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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신흥지역 체험기 공모전 당선작] 카자흐스탄 유학생들의 생활기

카자흐스탄 황려진, 김정은 - - 2022/06/09

20살, 우리는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무슬림 국가, 러시아어와 카자흐어를 사용하는 중앙아시아의 한 나라, 이 곳은 우리에게 상상조차 가지 않는 생소한 곳이었다. 룸메이트로 만난 우리의 유학 생활기를 소개한다.

생활 정착기_려진
공항에서 내려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탁시’를 외치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택시기사들의 무리였다. 근처 택시기사에게 행선지를 말하고 그를 따라 갔다. 그곳에는 90년대 기종의 낡은 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유학했던 2014년 당시, 카자흐스탄은 차를 가진 모두가 택시기사가 될 수 있었다. 히치 하이킹처럼 개개인이 자유롭게 승객을 태우고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이후 법이 바뀌며 2022년 현재는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사람들만 택시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카자흐스탄에는 다양한 택시 회사가 있지만 이동거리에 따라 운임을 책정하고 카카오택시와 같이 카드로 선불결제가 가능한 Yandex가 가장 대중적이고 편리하다. 공항에서 알마티 중심부까지 이동하는데 평균 1,500 ~2,000텡게(KZT, 한화 약 4,350~5,800원)가 든다. 택시 외에도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다. 물가가 저렴해 유학생들은 택시를 주로 이용하지만 이외에도 버스, 트램, 지하철 등의 이동수단이 있으며 2022년 기준 교통비는 편도 80 KZT이다. 해외여행에 구글지도는 필수라고 하는데 중앙아시아에는 해당되지 않는 모양이다. 미리 다운받아 놓은 ‘2GIS’ 앱을 켰다. 움직이는 파란색 점과 함께 현재 도로상황이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있었다. 개인들이 실시간 도로 정보를 업데이트 할 수 있어 한국의 네이버 지도 못지않은 기능에 안심하며 목적지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밖으로 나왔다. 굼벵이 같은 학교의 공공 와이파이를 대신할 핸드폰 데이터 요금제 가입이 시급했다. 카자흐스탄에도 다양한 통신사가 있다. Altel, Beeline, Kcell, Tele2 총 4개 통신사가 있으며 이 중 가장 안정적이고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원한다면 Altel사를 추천한다. Altel사는 무선인터넷 공유기, 와이파이망과 같은 ‘인터넷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데이터를 우선시하는 유학생들이 주로 사용한다. 간단히 근처 매점이나 지하도에 위치한 잡화점을 찾아가 핸드폰 유심을 보여 달라고 했다. 유심박스에는 앞으로 내가 쓰게 될 번호가 적혀 있었는데, 유심 가격은 500~2,000KZT(한화 약 1450~5,800원)로 좋은 번호일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500 KZT짜리 유심을 사고 통신사 어플을 다운받았다. 사전에 주의 받은 대로 어플을 통해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한 후 기기를 통 해 선불 충전을 했다. 핸드폰 바에 데이터 활성화 표시가 생기자 낯선 외국 땅에서의 생활도 자신감이 붙었다. 룸메와 서로 의지하며 생활하다 보니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것 같다.

계절별 즐길 거리_정은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즐길 거리에 관심이 제일 먼저 가는 것은 당연지사. 내가 경험한 카자흐스탄의 사계절 즐길 거리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카자흐스탄은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하고 건조한 사막기후로 인해 습기가 덜한 것이 가장 큰 기후적 특징이다.

내가 도착한 2월의 알마티는 하루 밤새 눈이 40cm까지 쌓이는 회색의 도시였다. 분지 형태로 되어있는 알마티의 산들은 여름에도 녹지 않는 만년설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겨울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메데우-침볼락은 고도 2,260미터의 해수면 위에 위치해 있다. 시내 중심에서 택시를 타고 약 30분정도를 가면 메데우에 도착한다. 메데우에서는 스케이트를 탈 수 있고, 스키나 보드를 타고 싶다면 메데우에서부터 약 4.5키로 가량 이어지는 곤돌라를 타고 더 위쪽인 침볼락으로 이동하면 된다. 이 곤돌라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긴 곤돌라이며 가파른 돌 절벽들을 지나쳐 가기 때문에 없던 고소공포증도 생긴다. 하지만 산 정상에서부터 자연적으로 생성된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기 시작하면 말이 달라진다. 인위적인 경사가 아니기에 더 가파르고 짜릿하다. 한번 내려오는데 초-중급자 기준 30~40분 정도가 걸린다. 스키를 타 느라 꽁꽁 언 몸은 스키장 초입부의 폴 카페에서 경관을 즐기며 녹일 수 있다.

끊임없는 시험들과 과제들을 거치다 보면 어느새 봄의 축제, 나우르즈(Nauryz)가 다가온다. 카작어로 ‘새 날’이라는 뜻의 나우르즈는 카자흐스탄의 봄을 축하하는 의미로, 매년 3월 21일부터 약 3~4일간 축제가 열린다. 모든 나쁜 기운을 뒤로 한다는 의미로 오래전부터 지내온 전통적인 명절이다. 도심 내 다양한 거리, 특히 알마티에서는 판필로프-지벡졸리 거리에서 큰 행사를 연다. 전통 움막인 유르트와, 그 안에서 전통 음식인 ‘쌈싸’와 ‘만띄’ 등을 팔고, 전통 모자, 가죽 옷 등 다양한 의식주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월 대보름 같은 느낌인데 좀 더 규모가 큰 명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기간에는 교수님들도 수업을 일찍 끝내주고 행사에 보내주신다. 학생들에게는 매우 기쁜 기간이다.



잠시 봄볕을 느끼기가 무섭게 5월 중순이 되면 정수리가 익는 여름이 찾아온다. 볕은 뜨겁지만 알마티에도 유럽의 거리를 연상시키는 멋진 야외 카페들이 즐비하다. 긴 태양을 견디기에 기숙사는 너무 덥다. 학생들은 주로 길거리의 큰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앉아서 물담배(Shisha, 러시아어로는 깔랸 (Кальян))를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에게 물담배는 너무나 생소하고 이질적이었지만, 담배 냄새가 아닌 버블껌, 파인애플, 망고향의 구름과자는 거부감을 줄여주었다. 물담배라고 하면 보통 음습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지만, 가끔은 현지 친구들과 화창한 날씨에 야외 카페에서 레모네이드를 마시고 깔랸을 하며 길고 긴 여름의 무더위를 잊었던 것 같다. 아저씨, 아주머니,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즐기는 문화생활 중 하나이다.



카자흐스탄의 가을은 9월부터 시작된다. 가을의 카자흐스탄은 빅 알마티 레이크와 차른 캐년을 방문하기에 최적의 시기이다. 에메랄드 색의 빅 알마티 레이크는 말 그대로 거대한 호수가 산들 사이로 둘러싸여 있다. 가는 길에 중앙아시아의 자연환경을 구경하기에 적합하지만, 도착해서 호수를 보는 건 막상 한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럴 때는 차른 캐년을 가면 된다. 차른 캐년은 알마티 동남부에 위치한 자연 협곡으로 그랜드 캐년처럼 붉은 빛의 바위들이 협곡을 에워싸고 있다. 시내에서 차로 약 4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개인으로 이동하기에는 힘들기 때문에 여행사를 끼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초코라이프(Chocolife) 라는 티몬 같은 어플을 통해 여행 일정을 예약할 수도 있다. 다른 여행지에서는 쉽게 가볼 수 없는 자연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곳 이므로, 꼭 한번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러시아어나 카자흐스탄어를 주로 사용하는 관광사가 메인이기 때문에,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끼워서 가는 것이 좋다. 




이처럼 4년간 카자흐스탄에서의 유학 생활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추억들을 선물한 제2의 고향이 되었다. 먼 타지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누군가를 위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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