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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중남미 내 진보주의 좌파 득세, 제2의 핑크타이드

중남미 일반 EMERiCs - - 2022/07/29




좌파 성향 후보의 연이은 승리
콜롬비아에서 사상 최초로 좌파 정부가 들어설 예정이다. 얼마 전 끝난 대선 최종 투표에서 전직 게릴라 출신이자 좌파 성향의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후보가 중도 우파 성향의 로돌프 에르난데스(Rodolfo Hernández) 후보에게서 승리를 거두고 콜롬비아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인 신분이 된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는 특별히 심각한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2022년 8월 이반 두케(Ivan Duque) 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게 된다.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의 당선으로 중남미에서는 좌파 성향 정부가 집권하는 국가가 한 곳 더 늘어나게 되었다. 콜롬비아에 앞서서 2022년 5월 칠레에서 진보 좌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 대통령이 취임했고, 지난 2021년에는 빈농 교사 출신의 좌파 페드로 카스티요(Pedro Castillo) 대통령이 페루의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또한, 멀리는 멕시코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대통령이 2018년 우파 정권을 끌어내린 좌파 성향 정치인이며, 아르헨티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ández) 현직 대통령 역시 2019년 좌파 이념을 기반으로 한 페로니즘(Peronism) 복귀를 알린 바 있다.

여기에, 중남미의 최대 인구 국가인 브라질이 2022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현 대통령을 좌파 룰라 다 실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후보가 지지율에서 큰 차이로 앞서고 있어 브라질도 좌파 정부가 계속 들어서고 있는 작금의 중남미 정치권 대열에 합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촉진한 변화
2021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약 10개월 동안 페루, 칠레, 그리고 전통적으로 우파 성향이 매우 강했던 콜롬비아까지 좌파 정권이 들어설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중남미에서 변화를 원하는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높아졌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안긴 경제 충격과 관계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소득이 낮은 가구나 개인에게 더 큰 피해를 입혔는데, 중남미는 전  세계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이다. 그 결과, 중남미 지역 국가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빈곤율과 실업률이 급증했고, 이는 집권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많은 중남미 국가의 국민이 새로운 정부와 정책을 원했으며 그로 인해 우파 우세였던 중남미 지역에 정권 교체 바람이 불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단 한 번도 좌파 정부 출범을 허용치 않았던 콜롬비아가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하면서, ‘구스타파 페트로 후보는 처음으로 빈자와 약자를 온전한 개인으로 인정하는 후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평가는 시장주의를 우선시 했던 기존의 우파 정권의 정책에 많은 서민과 취약 계층이 소외감을 느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최근 중남미 지역에서 일어난 좌파 후보의 연이은 승리의 원인을 설명해 준다.

제2의 핑크 타이드…과거 첫 물결과는 달라
중남미에서는 과거 1990년대 좌파 성향의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소위 ‘핑크 타이드(pink tide)’가 일어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정권을 차지했던 좌파 정권은 자원 민족주의를 주창하며 경제적으로 원자재 채굴 산업에만 의존한 나머지 제조업 등 다른 산업 역량을 키우는 데 실패했고, 원자재 산업의 호황이 끝나자 경기 침체가 찾아오게 되었다. 여기에, 최초 핑크 타이드로 집권한 정권은 다소 과격한 좌파 이념을 강조한 나머지 소수민족과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요구를 포용하는데 실패했다. 이는, 2000년 대 이후 중남미에서 다시 우파 정권이 들어서는 원인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번에 두번째 핑크 타이드로 집권한 좌파 정부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극좌로 평가받던 페루의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은 집권 후 중도적인 정책을 다수 도입했고, 칠레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도 정책적으로 좌에서 우로 조금 더 옮겨가는 동시에, 소수민족과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 포용 의사를 거듭 표명했다. 또한,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도 극렬 좌파와는 거리를 두면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협력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중남미 외교에서 입지 좁아지는 미국
중남미에서 좌파 정부가 연이어 들어서면서, 좌파보다는 우파와 더 가까웠던 미국의 중남미 지역 영향력도 약해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 이번에 미국에서 열린 미주 정상회의(Summit of Americas) 보이콧으로, 미국이 좌파 성향의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3개국을 초청 명단에서 제외하자 멕시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불참을 선언했으며, 다른 중남미 국가도 미국이 좀 더 포용적이고 다원주의적인 외교 기조를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뒤늦게 경제 제재 완화와 경제 협력 강화 제안 등 중남미 지역 국가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하지만 이미 미국과 대립한 국가가 다수 있는 가운데, 중국이 상당 기간 공을 들여 중남미 지역 국가와 친선을 강화한 지금, 미국의 중남미 지역 위상은 과거보다 많이 내려왔다고 평가되고 있다.

콜롬비아, 좌파 후보 당선에 미국과 긴장 가능성 커져  

사상 최초 좌파 정권 탄생 목전…소외 계층 위한 사회 프로그램 확대 강조
정식 취임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은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 성향 대통령답게 후보 시절부터 기존의 우파 정부와는 결이 다른 정책을 예고했다.

우선,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은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확대한다고 말했다. 우파 정권에서 소외받았던 미혼모, 저임금 노동자, 실업자 등을 위한 정부 지원금 지급 정책을 도입하는 한편, 교육 기회 확대, 생필품 지원 프로그램 강화, 의료 분야에 공공성 강화, 연금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조정 등을 계획 중이다.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은 이러한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유층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두는 동시에, 여러 법인세 특례 조항을 폐지하고 일부 수입품의 관세를 높이며 조세 회피자를 더욱 철저히 추적하여 징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은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이전 정부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은 최근 큰 이슈가 된 아마존 삼림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개발을 우선시 했던 이전 정권과는 다른 정책을 펼칠 것임을 시사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는 러닝 메이트로 전직 환경 운동가였던 프란시아 마르케즈(Francia Márquez)를 지목한 이유도 환경 문제에 대한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은 대내적으로 기존의 우파 정권과 정책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의 좌파적 정치 성향은 외교 정책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마약 정책 변화 예고…미국과 갈등 불씨 커질까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의 여러 정책 변화 중 가장 주목을 끄는 부문 중 하나는 마약 관련 정책이다.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은 재배지 색출과 소각에만 치중했던 지금까지의 마약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앞으로 마약을 최대한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은 정책 변화의 근거로, 마약 조직 소탕에 많은 재원과 인력을 쏟아부었으나 실질적으로 마약 생산량이 줄어들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오히려 공중 제초제 살포 등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취약 계층의 건강권만 위협받았다고 강조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은 중독성이 낮은 마약인 마리화나를 합법화 하는 한편,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잎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이를 통해 코카잎 재배 농가가 양성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의 언급에 대해, 콜롬비아산 마약 최대 수입국인 미국은 우려를 표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재원과 인력을 투입하여 콜롬비아에서 마약 소탕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이 마약에 대해 좀 더 포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에, 앞으로 콜롬비아의 마약 대응 정책과 관련하여 미국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자연히 콜롬비아 내에서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 감소와도 연결될 수 있다. 더욱이,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이 좌파 성향의 정치인이기에, 앞으로 마약 정책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미국과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지금까지 중남미 최고 친미 국가였던 콜롬비아와 미국의 관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콜롬비아, 미국의 경제 제재 대상인 베네수엘라와 관계 재정립 시사
한편,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은 대선 승리 직후 베네수엘라와의 외교 관계 회복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이 선거에서 승리하자 니콜라스 마두로(Nichola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좌파의 승리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으며,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은 자신이 베네수엘라와 외교 무대에서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아직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이 완전히 친 베네수엘라 성향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지만, 대화 용의가 있다고 표현한 데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베네수엘라의 정식 대표로 인정하지 않고 외교 관계를 단절한 이반 두케 현 콜롬비아 대통령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의 발언은 외교적으로 미국과 마찰을 증폭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은 여전히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만약 다음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지금의 제재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남미 대표 친미 국가인 콜롬비아가 베네수엘라와 교류하기 시작하면 이는 미국에 외교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를 조금씩 완화하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소통하기 위한 중간 다리로 콜롬비아를 이용할 수 있으며,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의 외교적 스탠스에 따라 미국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베네수엘라와 교류할 수 있는 활로를 찾을 여지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진보 좌파 집권한 칠레, 분열과 갈등 봉합은 아직  

최연소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 개헌 필요성 강조
지난 2022년 5월 취임한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우파 성향의 과거 정권과 다른 정책을 원한 칠레 국민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칠레는 2019년 수도 산티아고(Santiago) 지하철 요금 인상이 오랜 기간 계속되었던 빈부 격차 문제와 결부되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연결되었고, 그 결과 지난 대선에서 당시 만 35세의 젊은 좌파 대통령 후보를 선택했다.

칠레가 극심한 빈부 격차를 겪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기득권의 이익을 보장하는 헌법 체계라는 지적이 많다. 칠레는 군부 정권 시절인 지난 1980년대 소위 피노체트(Pinochet) 헌법이 제정되었다. 극우 성향의 군부 정권은 신자유주의를 극대화하고 시장 원리를 강조하는 헌법을 통과시켰는데, 이후 칠레의 빈부격차는 지속적으로 심화되었다. 국민적인 저항에 못이긴 칠레 정치권은 대선이 있기 전, 새 헌법을 제정할 제헌 위원회를 구성하고 새 헌법 구성에 나섰다. 그리고 이어서 열린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칠레 국민은 운동권 출신의 젊은 좌파 후보 가브리엘 보리치를 대통령에 올렸다.

이처럼,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개헌의 열망을 바탕으로 당선된 만큼 후보 시절부터 개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가브리엘 보리치는 칠레 국민을 향해 개헌 국민 총투표에 적극 참여해 개헌이라는 대업을 완수해 달라고 거듭 말했다.

새 헌법 초안, 성평등과 소수 민족 권리 보장, 그리고 환경 문제 포함
얼마 전 완성된 새 헌법 초안은 성소수자와 소수 민족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 칠레의 핵심 산업인 광업 기업의 환경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시장 원리만을 강조했던 과거 헌법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칠레는 오랜 기간 빈부 격차와 함께 소수 민족에 대한 탄압이 주된 사회 문제로 거론되었는데, 소수 민족의 의견을 묵살하는 강경 정책은 곧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강압적인 정책으로 연결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새 헌법은 국가의 사회적 역할을 중시하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큰 공감대를 얻지는 못해, 여론 조사 결과 반대 50% 이상
하지만 새 헌법에 포함된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 조항에 대한 칠레 국민의 지지는 높지 않다. 전반적으로, 칠레 국민은 지금 공개된 초안보다 더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헌법을 기대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헌법 초안이 공개되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경우도 많았다.

새 헌법에 대한 실망감은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근 새 헌법에 대한 칠레 국민의 지지율을 묻는 여론 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칠레 국민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심지어, 교육계의 경우 새 헌법이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데 실패했다면서 교사와 학생이 연합하여 헌법을 다시 개정하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새 헌법에 대한 지지도가 낮게 나오면서, 개헌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이대로라면 2022년 9월에 있을 개헌 국민 총투표에서 개헌이 부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으며, 이 경우 개헌 열망을 등에 업고 집권한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정책 집행에 큰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의 공약인 민영화된 인프라의 재공공화와 연금 개혁 등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개헌 완수 의지 드러내
개헌안이 국민 총투표에서 부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이번 국민 총투표에서 개헌안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개헌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군부 정권이 만든 헌법을 개혁하여 사회적 변화를 달성하는 것이 칠레 국민이 원하는 바라고 하면서, 이를 위해서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브리엘 보리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어린 행정부 수장이자, 칠레 변화의 상징으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젊은 좌파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칠레 좌파 정치권의 향방도 가를 수도 있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또한 자신이 개혁과 좌파의 입지 강화를 결정지을 수 있는 기로에 서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임기 기간내에 기존 우파 성향의 군부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 정치적 역량을 결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전국적인 불만에 봉착  

진보 정책 펼친 중도 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아르헨티나에 좌파의 귀환을 알리며 취임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성소수자 권리 강화, 청년 고용 확대 등 이전 정권보다 사회적 약자에 좀 더 관심을 쏟는 정책을 실행했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는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제3의 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후에는 사회 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오랜 경제 침체를 겪던 아르헨티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업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고,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고민에 빠졌다. 이전 우파 정권을 ‘자유만 말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정부로 평가했기에,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을 위한 복지 정책을 확대해야 했다.

불어난 재정 적자에 보조금은 줄이고 공공 요금은 인상
하지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펼친 취약 계층 지원 정책은 오래가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부 재정 지출이 급격히 불어난 가운데, 오랜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도 산업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아르헨티나는 세수마저 줄어들었다. 그 결과, 이미 재정 위기가 심각했던 정부의 재정 적자 폭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늘어난 재정 부담을 이기지 못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결국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보조금을 줄이는 동시에, 전기와 수도 등 공공 요금을 인상했다. 이는 안그래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입이 감소하고 고인플레이션을 겪는 아르헨티나 국민의 불만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IMF 구제 금융 협상에 반대 여론 높아져
한편, 아르헨티나는 상환 기일이 경과한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 금융 상환 조건 조정을 협상했다. 이전 정권이 받은 구제 금융이라고는 하지만, 상환 책임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부에도 있었고, 재정이 충분치 않았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을 이유로 구제 금융 상환 조건을 조정해 달라고 IMF에 요청했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IMF가 아르헨티나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개선되어야 하고, 그 일환으로 사회 복지 및 지원 프로그램을 감축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이에 아르헨티나 정부가 IMF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아르헨티나 국민의 불만이 폭발했다. 일각에서는 IMF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약탈적 금융 정책을 펼치는 집단이라고 비난하면서, 아르헨티나 정부가 IMF의 요구안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농업 단체 파업까지…난관 거듭하는 정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치솟는 국내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축산 업계의 소고기 수출을 금지했다. 그리고 가격 제한 정책을 펼쳐 소고기 유통 가격 인상을 억제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조치는 거듭 인상되는 원자재 가격 등에 못이긴 아르헨티나 농민의 불만을 샀다. 아르헨티나 농가는 정부가 농업계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규모 파업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가 관리가 시급한 아르헨티나 정부로서는 보조금 지급을 통해 농가를 달래주는 것이 필요했지만, 부족한 재정은 물론 IMF와의 협상으로 보조금을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IMF와의 반목, 미국에 대한 여론 악화로도 이어져
아르헨티나는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 IMF의 구제 금융을 받았다. IMF는 구제 금융을 하면서 여러 정책을 요구했는데, 여기에는 보조금 지급 감액 등 사회 복지와 연관된 부분도 있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IMF의 오랜 간섭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가운데서도 IMF가 보조금 감축을 구제 금융 상환 조건 조정의 조건으로 내세우자 IMF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의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다.

IMF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심화되자, IMF를 주도한 미국 역시 아르헨티나 국민의 공격 대상이 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 수년 간 중국이 아르헨티나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점 역시 아르헨티나가 미국이 아닌 중국을 더욱 중시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경제 각계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연장하고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에 참여하는 한편, 브릭스(BRICS)에 참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중국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2차 핑크타이드 선봉 멕시코, 미국과 필요에 따라 협력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미주 정상회담 불참했으나 단독 정상 회의에서는 국경 정책 협력 약속
좌파 성향이자 중남미 제2차 핑크타이드의 시작을 알린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6월 미국에서 열린 미주 정상회담(Summit of Americas)에 불참하여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 미주 정상회담 이후 열림 멕시코-미국 정상회의에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나 양국 국경 정책과 이민자 관리 정책에 관한 대화를 중점적으로 나누었고 상당한 합의점을 이끌어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양자간 정상회의에서 취업 비자 발급 확대 등 보다 포용적인 이민자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고, 멕시코는 미국의 제안에 답하며 불법 이민자가 미국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국경 지역 인프라 강화에 투입하는 예산을 늘리겠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마약 밀수에도 보다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미국 측과 약속했다.

에너지 부문 공공성 강화…미국은 강한 불만 표시
한편,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공공성 강화를 골자로 한 멕시코 에너지 산업 개편을 추진했다. 여기에는 공기업인 멕시코 연방전력공사(CFE, Comisión Federal de Electricidad)의 권한 확대와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도 포함되어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법 개정과 개헌까지 불사하면서 에너지 산업 구조를 재편하려는 의도를 여러 차례 나타내자,  자국 기업의 이익 감소를 우려한 미국이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최근, 미 정부는 멕시코가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이 맺은 협정을 위반했다며 제소할 뜻을 나타냈지만,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러한 미국의 불만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페루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 정치적 위기 계속   

빈농 좌파 출신, 기적적인 당선…핑크타이드 가속
지난 2021년 당선되어 취임한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은 빈농 집안의 교사 출신으로, 과거 우파 정부에 대항한 시위도 펼친바 있다. 오랜 기간 후지모리(Fujimori) 가문이 지배한 페루 정치권에서,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은 가까스로 케이코 후지모리(Keiko Fujimori) 후보를 이기고 당선되었다.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은 좌파 성향의 정치인이며, 좌파 가운데서도 극좌에 좀 더 가까운 정치색을 띄고 있다.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의 당선은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좌파 계열 정부 탄생에 한층 더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취약 계층 지원 정책, 하지만 이내 불만 폭발
농민과 저소득층과 같은 취약 계층을 위한 페루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은 취임 후 현금 보조금 지급과 태블릿 PC 지급 등 취약 계층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또한, 시골 지역의 인터넷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는 등 과거 교육자로서 체감했던 취약 계층의 인프라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도 실시했다.

하지만, 거대 광업 기업과 원주민 사이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 실패했고, 여러 정책이 취임 전 페루 국민이 기대했던 것 보다는 훨씬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평가가 거듭되면서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에 대한 페루 국민의 불만도 커졌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고인플레이션이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는 마침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의 취임 시기와 맞물렸고, 그 결과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고인플레이션에 따른 생활고를 해결해야 하는 큰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뾰족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자 페루 국민의 불만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취약한 정치적 기반…거듭되는 탄핵 시도
민생 외에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의 또다른 고민은 정치적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페루 정계는 오랜 기간 후지모리 가문으로 대표되는 우파 성향의 정치인이 지배했고, 적은 득표율 차이로 당선된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이 원하는 정책을 펼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여기에, 민생고로 페루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반대파인 우파 계열 정치권은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미 국회에서 여러 차례 탄핵 논의가 나왔으며, 여기에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이 지명하는 고위 공무원이 연이어 반대파의 공격을 받아 낙마하는 등,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라질, 중남미 2차 핑크타이드의 마지막 퍼즐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으로 일단락 되었던 첫 핑크타이드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주도한 좌파 정부 집권은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후임이었던 지우마 호세프(Dilma Vana Rousseff)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마무리되었다. 룰라 다 실바의 후광을 업고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되었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브라질 경제 위축, 월드컵과 올림픽을 연이어 개최하면서 더욱 심해진 재정 위기와 그에 따른 취약 계층 지원 축소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했고, 결국 반대파의 공격으로 2016년 대통령직을 내려놓았다.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 탄생...그러나 실정에 지지율 하락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좌파 정부와 결별한 브라질은 2018년 대선에서 군인 출신이자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후보를 다음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소위 ‘막말’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좌파에 반대하는 우파 유권자의 결집으로 대통령 취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취임 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여론과 반대파의 의견을 전혀 수용하지 않는 행보로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는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무시한채 방역 대책 수립을 게을리 했고, 이는 브라질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경기 침체에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인플레이션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 이어졌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차지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좌파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대선 출마 선언
이러한 가운데, 과거 두 차례 브라질 대통령을 역임했으며, 브라질에 좌파 정부의 출현을 알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 출마한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현재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율에서 큰 격차로 앞서고 있어, 당분간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차기 대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중남미 주요 국가는 대부분 좌파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비록 기존에 수립된 좌파 정부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남미 지역의 핑크타이드는 여전히 대세라고 볼 수 있다.

2022년 8월 콜롬비아에서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이 정식 취임하고, 2022년 10월에 있을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 다 실바 후보가 승리하면 제2의 핑크타이드가 완성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새로 들어선 좌파 정부는 극좌 성향을 보였던 과거 1차 핑크타이드 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좌파 정부가 대세가 된 중남미 지역 국가가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어떠한 행보를 취할지 계속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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