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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스리랑카 경제위기: 배경 분석과 해소방안 제언

스리랑카 Dr. Bama Dev Sigdel Center for Policy Studies and Rural Development Senior Researcher 2022/08/04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I. 서론
스리랑카는 다양한 문화와 언어, 민족이 공존하는 다원주의 국가로, 대표적 구성 민족으로는 인구 과반을 차지하는 싱할라인(Sinhalese), 역사적으로 큰 영향력을 지녔던 소수민족인 타밀인(Tamil), 그 이외에도 무어인(Moor), 부르거인(Burgher), 말레이인(Malay), 화교, 토착 베다인(Vedda) 등을 들 수 있다. 스리랑카는 19~20세기를 거치며 계피, 고무, 실론 홍차(Ceylon Tea) 등의 유명 수출품을 재배하는 플랜테이션 기반 경제를 확립했으며, 산업화 이후에는 차(茶), 커피, 사탕수수를 비롯한 1차 생산물 이외에도 식품 가공, 직물, 통신, 금융 등이 핵심 산업 분야로 자리잡았다. 오늘날 스리랑카의 주력 경제 부문은 관광, 차(茶), 의류 제조, 쌀 및 여타 작물 농업이고, 이에 더해 많은 수의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중동 등 세계 각지로 진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현대 스리랑카에서는 특히 의류 분야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이 국가적 수입원으로 기능하고 있는데, 스리랑카 정부는 의류 산업 진작을 위해 해외 제조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통제를 받으며 활동할 수 있는 자유무역지구를 신설하기도 했다. 한편 스리랑카 노동 인구의 30% 이상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과거 토지 재분배 정책의 덕택으로 농촌에 거주하는 가구 대부분이 쌀이나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소규모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농작물 중에서 스리랑카의 핵심 수출품목으로 기능하는 것은 국영 농장에서 재배하는 차(茶)이다. 

II. 스리랑카의 거시경제 현황
스리랑카는 2020년을 기준으로 약 800억 달러(한화 약 105조 원)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했고, 그 전년도인 2019년에 집계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741달러(한화 약 490만 원)였다(tradingeconomics.com). 하지만 세계은행(World Bank)은 2020년부로 스리랑카의 소득 범주를 종전의 중고소득국가(Upper Middle Income Country)에서 중저소득국가(Lower Middle Income Country)로 강등하면서 그 이유로 소득 성장 둔화 문제를 지적했다(Deyshappriya, 2020). 2014~2015년에 5.6% 수준의 견실한 성장률을 기록했던 스리랑카 경제는 2016년 이래 발전 속도가 점차 둔화되어 2018년과 2019년의 성장률은 각각 3.3%와 2.3%에 그쳤고, 코로나19 사태가 닥친 이후로 스리랑카의 GDP는 3.6%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비록 정부 차원의 봉쇄 정책으로 팬데믹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은 막을 수 있었지만, 스리랑카의 관광업과 건설업, 수송업 등은 봉쇄 조치로부터 큰 피해를 받아 침체기를 맞았고, 스리랑카산 직물 등 주요 수출품목에 대한 세계의 수요도 줄어들면서 수출 실적은 더욱 악화되었다(Australian Government, 2021).

오늘날 스리랑카의 거시경제적 구조가 지닌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스리랑카 GDP의 80%가량은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이 담당하고 있으며, 과거 국가 경제의 중핵이었던 농업의 비중은 약 8%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둘째, 콜롬보(Colombo) 등 특정 도시권에서 전체GDP 의 45%를 차지하는 경제적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셋째, 2019년을 기준으로 해외 스리랑카 노동자가 본국으로 송금한 외화가 GDP의 8% 수준인 67억 달러(한화 약 8조 8,000억 원)를 기록하는 등 해외 노동자 송금 의존도도 비교적 높은 상황이다. 넷째, 스리랑카는 사회 복지 향상 측면에서 거둔 좋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부 재정 운영상의 문제로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취약해 경제적 발전 수준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 예산 수입의 취약성과 수출 통제 조치라는 양대 요소로 인해 재정 적자가 늘어나고 부채 수준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이전부터 지적해 왔다(Weerakoon, Kumar, & Dime , 2019).

III.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와 그 파급효과
스리랑카는 해외 노동자의 송금과 관광객 유치 실적을 바탕으로 2016년경까지 양호한 경제 성장률을 보여주었다. 특히 스리랑카 인구 과반이 종사하는 농업 부문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늘어나는 인구에 충분한 식량을 공급하고 잉여 농산물을 수출용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었고, 차(茶), 향신료, 수공업품이 국내 경제가 필요로 하는 외화벌이를 담당하는 효자 품목이 되어주었다. 또한 스리랑카 정부는 과거에 민간 부문에서 지금보다 많은 조세를 거두어 자본 형성과 투자에 사용하면서 경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리랑카 국내에서 발생한 경제 위기와 포퓰리즘에 기반한 선거 정치, 그리고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시행된 정책의 비효율성 등의 요소는 스리랑카 경제가 세계 시장의 부침에 취약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게다가 해외 차입금에 크게 의존하는 스리랑카 경제의 특성상 정부의 시책이 국제기구 또는 지원금 공여국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일각에서는 스리랑카가 1948년 독립한 이래 철저한 계획을 거쳐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를 독자적으로 운영한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Gunasekara, 2021).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스리랑카가 발행한 국채의 규모는 170억 달러(한화 약 22조 3,000억 원)에 달하는데, 이 중에서 절반을 훌쩍 넘는 70%가량은 스리랑카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확대신용금융(Extended Credit Facility) 및 신용도 평가 사업에 따라 구조조정을 이행하던 2015~2019년의 5년간 발행된 것이다(Zilwa & Illanperuma, 2021). 스리랑카의 대외부채는 2014년 이래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에는 GDP의 42.6%에 달했으며, 이처럼 부채가 급증하게 된 원인으로는 경제 성장률 둔화, 그리고 2007~2014년에 빌린 자금을 갚기 위해 재차 발행한 국채(International Sovereign Bond) 액수 증가를 들 수 있다(Moramudali, 2021). 스리랑카 소재 싱크탱크인 베리트 리서치(Verite Research)가 발간한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2015~2019년스리랑카의 부채 증가율은 42.8%였고, 이 중 최소 89.8% 이상이 마힌드라 라자팍사(Mahindra Rajapaksa) 정부에서 빌린 부채의 이자가 쌓이며 생겨난 것이다. 또한 중국으로부터 도입한 차관 대부분이 라자팍사 총리의 고향인 함반토타(Hambantota)에서 수익성이 부족한 대규모 사업을 벌이는 데 사용되면서 국가에 엄청난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가져왔다(Weerasooriya, 2022). 이에 따라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던 스리랑카의 공공부채 규모는 2019년 GDP의 94%에서 2021년에는 119%까지 치솟았다(Welle , 2022). 게다가 스리랑카 정부는 1990년대 이후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면세와 감세 조치를 남발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 때문에 정부가 경제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도 줄어들게 되었다. 일례로 스리랑카의 GDP 대비 세수액 비율은 1990~1992년의 18.4%에서 2017~2019년에 이르면 12.7%로 줄어들었고, 2020년에는 8.4%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가용 자금의 감소로 인해 스리랑카 정부가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축소하기 시작하면서 2010~2019년간 보건 및 교육 분야 연평균 지출은 각각 GDP의 1.8%와 1.4% 수준에 불과했다(Fernando, 2022).

2019년은 스리랑카의 경제에 두 차례에 걸친 충격이 발생한 한해였다. 먼저 2019년 4월 부활절 기간에 콜롬보에 소재한 복수의 교회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로 25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스리랑카를 찾는 해외 관광객이 급감해 외환보유고가 큰 타격을 입었고, 국가 경제 회복의 전망도 훨씬 어두워졌다(Ramakumar, 2022). 두 번째 충격은 마힌드라 라자팍사 총리와 형제 관계인 고타바야 라자팍사(Gotabaya Rajapaksa) 대통령이 선거 공약에 따라 소비를 진작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명목 아래 당시 15%로 설정된 부가세를 거의 절반으로 인하하는 등 전면적 감세를 단행해 세수가 크게 감소한 일이다(Welle , 2022). 따라서 스리랑카의 부채 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맥락에 더해 방만한 국가 재정 운영과 부적절한 감세 조치가 겹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스리랑카가 2022년에 예정된 부채 상환 기일을 맞추기 위해서는 45억 달러(한화 약 5조 9,000억 원)에 달하는 국채 상환금 확보에 더해 국영 및 민간 기업에 총 24억 달러(한화 약 3조 1,500억 원)를 추가로 투입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았고, 이외에 연료와 식량, 수출품 중간재 등 필수 자재 구입에도 200억 달러(한화 약 26조 3,000억 원) 상당의 외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Srinivasan, 2022).

스리랑카는 강력한 보호주의 경제 정책을 펴면서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국내 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경향을 보여왔고, 이 때문에 스리랑카의 수출품목은 1990년 이래 별다른 발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스리랑카는 복수의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미국 및 유럽연합(EU)으로부터 일반특혜관세제도(GSP, Generalized System of Preferences)에 따른 혜택을 받는 등 무역 분야에서 유리한 조건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의류나 차(茶) 등 전통적 효자상품을 넘어서 수출품목을 다변화하는 데 실패했다(Thowfeek, 2022).

게다가 스리랑카 전역의 물가상승률은 2019년 12월에 4.3%를 기록한 이래 더욱 빠르게 올라가고 있고, 특히 스리랑카 정부의 근시안적 유기농 정책이 실패하면서 식량이 부족해지며 식품류 가격 상승률이 최대 25%까지 치솟고 있다. 게다가 정부에서 공식 발표하는 물가상승률 통계에는 연료와 액화천연가스(LPG), 우유와 식품의 서류상 가격 이외에도 이들 상품을 사기 위해 긴 줄에 서서 기다려야 하는 시민들의 고통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스리랑카 거리에서 체감되는 상황은 겉보기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Wijewardena, 2022). 이전부터 이미 휘청이던 스리랑카 경제에 치명타를 날린 것은 2020년부터 대규모로 확산하기 시작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팬데믹이 초래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스리랑카에 수출 실적 하락에 더해 생필품 수입 비용 증가라는 이중고를 가져왔고, 이전까지 경제의 중핵을 담당하던 관광업계도 사실상 가사 상태에 빠졌다(Agrawal, 2022).

IV. 스리랑카의 위기 해소를 위한 제언
스리랑카 정부는 2000년대 이래 농업 부문 발전을 위한 구상을 별도로 내놓지 않았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농업 생산량 증대라는 국가적 과제는 점차 뒷전으로 밀려난 반면 외국산 식품과 소비재 구입에 점차 더 많은 외화가 소진되면서 스리랑카의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2000년대 이후 고질적으로 등장한 정부 부패 문제, 그리고 포퓰리즘에 편승한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수 감소는 스리랑카 정부가 국가 발전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가용 자금의 규모를 축소시켰다. 다른 한편으로 스리랑카 사회에서 고금리 대출이 점차 빈번해지고 정부 차원에서도 해외 주체로부터의 자금 도입을 거듭하면서 외환보유고 고갈이 심화되었으며, 항구 및 여타 기반시설 건설을 목표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참여하면서 체결한 차관 협정도 스리랑카에 막대한 상환 의무를 지웠다.

상기한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한 스리랑카 경제를 다시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다음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경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농업에 지속 가능한 투자를 집중하여 해당 부문의 발전을 유도함으로써 국민의 생존에 필요한 식량의 자급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둘째, 현재 스리랑카 정부가 외환보유고의 완전 고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우유, 오렌지, 가전제품 등 350개 이상의 품목을 비(非)필수재로 지정해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Tennekoon, 2022), 관련 소비재의 국내 생산 역량을 신속히 갖춰 국민의 수요를 충당하고 잉여분은 수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스리랑카 정부는 농수산업 부활을 목표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함과 동시에, 해안 거주지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부흥시켜 국내 소비분을 충당하고 나머지는 수출하면서 외화벌이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정부 차원에서의 계획을 입안해 현재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는 청년층이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수공업에 입문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다섯째, 스리랑카 관광업의 부활을 유도하고 문화 관광객을 유치해 국가 경제의 취약성을 해소하고 외화 수입을 올려야 할 것이다.

스리랑카 정부에 있어 당장의 급선무는 생필품 태부족이라는 급한 불을 끄는 일이겠지만, 이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면 경제 회복을 위한 조치에 지체 없이 나서야만 한다(Ramakumar, 2022). 이 과정에서는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주변 경제강국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는데, 먼저 중국의 경우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스리랑카에 제공한 차관 이자를 면제해 주는 방식의 지원이 가능하다. 한편 인도는 석유나 기계류 구입에 쓸 수 있는 신용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고, 이 점에서 2022년 2월에 인도가 외화 고갈 상태에 빠진 스리랑카와 합의한 5억 달러(한화 약 6,600억 원) 규모의 연료 수입용 신용 지원책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 간 금융 공조의 사례로 분류할 수 있다(Moramudali U. , 2022). 마지막으로 아세안(ASEAN)이나 기타 아시아 선진국으로부터의 수산업과 관광 분야 투자 유치 노력도 이처럼 중요한 순간에 스리랑카 경제의 위기 취약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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