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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우크라이나 사태가 남아시아의 경제 및 무역에 미치는 영향

인도ㆍ남아시아 일반 Aditya Rangroo - Media Professional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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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러시아의 침공과 서방진영의 대응
군사훈련을 명목으로 한 무력시위를 통해 한달 여간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를 종용하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은 2022년 2월 말에 결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개시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4~2015년에 이미 크름반도(Crimea,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Donbas) 지역에 위치한 루한스크(Luhansk, 루간스크) 및 도네츠크(Donetsk)에서 반군정부 수립을 지원했으며, 이번 침공에서는 아예 우크라이나의 민주정부 전복을 목표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원래 미국과 NATO 회원국의 군사적 지원에 희망을 걸고 있었지만,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미국이나 유럽이 분쟁에 개입할 경우 전면적 핵전쟁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 으름장을 놓으면서 서방진영의 대응은 무기지원이나 경제제재 등 간접적인 수단에 국한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후 UN 총회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세계 각국이 사상 최대규모의 경제제재에 돌입했지만, 전쟁은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대통령은 2월 28일에 보좌관 명의로 액시오스(Axios) 언론사에 기고한 글을 통해 NATO가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NATO 국가들은 러시아와의 직접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여 지금까지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빠른 승전을 원한 러시아 지도부의 기대와는 달리 현재 러시아군의 진격은 곳곳에서 강한 저항에 가로막혔고, 개전 이전까지 회복의 낌새를 보이던 러시아 경제도 제재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푸틴의 국내 입지도 흔들리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맹한 저항은 러시아군을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고, 러시아 국내에서도 수천명의 시민들이 경찰의 탄압을 무릅쓰고 반전 시위에 나섰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생필품을 수입해 오던 남아시아 국가들은 두 국가 간의 전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현재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 각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각국의 경제 전망이 어떠한 모습을 띠게 될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요동치는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는 독일이 당초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을 두배로 올린다는 계획을 뒤엎고 노르드스트림 2(Nord Stream 2) 파이프라인 사업을 보류하기로 한 결정을 들 수 있다. 지난 몇 주간 석유 및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고 각국이 무역관계 재정립에 나서면서 향후 세계 경제도 유동적인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며, 경제학자들은 전쟁의 파급효과로 공급망 차질이 야기됨에 더해 자동차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세계의 주요산업이 큰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3월 7일 기준 석유 가격은 거의 14년 만의 최고수준인 배럴당 139달러(한화 약 17만 원)를 기록했다. 이보다 2주가량이 지난 3월 22일 오전에도 대륙간거래소(ICE, Intercontinental Exchange) 기준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의 선물거래가는 전일 마감가에서 2.91% 상승한 배럴당 111.07 달러(한화 약 13만 5,300원)를, 뉴욕상업거래소(NYMEX, New York Mercantile Exchange) 기준 서부텍사스중질유 4월 인도분 선물거래가도 전날보다 3.04% 오른 배럴당 107.88달러(한화 약 13만 1,400원)를 기록하는 등 석유가격 안정화는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서 3월에 내놓은 석유시장 보고서에 의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진영의 제재로 인해 4월 한달간 300만 배럴 규모의 러시아산 원유 공급분이 국제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와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세계적인 전기 및 가스가격 상승에 더해 식료품 및 자동차가격도 올라가는 등 여러 경제적 파급효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은행 제재로 인한 남아시아의 타격
미국과 EU는 러시아에 휴전을 압박하기 위해 이미 러시아 주요은행 중 일부를 스위프트(SWIFT) 송금망에서 퇴출시켰으며, 이로 인해 러시아의 국제무역 및 금융 연계망은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card),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등 글로벌 메이저 신용결제사들이 러시아 내 서비스를 속속 중단하는 등 러시아 국내 경제활동도 경제제재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수출입 대금 결제상 문제가 생기면서 나타난 공급 경색으로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의 무역에서 생필품을 순수입하고 있는 남아시아 각국이 이번 전쟁으로 인한 생필품 가격 상승 피해를 보게 되었다. 남아시아는 전쟁 발발 이전에도 높아지는 물가상승률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었고, 이번 분쟁의 충격파까지 여기에 가세하게 되면 생필품과 에너지 가격은 올라가고 생산비용도 증가하는 반면 상대임금은 줄어드는 문제가 심화될 것이다. 게다가 남아시아 국가들은 기타 아시아 지역에 비해 전력발전 분야에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전쟁이 가져오는 부정적 파급효과에 상대적으로 더욱 취약하고,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남아시아산 제품 수요량 감소와 금융시장의 불안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정리하자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남아시아는 물가상승이라는 직접적 영향에 더해 경제성장률 둔화 및 시장 불안요소 증가라는 간접적 영향에도 동시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물론 남아시아 각국이 향후 마주하게 될 위기의 수준은 이들이 무역 및 경제관계에서 분쟁 당사국들과 얼마나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남아시아 국내산업과 수출부문의 변화 및 전망
러시아의 침공 당일 인도 주식시장은 4.7%가량 폭락했고, 은행간 외환거래시장 환율은 달러당 75.02 루피(한화 약 1,199원)에서 개장해 75.75 루피(한화 약1,210원)의 고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환율 상승은 정세불안으로 인해 신흥시장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며 일어난 것으로, 외국자본이 대거 이탈하면서 인도의 외환보유고도 고점 대비 2~3%가량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화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 파동이 그 정도를 더하게 되면 인도의 거시경제지표와 기업이익은 강한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게다가 이코노믹타임즈(Economic Times)의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인도는 국내 원유 수요의 85%가량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기에 원유가가 올라갈수록 무역수지 적자폭도 더욱 심화될 우려가 존재한다.

국내시장을 살펴보면, 오늘날 인도가 지불하는 원자재비 중 2~2.5%가량을 차지하는 귀금속의 가격이 전쟁으로 인해 10%에서 30%까지 상승하면서 생산비용 및 최종재 가격의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또한 타이어 제조업계 원자재비의 18~20%를 차지하는 원유 및 원유 부산물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점도 해당 업계에는 큰 타격이다. 이와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경우 자동차 가격이 평균 2.3%가량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총마진(Gross Margin)이 지난 1년 반동안 8~10%가량 감소한 자동차 제조업계의 미래 전망이 전쟁으로 인해 더욱 어두워질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물가와 에너지 수입비용 상승을 제외하면 인도의 대외무역 자체가 우크라이나 사태로부터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하는데, 특히 분쟁 당사국들의 밀 수출이 제한되며 국제적인 식량공급 부족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인도산 밀의 수출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2019년을 기준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량의 25.4%를 담당했으며, 이 중 러시아산 밀의 절반 이상을 이집트, 터키, 방글라데시가 구매했기에 이들 국가들은 인도를 비롯한 수입대체국가를 찾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철강부문에서도 원래 세계 수출량의 거의 10%를 담당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철강이 제재 및 수출제한으로 발이 묶이면서 인도 수출기업들이 그 빈자리를 메꿀 가능성도 생겨났다. 참고로 이전까지 유로존 국가들은 매년 3,000만 톤에 이르는 철강 수입량 중 약 20%를 러시아에서, 약 10%를 인도에서 조달해왔다.

<그림 1> 아시아 각국 대(對) 러시아·우크라이나 무역액/무역수지의 GDP 비중
최신가용자료-2020/21년 기준, 단위: %
* 자료: 아이엔지 은행(ING Bank)

한편 네팔에서는 국제 원유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이후인 3월 8일을 기준으로 휘발유 소비자가는 리터당 150 네팔 루피(한화 약 1,496원), 경유와 등유의 소비자가는 리터당 133 네팔 루피(한화 약 1,327원)로 책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네팔석유공사(Nepal Oil Corporation)는 판매하는 휘발유 1리터당 16 네팔 루피(한화 약 160원), 경유 1리터당 12 네팔 루피(한화 약 120원)의 손실을 보고 있어 월별 적자액이 50억 네팔 루피(한화 약 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글라데시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피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지난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방글라데시의 대(對)러시아 수출액은 약 6억 6,530만 달러(한화 약 8,100억 원)였는데, 이 중 95%가 직물류 및 의류 부문에서 나온다. 만약 현재 위기가 계속될 경우 방글라데시가 부담해야 하는 운송비용이 증가함은 물론, 미국과 EU가 러시아를 국제금융체계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해 러시아 은행에 제재를 가한 상황에서 수출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쟁 당사국들과의 무역액 및 무역수지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그림 1>을 기준으로 할 때 아시아권에서는 한국, 베트남, 일본이 이번 사태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현재 에너지 수입량이 많아 대(對)러시아·우크라이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고, 베트남과 일본은 다소간의 흑자를 기록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의 총 무역액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으로 그다지 높지 않기에, 국소적인 악영향 이외에 대규모의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싱가포르와 타이완도 전쟁 당사국들과의 무역에서 GDP의 0.5% 내외에 해당하는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무역액 기준 비중은 1% 미만으로 작아 현 사태로부터 받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경우에도 상기 2개국과의 총 무역액이 GDP의 1% 미만을 차지하기에 대규모의 경제적 충격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결론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서방진영이 젤렌스키 정부에 대한 무기 공여를 늘리고 러시아에 천연가스 및 석유 금수조치를 비롯한 엄청난 제재를 가하는 등 대규모 복합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상황이며, 만일 NATO가 직접 파병을 결정할 경우 핵보유국간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도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생화학무기나 전술핵무기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데, 만약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서방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아직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진행되지 않은 현재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이번 침공사태는 남아시아에 있어 코로나19에 비견되거나 그 이상의 충격을 가져오기에 충분하다. 인도나 방글라데시처럼 국내시장의 규모가 크고 정부재정에 여유가 있는 국가들은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어떻게 해서든 위기를 넘길 수 있겠지만, 네팔, 스리랑카, 부탄, 몰디브 등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작은 국가들은 경제성장에 큰 타격을 받는 일이 불가피하며, 이미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파키스탄의 경제도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남아시아 국가들은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자국 경제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충분한 재정수단을 확보해야만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부여 받았다. 각국이 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통화정책, 외채 현황의 개선, 빈곤층 구제책 시행 등의 노력에 더해 민간부문과 시장이 위기를 극복하고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치밀한 경제개혁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남아시아 국가들은 더더욱 큰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며, 특히 당사국들과 경제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었던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더욱 큰 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각국이 기존의 무역경로를 바꾸거나 새로운 무역상대국을 모색함으로써 자국 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는 있더라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운송비의 전반적인 인상은 단일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다변화된 무역관계, 상대적으로 큰 경제규모, 그리고 견실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국가들이라면 이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도 생존방안을 강구할 수 있겠지만, 획일화된 수출입구조, 소규모의 국내시장, 그리고 높은 서비스산업 의존도 등의 특성을 지닌 국가들은 재정적 건전성과 무역수익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우려되기에 개별 국가뿐 아니라 지역 및 세계적 차원에서도 남아시아 각국 경제의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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