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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NATO 확대를 둘러싼 서방-터키 갈등: 각국의 의중과 향후 전망

튀르키예 Bexultan Zhapar International Institute for Counter-Terrorism (Herzliya, Israel) Researcher 2022/07/08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제공하는 안전보장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레 높아지면서, 전통적으로 중립 정책을 고수하던 스웨덴과 핀란드도 이번에 NATO 가입을 정식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현재(6월 중순 기준) 튀르키예가 미국에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 두 나라의 가입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앞으로의 가입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튀르키예의 손에 상당 부분 달린 상황이다.

NATO의 동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러시아를 도발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이전 수십 년간 NATO 가입을 논의하는 것조차도 금기로 여겨 꺼렸던 스웨덴과 핀란드이지만, 이들도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는 큰 충격을 받아 결국 벨기에 브뤼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NATO 사무총장에 공동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참여가 NATO 회원국의 공동 안보를 강화함과 동시에 NATO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점, 그리고 침공은 이를 행하는 국가에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 평하면서, 이들 국가의 가입 승인 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1). 군사 분야 전문가의 분석에 의하면 스웨덴과 핀란드는 이미 NATO 가입을 위한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상태이기에 앞으로의 가입 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은 상기 두 나라가 테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명목으로 가입 반대 의사를 표명했는데, 이는 튀르키예가 테러리스트로 지명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들이 이들 북유럽 국가에서 난민 자격으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NATO 확대가 실제로 이루어질지의 여부가 결국 에르도안 대통령의 수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의 요구사항
튀르키예는 자국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쿠르디스탄 노동자당(PKK, Kurdistan Workers’ Party) 및 관련 조직에 대한 지원을 스웨덴과 핀란드가 공개적으로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튀르키예를 제외한 NATO 국가들이 PKK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와의 전투에서 시리아에 소재한 PKK 관련 단체에 무장을 지원한 사례가 튀르키예와 여타 회원국 사이의 큰 갈등 요소로 기능한 바 있다2).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튀르키예는 미국의 제재로 판매가 중단된 신예 F-35 전투기 공급이 재개된다면 스웨덴과 핀란드의 NATO 가입에 동의하겠다는 조건도 내세웠다. 여기서 말하는 제재는 튀르키예가 러시아로부터 S-400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입하자, 이 과정에서 파견되는 러시아 전문가들이 튀르키예의 방공체계에 침투할 가능성을 우려한 미국이 F-35 인도를 거부하면서 일어난 것이다. 튀르키예에 있어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중요한 동맹국이지만, 튀르키예가 미국이나 여타 NATO 회원국과 맺고 있는 관계는 그리 순탄치 않다. 튀르키예는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오늘날 대(對)러시아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은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 PKK와 연계된 무장 조직에 각종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미국-튀르키예 관계는 상당한 모순점을 안고 있는 상황이며, 일부 민감한 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일이 굉장히 어렵다.

튀르키예 주재 오스트리아 대사를 역임한 클라우스 뵐퍼(Klaus Wölfer)는 튀르키예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군사 강국이자 필수불가결한 동맹국이라 평한 바 있다. 뵐퍼 오스트리아 대사는 튀르키예가 미국에 대해 지닌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기 체계와 관련한 양국 간 협력의 재개가 선결요건이라 보았으며, 특히 튀르키예 국민들이 미국의 정책에 보내는 지지가 극도로 낮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3).

각 진영의 의중 분석
서방과 러시아 간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튀르키예 대외정책을 감안하면 서방 측에서도 튀르키예가 스웨덴과 핀란드 가입에 무조건 찬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공산이 크다. 물론 서방 진영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장비나 인도주의적 지원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NATO 차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해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장도 그다지 명확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서방이 튀르키예의 균형 외교만을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할 때, NATO 가입과 같이 안보 지평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중대 결정은 잠재적 장애물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고서는 내려질 수 없다는 점에서 서방 진영도 각국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스웨덴과 핀란드의 NATO 가입안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충분히 예상해 보았을 것이다. 즉, 이들 2개국은 이번 가입 신청이 아무런 문제 없이 순항할 것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NATO의 동진을 시사함으로써 러시아에 분명한 경고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에서 가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한편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이 이 이상 격화되는 일은 NATO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바라지 않기에, 우크라이나는 앞으로도 양 진영 사이의 완충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을 통한 NATO의 동진도 서방이 실제로 성사를 바라는 목표라기보다는 러시아가 이 이상 분쟁 격화를 시도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경고 장치라고 해석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문제
우크라이나를 두고 나타나는 미국 및 NATO 진영과 러시아 사이의 갈등은 튀르키예-그리스 관계의 유서 깊은 분쟁을 재점화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튀르키예가 북유럽 2개국의 NATO 가입을 거부한 직후에 미국의 초청으로 의회에서 연설한 그리스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Kyriakos Mitsotakis) 총리는 튀르키예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고4), 튀르키예에 F-35 전투기를 판매할 경우 그리스 전체가 격노할 것이라면서 미국 의회에 이를 막아줄 것을 호소했다. 오늘날 그리스는 에게해(Aegean Sea)를 사이에 둔 파트너이자 경쟁국인 튀르키예와의 군비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고, 튀르키예가 유럽연합(EU) 가입에 애를 먹고 있는 것도 튀르키예와 영토 분쟁을 겪는 그리스와 키프로스가 반대 의사를 밝히기 있기 때문인 점이 크다. 즉, 어떻게 보면 스웨덴과 핀란드의 NATO 가입 문제에 대한 여지는 비단 튀르키예뿐만 아니라 EU 회원국인 그리스의 손에도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튀르키예의 입장에서 EU는 이전에 가입을 신청했을 정도로 경제적 중요성이 큰 파트너이지만, 그 반대로 그리스를 비롯한 EU도 급격한 물가 상승, 우크라이나 난민 사태, 에너지 가격 폭등이라는 맥락 아래 튀르키예와의 관계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튀르키예가 EU와의 약속을 어기고 자국 내에 거주하는 난민이 유럽으로 건너가도록 방치할 경우 난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기 때문에 그리스와 튀르키예가 어떤 관계를 노정하는가가 서방 진영의 결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
러시아와 튀르키예는 지난 역사에서 수차례의 전쟁을 겪는 등 서로와의 관계가 평화롭지만은 않았지만, 튀르키예는 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EU,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자 애쓰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서방 진영에서는 튀르키예가 러시아의 이른바 ‘비밀 병기’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일례로 폭스뉴스(Fox News)는 튀르키예 정부가 이전에도 여러 번 서방 진영의 구상에 어깃장을 놓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지난 2016년 군부의 쿠데타 시도 이래 에르도안 대통령이 NATO의 입지를 흔들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5).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을 놓고 일어나는 NATO의 내분은 러시아에 있어서도 굳이 나쁜 전개가 아닌데, 본 사안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드미트리 페스코프(Dmitry Peskov)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문제는 스웨덴과 핀란드라는 가입 희망국, 그리고 튀르키예라는 기존 가입국 사이에 벌어지는 NATO 내부의 문제이므로, 우리는 해당 문제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6). 러시아는 북유럽 2개국의 NATO 가입이 현재 튀르키예의 입장을 감안할 때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위와 같은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론 및 향후 전망
먼저 미국은 튀르키예 공군이 바라는 F-35 대신 상대적으로 구형인 F-16 전투기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튀르키예가 S-400 방공체계 도입을 포기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한편으로는 해당 방공체계를 우크라이나에 공여해 우크라이나군의 방공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안도 존재하나, 이 선택지는 러시아의 분노를 살 공산이 큰데다, 튀르키예 리라 화폐의 급격한 가치 하락과 국민적 불만이라는 문제를 애써 무시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를 떨어뜨릴 위험성도 내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이래 튀르키예는 양 당사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한편으로 시리아에 파견된 튀르키예군의 안전 보장을 위해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무인기 전력을 제공하고 있는 튀르키예의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특정국과의 전면적인 분쟁을 피하고자 노력할 수밖에 없다. 서방 일각에서는 발트해(Baltic Sea)에서 NATO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튀르키예를 NATO에서 제명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하지만, 기존 회원국에 대한 구체적 제명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오늘날 NATO는 분명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별다른 안보 위협이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EU 국가들 사이에서 과연 NATO 가입이 필요한지에 대한 회의론이 일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는 안전보장에 대한 수요가 냉전 당시 수준으로 급증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만약 스웨덴과 핀란드의 NATO 가입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이는 앞으로 발트해와 북극에 새로운 지정학적 위험요소가 생겨나고, 이들 지역이 서방-러시아 간 새로운 충돌의 장으로 비화하게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북유럽 2개국의 NATO 가입에 대한 튀르키예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나타난 갈등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는 튀르키예는 상대편에 대한 자신의 요구가 서면으로 확실히 관철될 때까지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고, 튀르키예에 대한 EU 전반의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웨덴과 핀란드도 튀르키예에 쉽사리 양보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튀르키예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판세는 달라질 것이다.

상기 내용을 정리해보면, NATO 확대를 둘러싼 갈등에는 반드시 표면에 드러나지는 않는 각국의 의중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늘날의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과 러시아, 스웨덴·핀란드와 튀르키예, 그리스 등 다양한 국가의 핵심적 이익이 결부된 해당 문제는 앞으로도 큰 돌파구 없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현대 정치에는 객관적 분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도 일어나기에, 그 어떤 결과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튀르키예나 러시아처럼 단 한 사람에게 대외정책의 전권이 주어지는 체제에서는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개인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판이 바뀔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튀르키예 입장 관련 보론(補論)
NATO 지도자들이 만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논의한 7월 29일의 마드리드 정상회의에서 튀르키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신규 가입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는 북유럽 2개국이 튀르키예에서 테러 단체로 지정된 PKK 및 그 파생 단체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를 수용하겠음을 서면으로 확약함에 따른 것으로, 상기 3개국은 정상회의 이전에 이와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잠정적인 서면 확약을 받은 튀르키예는 일단 두 나라의 NATO 가입 과정이 진전될 수 있도록 거부권을 철회했으나, 아직 가입 확정까지는 최대 1년가량의 절차가 남아 있다. 해당 가입안은 궁극적으로 모든 회원국 의회에서 비준을 받아야 비로소 최종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튀르키예 의회에서 승인받지 못하면 스칸디나비아 2개국의 NATO 가입도 완료될 수 없다. 따라서 해당 국가들은 자신의 의무를 지켜야만 한다”라고 발언하면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확약 준수 여부에 따라 튀르키예 의회의 비준 여하가 결정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범죄자로 지목해 튀르키예로 송환할 것을 요구한 무장투쟁 인사의 목록에는 스웨덴 및 핀란드 시민권자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의 송환은 두 나라 대중의 공분을 살 공산이 크기에 실현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본문에 적은 바 있듯, 북유럽 2개국 NATO 가입은 각국 의회 비준 절차의 존재로 인해 매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스웨덴과 핀란드가 튀르키예의 요구사항에 대한 서면 합의를 실제로 이행할지, 그리고 튀르키예가 상대방의 의무 이행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 이번 합의는 튀르키예 정부가 추후 언제든지 입장을 바꿔 NATO 가입 절차에 다시금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거둔 정치적 승리로 평해볼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1) NATO, 2022
2) Kucukgocmen, 2022
3) Wölfer, 2022
4) United States Senate Committee on Foreign Relations, 2022
5) Weinthal, 2022
6) RIA Novosti Staff,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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