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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스리랑카 정부, 한 달여 만에 국가비상사태 다시 선포... 파업 및 시위 확산에 강경 대응

스리랑카 EMERiCs - - 2022/05/13

☐ 질서 회복 천명하며 시위에 강경 대응


◦ 국가비상사태 카드 다시 꺼내 들어

- 5월 6일 고타바야 라자팍사(Gotabaya Rajapaksa) 스리랑카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스리랑카 대통령 대변인은 “공공질서 확보와 필수 서비스 유지 차원에서 대통령이 적법한 행정권을 동원하여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스리랑카에서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군(軍)과 경찰이 거동이 수상한 자를 영장 없이 체포하여 재판 없이 장기간 구금할 수 있게 된다.

- 스리랑카에서 노조가 총파업에 나서면서 열차와 버스 등 교통수단의 운행이 중단되고 은행, 상점, 공장, 학교 등이 문을 닫은 가운데, 시민들은 사상 유례없는 경제 위기를 초래한 라자팍사 대통령의 실정에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한 달 이상 이어가고 있다. 5월 6일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하여 국회로 난입을 시도하던 대학생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 라자팍사 대통령은 4월 1일에도 콜롬보(Colombo)에서 자신의 사저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군중 수천 명이 사저로 난입을 시도하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여 이를 4월 14일까지 유지한 바 있다. 시위대 중 일부 집단이 정부 핵심 인사들의 자택에 난입을 시도한 이후 스리랑카 경찰은 시위 장소에 드론을 띄워 시위대를 감시하고, 모든 여당 국회의원들의 신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 서구 국가, 국가비상사태 철회 요구 

- 스리랑카 주재 외교관들은 라자팍사 대통령에 국가비상사태를 철회하라는 항의 서한을 발송했다. 5월 7일 유럽연합(EU)은 “지난 한 달 동안 스리랑카에서 반정부 시위가 평화적으로 이어져 왔는데,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줄리 정(Julie Chung) 주(駐)스리랑카 미국 대사도 “스리랑카 정부가 평화적인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심각한 경제 위기와 정치적 교착 상태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데이비드 맥키논(David McKinnon) 주스리랑카 캐나다 대사는 “스리랑카 국민은 민주주의적 제도 하에서 평화적인 시위를 벌일 권리가 있으며, 정부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비정부기구인 국제앰네스티 (Amnesty International)는 “시위가 평화적으로 이어져 왔는데 스리랑카 정부가 시민의 기본권인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 거듭되는 시위에 결국 총리 사퇴


◦ 폭력 사태에 총리 사의 표명

- 한편, 스리랑카 정부는 시위 군중을 ‘극단주의자’로 규정하고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Facebook)에 라자팍사 정권 퇴진 운동 페이지(GoHomeGota2022)를 개설한 언론인 티사라 아누룻다 반다라(Thisara Anuruddha Bandara)를 대중 선동 혐의로 체포해 구금했다. 또한, 마힌다 라자팍사(Mahinda Rajapaksa) 스리랑카 총리는 반정부 시위대를 1980년대에 내란을 일으켰던 마르크스-레닌주의 공산 반군인 자나타 비묵티 페라무나(Janatha Vimukthi Peramuna)에 비유하고, 관제 시위대를 조직하여 친(親)정부 계열의 시위대에 합류시키는 등 긴장 분위기를 조성했다.

- 5월 9일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의 지지자들이 곤봉을 들고 시위대를 공격해 수십 명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결국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는 자신의 친동생이기도 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에게 “내가 사임함으로써 국가를 경제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한 거국 정부를 즉시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발송했다.

- 야당 국회의원인 에란 위크라마라트네(Eran Wickramaratne)는 “대통령은 이번 폭력 사태에 책임이 있는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의 사표를 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5월 8일 스리랑카 야권 지도자 사지트 프레마다사(Sajith Premadasa)는 스리랑카 변호사협회(BASL, Bar Association of Sri Lanka)와 공청회를 가진 후 “현재 국가적 위기는 대통령에 독재적 권력을 안겨 준 제왕적 대통령제(executive presidency)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제21차 개정헌법이 철폐되어야만 스리랑카가 전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요구사항을 대통령에 전달했다.


◦ 시민 사회 단결 움직임도 감지

- 스리랑카 노조 지도자인 라비 쿠무데시(Ravi Kumudesh)는 “스리랑카 국민은 라자팍사 대통령이 어떻게 국가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했는지 조목조목 집어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반정부 시위에 나선 군중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 헌법 개정 및 의회 제도 손질을 포함한 정치 개혁, 국가 폭력의 중단, 타밀(Tamil)계 주민이 거주하는 북부 및 동부 지역 비무장화 등 대대적인 사회 구조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 현지 언론인 데바나 세나나야케(Devana Senanayake)는 스리랑카 사회의 다수를 형성하는 불교도와 소수자인 무슬림·힌두교·기독교인들이 그간의 반목을 뒤로하고 함께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 등 공동체적 연대 의식이 감지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스리랑카 최대의 차(茶) 제조기업 딜마(Dilmah)의 최고경영자(CEO) 딜한 페르난도(Dilhan Fernando)는 “지금까지 정치권이 사회 분열을 조장해 정치적 잇속을 챙겼는데, 차기 행정부를 누가 이끌든 간에 이제는 시민들이 단결 대오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위기 탈출까지는 험난한 여정


◦ 재무부, 힘든 상황 더 이어질 것

- 5월 4일 알리 사브리(Ali Sabry) 스리랑카 재무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하여 “전례 없는 경제적 국난이 앞으로 최소 2년간 계속될 것이며, 국민도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가용 외환보유고가 5,000만 달러(한화 약 637억 원)가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 경제가 국민이 원하는 필수재 구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알리 사브리 장관의 설명이다.

- 2022년 4월 기준 스리랑카 중앙은행의 공식 외환보유고는 17억 달러(한화 약 2조 1,661억 원)이지만 대부분 중국 정부와 통화스와프(currecy swap) 계약으로 확보한 것으로 중국 외 다른 국가와의 수입 대금 결제에는 이를 사용할 수 없다. 알리 사브리 장관은 정부가 현재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고는 있으나 지원금을 받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사태 초기에 IMF 구제금융 신청을 미룬 것이 패착이었다고 시인했다.

- 알리 사브리 재무부 장관은 정부가 2019년에 급격한 감세에 나서면서 세입이 줄어들었고, 중앙은행은 고평가된 루피화 방어에 나서려고 보유 외환을 소진한 탓에 현재의 위기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알리 사브리 장관은 정부가 그간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2022/23 회계연도 예산안에서는 세입 보충을 우선 과제로 내걸고 세율 인상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 감수 : 권기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South China Morning Post, Sri Lanka PM resigns after supporters run riot amid country’s worst economic crisis, 2022.05.09.

The Guardian, Sri Lankan president calls second state of emergency in five weeks, 2022.05.06.

Aljazeera, Diplomats urge Sri Lanka to reconsider ‘state of emergency’, 2022.05.06.

Times of India, Sri Lanka crisis will last at least two more years: Govt, 2022.05.04.

Foreign Policy, Inside Sri Lanka’s Unprecedented Mass Protests, 2022.04.26.

The Straits Times, Protests in Sri Lanka are a strong statement of people's unity: CEO of tea firm Dilmah, 2022.04.06.



[관련 정보]

1. 스리랑카 대통령, 한 달 만에 국가비상사태 다시 선포 (2022.05.10)

2. 스리랑카 야당, 총리와 내각 퇴진 요구하는 정부 불신임안 국회에 제출 (20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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