 브라질 국영항공사 엠브라에르(Embraer)사를 설립한다.

1970년대 브라질 정부는 강력한 항공산업 육성 정책으로 정부 구매 및 민간수요를 창출하는 등 안정적인 내수 기반을 만들고, 항공산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 및 항공기 제작을 위한 부품 수입에 대해 무관세 정책을 실시하는 등 자국에서 개발하는 항공기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였다. 브라질 정부의 강력한 항공산업 육성 정책은 이후 독자 모델 개발 성공과 더불어 수출 단계로 도약하게 되었다. 

1990년 이후 재정 위기로 인해 브라질 정부는 1994년 엠브라에르의 민영화를 단행한다. 민영화 이후 브라질 정부는 엠브라에르의 자립과 공군의 비행 조종사 양성의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1995년 국산 항공기 개발을 추진한다. 이때 프로펠러 추진 소형 항공기인 슈퍼 투카노(Super Tucano) 개발에 착수하고 1996년 처녀비행을 수행하였다. 슈퍼 투카노의 성공적인 개발 이후 동일한 플랫폼에 기반한 여러 파생 기종을 개발하였으며 다수의 국가에 수출함으로써 엠브라에르사는 자립화의 기반을 다졌다.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브라질 정부는 정책적 개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 영공 내 항공기 운항의 허가를 위해 과거 여러 정부 산하 부처에 혼재되어 있던 조직을 통폐합, 2005년 국토개발부 산하 민간항공기의 운항 허가를 위한 감항인증센터(ANAC, Agência Nacional de Aviação Civil)를 설립하였다. 브라질 ANAC는 국토개발부 산하 조직이지만 항공기 인증을 위한 제반 업무는 국토개발부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또한 ANAC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와 긴밀히 소통하며 자국 개발 항공기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개발된 항공기 역시 브라질 영공 내 비행을 위한 규정 및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고, 센터의 허가를 취득하지 못한 항공기에 대해 브라질 영공에서 비행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2. 브라질 항공산업의 현황
브라질 항공산업의 중심에는 엠브라에르사가 있다. 엠브라에르사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항공기 체계종합업체로 브라질 보베스파(BOVESPA) 및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다. 또한 엠브라에르사는 보잉, 에어버스에 이어 세계 3위의 민수용 항공기 제조사이며, 미국, 프랑스, 중국 등 전 세계 거점 지역에 서비스 센터 및 공장, 지사 등을 두고 있다. 이러한 엠브라에르사는 브라질을 항공 산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 제조업체로1) 자국민들에게는 산투스 두몽을 이은 브라질의 자부심이다.

브라질 항공산업은 광대한 영토 및 내륙 지역 특성으로 인해 육상교통의 대체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지역적 특성으로 대형여객기 보다는 국내 거점 도시를 이어주는 중형항공기 위주의 항공기가 주로 개발되었다. 여기서 중형항공기라고 함은 승객수 100~150명가량이 탑승 가능한 항공기를 의미한다. 

엠브라에르사에서 개발한 터보팬 엔진기반 중·단거리용 리저널항공기 및 비즈니스용 항공기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2년마다 영국에서 개최되는 판버러 국제 에어쇼(Farnborough International Airshow)에서 2018년 경쟁사인 캐나다의 봄바르디어(bombardier) 대비 압도적인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2). 또한 피치 신용평가사(Fitch Rating Inc.)는 엠브라에르사를 승객수 150명 이하 항공기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 주자로 평가하고 있다3).

이는 엠브라에르사의 한국 진출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Korea Express Air)는 엠브라에르에서 개발된 ERJ-145를 도입하였고, 2018년 에어필립(Air Philip) 역시 ERJ-145를 도입, 광주-김포, 광주-제주 등 노선에 투입했다. 또한 2021년 한국의 국토교통부는 신규 비행 검사용 항공기로 엠브라에르사에서 개발된 프레터(Praetor)-600 제트기를 도입하였다. 

항공기 체계종합업체의 특성상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부품 등을 납품받아 항공기를 제작하는데 한국의 항공기 제조업체 역시 엠브라에르사에 납품하고 있다. 2017년과 2020년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의 민수사업본부는 엠브라에르사에서 개발한 E-Jets E2 시리즈 항공기 및 C-390 군 수송기의 날개 구성품과 날개 구조물 공급계약을 체결하였고, 2019년 항공기 정밀구조물 제작 업체 아스트(ASTK)는 엠브라에르사의 E-jet E2 항공기의 국제 공동 개발사업에 참여, 동체 제작 및 후방 날개 일부를 제작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민수용뿐만 아니라 엠브라에르사는 2007년 군용 수송기 시장 진출을 선언, 2009년 브라질 공군과 C-390 개발에 착수했다. C-390 은 최신 군 수송기이며, 민수용 항공기의 군수 목적 개량사업이 아닌 군용 수송기에 특화된 항공기이다. 2014년에 개발된 C-390은 최대 26톤(t)을 적재할 수 있고, 최대 비행거리는 적재하중에 따라 최소 2,000킬로미터(km)에서 8,463킬로미터(km)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이 수송기는 2019년도부터 브라질 공군에 납품되고 있으며, 엠브라에르사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 방위사업청이 주관하는 대형수송기 2차 사업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그 외 브라질 정부는 공군의 초음속 전투기 수요를 파악하여 F-X 사업을 공식화하고, 2013년 스웨덴 사브(SAAB)에서 개발된 초음속 전투기 그리펜(Gripen)을 최종 선정하였다. 2026년까지 총 36대의 전투기가 인도되며 사브와 엠브라에르가 브라질에서 전투기를 공동 제작하고 브라질 공군이 구입하는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특히 브라질 항공산업의 취약점인, 전투기 개발 경험의 부재로 인한 관련 기술력을 본 계약을 통해 일정 수준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브라질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항공산업의 적극적 육성을 위해 항공업체들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상 조세 두 캄포(São José dos Campos)시에 항공산업클러스터(Technology Park)를 설립, 산·학·연 연계를 위한 핵심 허브 단지를 구축하였다. 특히 항공기 설계 시 필수적인 실험시설로 낙뢰 실험실 및 전자기 실험실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수의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과제를 수행중이다. 그외 클러스터에서는 항공 관련하여 브라질 과학기술부 및 우주청에서 주관한 다수의 세미나 및 학술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상파울루주립대학교를 비롯한 다수의 대학들도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국제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 삼성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해 있으며, 전체 입주 업체의 60% 정도가 항공업체로 구성되어 있다.

3. 브라질 항공산업의 미래 전략
브라질 항공산업의 미래 전략은 엠브라에르사를 중심으로 친환경 항공기 관련 기술개발 및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 흐름인 탄소 배출의 절감을 통한 친환경 사회 구현을 위해 다양한 항공기 추진시스템을 고려하고 있다. 친환경 기술은 하이브리드, 수소, 전기, 및 가스터빈으로 구동하는 4가지 형태의 항공기 추진방식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신재생에너지의 적극적 활용을 유도한다. 또한 미래 새로운 항공 시장이 열릴것으로 기대되는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사업을 위해 전기로 운용되는 항공기를 개발 중이다. 

다음은 브라질 항공산업의 미래 전략을 위한 구체적 사례들이다.

■ 차세대 터보프룹(Turboprop) 중형기 국제공동 개발사업   
최근 엠브라에르사는 전 세계적 이슈인 친환경 정책에 발맞추어 차세대 터보프롭 항공기 개발을 진행중이다. 항공기 엔진이 동체 후방부에 위치하며 탄소배출량의 획기적 감소를 목표로 한다. 특히 2030년까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항공유를 대체한 신재생 에너지를 고려하고 있으며 2040년까지 50%의 탄소 배출량 감소,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연료를 연소한 후 발생한 고압 고온의 가스를 이용한 항공기 추진방식인 터보팬 엔진대신 추력은 낮으나 효율적이며 연료의 연소를 다양한 동력 형태로 대체할 수 있는 프로펠러를 이용한 항공기 추진시스템인 터보프롭 엔진을 고려하고 있다. 

■ 전기동력 실증기 사업   
2019년 엠브라에르사는 전기동력 실증기 사업을 통해 전기동력 비행기의 비행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특히 파워, 성능, 제어, 열관리 및 운용 안정성을 점검하였다. 본 시험의 목적은 실제 비행환경에서 운용적합성을 조사하기 위함이며, 동시에 전기 충전을 위한 지상장비의 통합 기술 분석에 있다. 본 비행시험을 통해 획득한 기술적 정보는 엠브라에르사가 진행 중인 차세대 항공기 개발에 적용될 예정이다. 

■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UAM은 미래 거대도시의 도시 집중화 현상으로 인한 극심한 교통 정체와 대기오염을 친환경 기반 3차원 주행시스템 적용으로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기존 항공산업에 존재하지 않던, 새롭게 펼쳐질 가능성이 많은 신시장 영역이다. 도심이라는 제약이 많은 공간에서의 활용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운용 중에 소음 발생이 적으며 온실가스 배출도 없는 전기추진 수직이착륙기(eVTOL)가 UAM을 구성하는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엠브라에르사는 앞서 언급한 UAM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고,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재 엠브라에르엑스(EmbraerX)라는 형태의 UAM 항공기를 개발 중에 있다.

4. 결론
브라질 항공산업은 산투스 두몽을 시작으로 엠브라에르까지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중에 있다. 특히 이러한 배경에는 브라질의 지역적 특수성과, 풍부한 내수시장으로 인한 높은 항공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이는 민수 항공기 분야의 기술력 확보 및 산업화에 기여하였으며, 향상된 기술력과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 세계 3위의 민수용 항공기 개발 국가로 성장하였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브라질의 항공산업은 자국의 전략적 제조업 육성을 통해 발전하였으며, 특히 민·관·학이 상호 유기적인 생태계를 구축, 향후 친환경 항공기 개발과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분야의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연구개발 및 관련 정책을 진행 중에 있다. 


* 각주
1) Marcos Jose Barbieri Ferreira, Thiago Caliari, Brazilian Aeronautical Industry: An Approach to Public Policies, IV Encontro Nacional de Economia Industrial e Inovacao, vol. 6 num. 1 2019, DOI: 10.5151/iv-enei-2019-1.1-018
2) https://www.aerosociety.com/news/farnborough-air-show-2018-day-four-and-summary/
3) https://www.fitchratings.com/research/corporate-finance/fitch-revises-embraer-outlook-to-stable-affirms-bb-aaa-bra-ratings-25-0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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