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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말레이시아, 토지 소유권 분쟁으로 해외 국가자산 압류 당해

말레이시아 EMERiCs - - 2022/07/29

☐ 국가 수립 이전 계약에 발목 잡혀


◦ 말레이시아 해외 국가자산 가압류당해

- 말레이시아 정부가 국가 수립 이전 대영제국(British Empire) 식민지 시대에 체결된 토지 임차 계약에 따른 채무불이행 소송에 휘말리며 해외 국가자산을 가압류당했다. 2022년 7월 11일 룩셈부르크 법정의 집달관들이 2022년 3월 프랑스 소재 중재재판소의 판결을 근거로 룩셈부르크에 법인 등록된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Petronas)의 자회사 두 곳을 가압류했다. 가압류된 페트로나스의 자회사는 페트로나스 아제르바이잔(Petronas Azerbaijan)과 페트로나스 사우스 코카서스(Petronas South Caucasus)이며 기업 가치는 각각 20억 달러(한화 약 2조 6,077억 원) 이상이다. 

- 말레이시아 보르네오(Borneo)섬 북동부 사바(Sabah)주에 존재했던 술루 술탄국(Sultanate of Sulu) 왕실 후손이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조상인 술루 술탄 자말 알 알람(Jamal Al Alam)이 1878년에 홍콩에 주소를 둔 구스타부스 남작(Gustavus Baron von Overbeck)과 계약을 체결해 영국 북보르네오회사(British North Borneo Company)에 사바주 영토를 임대했다는 사실관계에 근거하여,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대영제국의 채무를 승계하고 해당 토지를 현재 점용(占用)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신들에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2017년 프랑스 중재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1878년 계약에 따르면, 영국 북보르네오회사는 술루 술탄국 술탄과 후손들에 영속적으로 토지 임차 대금을 매년 지급하기로 되어있었다.

- 프랑스 중재재판소는 배상금 지급을 요구하는 원고의 주장이 정당하다며, 말레이시아 정부가 술루 술탄국 후손들에 149억 달러(한화 약 18조 2,571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프랑스 중재재판소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원고 측에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을 시 손해배상 채무는 매년 10%씩 가산된다고 덧붙였다.


◦ 10년 전부터 토지임차대금 지급 중단

- 술루 술탄국은 1405년에 성립한 것으로 추정되며, 미국의 필리핀 총독 프랭크 카펜터(Frank W. Carpenter)가 술루 술탄국 마지막 술탄인 자말룰 키람 2세(Jamalul Kiram II)와 1915년 3월 22일에 체결한 각서(Memorandum)에 따라 해체될 때까지 존속했다. 한편, 자말룰 키람 2세는 1936년에 직계 후손을 남기지 않고 사망하고 말았다.

- 카펜터 협정(Carpenter Agreement)에 따라 술루 술탄국은 소멸했고, 술루섬도 미국의 식민지였던 필리핀 일부로 편입되었다. 현재 술루 술탄국 후손임을 주장하는 원고들도 필리핀 남부 지방 민다나오(Mindanao)에 거주하는 필리핀 국민이다.

- 이드루스 하룬(Idrus Harun) 말레이시아 검찰총장은 원고들이 술루 술탄국 왕실의 적법한 혈통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원고측 법률 대리인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원고들에 1878년 계약상의 토지 임차 대금을 매년 충실하게 지급해 온 사실로 미뤄보아 말레이시아 정부가 원고를 술루 술탄국 왕실의 적법한 후손으로 오랜 기간 인정한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검찰총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 2013년에 ‘술루 왕국군대(Royal Army of Sulu)’라 자칭하는 무장 단체가 말레이시아 영토 사바(Sabah)주의 라한 다투(Lahan Datu) 마을에 무단 침입했고 그곳에서 술루 술탄국 성립을 선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몇 주 후 침략자들을 격퇴했는데, 이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민간인 6명과 말레이시아 경찰 10명이 사망했다. 이때 나립 라작(Najib Razak) 말레이시아 당시 총리는 “술루 술탄국 후손들이 말레이시아 영토를 침략함에 따라 1878년 계약은 무효(null and void)가 되었다”고 선언했다. 이후 말레이시아 정부는 술루 술탄국 방계 후손들에 대한 토지 임차 대금 지급을 중단했다.


☐ 관련 판례도 없어 치열한 법리 해석 공방 이어질 듯


◦ 말레이시아 정부, 주권면제 근거하여 중재재판 효력 인정 안 해

- 당시 말레이시아 정부는 프랑스 중재재판소가 본소의 재판을 담당할 적법한 관할권이 없다고 보아 말레이시아 정부 대표를 법정에 출두시키지도 않았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본 사건이 국가가 사인(私人)의 자격에서 체결한 상업 계약상 소송이 아니므로, 프랑스 중재재판소가 말레이시아 정부의 동의 없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 국제법상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 법리에 따르면, 일국의 국내법원이 타국 또는 타국의 재산에 대해서 재판관할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룩셈부르크 법원이 프랑스 중재재판소 판결에 근거하여 말레이시아 국가자산에 대한 보전처분(保全處分)에 나서자 말레이시아 법률 전문가들도 말레이시아 정부가 룩셈부르크 이외 다른 나라에 보유한 국가자산이 같은 이유로 가압류당할 위험이 있으니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 문제를 더는 방관해서는 안 되다고 지적했다.

- 이에, 7월 19일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Ismail Sabri Yaakob) 말레이시아 총리는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의 해외 자산이 가압류당한 것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국가 재산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나이디 투안쿠 자파르(Junaidi Tuanku Jaafar) 말레이시아 법무부 장관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프랑스 중재재판소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Paris Court of Appeal)이 중재재판소 판결 집행 과정에 말레이시아의 주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집행을 보류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 한편, 말레이시아의 중재재판 전문 변호사인 콜린 옹(Colin Ong QC)은 “이번 소송은 국가가 형성되기 전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채권적 청구권에 근거하여, 외국 국적의 사인(私人)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대단히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1958년 국제중재재판에 관한 뉴욕협약(1958 New York Convention on international arbitration) 발효 이후 이러한 유형의 사건을 심리한 판례도 축적되지 않았다”는 것이 콜린 옹 변호사의 설명이다.


◦ 전문가, ‘식민주의의 유산’이라 평가

- 제임스 친(James Chin) 호주 태즈메이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Tasmania) 아시아학 교수는 이번 소송을 “말레이시아 정부가 서구식민주의 유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 평가했다. 동남아시아의 국경이 서구식민주의 세력의 편의에 따라 민족 분포에 상관없이 임의로 그어졌는데, 이러한 사실들이 끊임없이 장소 정체성(place-identity)을 간직한 주민 집단의 토지 영유권 주장에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용텍리(Yong Teck Lee) 말레이시아 사바주 전(前) 수상은 “프랑스 중재재판소 판결은 앞으로 필리핀 국민이 말레이시아의 사바주가 필리핀 영토라 주장할 구실을 만들어 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페르니난드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Marcos Jr) 필리핀 대통령의 아버지였던 페르디난드 에마누엘 에드랄린 마르코스(Ferdinand Emmanuel Edralin Marcos)는 사바주가 필리핀의 영토라 주장하며 말레이시아와 영토 분쟁을 벌인 바 있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South China Morning Post, Why are the Philippine heirs of a sultan clashing with Malaysia over Sabah?, 2022.07.25.

Nikkei Asia, Sulu claim shows Southeast Asia cannot yet escape colonial legacy, 2022.07.22.

The Straits Times, Ruckus in Malaysia Parliament after debate on Sulu claim rejected, 2022.07.18.

Financial Times, The sultan, his family and a $15bn dispute over oil in Malaysia, 2022.07.17.

Financial Times, Petronas subsidiaries seized as lawyers press $15bn claim on Malaysia, 2022.07.12.



[관련 정보]

1. 말레이시아 총리, 가압류된 국영석유회사의 재산 수호 선포 (2022.07.20)

2.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토지 소유권 분쟁으로 해외 소재 자회사 2곳 재산 가압류 당해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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