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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서 드러난 미국과 아세안의 동상이몽

동남아시아 일반 EMERiCs - - 2022/05/27





미-아세안 새 시대 강조하는 미국에

적극적인 호응 없는 아세안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정도만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에 적극적 관심 보여…

2022년 5월 12~13일 양일간 개최된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미국은 중국에 맞서기 위해 아세안 회원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for Prosperity)를 제안하였다.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을 추진한 바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에 TPP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계획이 좌절된 바 있다. 2021년 10월 바이든(Biden) 행정부는 IPEF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 디지털 경제, 기후변화 대처, 노동 세금 부패척결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명확한 내용은 밝혀진 바 없다.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전후해 게재된 외신에 따르면 분석가들과 외교관들은 아세안 회원국 중 싱가포르와 필리핀이 IEPF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2022년 5월 12일 리센룽(Lee Hsien Loong) 싱가포르 총리는 IPEF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은 선거로 인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Rodrigo Roa Duterte) 대통령이 아니라 외무장관이 대신 참석하였으나, 분석가들은 중국과의 갈등이 특히 남중국해에서 일어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 동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5월 11일 팜민찐(Pham Minh Chinh) 베트남 총리도 이 IPEF에 관심을 보였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고 지적하였다.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해소한 뒤 미국과 협력해왔으며, 양국 간의 교역액은 연간 1,120억 달러(한화 약 141조 4,14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베트남과 싱가포르, 필리핀 이외의 아세안 회원국들은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제안한 IPEF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세계적인 외교전문잡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의 칼럼니스트 제임스 크랩트리(James Crabtree)는 아세안 회원국들이 IPEF가 소득은 없고 손해만 있는 경제 협정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 문제를 고려하여 미국 시장을 더욱 개방하는 무역 협정 협상을 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으며, 2009년에 중국-아세안 교역액은 미국-아세안 교역액을 넘어섰다. 게다가 중국은 아세안 회원국에 수십억 달러 상당의 기반 시설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5월 23일 공식 출범한 IPEF에 참여하기로 한 아세안 국가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브루나이 등 7개국으로 초기부터 관심을 보이던 국가보다 참여국이 더 늘어났다. 일본 매체인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IPEF 출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평하면서도 일반적인 FTA와 달리 관세 인하와 같은 내용이 없는 IPEF가 결국 유의미한  경제프레임워크로 성장할지는 두고볼 일이라고 했다.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로 중국 견제하는 미국, 지역 내 영향력과 경제적 지원 규모 면에서 중국에 뒤처지는 점은 미국의 숙제… 

미국은 중국을 고립시키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아세안 중심성(centrality of ASEAN)’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으나, 미국의 기대가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옹켕용(Ong Keng Yong) 전(前) 아세안 사무총장은 정상회담에서 지정학과 국제안보라는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 보지만, 아세안이 극적인 입장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미국은 2022년 5월 12일에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아세안에 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894억 원) 상당의 기반시설, 안보, 유행병 대비를 위한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금액은 2021년 11월 중국이 아세안에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회복을 위해 약속한 15억 달러(한화 약 1조 8,939억 원) 상당의 3년 간 개발원조 기금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익명의 바이든 행정부 외교관은 중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동남아시아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하더라도, 아세안 회원국들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미국이 대부분의 아세안 회원국에서 외국인 직접 투자 1위 국가이며, 미국-아세안 간 교역이 주로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한 미국의 외교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조슈아 쿨란틱(Joshua Kurlantzick)은 중국의 부상이 아세안 회원국들의 외교적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중국의 정당성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동남아시아에서 원만한 외교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였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아세안 간 이견차 여전


예상과 달리 러시아 규탄은 주요 의제에서 빠져, 공동성명에는 “모든 나라의 주권, 정치적 독립과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고만 명기

이번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예상과 달리 주요 의제에서 제외되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그동안 정상회담의 중요한 의제로 강조해왔으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논의는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상회담 결과 발표된 공동성명서에서도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적대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재차 강조하는 내용이 들어갔으나, 러시아가 침공국이라는 점은 명시되지 않았다. 전략국제연구센터(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동남아시아 담당 그레고리 폴링(Gregory Poling)은 이번 공동성명에 대해 “모든 나라의 주권, 정치적 독립과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고 명시한 점은 러시아를 암묵적으로 규탄한 셈으로 해석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레고리 폴링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아세안 외무장관이 발표한 이전의 어느 성명서에서도 이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아세안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아세안은 합의제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회원국들 사이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견해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얀마, 베트남, 라오스는 러시아와 긴밀한 경제적 · 군사적 관계를 갖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유일하게 러시아 제재에 참여한 국가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웰리즐리 대학(Wellesley College)의 스테이시 고다드(Stacie Goddard)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아세안 회원국들을 중국과의 경쟁에서 중요한 협력국으로 보고 있어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성명으로 아세안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아 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대신 이번 정상회담에서 아세안과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과 민간인 보호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모아졌다.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 배제 요구에도 아세안 순회 의장국인 캄보디아, G20 정상회의 의장국 인도네시아, APEC 의장국인 태국, 공동 성명에서 “모두” 초청하겠다는 의사 밝혀

미국은 국제 무대에서 러시아가 배제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아세안 일부 회원국들은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태국은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앞서 러시아를 포함한 회원국들의 참여를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2년 5월 4일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태국은 아세안, G20,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에서 모든 참여국에 협력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캄보디아는 아세안의 의장국이며, 인도네시아는 2022년 10월에 열리는 G20의 의장국을 맡았다. 태국 역시 2022년 APEC의 의장국을 맡고 있다.


미, 군사 정권 규탄 위해 미얀마는 빈자리로…

그러나 미얀마 군사 정권 규탄 강도에 차이 보여


중국 견제하며 아세안 역내 민주주의 확대 추구하는 미국 VS 권위주의 확산하는 동남아, 미얀마 사태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 있어…

이번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국가 정상들은 미얀마 군사 정권을 규탄하기 위해 미얀마를 공석으로 두기로 합의하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세안이 2021년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5개 합의 사항을 채택하였으나, 군부가 계속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미국은 아세안 회원국들에게 미얀마 민주 세력이 세운 망명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National Unity Government)와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교섭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미국 국무부 관료들은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간 동안 미얀마 국민통합정부 대표들을 만나는 등 미얀마의 민주화에 지지를 표명하였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한 것에 대해 일부 아세안 국가들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의 훈센(Hun Sen) 총리는 약 40년 동안 부패, 탄압, 폭력으로 통치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는데 나선 바 있다. 브루나이는 1967년 이래로 왕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태국의 쁘라윳 짠오차(Prayut Chan-o-cha) 태국 총리도 2014년 군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뒤 선거를 통해 집권하였다. 라오스와 베트남은 공산당 하의 일당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권 비정부기구 휴먼라이츠워치(Haman Rights Watch)의 사라 예거(Sarah Jaeger) 국장은 이번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만이 아니라 아세안 민주주의 회원국들에서 일어나는 민주주의 퇴행, 아세안 권위주의 국가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사라 예거 국장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나는 인권 실태 악화와 민주주의 퇴행을 직접 다루지 않는 한 미국이 ‘민주주의의 쇄신(democratic renewal)’을 이루려는 목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발언하였다.


미얀마 군정, 미국 비난하며 중국과의 관계 강화 선언

2022년 5월 13일 미얀마 군부는 이번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표명한 미국의 입장을 비난하며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 대변인 저민툰(Zaw Min Tun)은 미국이 미얀마 군부에 의해 테러단체로 규정된 국민통합정부와 회담을 가진 것을 규탄하였다. 이번 미얀마 군부 정권의 발언은 미얀마 군부가 계속해서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있는 점과 관련 있다.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아세안과 5개 합의사항을 채택하였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미얀마 군부에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던 캄보디아는 미얀마에 특사를 파견하여 군부와 협상하였으나, 미얀마 군부는 테러단체인 국민통합정부를 척결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였다. 이에 캄보디아를 주축으로 한 아세안 회원국들은 미얀마 군부 정권 외무장관이 2022년 2월에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할 수 없도록 결정한 바 있다.


미얀마 군부의 저민툰 대변인은 미얀마 군부 정권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강력한 국가인 중국과 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의 중요한 우군으로,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칭하는 것에 반대한 바 있다. 또한 2022년 4월 중국은 미얀마 군부 정권의 외무장관을 초청한 뒤 미얀마 사태가 변하더라도 미얀마의 주권과 독립,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22년 2월에 유엔 미얀마 특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얀마 군부에 화기, 전투기와 장갑차 등을 계속해서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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