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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미주정상회의에서 확인된 중남미 국가들의 엇갈린 대(對)미 외교노선

중남미 일반 EMERiCs - - 2022/06/30




멕시코, 볼리비아, 온두라스, 과테말라 정상 불참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의 모임인 미주정상회의(Summit of Americas)가 파행을 맞이한 채 종료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LA에서 현지 시각으로 2022년 6월 6일부터 10일까지 닷새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제9차 미주정상회의에서 멕시코, 볼리비아, 온두라스, 그리고 과테말라가 불참 또는 자국 정상을 대신할 대리인 파견을 결정했다.

신호탄은 멕시코가 쏘아올렸다. 미주정상회의의 주요 초청국중 하나였던 멕시코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대통령은 미주정상회의에 멕시코 대표로 자신이 아닌 외교부 장관을 참석시켰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이 정치ㆍ외교적인 이유로 베네수알라, 쿠바와 그리고 니카라과를 미주정상회의 초청 명단에서 제외했기에 미국이 주최국인 이번 미주정상회의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볼리비아와 온두라스 역시 마찬가지였으며, 과테말라의 알레한드로 잠마테이(Alejandro Eduardo Giammattei Falla) 대통령은 미국이 부정부패 의혹이 있는 자국 검찰총장을 제재 조치한 것에 반발하여 불참했다. 결국,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과테말라 대통령 역시 미국의 정치적인 대외 결정과 마찰을 빚었기에 참가하지 않은 것이다.

멕시코, ‘미국은 중남미 각국의 독립성 존중해야’
인구 1억 3,000만 명의 멕시코를 시작으로, 미국의 미초청 국가와 보이콧 국가를 모두 더하면 이번 미주정상회의에 어떠한 형태로든 불만은 표현한 국가들의 총 인구는 2억 명을 넘는다. 이는 미국이 간과하기에는 상당한 규모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아메리카 대륙에는 수많은 나라와 정부가 있으며, 이들 국가는 자신만의 역사와 정치 기조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정치적인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미국이 그러한 아메리카 대륙 국가의 고유한 특성을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번 미주정상회의에 초청하지 않은 나라는 모두 미국이 독재국가로 지목한 곳으로, 쿠바는 수십 년 이상 미국이 제재를 가했으며,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Nicholas Maduro) 정권은 현재 중남미 지역에서 미국과 가장 심각하게 반목 중이다. 하지만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은 자의적인 기준으로 독재 국가를 정의했으며, 다른 중남미 국가가 미국의 기준을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이 중남미 지역 국가와 좀 더 화합하는 방향으로 외교 정책을 가져가야 하며, 그 시작으로 중남미 지역 국가의 독자적인 정책 방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주의, 기후, 이민…미국의 관심사에 치중된 의제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제9차 미주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의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했다. 이번 미주정상회의를 둘러싼 가장 큰 이슈가 미국의 반미 국가 초청 제외였고, 미 정부가 차별적인 정책을 선택한 이유가 해당 국가의 부정선거와 민주주의 후퇴였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이 협력해야 하며, 그 외에도 계속되는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각국 정부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미국은 부패가 중남미 지역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중남미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독재국가일수록 여러 사회 문제와 부패가 심각하기에, 민주주의 회복이 아메리카 대륙의 동반 발전의 전제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동상이몽 중인 중남미와 미국
이와 같은 미국의 제안에 대해 미주정상회의에 참석한 중남미 지역 국가들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현재 중남미 국가들이 가장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경제와 관세 이슈와 관련하여 미국이 제안한 안건은 중남미 국가들이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이 강조한 민주주의와 기후, 그리고 반부패는 실질보다는 이념적인 수사가 가미된 주제라는 사실이 중남미 국가들이 미주정상회의에 흥미를 잃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많은 재정 지출이 있었고 경기침체와 고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중남미 국가는 당면한 경제 과제에 대한 논의를 더 원했다.

미국, 반중 연대 제안했으나…
한편, 미 정부는 이번 미주정상회의에서 ‘경제 번영을 위한 미주협력기구(APEP, Americas Partnership for Economic Prosperity)’ 창설을 제안했다. APEP는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중남미 국가들이 원하는 이슈를 다수 다루고 있고, 미주개발은행((IADB, 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을 통한 협력 강화 등 자본적인 교류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은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이 제시한 미주 협력기구마저도 중남미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제안에는 이미 중국이 실행 중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었기에, 중남미 국가들이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미 vs 친미, 중남미 국가들의 엇갈리는 행보

반미 진영, 미국 방침에 강력히 반발
이번 미주정상회의 이전부터 미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는 미주정상회의에 초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발표가 있자 쿠바와 베네수엘라 등 미국과 반목하고 있는 반미 국가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의 방침에 대해 불만을 표명하는 중남미 국가들이 늘어나자, 한 때 미국은 미초청 국가의 ‘의견’을 미주정상회의에 반영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멕시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는 미주정상회의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의 정식 초청이 늦어지자, 미국과 가장 오랫동안 대치한 쿠바가 미국의 초청이 있어도 쿠바는 미국이 개최하는 미주정상회의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미국과 반목하는 국가들을 결집해 수도 하바나(Havana)에서 별도의 모임을 가졌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또한 미국이 제국주의적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불참을 결정하자 멕시코의 결정을 높이사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는 등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리고 니카라과 역시 쿠바와 베네수엘라와 동일한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에 협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는 적극적인 태도 보여
이처럼 미국의 방침에 비판과 불만을 쏟아낸 반미 국가와는 달리, 중남미 지역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인 콜롬비아는 당연스럽게도 미주정상회의에 참여했다. 이반 두케(Ivan Duque) 콜롬비아 대통령은 미주정상회의에서 미주 협회(AS/COA, Americas Society/Council of the Americas)의 수잔 시갈(Susan Segal) 최고경영쟈(CEO)를 만나 미국이 제안한 기후 변화 대응을 비롯하여 일자리 창출과 바른 민주주의를 위한 가짜 뉴스 퇴출 등의 이슈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다.

이는 에콰도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은행가 출신으로 우파 성향의 기예르모 라소(Guillermo Lasso)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계속해서 외국과의 교류 확대를 추구해 왔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정치나 외교적 이슈는 후순위로 미루는 모습도 보였다. 따라서 이번 미주정상회의에 나선 데에도 이러한 자신의 성향이 반영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은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미주정상회의 CEO 서밋에 직접 참여하여 닐 해링턴(Neil Herrington) 미국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 수석 부회장(Senior Vice President)을 만나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요청하는 등 미국과 적극적으로 친선 관계를 다지기도 했다.

미국 대 중국, 중남미에서 벌어지는 패권 경쟁

중남미 지역에서 활동 넓혀온 중국
미국이 제안한 APEP 계획에 많은 중남미 국가가 호응하지 않은 이유는 미국이 APEP를 통해 달성하려는 여러 목표가 중남미 국가의 입장에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프라 투자의 경우 미국이 아니더라도 중국이 이미 수년 전부터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를 통해 진행 중이던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는 경제적으로 많은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일대일로 계획에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Ángel Fernández)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중국이 아르헨티나의 중요한 사회ㆍ경제적 파트너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에 걸쳐 언급하기도 했다. 중남미 지역의 핵심 경제 중 하나인 브라질도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인프라 투자를 대거 유치하며 이미 브라질 이곳저곳에 중국 자본이 침투하여 중국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커져가는 상황이다.

미주정상회의 파행은 미국의 헤게모니 쇠퇴 의미할 수도
중남미 지역는 지리적으로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중남미 지역 국가 역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친선 관계를 유지하는 정책을 선택을 선택하고는 했다. 이는 중남미 지역에서 미국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미국은 경제력과 국제 무대에서의 지위를 바탕으로 아메리카 지역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중국이 G2 국가로 부상하면서 중남미 지역에 막대한 투자를 실행했고, 미국과는 달리 이념적인 요구도 하지 않으면서 다수 중남미 국가의 외교 친선 정책 방향이 미국이 아닌 중국을 향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이번 미주정상회의를 앞두고 많은 중남미 국가가 미국의 외교적 정책과 결정에 크게 반발한 것도 미국 외에 대안이 있다고 판단한 각국 정부의 결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주정상회의 주최국인 미국은 멕시코를 비롯한 여러 정식 초청국이 미국의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서 체면을 구기게 되었고, 이는 중남미 지역에서 정치적인 지각 변동을 의미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주정상회의 보이콧의 시작을 알린 멕시코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서방 진영을 비롯한 다른 어떤 나라에도 치우치거나 의존하지 않는 중립 외교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미주정상회의에 참석한 에콰도르도 미국의 정치적 이념에 동의하며 미주정상회의에 참석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우루과이는 이미 이전부터 중국과의 협력 확대를 추진했다.

반미 진영에 러시아도 가세
중남미 지역에서 미국의 헤게모니가 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이러한 상황을 더욱 가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후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제를 선언했고, 그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한층 악화되었다. 미국과 대립하게 된 러시아는 이전부터 미국과 대립하던 나라들과의 친선을 강화하려는 행보를 보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 러시아를 주축으로 한 반미 진영이 결집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표적으로, 베네수엘라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직후 러시아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으며, 에너지 부문을 비롯한 다른 사회ㆍ경제적인 분야에서 러시아 및 중국과 같은 반미 진영과 친선을 강화하기 위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직접 순회 해외 방문을 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미국 정계내에서도 일방적인 외교 정책을 포기하고 좀 더 포용적인 정책 기조를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쿠바에 대한 제재 조치는 실패한 정책이며, 베네수엘라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지그재그’ 외교

브라질도 중립 표방
중남미 최대 인구 브라질도 반미 진영 국가와 가까워지려는 정책 기조는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의 설득에 미주정상회의에 참석하기는 했지만, 이전부터 미국의 외교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계속했다. 특히, 취임 후 개발 정책을 우선하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환경 보호를 등한시 한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았고, 서방 진영의 기후 변화 대응 요구에 여러 차례 불만을 표현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전에는 직접 러시아를 방문하여 러시아가 브라질의 중요한 동반자라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전쟁과 관련하여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Vladimr Putin)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미국, 중남미 정책 전환해야 하나
중남미 지역에서 막강한 지위를 보유하던 미국은 미주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분열의 원인으로도 언급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와 반목하던 국가들이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했고, 이는 미국의 지위 약화를 불러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다원주의를 표방하기 시작했지만, 변화가 일어난 국제 정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미주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미국의 대외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경적이 울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러시아 제재와 중국과의 반목이 더욱 심화된 지금, 미국이 중남미 국가들의 목소리에 한층 더 귀를 기울일지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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