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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필리핀 대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압승

필리핀 EMERiCs - - 2022/05/13

☐ 투자자들은 새 정부의 불확실성 우려


◦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압도적 득표 차로 당선

- 5월 9일 실시된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Jr)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마르코스 대통령 당선인은 1965년 집권하여 1986년 민주화 시위로 축출될 때까지 장기집권했던 독재자 페르디난드 에마누엘 에드랄린 마르코스(Ferdinand E. Edralin Marcos)의 아들이다.

- 5월 9일 오전 8시 26분 기준 개표가 95.97% 진행된 가운데 마르코스 후보는 3,051만 표를 득표해, 1,454만 표를 확보하는 데 그친 레니 로브레도(Leni Robredo) 현 부통령을 꺾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필리핀에서 대선 후보가 50% 이상 득표하여 당선된 경우는 1986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 한편, 사라 두테르테(Sara Duterte) 다바오시(Davao City) 시장도 6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부통령직에 당선됐다. 필리핀에서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분리하여 선출하며, 대통령과 부통령이 소속 정당을 달리하여 선출될 수도 있다.


◦ 물가와 부채 잡아야 하는 과제 떠안아

- 마르코스 페르디난드 후보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필리핀증권거래소(Philippine Stock Exchange) 종합주가지수가 3%가량 하락했다. 현지 증권사 AAA 증권(AAA Equities)의 윌리엄 매튜 카방온(William Matthew Cabangon) 사장은 “마르코스 당선인이 유세 기간에 공개 토론을 회피하고 정책 방향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았던 탓에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 일본 매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는 새 행정부가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 있는 경제를 물려받게 되었으나, 치솟는 물가와 불어나는 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필리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는 39.6%였으나, 2022년 4월 기준 공공부채는 GDP 대비 60.5%로 불어났다.

- 마르코스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에 유가 안정을 위한 보조금 지급과 쌀 가격 상한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추진해 온 대규모 인프라 프로그램도 이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현지 시중은행인 시큐리티뱅크(SBC, Security Bank) 소속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댄 로세스(Robert Dan Roces)는 2022년도 필리핀 국내 물가 상승률이 4.7%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한편, 5월 2일 벤자민 디오크노(Benjamin Diokno)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차기 정부가 ‘훨씬 더 나은 경제(much better economy)’를 물려받을 것이라며 두테르테 정부의 치적을 과시하기도 했다.


☐ 부정부패, 친중 행보는 문제로 지적돼


◦ 반대파, 마르코스 가문의 부정 축재 수사 어려워져

- 레일라 드 리마(Leila M. de Lima) 상원의원은 마르코스와 두테르테 가문을 겨냥하여 “필리핀에서 선정(good governance)은 자취를 감추고 정실 정치와 유력 가문이 국정을 농단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발언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이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해 온 레일라 드 리마 의원은 2017년 2월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마약 조직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5년째 재판 없이 구금된 상태이며,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가 정치적으로 날조된 것이라며 완강하게 부인해왔다.

- 마르코스 후보에 줄곧 비판적 논조를 유지해 온 현지 매체 래플러(Rappler)는 마르코스 당선인이 대통령직 취임 후 ‘선정을 위한 대통령위원회(PCGG, Presidential Commission on Good Government)’를 지휘할 행정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마르코스 가문이 부정 축재한 1,250억 페소(한화 약 3조 274억 원)의 공적자금의 국고 환수를 위한 PCGG의 조사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또한 래플러는 마르코스 당선인이 유세 기간에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의 친(親)중국 외교정책을 이어갈 것이며,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두테르테 대통령과 그의 부하들이 저지른 반인륜 범죄 수사에 착수하려는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의 활동을 저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폭로했다.


◦ 새 행정부, 중국과 우호적 관계 중시할 것

- 동남아시아 정치 전문가 총 자 이안(Chong Ja Ian)은 집권 초기부터 중국에 접근했던 두테르테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마르코스 당선인도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에 적극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 1월 마르코스 당선인은 필리핀이 거대한 이웃 국가와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남중국해 해상관할권 문제가 심리되었던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PCA, 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 판결과 관련해서는 “일방만이 동의한 중재재판은 더는 중재재판이라 할 수 없다”며 사실상 중국의 입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 미국 덴버대학교(University of Denver) 국제학 대학원(Josef Korbel School of International Studies)의 앨빈 캠바(Alvin Camba) 부교수도 마르코스 가문이 지금껏 중국과 쌓아온 거래 관계를 십분 활용해 국내 정치 엘리트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중국 지방 정부 엘리트들과 주(駐)필리핀 중국 대사관이 필리핀 내정에 개입할 기회를 얻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중국 산둥성(山东省)은 주필리핀 중국 대사관과 함께 2020년 4월과 2021년 8월 필리핀 최북단에 위치한 마르코스 가문의 세력기반 일로코스 노르테(Ilocos Norte)주에 의료 물자를 전달했고, 2021년 10월에는 주필리핀 중국 대사관이 일로코스 노르테주의 주도(州都)인 라오아그(Laoag)에 설치된 중국 영사관을 움직여 필리핀 중앙정부와의 협의도 없이 필리핀 10개 주에 쌀 107톤을 기부하기도 했다. 1978년 이후 중국의 각 성(省)들은 지방 정부의 대외관계를 책임지는 외사판공실(外事辦公室)을 두고 중앙외교부의 기능적 하부단위 역할을 수행한다.


◦ 미국 법원의 피해보상 판결, 대미 관계에 개인적 앙금으로 남아

- 마르코스 당선인과 그의 어머니 이멜다 마르코스(Imelda Marcos)가 미국 법원 판결 이행을 거부(contempt judgment)한 탓에 미국 비자 발급을 계속해서 거부당하고 있어, 마르코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이후 새 행정부의 대미(對美) 관계 향방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필리핀 현지 언론 래플러(Rappler)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에마누엘 에드랄린 마르코스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 경찰의 고문으로 인하여 숨진 필리핀 대학생 활동가 릴리오사 힐라오(Liliosa Hilao)의 어머니인 셀사 힐라오(Celsa Hilao)가 마르코스 가문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거액의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 미국 하와이 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고 마르코스 가문의 재산의 집행인(executors of the Estate of Ferdinand E. Marcos)인 마르코스 당선인과 이멜다 마르코스에 피해자들에게 보상할 것을 명령했으나 마르코스 당선인은 법원의 명령 이행을 거부해왔다. 래플러의 보도에 따르면, 2022년 1월 13일 기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지급해야 할 보상금은 3억 5,300만 달러(한화 약 4,50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Nikkei Asia, Philippine stocks fall after Marcos election, Wall Street drop, 2022.05.10.

CNN, Ferdinand Marcos Jr on cusp of winning landslide in Philippines elections, 2022.05.10.

Rappler, 36 years after ousting Marcos, Filipinos elect son as president, 2022.05.10.

South China Morning Post, Philippine election: US or China? What Marcos and Robredo want for Manila’s foreign policy, 2022.05.07.

Aljazeera, Leila de Lima release urged after witnesses retract testimony, 2022.05.04.

South China Morning Post, Philippine election: Who is Bongbong Marcos, what has he said about China, and why can’t he visit the US?, 2022.05.02.

Nikkei Asia, Bongbong Marcos will move the Philippines closer to China, 2022.04.05.

Rapper, Marcos Jr. continues to evade $353-million contempt judgment of US court,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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