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2년의 정치·경제적 불안과 인도네시아의 역할

인도네시아 Hendra Manurung Padjadjaran University Research Associate 2022/08/03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두 당사국뿐만 아니라 사실상 세계의 모든 국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유럽에서 멀리 떨어진 인도네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금번 전쟁으로 인해 인도네시아가 겪는 문제의 주된 형태로는 면류 식품과 취사용 가스 부족 등 식량 공급 불안과 전반적 공급망 붕괴, 그리고 이전부터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의 물가상승 효과를 더욱 부채질하는 장기적 인플레이션 발생 등을 꼽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 통계청(BPS, Badan Pusat Statistik)이 2022년 6월에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5월을 기준으로 한 인도네시아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2017년 12월 이래 최고치인 3.55%를 기록했다(Reuters, 2022).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동유럽 지역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세계 경제 전망이 불확실성을 더해가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물가 급등, 식량 공급 불안, 각종 부패 문제가 불거지는 경제적 위기 상황에 돌입했다. 비록 인도네시아의 경제가 공공 지출 수준이나 무역 흑자 규모 면에서 타국에 비해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최근 전쟁 당사국 순방에 나선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이하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식량안보 문제에 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등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Marques, 2022). 인도네시아 정부에 있어 식량 문제는 원래부터 큰 고민거리였지만, 세계 최대의 식량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침공을 받아 곡물 저장고와 농경지가 폭격 당하고 물류망이 붕괴되는 등 큰 피해를 입으면서 국제 시장에서 식량 가격이 급등한 점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코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점차 가시화 되고 있는 세계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2022년 G20 의장국으로서 모든 당사국이 동의할 수 있는 포괄적 평화 구상을 제시하고 나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인도네시아 경제에 가져온 영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이후 인도네시아가 겪는 문제 중 첫째는 양 당사국과의 무역 규모 감소이다. 인도네시아는 원래 상기 양국에 팜원유(Crude Palm Oil) 및 관련 제품을 주력 품목으로 수출해 왔고, 자국이 수입하는 밀의 25.91%를 우크라이나로부터 들여왔다. 하지만 전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와의 무역 규모가 함께 줄어드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앞으로 적대행위 종식을 위한 노력이 시급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게 된다.

밀을 비롯한 식품 수출 분야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 온 우크라이나는 본래 유럽에 식량원을 공급하는 생산기지의 역할을 담당했고, 인도네시아도 자국이 수입하는 밀의 상당량을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왔다. 2020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 밀의 양은 296만 톤으로 집계된다. 밀은 비록 인도네시아의 전통적 주식은 아니지만, 국민적 인기를 바탕으로 1년 생산량이 150억 개에 달하는 인도미(Indomie) 브랜드 면 식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등 그 중요성이 여전히 높은 식량 자원이다. 하지만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항구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세계로 향하는 우크라이나산 밀의 양이 급감하자 유럽은 물론, 전쟁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도 자국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량 이외에도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세계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정부 차원에서 일상용 연료 및 액화석유가스(LPG)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올라갈수록 정부 지출도 폭증하면서 국가 재정이 크게 휘청이게 된다. 한 분석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상승할 때마다 인도네시아의 LPG 보조금 지출은 1조 4,700억 루피아(한화 약 1,280억 원), 등유 보조금 지출은 490억 루피아(한화 약 43억 원), 일상용 연료 보조금 지출은 2조 6,500억 루피아(한화 약 2,300억 원)만큼 늘어난다(Permana, 2022). 또한, 인도네시아 원유가격(ICP, Indonesian Crude Price)이 1달러 상승하면 전력 분야 등 석유제품 이외에 들어가는 보조금 규모도 2,950억 루피아(한화 약 260억 원)가량 함께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 위기 해소를 위한 인도네시아의 노력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세계 각국의 주요 식량원인 밀을 더 이상 수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출로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막힐 경우 세계적 식량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오늘날 점차 커져가는 지정학적 위험과 에너지 및 금융 시장 불안은 아시아 지역의 정치·경제적 안정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고, 식량 불안 문제가 장기화되어 정치·사회적 소요사태로 이어질 경우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지 못한 각국의 상황이 더욱 암울해지게 된다. 현재 러시아를 대상으로 고강도 제재를 시행하고 있으나 분쟁 격화를 염려해 직접적인 개입은 피하고 있는 미국 등 서방 국가 지도자들도 이번 전쟁으로 인해 세계의 식량과 비료 공급망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세계 수억 명의 인구가 생계에 곤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Nikkei Asia, 2022).

이와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후폭풍을 맞고 있는 아시아 지역, 그중에서도 특히 동남아시아의 주요 국가 지도자인 조코위 대통령이 특히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우크라이나산 밀 수출을 위한 항로 개방을 약속받는 성과를 냈다. 최근 전쟁 당사국 순방에 나선 점은 양국 간 평화를 모색하려는 인도네시아의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 및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차례로 회담한 자리에서 세계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불러오고 있는 식량 및 비료 공급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 비동맹 노선 유지를 중점 과제로 삼는 인도네시아는 특정 집단에 편향된 움직임을 피한다는 중립외교 정책에 기반해 이번 순방에서도 양 당사국 모두를 편견 없이 공평한 자세로 대했으며, 이러한 자세를 바탕으로 분쟁에 휘말린 모든 국가들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전 인류의 이익을 위해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산 식량이 세계 시장에 다시금 공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유엔(UN) 차원의 노력도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이 점에서 양 당사국이 유엔과 함께 최근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식품의 수출을 허용하기로 합의한 데에도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한편 2022년은 인도네시아가 세계 인구의 60% 이상, 무역 규모의 75%, 국내총생산(GDP) 총합의 80%를 담당하는 19개국 및 유럽연합(EU)이 참여하는 전략적 다자 포럼인 G20에서 의장국을 맡는 해이다(Basu, 2022). 동남아시아 지역의 유일한 G20 회원국이자 개발도상국 중에서 의장국으로 선정된 최초의 사례인 인도네시아는 오는 11월에 발리(Bali)에서 개최될 예정인 G20 정상회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회원국 일부가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행사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국가 간 의견 조율에 난항을 겪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평화 정착을 위한 인도네시아의 국제무대 역할
조코위 대통령은 동유럽에서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를 모두 방문한 최초의 동남아시아 국가 지도자로(CNN Indonesia, 2022), 이번 순방을 통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인도네시아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대내·외에 보여주었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Kyiv)를 방문한 조코위 대통령 내외는 먼저 전쟁으로 황폐화된 이르핀(Irpin)의 아파트 단지 폐허를 방문해 인도네시아가 지원한 의료 장비를 전달하고,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전쟁 당사국 간의 평화롭고 건설적인 대화를 주문했다. 조코위 대통령과 레트노 마르수디(Retno Marsudi) 외무장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순방의 핵심 목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국제 시장으로의 곡물 수출을 재개할 수 있도록 관련 주체들을 설득하는 것으로, 이와 같은 구상은 인도네시아가 국제무대에서 담당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불러오는 계기가 되었다.

상기한 조코위 대통령의 순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의 장기화로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는 식량안보 문제 등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계기 임과 동시에, 국제 사회의 주목 아래 발리에서 열릴 예정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의장국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도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해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점차 심화되는 인플레이션, 식량 가격 급등, 컨테이너선 부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G20 회원국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금년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원국 간 협력과 공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펴는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정착 구상을 제시하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함으로써 중립국으로의 입지를 공고히 함과 동시에, 동유럽에서의 전쟁이 아세안(ASEAN)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고, 글로벌 의제 설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인 이번 G20 의장국 임기에도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2억 8,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동남아시아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이미 아세안의 대외 정책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평화 정착 구상을 제시하면서 역내 주도적 입지를 앞으로 더욱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Hans Mathieu, 2022).

조코위 대통령이 7월 말에 동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선 것도 인도네시아의 대외 정책에 있어 매우 큰 중요성을 지닌 금년도 G20 의장국 임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7월 26일에 먼저 베이징을 방문한 조코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만나 G20 정상회의 및 서방-러시아 간 균형을 추구하는 중립국으로서 인도네시아가 담당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후 27일에는 일본 기시다 후미오 내각총리대신과, 28일에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차례로 만나 각국 현안과 세계 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결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및 EU가 주도한 대(對)러시아 제재에서 파생된 경제적 악영향은 세계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충격 등 여러 분야에서 각국에 큰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고, 이와 같은 세계적 악조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어느 정도의 경제적 타격 및 경기 회복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유럽 분쟁의 장기화라는 맥락 아래 인도네시아 정부는 세입 최적화, 에너지 보조금 조정, 자체 산유량 증대 등의 측면에서 적극적 노력을 전개하면서, 이들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의 경제 정상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한편 동남아시아의 핵심 국가이자 2022년 G20 의장국이기도 한 인도네시아는 중립국으로서의 역사적 입지를 바탕으로 자국만의 이익이 아닌 세계 모두의 공통된 이익을 위해 우크라이나 평화 정착을 위한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특히 2022년 11월에 예정된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히 종식시키고 세계 식량·비료·에너지 공급망을 복원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오늘날의 세계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점차 심화되는 인플레이션의 통제, 식량 부족과 식품류 가격 상승에 대한 대비, 컨테이너선 부족 및 기타 물류망 문제의 완화, 미래 식량위기 발생을 막기 위한 노력 등에서 각국의 협력과 공조가 필수적이기에, 세계 많은 나라들도 인도네시아의 평화 구상이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보태 주기를 희망한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