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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래 전기차 배터리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해가는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Dimas Yunianto Putro Chonnam National University PhD Candidate (Researcher)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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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꾸준히 높아져 가는 경제성장률에 더해 2억 7,000만 명 이상의 인구 규모, 그리고 60%에 달하는 생산연령 인구 비중 등 다양한 경제적 강점을 가진 인도네시아는 자동차 제조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2019년 한 해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된 차량 대수는 100만 대를 넘어서 아세안(ASEAN) 국가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기 판매 대수 중 전기차는 고작 600대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이 중 대부분은 개인이 아닌 택시회사 등 대중교통업계에서 구매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저조한 국내 전기차 보급률을 끌어올리고 미래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해 배터리 기반 전기차 산업 육성을 보다 강력히 추진한다는 내용의 대통령령을 발표했으며, 본 정책에 따라 정부는 국내 배터리기반 전기차 산업 성장 지원, 재정적 인센티브 제공,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확보 등에 이전보다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많은 전기차 제조기업들은 인도네시아가 미래에 배터리 부품 공급망의 중심지이자 핵심시장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면서 인도네시아 국내 생산설비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2030년까지 총 15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9조 원)를 투입해 인도네시아에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차량은 주로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또한 인도네시아 국내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현재 시판 중인 모델 중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대의 전기차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최근에 새로이 판매를 개시한 아이오닉과 코나 모델의 판매가는 6억 4,000만 루피아(한화 약 5,400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한편 전기차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품인 배터리는 그 가치가 완성차 가격의 25~40%를 담당할 정도로 중요성이 높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가니즈(망간), 알루미늄 등의 원소로 만든 캐소드(Cathode)가 사용되는데, 배터리 가격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이 바로 이 캐소드이다(약 34%). 따라서 인도네시아 산업부(Ministry of Industry)는 국내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자원을 활용해 니켈을 비롯한 캐소드 원료를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니켈은 효율성이 뛰어나고 에너지밀도가 높아 전기차용 배터리 원료로 적합하며, 따라서 향후 리튬이온배터리 산업이 점차 성장할수록 세계의 니켈 수요도 함께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를 살펴보면 2018년 한 해 동안 판매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간 원료의 양은 니켈이 34 킬로톤(kt, 1,000 ton), 코발트가 15킬로톤, 리튬과 망가니즈가 각각 11킬로톤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배터리액 원료 배합률이 NCA 10%, NMC-622 40%, NMC-811 50% 로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2030년에는 순도 99% 이상의 1등급 니켈 수요량이 850 킬로톤으로 크게 늘어나고, 코발트 수요량은 170 킬로톤, 그리고 리튬 및 망가니즈의 수요량은 각각 155 킬로톤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배터리 제조에 들어가는 코발트의 양은 줄어드는 반면 니켈의 함량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제조산업에 있어 니켈이 지닌 중요성이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산업의 핵심기업 중 하나인 중국의 씨에이티엘(CATL)도 니켈 함량을 높여 기존에 비해 수명을 증폭시킨 차세대 NMC-811 배터리를 대량으로 생산할 예정임을 발표했는데, 이 같은 변화에 따라 배터리의 평균수명이 증가할수록 전기차가 한 번의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도 늘어나게 된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자원
인도네시아 지질국(Geological Agency)에서 2020년 7월에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인도네시아의 니켈광석 매장량은 118억 8,700만 톤, 그리고 이 중 경제성이 확보된 가채굴량은 43억 4,600만 톤이며, 금속 함량으로만 따질 경우의 매장량은 1억 7,400만 톤, 가채굴량은 6,800만 톤이다. 지금까지 가장 경제적 잠재력이 높은 니켈 매장지로는 동남술라웨시(Southeast Sulawesi)주, 중앙술라웨시(Central Sulawesi)주, 북말루쿠(North Maluku)주를 들 수 있는데, 니켈자원 자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기타 지역에서도 자원탐사작업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와 같은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제를 위한 부가가치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은 267만 톤이며, 인도네시아는 80만 톤을 생산해 생산량 1위를 기록했다. 후순으로는 필리핀(42만 톤), 러시아(27만 톤), 뉴칼레도니아(22만 톤)으로 인도네시아와 생산격차가 큰 편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고 있는 니켈 가공상품으로는 니켈 선철(NPI, Nickel Pig Iron), 니켈-철 합금, 니켈 매트(Nickel Matte), 혼합 수화 침전물(Mixed Hydroxide Precipitate), 혼합 황화 침전물(Mixed Sulfide Precipitate), 스테인리스강 등이 있고, 미래에는 순수니켈, 황화니켈, 캐소드 원료용 니켈 등도 국내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인도네시아에는 일반 광석에 비해 니켈 함량이 낮은 니켈 라이모나이트(Nickel Limonite)도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어 향후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상기한 니켈 가공 상품들의 기술적 특성과 화학적 구성성분, 활용도 및 상업적 가치는 저마다 상이하다. 예를 들어 가열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NPI는 니켈 함량이 14%에 미달하는 반면에 상업적 가치가 낮은 철 등 불순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데, 이처럼 높은 불순물 함량 때문에 NPI에 들어간 니켈 성분은 런던금속거래소(LME, London Metal Exchange) 기준가격의 88~95% 수준에서 거래된다. 결국 다양한 니켈 가공상품의 상업적 가치는 니켈 화합물의 형태나 특정 용도에 따른 함유량 등 다양한 특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부가가치 창출액 제고를 위한 정부 규제
일반적인 경우 생산공정이 1차 원료로부터 멀어질수록 여기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와 가격이 올라가는데, 이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후기 공정으로 생산초점을 옮기는 것을 다운스트리밍(Downstreaming)이라 칭하며, 거시경제적으로는 다운스트리밍의 정도가 클수록 해당 생산과정의 GDP 기여분도 늘어나게 된다. 부가가치란 특정 상품의 단위 부피/무게당 판매액에서 생산비용을 모두 뺀 액수를 가리키며, 여기서 생산비용에 반영되는 항목에는 원자재 가격, 인건비, 관리비용, 생산성, 세금, 감가상각 및 기타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비용 등이 있다. 여기서 생산비용이 낮을수록, 그리고 생산된 제품의 품질이 높을수록 해당 제품이나 생산주체(국가)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채광산업에서의 부가가치 창출액을 늘리기 위해 2020년에 기존 광물·석탄채굴 관련 법률을 개정해 해당 분야에서의 다운스트리밍을 의무화했으며, 2020년 1월부터는 부가가치 창출액이 낮은 1차 원료인 니켈광석의 수출을 금지했다. 

전기차 인프라의 구축
인도네시아 정부는 에너지·광물자원부(Ministry of Energy and Mineral Resources)를 중심으로 전기차 인프라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는 중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존재하는 전기차 충전소는 총 96곳으로, 그 운영 주체는 전력공사(PLN, Perusahaan Listrik Negara), 석유·천연가스공사(Pertamina), 그리고 민간기업으로 나뉜다. 이 중 PLN은 전기차 생태계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1,200억 루피아(한화 약 102억 원)룰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대통령령 제55호(Presidential Decree No. 55 of 2019)에서 전기차시장 발달 촉진을 정책목표로 설정했으며, 이를 위해 자동차에 적용되는 사치품 판매세 인하 및 면제, 각종 중앙정부/주정부 세제혜택, 원자재수입 관세혜택 등 다양한 유인책을 도입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다수의 공공기관 및 교육기관과 연계해 국가적 차원에서 전기차 생산역량을 늘리고자 하는데, 현존 배터리 기술의 한계로 인해 대량생산이 어려운 버스 등 대형차량 대신 도심형 소형차 생산 증대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전기차 생산업체들에 애프터서비스 보장을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도 시행했다. 한편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개발에 있어서는 이전부터 전력구동열차 충전 시설 건설 경험을 지니고 있어 사업추진역량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되는 PLN이 주요 주체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충전설비가 유럽식과 일본식으로 이원화된 상태이기에 정책 당국의 결정에 따라 한 가지 방식으로의 통일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배터리산업 관련 투자 
인도네시아의 국영기업부(Ministry of State-Owned Enterprises)와 투자조율위원회(Investment Coordinating Board)는 현대컨소시엄(Hyundai Consortium)과의 합작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국내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국영기업부는 2021년에 인도네시아 배터리 주식회사(IBI, Industri Baterai Indonesia) 신설을 발표했는데, 본 기업은 채광공사(Mining Industry Indonesia), 아사한 알루미늄 공사(Indonesia Asahan Aluminum), 아네카 탐방(Aneka Tambang), 석유·천연가스공사, PLN 등의 합작을 통해 설립되었고, 이외에도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LG에너지솔루션도 출범과정에 참여했다. 이후 IBI는 웨스트자바(West Java)주 카라왕(Karawang)에서 신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착공에 들어갔으며, 본 사업에 배정된 금액은 110억 달러(한화 약 1.3조 원)가량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상기한 바와 같은 해외기업 합작사업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가 기존 전통적인 방식의 자동차 생산을 넘어 배터리 기반 전기차 생태계 발전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하며,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IBI가 국내 소비수요와 해외 수출수요 모두를 충족할 수 있도록 배터리 생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편 전기차 배터리 사업자금은 국내투자와 해외투자 모두를 통해 마련되는데,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배터리 공장 설립에 투자한 대표적 해외기업은 한국의 LG화학과 중국의 CATL이며, 이외에도 타국에 소재한 많은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와의 투자협력에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인도네시아의 시장잠재력
배터리 생산 부문의 확대와 전기차 산업의 성장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데, 2040년에 이르면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기차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기에 배터리 산업의 시장 잠재력도 높은 것으로 평가해 볼 수 있다. 비록 현재에는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모두를 소수의 다국적기업들이 점유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각국의 여러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 수 있다.

오늘날 전기차 분야의 최대시장은 중국이며, 2018년을 기준으로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 중 54%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은 전기차 및 관련 제반산업에 이미 상당한 수준의 투자를 시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리튬이온배터리의 주요 생산국이자 소비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대적 후발주자인 인도네시아 또한 상당한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시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 규모가 계속해서 성장하면서 이른바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의 일원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은 인도네시아의 전반적 경제전망이 밝다는 점을 시사해주며, 인도네시아 자동차산업협회(Association of Indonesian Automotive Industries) 또한 국내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연간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3억 루피아(한화 약 2,540만원) 미만 가격대의 내연기관 차량이 40%, 1억 5,000만 루피아(한화 약 1,270만 원) 미만 가격대의 저가 친환경차(Low-Cost Green Car)가 22%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기차의 경우 2021년 한 해 동안 488대가 판매되어 2020년의 120대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대다수 국민들의 구매력이 아직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비싼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 큰 도전과제로 남아있다.

결론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수년간 미래 전기차 생산기지이자 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이 커졌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광석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높아지며 많은 수의 전기차 업체들이 원료확보에 나서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른바 차세대 황금이라 할 수 있는 니켈의 국내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 국내 전기차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엄청난 니켈이 매장되어 있는 술라웨시(Sulawesi)섬에서 배터리 생산을 전담하는 국영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이 노력의 장기적 성패는 국내시장의 전기차 인프라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에 결정될 것이다. 또한 한국의 자동차기업을 비롯해 다수의 해외기업들이 국내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에 관심을 보이며 각종 투자 및 합작사업을 전개하는 중이라는 사실도 인도네시아의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처럼 풍부한 자원과 해외투자에 더해 부가가치 창출액 확대 및 국내 인프라 개발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면 앞으로 수십년 후에는 인도네시아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중심지로 탈바꿈할 가능성도 충분히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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