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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쿠바, 국제정세의 소용돌이 속으로

중남미 기타 곽재성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2022/07/12

1. 코로나19 시대, 쿠바의 최근 동향
2021년 4월, 쿠바의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를 이끌어 갈 지도자로 혁명 이후 세대인 61세의 미겔 디아스-카넬(Miguel Mario Díaz-Canel Bermúdez)이 당서기로 임명되었다. 디아스-카넬은 라울 카스트로(Raúl Castro)로부터 국가평의회 의장직(이후 대통령으로 개칭)에 이어 2021년 당 제1서기직까지 물려 받아 서열 1인자로 부상하게 되었다1). 바로 3개월 뒤, 수천 명의 쿠바인들은 전국적으로 식료품 부족과 잦은 정전, 높은 물가 등에 항의하며 거리로 몰려나왔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반정부 시위는 매우 드문 현상인데, 이번 사태의 주된 원인은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심화된 경제난이다. 식료품을 구하는 줄이 길어지고, 하루 몇 시간씩 정전으로 인한 암흑이 이어졌으며, 의약품 부족이 심각해진 바 있다. 극심한 생필품 부족에 시달린 시민들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시위를 계획한 뒤 거리로 나와 독재 타도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나 일부는 경찰에 돌을 던지거나 자동차와 상점 등을 파괴하기도 했다2). 정부의 신속한 강경진압으로 시위대 활동은 급격히 위축되었지만, 이번 시위의 원인인 쿠바 경제위기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쿠바 경제위기의 배경으로 최대 교역국인 베네수엘라 경제위기, 니켈 등 주요 수출 원자재 가격 하락, 허리케인 피해 등을 우선 들 수 있다. 나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최대 외화수입원 중 하나인 관광산업이 2019년(–0.2%)과 2020년(–10.9%),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무역수지 적자를 서비스수지의 흑자를 통해 보전하는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워, 만성적 무역수지 적자를 메울 방법이 요원해진 것이다. 팬데믹 이전에 쿠바는 관광수입(연 35억 달러 내외), 재외동포송금액(연 30억 달러 내외), 의료서비스 수출(연 60억~80억 달러) 등을 통해 서비스 부문의 흑자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2021년 서비스 수지의 흑자(약 74억 달러)가 예년 대비 30% 감소하여, 전체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였다(KOTRA 2022). 

이에 더하여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정부의 대(對)쿠바 강경정책 선회로 경제 제재가 본격화됨에 따라 쿠바 경제는 1990년대 초반 구 소련의 몰락에 따른 경제위기(Special Period) 이후 최대의 위기 상황에 처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되면서 외채(적어도 쿠바 GDP의 20%이상으로 추정)가 증가했고, 쿠바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산을 예방하고자 단행한 국경폐쇄조치 등으로 수출입 및 관광산업이 위축되었다. 미국의 대(對)쿠바 제재 강화 및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내 쿠바인들의 외환송금도 대폭 축소되어 결국 외환유동성 악화를 초래하였다. 이와 같이 쿠바가 당면하고 있는 일련의 정치, 경제적 어려움의 근본적인 배경은 미국과의 관계를 비롯한 국제관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 

[표 1] 쿠바의 주요 경제지표
참고: 2021년 추정치, 2022년 전망치
자료: EIU, IHS, ONEI, KITA 자료, KOTRA (2022, 3)에서 재인용


2. 불안정한 미국-쿠바 관계
쿠바는 미국과 단교한 1961년 이후 구 소련 블록에 편입되어 아직도 친 러시아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 당시 미-쿠바 국교가 정상화되었으나,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다시 경제제재를 추진하여 현재 조 바이든(Joe Biden) 미 행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한 미-쿠바 국교 정상화는 곧바로 경제협력으로 이어졌다. 22개의 양자 협정이 체결되었으며, 미국의 투자가 유입되었고, 양국 간의 무역이 증가했으며, 수십만 명의 미국인들이 쿠바를 방문하여 관광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쿠바 수도 아바나(Havana)는 미국에 기반을 둔 유람선, 암 연구에 대한 의료 협력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문화, 스포츠, 학술 교류도 활성화되었다. 2016년 3월,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약 90년 만의 현직 미국 대통령 쿠바 방문을 이루어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시행한 법적 제재는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미국 의회는 각각 1992년과 1996년, 이전에는 행정명령에 불과했던 경제재제(엠바고, embargo)를 법으로 성문화하여 미국의 무역, 투자, 쿠바로의 여행을 원천 차단한 바 있다. 그런데다가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對)쿠바 화해 정책은 동 법의 개정 또는 폐기가 아닌 행정명령을 통해 진행되었기에, 트럼프 집권 이후 간단히 뒤집을 수 있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오바마 전 미 대통령 시절 수립된 쿠바-미 관계의 화해무드를 뒤집어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180도 선회하였다. 쿠바로의 송금액을 분기마다 최대 1,000달러로 제한하고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포함시켰다. 최대 수입원인 쿠바 관광산업에 타격을 주고자 미국인들의 쿠바 관광산업여행를 제한하는 목적으로 ‘people to people' 여행 면허를 폐기하고 단체 여행을 제한하며 크루즈선의 쿠바 정박을 불허했고, 미국 항공사와 전세기가 아바나외 타 도시로 비행하는 것을 제한하였다. 쿠바 정권에 대한 금융 및 은행 규제를 확대하였고, 쿠바로의 운송에 대한 제한도 강화되었다(Sabatini 2022). 

2019년 4월, 당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96년 쿠바 자유민주연대법(The 1996 Cuban Liberty and Democratic Solidarity Act, 일명 헬름스 버튼(Helms-Burton)법) 제3조가 최초로 적용되어 미국 국민들이 혁명 후에 쿠바 정부에 의해 수용된 재산을 소유하거나 이익을 얻는 단체들을 고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2020년 5월까지 51개 기업을 상대로 25건의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아마존(Amazon), 익스피디아(Expedia), 이베로스타(Iberostar), 마스터카드(Mastercard), 엔에이치호텔(NH Hotel), 페르노리카(Pernod Ricard), 로얄캐리비언(Royal Caribbean), 트리바고(Trivago), 비자(Visa) 등이 청구 대상이 되었다. 미국의 이 같은 강경 조치에 대해 캐나다와 EU는 이 조치를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바 있다. 

미국 내의 여론도 쿠바에 강경한 쪽으로 선회하였는데, 2014년 플로리다 국제대학이 실시한 조사에서 100만 명 이상의 쿠바계 미국인이 살고 있는 마이애미데이드(Miami -Dade) 카운티의 다수(68%)는 미국의 대(對)쿠바 제재에 반대하고 외교관계 수립에 찬성했는데,  2020년의 조사에서는 플로리다주 남부의 쿠바계 미국인 대다수가 견해를 바꾸어 60%가 엠바고의 지속을 지지하게 되었다3).  

2021년 한 해 동안 바이든 미 행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적 접근 차원에서 쿠바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쿠바계 미국인들을 상징적으로 백악관에 환영하는 것 이상의 명백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제제재를 철회하는 것은 대(對)쿠바 정책 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 이니셔티브에 대한 변화라는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자 바이든 미 행정부는 국내적 대응에 치중하여, 대(對)쿠바 제재의 전환 또는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제제재가 쿠바 경제난의 주된 원인이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전 미 대통령의 엠바고 선언 60주년인 2022년 2월 3일, 쿠바 지도자들은 다시금 금수 조치의 종결을 요구했는데, 그 배경은 극심한 식량난이다. 쿠바는 낮은 생산성과 서투른 중앙 경제 통제로 인해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하고 있다. 2000년 미국의 엠바고에서 식품이 제외되는 것으로 개정되었지만 현금이 부족한 쿠바 정부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어려울 때는 뉴질랜드와 같은 다른 국가로부터 우유와 같은 주요 식품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농부들과 식품 생산자들은 쿠바 시장에 판매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로비를 해왔다. 일부는 미국의 경제 엠바고가 플로리다의 표를 얻기 위해 이용될 뿐, 이미 역할을 잃었으며 대국으로서 경제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쿠바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측에서는 쿠바에 대한 경제적 규제를 풀면 쿠바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 와중에 미국으로 향하는 쿠바 이주민이 지속적으로 대량 발생하고 있다. 2022년 4월 기준, 198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의 쿠바인들이 미국 남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이주하고 있다. 이주의 루트로 과거 해상 (보트피플) 중심에서 육로를 통한 대규모 유입도 증가하고 있는데,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통계에 따르면 2022년 3월 멕시코 국경을 따라 미국으로 넘어온 3만 2,000명 이상의 쿠바인이 미국에 억류된 바 있다. CBP는 2022 회계 연도 동안 15만 5,000명 이상의 쿠바인을 체포하였는데, 이는 2021년 통계의 거의 4배에 달하며 2020년 대비로는 12배 증가한 수치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2021년 가을 쿠바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시행한 니카라과로 날아간 뒤, 육로로 텍사스의 델 리오나 애리조나 주의 유마에 도착해 망명 신청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미국 국경 요원들에게 자수하는 형태이다. 물론 추방되는 경우도 있다(Armario외 2022). 

이전의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바이든 미 행정부에 쿠바 이주민 급증은 대(對)쿠바전략을 재구성하라는 새로운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롭게 유입되고 있는 쿠바 불법입국자들은 남부 플로리다내 라티노 지역사회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비자를 합법적으로 발급 받는 것이 어려워지자 많은 쿠바인들이 제3국 경유 등의 여러 수단을 동원해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3. 주목받는 러시아-쿠바 관계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쿠바는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였다.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쿠바는 구소련 시절 부터 수 십년 동안 러시아의 동맹국이었으며,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쿠바의 입장이 발표되기 전인 2022년 2월 19일, 러시아 부총리 유리 보리소프(Yuriy Borisov)는 쿠바를 방문해 양국의 교통, 에너지, 산업, 은행 등에서의 협력 관계를 심화시키고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역시 쿠바를 방문한 뱌체슬라프 볼로딘(Vyacheslav Volodin) 러시아 하원 의장은 미국이 부당한 제재로 쿠바와 러시아를 탄압하려 한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였다. 

팬데믹으로 쿠바의 관광 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시점에서 당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송금액 제한 등의 대 쿠바 제재는 쿠바가 러시아와 같은 동맹국들에 점점 더 의존하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 이에 호응하여 러시아는 대규모의 차관을 쿠바에 공여하여 경제위기 속의 쿠바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는 소련 시절에 발생한 쿠바의 부채 320억 달러(한화 약 40조 9,671억 원)를 탕감했으며 수십만 배럴의 석유를 쿠바에 제공하였다. 나아가 2006년에서 2019년 사이에 러시아가 쿠바에 제공한 23억 달러(한화 약 29조 4,451억 원)의 차관은 발전, 금속, 교통 인프라에 대한 투자에 활용되었다. 2022년 2월 22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둔 러시아는 쿠바를 비롯한 서반구 동맹국들과의 ‘전략적 동맹’ 공세의 일환으로, 쿠바에 대한 23억 달러(한화 약 29조 4,451억 원)의 대출금 상환을 2027년까지 연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Miller 2022).

러시아가 쿠바의 부채 상환을 연기하기로 합의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으로 미국을 비난하는 논조의 성명이 쿠바 정부에서 발표되었다. 2022년 2월 22일, 쿠바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켜 위기를 악화시켰다는 성명을 발표하였고, 나아가 쿠바는 “미국 정부는 몇 주 동안 러시아를 위협해 왔고,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임박한 대규모 침공'의 위험에 대해 조종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무기와 군사 기술을 공급했고, 역내 여러 나라에 군대를 배치했으며, 일방적이고 부당한 제재를 가했으며, 다른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비난하였다(Sherwood 2022). 나아가 페드로 루이스 쿠에스타(Pedro Luis Cuesta) 쿠바 대사는 우크라이나의 위기를 러시아의 안보에 대한 우려를 무시한 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nization)를 러시아 국경을 향해 계속 확대하겠다는 미국의 무리한 확장이 가져온 결과이며, “이 분쟁의 단계적 확대를 촉발시킨 공격적인 행동을 취한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았다”고 발언한 바 있다(Entin외 2022).

그런데, 쿠바와 러시아 간 우호 관계 못지않게, 쿠바와 우크라이나 간 국제적 연대의 역사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1990년 초, 쿠바 정부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현장인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 과학자 대표단을 파견했다. 원전사고 피해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던 소련 붕괴 직후 우크라이나 정부를 위해 쿠바 정부는 ‘체르노빌의 아이들(Children of Chernobyl)’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1990년부터 2011년까지 2만 5,0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쿠바로 이송해 치료를 제공한 바 있다. 쿠바 역시 당시 소련의 해체로 인해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연대의 의미에서 쿠바가 동 프로그램을 지원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4. 우크라이나 사태 맥락에서의 미국의 대(對)쿠바 정책
미 정치권에서 쿠바는 계륵과 같은 존재로서, 보수층이 지지하는 제재를 풀면 정치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반면, 관계 개선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은 크지 않다. 보수화된 탈 쿠바 출신의 정치인들-상원의원인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테드 크루즈(Ted Cruz), 그리고 로버트 메넨데즈(Rovert Menendez)-로부터의 정치적 반발 역시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이, 미 정가에서 쿠바 이슈는 정치적 편익이 낮은 어젠다로 인식되나, 쿠바의 지속적인 고립이 역내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쿠바 이슈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미-러, 미-중 간 대립이 심화되면서 쿠바를 비롯한 인근 카리브 지역은 미국에 대한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러시아는 미국과 NATO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경우 러시아가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무기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려 했으나,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서방국가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결국 기권하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침공에 대한 이러한 쿠바의 지지를 비난한 바 있다(Sabatini외 2022).

다른 한편, 쿠바는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베네수엘라-러시아 관계에도 영향을 받는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인 로스네프트(Rosneft)는 쿠바에 석유를 공급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의 국영 정유사인 PDVSA와 3자 관계(three-sided relationship)를 맺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신속한 제재를 하겠다고 위협하자 파나마 운하에 정박해 있던 유조선이 항로를 바꿔 쿠바에 도착했다. 이 유조선(Eco City of Angels)은 러시아 나홋카(Nakhodka) 항에서 석유를 싣고 쿠바 마탄자스(Matanzas)에 도착했다. 러시아는 과거 마두로 대통령의 지원으로 쿠바에 석유를 보낸 적이 있으며, 이번 유조선 역시 3자 합의의 일부일 가능성이 크다4)

쿠바의 주요 후원자는 러시아가 아닌 베네수엘라이기 때문에 미-베네수엘라 관계가 쿠바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PDVSA의 인프라 붕괴와 쿠바에 베네수엘라 석유를 운송하는 해운사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쿠바에 석유 공급을 지속하였다5).

최근 미국의 대 베네수엘라 경제제재 해제 여부에 대해 미국과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 간의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이는 러시아가 이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험을 미국이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협상이 쿠바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미국이 석유를 수입할수록 여유가 생긴 베네수엘라는 점점 더 많은 양의 석유를 쿠바에 선적할 것이며, 쿠바 정부가 그 석유의 일부를 공개 시장에서 재판매해서 추가적인 현금을 확보하여 생존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뜻 보아선 미국이 원하지 않는 방향이나, 이와 같은 현상유지(status quo) 시나리오를 미국이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어 러시아나 중국 등 외부 세력이 뒷마당(쿠바)에 대한 세력 확장의 기회로 삼는 것은 적극 차단하려 할 것이며, 그 수준에 따라 미국의 대 쿠바 대응(engagement) 수준이 결정될 것이다.

 

* 각주
1) 라울 카스트로의 사임이 행정권력의 이양일 수 있으나 실 권력은 여전히 군부에게 있다는 분석도 주목할만 하다. 쿠바의 그림자 엘리트의 핵심 인물로 카스트로의 전 사위인 루이스 로페스 칼레하스(López Callejas) 장군과 라울 카스트로의 아들 알레한드로 카스트로 에스핀(Alejandro Castro Espín) 대령 등이 지목된다. 로페스 칼레하스는 호텔, 건설, 물류, 외환 거래 등 쿠바 경제의 약 75%를 통제하는 군부 직속 대기업인 가이사(Gaesa)를 이끌고 있는 살아있는 경제권력이기도 하다(Felipe 2021). 
2) 시위를 조직한 것은 3만 1,000여 명의 회원을 둔 페이스북 그룹 '아르치펠라고'로, 주니어 가르시아라는 극작가가 그룹을 이끌었다. 시위 당일 주니어 가르시아는 가택연금을 당해 나오지 못했으나, 반체제운동의 상징인 하얀 장미를 흔들며 동참한 바 있다. 
3) 1959년부터 미국으로 이주한 쿠바계 이민자들은 매우 다양하고 다면적인 위치에 처해있는데, 우선 초기 쿠바계 이주자들은 라티노 사회에서 보수 기득권층을 형성하여 대 쿠바 강경 보수 노선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최근 이주자들은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4) 러시아의 우랄 원유를 정유하기 위해 쿠바 시엔푸에고스(Cienfuegos) 정유공장이 건설되어 쿠바는 러시아 석유를 저장하거나 정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5) https://www.miamiherald.com/news/nation-world/world/americas/cuba/article2596248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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