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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우크라이나 위기와 인도의 균형외교

인도 지 연 정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 2022/07/08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인도와 세계 주요국들 간의 대화 및 의견 조율이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의 국무 장관 및 외무 장관들이 인도를 방문하여 인도의 자이샨카르(S. Jaishankar) 외교부 장관과 우크라이나 사태 논의하였으며, 독일은 국가안보 보좌관(NSA)을 뉴델리로 파견하여 인도의 아지트 도발(Ajit Doval) 국가안보 보좌관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회담을 하였다.  일본의 경우 기시다 후미오(Kishida Fumio) 총리가 방문하여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와 회담을 가진 바 있으며,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우크라이나 대응에 대한 온라인 회담을 가졌다. 이외에도 인도는 프랑스나 아랍에미리트 등 여러 국가들과 지속적인 대화 채널을 가동 중이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인도는 인도-태평양 지역 외교의 주요 거점 국가이자, 우크라이나를 두고 벌어진 미국, 중국, 러시아의 경쟁구도에서 국제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냉전시대에도 인도는 비동맹주의 국가로서 이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 바 있으나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해 실제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인도는 국내 정치 및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너머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추세에 있으며,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맞이하여 국제 정치 및 경제 변화에 공동 대응을 요청 받는 주요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은 인도와의 대화 채널을 적극적으로 가동함으로써, 국제 분쟁에 관한 여론 조성에 인도의 영향력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인도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인도의 중장기적 외교 정책의 향방 및 영향력에 대해 눈 여겨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인도의 균형 외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에는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인도의 균형 외교와 접근방식의 전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인도가 보이는 특징적인 외교 행보는 세 가지이다. 첫째, 국제기구에서의 중립적 행보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엔은 긴급특별총회(UNGA)를 통해 2022년 3월 2일과 3월 24일 두 번에 걸쳐 유엔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3월 초에 채택된 결의안은 미국 및 서유럽 국가들의 주도로 상정되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러시아의 모든 군사적 행동을 멈출 것을 촉구한 결의안이다. 총 193개 회원국 중 141개 회원국이 찬성을 하였으며, 5개국이 반대했고 35개국이 기권하였다. 이후 3월 말에 채택된 결의안은 러시아의 군사 행위를 비판하고, 우크라이나 내의 민간인, 의료인 및 언론인들을 보호하고 구호물자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안이다. 총 140개국이 찬성하였으며, 38개국이 기권하였다. 이 외 4월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이사국 자격을 정지시키는 결의안 투표도 진행하였는데 총 175개국 중 찬성 93표, 반대 24표와 기권 58표로 최종 가결되었다.

인도는 세 가지의 결의안 ‘모두’ 기권하였는데, 결의안 채택 전 여러 공식 자리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러시아의 호전적인 군사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삼가왔다. 이뿐만 아니라, 인도는 주요 다자회담인 쿼드(QUAD) 정상회담에서도 나머지 3개 회담국 (미국-호주-일본)과 상이한 포지션을 유지함으로써 독립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인도는 2022년 3월 초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쿼드 멤버국 정상회담에서 여타 회담국들과 달리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공동대응 전선에 참여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 국가와 현 사태의 인식에 차이점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지난 두 달간 보여준 인도 정부의 외교 방향성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시대와 인도-미국 협력을 중심으로 두고 분석하는 많은 전문가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인도의 또다른 특징적인 행보는 국제기구에서 보이는 수비적인 외교적 행보와 대비되는 적극적인 양자회담 전략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인도는 미국, 러시아, 중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캐나다 등과 정상회담 혹은 장관급 회담을 긴급히 개최하였다. 인도가 이들 국가와 가지는 양자회담은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국제 정세 변화에 대한 상호 인식을 증진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인도 정부는 이들 국가와의 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안으로 야기되는 국제정치-경제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도의 외교 관계 포트폴리오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데 더 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외교관계 포트폴리오 조정은 중장기적으로 강대국 대열 진입을 목적으로 하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야기되는 여러 국제 정치-경제적 공백으로의 자연스러운 진입과  입지를 세우는 것에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인도는 양자회담을 바탕으로 유럽 주요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 기저에는 원칙적으로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안착 되기를 동의하나 러시아에 대한 견해차를 인정하고, 서로간 다국적 공동 대응 전선 참여에 관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으며, 그 외 거의 모든 분야 (경제, 과학, 기술, 교육 등)에 대해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인도의 방식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민감해진 모든 유럽국가들에게 심리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도는 5월초 모디 총리의 독일, 덴마크, 프랑스를 방문하는 유럽 순방을 통해 인도와 유럽 순방국들 사이에 러시아에 대한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대체 불가능한 외교적 거점 국가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였다. 그리고 이 점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도는 적극적 양자회담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여 실리를 취하고자 하려는 점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인도 정부의 전략은 그간 낮아진 경제 성장세를 탈피하고자 하는 인도 경제계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022년 3월 인도의 이코노믹 타임즈가 주최 한 이코노믹 타임즈 어워드(Economic Times Award)에서 코탁 마힌드라 은행 CEO인 우다이 코탁(Uday Kotak)을 비롯한 많은 경제 인사들이 인도의 경제 정책에 지정학 (geopolitics)이 다시금 주요 요인으로 자리잡았다는 데 크게 동의하며, 경제 성장 및 수출 확대를 위한 인도의 중립적 균형외교에 대하여 만족감을 나타냈다. 즉, 미국-러시아 대립으로 비춰지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정치적 갈등 상태에 인도가 균형을 유지해야 하며, 국제 경제에 발생하는 공백에 인도가 진입하여 경제적 선진국이 되려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내적 공감대 형성은 인도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데 심리적-전략적 지지선이 되고 있다. 다만 냉전시대 균형 정책과 상이한 점은 인도 정부가 경제 성장 회복세와 더불어 세계 공급망 허브로서의 도약이라는 두 가지 기초 작업에 무엇보다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1).

세번째 특징은 인도가 미국과 러시아의 라이벌 구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많은 전문가들이 인도의 대미, 대러 외교 분석을 통해 인도가 어느 나라에 더 우호적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해 왔다. 인도와 미국이 2+2 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양자회담에서 서로간 상이점을 확인하는 반면 인도와 러시아는 양국의 연방은행과 중앙은행을 통해 원유와 석탄 수출입 결제 및 무기 구매를 위한 결제를 루블화로 진행하고자 하는 등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보고 전문가들은 인도의 외교 정책 향방을 분석했다2). 그러나 인도의 대러 협력은 양국이 지속해 온 냉전시대의 유산을 이어 간다거나 우호적 관계의 배경 때문 만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인도는 러시아가 단기간 국력 약화를 경험한다면 인도 국방 및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균형을 일정부분 유지하게 하려는 접근을 하고 있다. 인도-러시아의 방산 협력의 경우, 인도에서 차지하는 러시아제 무기 수입량은 전체 무기 수입의 46%(2017~ 2021년 기준)로 그 전 5년(2012~2016년)간의 69%를 보다는 현저하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인도 주요 무기의 75~80%에 달하는 부분이 러시아제 이거나 러시아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점차 무기 수입의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러시아 국방 기술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으며, 주요 전략 무기 연구 협력을 지속하고 있으므로 러시아의 급작스러운 변화 및 국력 약화는 인도의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국력이 약화된다면 자연적으로 인도-러시아 협력이 약화되고, 인도가 미국을 주요 무기 수입국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하지만 그간 국제정세에 관해 인도와 미국 간 이해의 차이가 지속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볼 때 인도가 미국과의 방산 협력을 대러시아 협력만큼 끌어올릴 의지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오히려 현재 인도는 러시아가 현재의 지위와 위치를 유지함으로써 급격한 외교적 안보적 공백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인도는 대미협력의 속도를 조절하고 대러협력을 지속하는 적극적인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하는 포지션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 외교의 향방과 시사점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 규모나 영향력을 봤을 때 국제정치 및 국제경제적으로 상징성 및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두는 국가의 수는 제한적인데 인도 역시 이와 비슷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인도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균형추로서의 역할, 중국 위협에의 대응, 아프가니스탄 안정 및 파키스탄과의 관계, 사이버 안보 강화 등을 더욱 중요한 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 자체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외교력을 투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에 대한 책임을 따지는 정치적 사안에는 거리를 두고, 인도 국내외 안정 및 경제적 실리를 취하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 

인도의 이 같은 균형외교 방식과 전략은 앞으로도 비슷한 패턴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향후 인도의 가능성을 보고 접근하는 많은 국가들은 인도의 이러한 외교적 패턴을 분석하여 최소한의 외교적 압력과 최대한의 경제적·기술적 그리고 안보협력에 있어 실리를 취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5월 모디 총리 순방에 포함된 독일, 덴마크, 프랑스 등과 일본,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등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인도의 외교적 접근에 비판을 삼가하고 오히려 협력 확대를 시도한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한국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인도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 각주
1) 인도가 현재 세계 공급망에 새로운 공급자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첫번째 아이템은 곡물(밀)이다. 이집트, 터키, 이라크, 알제리, 레바논 등 전 세계 30여 개국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밀을 주로 수입하고 있으며, 그 중 절반은 이들 두 국가와 오랜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도 그간 밀 수출 양을 늘려왔으나 대부분 방글라데시, 네팔, 아랍에미리트, 아프가니스탄 등 주변국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불과 전 세계 밀 수출량의 1%를 차지하였다. 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18%와 10%를 맡으며 단일 수출국가로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의 밀 수출량이 약 45%까지 줄어든 상황과 날이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우크라이나의 밀수출 현황으로 인도는 이집트, 이라크, 터키, 아랍에미리트 등의 국가들과 대화를 통해 밀 수출량을 늘릴 전망이다. 그리고 식량 안보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이집트, 터키, 레바논 등의 대상국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고 신속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로 들어설 경우 곡물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공급 아이템 수출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2) 인도는 그간 2%를 상회했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늘리고 있으며, 러시아는 더 저렴한 가격에 루블화를 이용한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이라크, 사우디, 아랍에미리트에서 수입하는 원유가 큰 부분을 차지하며, 작년과 올해에 걸쳐 미국에서 수입하는 원유는 인도 전체 수입량의 7.3%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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