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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남아시아 연쇄 디폴트 위기

인도ㆍ남아시아 일반 EMERiCs - - 2022/06/30




독립 이래 최초, 국가부도 선언하는 스리랑카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처음으로 국가부도 선언한 스리랑카
이번 세기 남아시아에서 국가부도 선언하는 최초 사례… 신흥국 연쇄 디폴트 우려
스리랑카 중앙은행이 2022년 5월 19일 디폴트를 공식 선언하면서 스리랑카가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국가부도 사태를 맞이했다. 5월 18일 만기가 도래하는 6,300만 영국 파운드(한화 약 991억 원) 규모의 스리랑카 국채 이자 지급의 30일 유예기간(grace period)가 경과함에 따라 스리랑카가 국가 부도 상황에 빠진 것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는 스리랑카가 금세기에 디폴트를 선언한 최초의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파키스탄이 가장 최근인 1999년에 디폴트를 선언한 바 있다. 피치(Fitch Ratings)도 스리랑카가 디폴트에 빠졌음을 확인하고, 스리랑카의 국가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restricted default)’로 강등했다. 난달랄 위라싱하(Nandalal Weerasinghe)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는 “채권단과 부채 재조정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는 부채를 상환할 수 없으므로 ‘선제적 디폴트(pre-emptive)’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미 2022년 4월에 경제 위기 속에서 외화준비금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대외 부채 상환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무디스는 스리랑카가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과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할 것이나, 타결까지는 수 개월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아히란 카디르가마르(Ahilan Kadirgama) 스리랑카 자프나 대학교(University of Jaffna) 교수는 신흥국들이 감당할 수 없는 부채로 인해 연쇄적으로 디폴트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최근에 경험하지 못했던 대규모 공급망 교란이 발생하고 있어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카디르가마르 교수의 설명이다. 스웨덴계 펀드 투자기업인 툰드라 폰더(Tundra Fonder) 소속 수석투자관리자(chief investment officer)인 마티아스 마르틴손(Mattias Martinsson)은 “앞으로 두 달이 남아시아 시장에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툰드라 폰더는 남아시아 지역 전반에 걸쳐 물가상승과 금리 인상, 통화가치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미래를 제시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관광 수입이 급감한 상태에서 남아시아 각국이 공공 재정 지출을 지나치게 확대할 수밖에 없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까지 폭등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남아시아 국가들이 큰 피해를 겪게 되었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거시경제와 정책, 금융시장 전문 싱크탱크인 컨티눔 이코노믹스(Continuum Economics) 소속의 거시경제 전문가 마이크 갤러거(Mike Gallagher)는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이 지나친 낙관주의에 사로잡혀 대출을 확대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 부채가 각각 58%와 35%로 높아졌고 경상수지 적자까지 더해져 경제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고 진단했다.

스리랑카 위기 타개, 중국이 긴급 자금 빌려주느냐가 관건 
스리랑카 정부의 대외 부채는 약 510억 달러(한화 약 65조 8,672억 원)이며, 스리랑카 정부가 중국에 갚아야 할 빚은 전체 부채의 10%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스리랑카 정부 부채의 최대 채권자는 일본 정부,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 그리고 중국 정부이다. 그러나 현지 싱크탱크인 베리테 리서치(Verite Research)는 일본 정부 차관의 이율이 0.7%밖에 되지 않지만, 중국 정부 차관의 이율은 평균 3.3%나 되어 중국발 부채의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IMF와의 대(對)스리랑카 구제금융 협상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채권단과 공동으로 스리랑카의 부채 재조정 협상에 나서는 것은 꺼리고 있다.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사업에 참여하면서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된 다른 국가들이 스리랑카의 선례를 따라 중국 정부에 부채 탕감을 요구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2022년 1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콜롬보(Colombo)를 방문했을 때 스리랑카 정부는 110억 달러(한화 약 14조 2,063억 원)에 이르는 부채 상환 연기를 요청했으나 중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컨설팅 기업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Verisk Maplecroft) 소속의 아디티 미탈(Aditi Mittal)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부채 재조정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스리랑카가 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하는 데에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뉴델리(New Delhi) 소재 싱크탱크인 마노하르 파리카르 국방연구소(Manohar Parrikar Institute for Defense Studies and Analyses) 굴빈 술타나(Gulbin Sultana)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스리랑카 정부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스와프옵션(debt-to-equity swap)을 실행하고, 스리랑카 영토 소유권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분석했다. 스리랑카 정부가 함반토타(Hambantota) 항만 사업에 따른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자 중국 정부는 계약 조건에 따라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스와프옵션을 활용해 항만 지분의 70%를 획득한 바 있다. 

세수 확보 및 IMF와의 구제금융 협상을 위해 부가세·법인세 등 일제히 인상
스리랑카 재무부는 IMF와의 본격적인 구제금융 협상을 앞두고 세입 증대를 위한 세제 개혁에 착수했다. 재무부는 부가가치세(VAT) 세율을 5월 말부터 8%에서 12%로 올리고, 법인소득세 세율도 10월부터 24%에서 30%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또한, 재무부는 개인 납세자들의 면세 혜택도 축소하기로 했다. 부가가치세 증세로 650억 스리랑카 루피(한화 약 2,343억 원), 법인소득세 증세로 520억 스리랑카 루피(한화 약 1,874억 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재무부의 설명이다. 라닐 위크라마싱하(Ranil Wickremesinghe) 스리랑카 총리는 정부 재정 상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임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의 2021년도 예산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2.2%를 기록한 바 있다. 2022년 4월 IMF도 스리랑카 정부가 긴축 통화정책 및 증세에 나서고 변동환율제도(flexible exchange rates)를 도입하여 부채를 감소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IMF는 스리랑카 정부가 구제금융 협상의 선결 조건들을 이행한다면 부채 지속가능성(debt sustainability)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빚더미에 앉은 파키스탄, 디폴트 막으려 고군분투

가파른 물가 상승과 부채의 늪에 빠진 파키스탄, 디폴트 위기
2022년 5월 기준 파키스탄 중앙은행의 외화보유액이 수입 대금 2개월 결제분에도 못 미치는 102억 달러(한화 약 13조 1,737억 원)로 줄어들자, 파키스탄 정부는 IMF에 30억 달러(한화 약 3조 8,746억 원)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2022년도 파키스탄의 무역수지 적자액은 450억 달러(한화 약 58조 1,15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시장에서 2031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파키스탄 정부의 달러 표시 국채 가격도 2022년 5월 들어 14센트 하락하여 63센트를 기록했다. 채권 투자자들은 달러당 70센트 이하로 떨어진 국채를 원금 회수가 어렵게 될 위험성이 높은 채권으로 분류한다. 2021년 4/4분기 기준 파키스탄의 대외 채무는 1,300억 달러(한화 약 163조 4,750억 원)에 달하고, 2022년 5월 물가상승률도 13.8%를 기록하는 등 모든 경제지표가 부진한 상황이다. 

파키스탄, 비필수 품목 수입 전면 금지, 에너지 아끼려 주 근무 6일에서 5일로 단축
파키스탄 정부는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사치품 등 비필수 품목의 수입을 무기한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자동차, 휴대전화, 가전기기, 화장품 등이 비필수 품목에 포함됐다. 마리윰 아우랑제브(Marriyum Aurangzeb) 경제정보부 장관은 사치품 수입 금지 정책을 통하여 연간 60억 달러(한화 약 7조 7,492억 원)의 외화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1/22 회계연도 파키스탄의 경상수지 적자액은 GDP의 약 4.5%인 170억 달러(한화 약 21조 9,56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파키스탄 내각은 6월 7일 에너지 보존 계획을 승인하고 에너지 사용량 절감을 위해서 법정 근무일을 주 6일에서 5일로 환원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스리랑카는 2022년 4월 셰흐바즈 샤리프(Shehbaz Sharif) 총리 집권 이후 생산성 제고를 목적으로 법정 근무일을 주 6일로 확대한 바 있다.

‘연료보조금 폐지’ 보편적 복지 반대하는 IMF의 협상 조건, 시민들의 격렬한 기름값 인상 반대에도 궁여지책으로 기름값 20% 대폭 인상하는 파키스탄
6월 2일 파키스탄 재무부는 재정적자 폭을 줄이고 IMF로부터 추가 지원을 얻기 위해  국민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했다. IMF는 파키스탄 정부와의 구제금융 협상에 착수하면서 각종 보조금을 철폐하면 9억 달러(한화 약 1조 1,622억 원)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프타 이스마일(Miftah Ismail) 파키스탄 재무부 장관은 주유소에서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209.86 파키스탄 루피(한화 1,297원), 경유 가격이 204.15 파키스탄 루피(한화 1,262원)를 기록해 17% 올랐다고 밝혔다. 직전 주의 휘발유 가격 인상폭은 20%를 기록한 바 있다. 이스마일 장관은 이제 휘발유 보조금이 리터당 9 파키스탄 루피(한화 55.6원)밖에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방글라데시, 몰디브도 피해가지 못한 경제 위기
네팔은 안전한가…

방글라데시, 외환보유고 감소하는 상황에 연료 및 의약품 부족 사태 
방글라데시에서도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고 대외 부채가 불어나면서 경제 위기 발생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되고 있다. 무이눌 이슬람(Muinul Islam) 치타공 대학교(Chittagong University) 경제학과 전(前) 교수는 방글라데시의 2021/22 회계연도 무역적자가 350억 달러(한화 약 45조 1,958억 원)에 달해 해외 노동자 송금만으로는 상쇄가 안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슬람 교수는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외화보유액도 2021년 7월 480억 달러(한화 약 61조 9,826억 원)에서 2022년 2월 420억 달러(한화 54조 2,347억 원)로 급감했으며, 앞으로 몇 달 안에 40억 달러(한화 약 5조 1,650억 원)의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유엔 개발프로그램(UNDP,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소속의 이코노미스트인 나즈닌 아흐메드(Nazneen Ahmed)는 물가 상승 속에서 방글라데시가 식용유, 밀, 식품, 휘발유 등 필수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 몰디브 외환보유고 2023년 말 고갈 경고
국제 투자은행인 JP모건(JP Morgan)이 몰디브의 외환보유고가 2023년 말이면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JP모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몰디브 경제 악화에 한몫할 것으로 분석했다. JP모건은 2022년에 부채 부담이 높은 ‘투기 등급’ 신흥국의 10%가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외환보유고 고갈 위험이 큰 나라로 스리랑카, 몰디브, 바하마, 벨리즈, 세네갈, 르완다, 그레나다, 에티오피아를 꼽았다. 몰디브 중앙은행 외화보유액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2020년에 9억 8,490만 달러(한화 약 1,237억 원)였으나 2022년 4월 기준 8억 2,900만 달러(한화 약 1,041억 원)로 감소했다. 몰디브 재무부가 2022년 3월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몰디브의 부채 총액은 940억 루피야(한화 약 7조 7,612억 원)로 GDP 대비 122%에 달한다.

네팔, 제2의 스리랑카 될까… 우려에 네팔 재무부 차관 발끈
네팔 중앙은행은 2022년 3월 중순 기준 외환보유고가 2021년 7월 대비 16.3%나 감소한 1조 1,710억 네팔 루피(한화 약 12조 원)에 불과하다고 밝혀 외환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네팔의 외화준비금은 수입 대금 6개월분을 결제할 수 있는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홍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품 가격 상승 때문에 물가상승률도 6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7%에 달하고 있다. 이에 네팔 정부는 자동차, 화장품, 금·은 등 사치품 수입을 금지하여 외화 유출 차단에 나섰다. 네팔의 GDP 대비 부채 규모는 2015년 25%에서 2022년 40%로 크게 불어난 상태다. 한편, 네팔 재무부 차관은 시중은행 예금액도 4조 7,000만 네팔 루피(한화 약 48조 6,324억 원)이고 신용 흐름도 증가하고 있어 네팔이 스리랑카처럼 경제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추측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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