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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교착 상태에 빠진 핵협상, 이란은 독자 행보 강화

이란 EMERiCs - - 2022/05/27




이란 핵 협상에 변수로 떠오른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핵 협상에 새로운 변수로 부상  

지난 3월 핵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핵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핵 협상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핵 협상 당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와 핵 협상 타결 이후 러시아와 이란 사이의 경제 및 군사 협력 관계를 분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이에 대한 서면 보증을 미국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미국 국무장관은 대러시아 경제제재와 핵 협상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으며,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러시아의 새로운 요구가 핵 협상을 무위로 돌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핵 협상이 외부 요인에 의해 중단될 수도 있다는 호세프 보렐(Josep Borrell)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의 발언은 러시아의 새로운 요구가 협상에 차질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더욱 자극했다.


러시아, 미국에서 경제제재 관련 서면 보증 받았다고 주장

그러나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은 지난 3월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얀(Hossein Amirabdollahian) 이란 외무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 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한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이란과 러시아 사이 경제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서면 보증을 미국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 아미르압돌라히얀 장관 또한 핵 협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로 무관한 문제임을 재확인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우려는 가라앉았다.


이란과 서방, 상대 측에 긍정적 신호


이란 정부, 징역형 선고받은 외국인 석방

지난 3월 이란은 6년간 이란에 갇혀 있었던 영국-이란 이중국적의 자선 활동가인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Nazanin Zaghari-Ratcliffe)와 5년간 투옥되어 있던 사업가 아누셰 아슈리(Anoosheh Ashoori)를 석방했다. 자가리-랫클리프와 아슈리는 모두 이란 정권 전복 시도, 반체제 활동, 간첩 활동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투옥되었으며, 이란 정부는 투옥자들의 건강상 문제를 고려하여 석방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에 석방된 두 명 외에도 이란에는 프랑스, 스웨덴, 미국 등 이중국적자 수십 명이 반정부 활동 혐의로 투옥되어 있다. 서방 국가 정부와 인권단체는 이란 정부가 근거 없이 외국인을 체포하고 있으며, 체포된 외국인을 서방 국가를 압박하기 위한 인질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외국인들이 적법한 사법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중국적자 석방과 자산 동결 해제, 이란과 서방 사이 관계 개선 신호로 해석

한편 영국은 자국민 석방을 앞두고 동결된 이란의 자산 3억 9,300만 파운드(한화 약 6,247억 원)를 이란에 반환했다. 이 자금은 1976년 이란이 무기 구입을 위해 영국에 지급했으나 1979년 혁명 발발 이후 영국이 무기 인도를 거부하면서 동결되어 있었다. 이란은 이후 지속적으로 자산 동결 해제를 요구해왔으나 이란과의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해 지급되지 못했다. 영국이 자산 동결 해제를 발표한 직후에 자국민의 석방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이란이 자산 동결 해제를 대가로 석방을 결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영국과 이란 모두 이러한 관측을 부인했으나, 이란은 지난 2016년 미국으로부터 동결된 자산 4억 달러(한화 약 5,092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수감된 미국인 5명을 석방한 적이 있다. 3월 이란-영국 관계에서 나타난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핵 협상이 타결에 가까워짐에 따라 이란과 서방 국가 사이 관계가 개선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미국 민주당 상원 의원, 핵 협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 표명

이란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낸 서방 국가는 영국만이 아니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 또한 지난 3월 핵 협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척 슈머(Chuck Schumer)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문제점이 있었지만, 핵 협상 재개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2015년 JCPOA 인준안에 반대표를 던진 네 명의 민주당 상원의원 중 하나였다. 한편 크리스 머피(Chris Murphy) 민주당 상원의원 또한 미국이 JCPOA에서 합의된 내용보다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더라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방치하는 상황보다는 낫다고 강조하며 핵 협상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란, 경제제재 해제에 따른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물류 부문 성장 기대 

핵 협상 타결 가능성이 가시화된 3월 이란 내에서는 경제제재 해제에 따를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이란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핵 협상이 타결되어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폭등세를 보이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제재 해제에 따른 원유 수출 증가와 외화 유입 확대가 인플레이션 완화에 기여해 대도시 부동산 가격이 20~30%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물류 또한 제재 해제에 따른 무역 증가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부문으로 평가된다. 지난 4월 이란 정부는 2021년 930만 톤에 달하던 육상 물류 운송량이 경제제재 해제 이후에는 2,000만 톤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핵 협상, 혁명수비대 문제로 교착 상태 봉착


이란, 혁명수비대를 해외테러조직 명단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

그러나 타결이 임박한 것처럼 보였던 핵 협상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를 미국이 지정한 해외테러조직 명단에서 제외하는 문제를 두고 이란과 미국 사이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며 교착 상태에 빠졌다. 2019년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압박 목적으로 이슬람혁명수비대를 해외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이는 공식 국가 기관이 처음으로 해외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사례다. 


이란은 혁명수비대와 산하 조직 및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해제되어야만 합의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5월 13일 알리 샴카니(Ali Shamkhani)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이 이란 측의 요구를 수용할 때에만 핵 협상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혁명수비대에 대한 해외테러조직 지정을 해제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핵 협상과 혁명수비대의 해외테러조직 지정 해제는 별개 문제라는 입장이다. 5월 10일 네드 프라이스(Ned Price)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혁명수비대가 테러 조직이라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혁명수비대의 해외테러조직 지정 해제 요구가 이란 국내 정치와 긴밀히 연결된 문제라고 분석한다. 미국 중동연구소(Middle East Institute) 이란연구팀 수석 연구원인 알렉스 반타카(Alex Vatanka)는 이란 내 보수파가 국내 정치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이란의 요구 사항이 반영되어 있다고 분석했으며, 미국의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의 바바라 슬라빈(Barbara Slavin) 연구원은 해외테러조직 지정과 별개로 혁명수비대에 제재가 부과된 상황에서 해외테러조직 지정 해제는 실질적이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당선 이후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보수파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대통령이 미국에서 양보를 받아내어 대외적 치적을 쌓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원, 혁명수비대의 해외테러조직 지정 해제에 반대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1년 2월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해외테러조직 지정을 해제한 바 있다. 그러나 혁명수비대는 더욱더 민감한 문제다.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혁명수비대 문제에 대해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혁명수비대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4월 이미 많은 제재가 부과된 상황에서 혁명수비대를 해외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것은 큰 실익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미국 국내 정치권에서 혁명수비대의 해외테러조직 지정 해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큰 상황에서 핵 합의 타결 조건으로 이란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심각한 역풍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5월 4일 미국 상원은 핵 협상의 일환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혁명수비대에 대한 해외테러조직 지정 해제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찬성 62표, 반대 33표로 통과시켰으며, 민주당 상원의원도 16명이나 찬성표를 던졌다. 비록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지만, 이를 통해 상원은 혁명수비대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히며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했다. 


이스라엘, 미국에 혁명수비대에 관한 이란의 요구를 수용하지 말 것 요구 

이스라엘은 혁명수비대 문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 3월 이란이 핵 협상 타결 조건으로 혁명수비대에 대한 해외테러조직 지정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자 나프탈레 베네트(Naftali Bennett) 이스라엘 총리는 공개적으로 혁명수비대가 중동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 조직이라고 주장하며 우려 및 반대 입장을 드러냈으며, 핵 합의 타결을 위해 이란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이스라엘은 외교력을 총동원해 자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미국을 설득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카타르 또한 중재 노력에 나서…이란은 기존 입장 고수

미국뿐만 아니라 이란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카타르 또한 미국과 이란을 중재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5월 12일 이루어진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Sheikh Tamim bin Hamad) 카타르 국왕의 이란 방문이 핵 협상을 중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 언론은 핵 협상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양국이 해외 동결 자산 해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 수감자 교환, 에너지 분야 협력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고만 밝혔다. 이어 5월 20일 타밈 국왕은 카타르가 갈등 해결을 위해 중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EU와 카타르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미국 사이 입장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이란은 미국이 먼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5월 22일 이란 외무부는 이란이 핵 협상 타결을 위해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했다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Sheikh Mohammed bin Abdulrahman al-Thani) 카타르 외무부 장관의 발언이 오역 또는 오해라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 이란 최고지도자가 타밈 국왕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먼저 의무 사항을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란, 핵 협상 교착 속 경제 자립 행보 강화


이란, 원유 수출량 증가로 경제적 자립 강화

이란의 강경한 태도에는 협상이 결렬되어 경제제재가 유지되더라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원유 수출이 중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5월 9일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2021년 8월 이후 두 배 증가했다고 밝히며 원유 수출 판로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인도가 대(對)러시아 경제제재로 인해 가격이 낮아진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 이란산 원유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자바드 오지(Javad Owji) 이란 석유부 장관은 5월 18일 러시아가 새로운 수출 시장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하며 러시아가 이란 원유 수출에 차질을 주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이란 중앙은행은 이란력 기준 2022년 상반기에 이란의 원유 수출규모가 전년 동기 85억 달러(한화 약 10조 8,205억 원)보다 크게 증가한 186억 달러(23조 6,778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원유뿐만 아니라 원유에 이어 이란의 가장 큰 외화 수입원인 석유화학제품 수출 또한 증가 추세다. 이란 석유화학공사는 2021년 3월~2022년 3월 이란의 석유화학제품 수출규모가 150억 달러(한화 약 19조 950억 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은 이란의 전체 비석유 제품 수출의 33%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란의 경제제재 대응 능력이 강화되었다는 분석 제기

5월 6일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이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 인상이 이란에게 기회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고위 관료는 핵 협상이 결렬되어 제재가 해제되지 않더라도 이란 경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이란은 핵 협상에 있어 서구 국가에 크게 양보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상당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하드 아주르(Jihad Azour) 국제통화기금(IMF) 중동 및 중앙아시아국장은 이란 경제가 지난 몇 년간 제재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으며, 국제 유가 상승과 원유 생산량 증가는 이란의 재정 수입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월 모센 코자스테메르(Mohsen Khojasteh-mehr) 이란 국영석유회사 회장은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380만 배럴로 경제제재 이전인 2018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의 경제제재 대응 능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심각한 물가 상승이 이란 국민의 생활고를 가중하는 가운데 이란 정치 지도자들이 이란의 경제적 능력에 대해 과신하고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40%를 넘는 물가상승률에 더해 경제 정책의 비효율성, 일자리 창출 실패, 두 자릿수가 넘는 실업률 등은 이란 경제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이 전문가들이 분석이다. 5월 9일 이란 정부는 치솟는 물가에 대응해 총 16억 달러(한화 약 2조 368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란 정부는 국민에게 생필품 구입 용도로 월 10~13달러(한화 약 1만 2,730원~약 1만 6,550원)의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전임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정부 시기에 도입된 수입품에 대한 우대환율제도를 폐지해 보조금 정책을 합리화하여 정부 재정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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